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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연극(戀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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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작품등록일 :
2012.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2.02.13 16: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27
추천수 :
46
글자수 :
80,507

작성
11.11.08 17:18
조회
379
추천
2
글자
9쪽

#1 빛의 탑 공략 - (1)

DUMMY

“손님. 다 왔습니다요.”


마부의 말에 눈이 떠졌다. 흔들리던 마차의 진동도 사라진지 오래다. 꿈을 꾼 건가… 마차에서 내리자, 마부는 마차를 다시 출발 시켰다. 풍성하게 내리쬐는 햇살에, 어두운 곳에만 익숙해졌던 눈이 아파와 잠시 햇살을 팔로 가렸다. 천천히 눈이 빛에 적응하기 시작하자, 내 앞에는 한 가지 간판이 세워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루디브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그 간판에는 매우 이색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빵집 아저씨가, 빵을 듣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뭐지…

어쨌든 여기가 루디브 마을인건 맞는가보다. 웨스탈리카 최후방에 위치한 마을이기에, 전쟁의 여파를 전혀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마을 입구에 경비병조차 없는 걸 보면 말이다.


이 마을에 대한 나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낯설다. 모두의 얼굴엔 사심 없는 미소가 걸려있고 마을은 활발하다. 갑자기 나타난 모험가 복장의 나를 보며 사람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며 지나간다. 나란 존재는 흰색의 도화지에 번진 얼룩인 듯 마냥.

임무 차 오긴 했지만 이런 평화로운 마을에는 내가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기에 좀 더 평소보단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언제나와 같이 우선 숙소를 잡을 생각에 마을의 대로를 따라 걷고 있지만, 아무리 걸어도 여관과 비슷한 건물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겠다고 생각할 때쯤, 마침 앞 쪽의 평상 딸린 작은 집이 있고 그 평상엔 나이 지긋한 노인 한분이 앉아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난 천천히 그 쪽으로 다가갔다.


“저 어르신, 실례합니다만. 여관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그러자 노인은 위 아래로 내 모습을 훑어보더니, 신기하다는 듯이 말한다.


“호오 모험가인가? 내 칠십 평생 이 마을에 여행자가 온 건 처음 보는군. 그런데 모험가 치곤 너무 젊어 보이는구만. 내 손주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데?”


“예. 이곳저곳 돌아다니다보니 이 마을까지 오게 됐습니다.”


“허헛. 그래. 젊은 나이에 대단허구만. 그래 방금 뭘 물었지? 나이가 먹다보니 금방 잊어먹는구먼.”


“여관이 어디 있는지 물었습니다만….”


“아. 여관. 우리 마을에 여관 같은 건 없다네. 여관이란 건 원래가, 외부인의 출입이 어느정도 있어야 생기는 게 아닌가. 그런데 우리 마을은 그런 게 전혀 없거든.”


여관이 없다라. 당분간 이 마을에 머물러야 할 텐데….


“그렇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노인은 괜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지었다.


“아닐세. 별 도움이 못 되 줘서 미안허구만.”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나저나 숙소를 어디다 잡아야 할까. 마을의 크기는 상당히 작았다. 대로를 지나 작은 언덕길을 오르자, 산길이 나타난다. 아무래도 노숙을 해야 할 듯싶어, 천천히 산 쪽으로 향했다.


‘타닥타닥’ 불꽃이 일렁거리는 모닥불에 다시 마른 나뭇가지 하나를 쪼개어 넣었다.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며 잠시 크게 울렁거린다. 그리고 그 위로 아까 잡아온 토끼가 익고 있다. 자정이 넘은 시각 때늦은 저녁 식사이긴 하지만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기에, 느긋하게 토끼가 꽃인 꼬챙이를 돌렸다. 하늘 위로 은하수를 이루고 있는 별빛의 무리가 보인다. 은빛의 바다 너머로 셀레느가 고고한 달빛을 뿌리고 있다. 마을 자체가 고도가 높은데다, 메르크=시아 산맥의 끝자락이나마 닿아있는 곳이기에, 고요한 밤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한가로운 적막 속에 풀 벌래 소리만이 고요히 울려 퍼진다.


언제부터일까 이렇게 혼자인 것에 익숙해진 게… 아니 처음부터 난 혼자였을 뿐.

이제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바보처럼…


‘부스럭‘ 멀리선가 수풀자락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자객인가? 하지만 이렇게 기척을 훤히 드러내는 멍청한 자객이 있을 리는 없다. 수풀을 젖히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휴우! 드디어 사람을 만났군요! 안녕하세요!”


수풀을 젖히고 나타난 건 한 소녀였다. 대략 15~16살로 보이는 아이였다. 어깨를 조금 넘기는 에메랄드 빛 생머리를 가지고 있는, 귀엽게 생긴 소녀였다. 하지만 꾀죄죄한 얼굴에, 시골 사람들이 입는 리넨 소제의 평상복에 흙투성이 왼손으로 옆구리에 바구니가 끼고 있었다.


고도화된 자객이라기보다는, 이 마을 사람 중 한명이라고 판단하는 게 옳을 듯 하다. 그리고 자객이 아닌 건 확인했으니, 이젠 나하고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다. 난 다시 고기를 굽는데 열중했다.

하지만 내 무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 소녀가 말을 이었다.


“이봐요. 아저씨! 한밤중에 아리따운 소녀가 산 속에서 급한 얼굴로 나타났으면 무슨 일

이 있었느냐고 물어봐야죠! 그리고 위험에 처했으면 바로 도와 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보통… 한 밤의 산속에서 홀로 다 큰 남자를 만나는 게 소녀로선 더 위험하지 않나? 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확실히 이곳은 다른 곳보다 평화로운 건가보다. 이런 말을 다하는 애가 있는걸 보면….


“위험에 처하셨습니까?”


“네!”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꺼내는 소녀. 하지만 주변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략 200 세리하(1세리하= 1m)의 공간을 살펴본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라면 위험과 관련된 일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소녀는 자신이 위험하다고 했다.


“무슨?”


“인간의 5대 욕구중 하나인 생존의 욕구중 하나이자,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게 필요한 필수적이지만 없으면 괴로움을 겪게 되는 한밤중에 길을 잃고 오랜 시간 헤메던 소녀에게 가장 절실한 배 .고 .픔!!을 해결할 방법이요!”


언제나 말은 짧게.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말은 언제나 간단히 핵심만을 짚어 말을 하는 게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 소녀는 내 그런 신념과 반대 되는 듯, 저 긴 말을 폭포처럼 빠르게 쏟아낸다.

난 대답하지 않고 소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자 소녀는 쑥스럽다는 듯이 ‘헤헤’ 웃으며 말한다.


“우… 아저씨. 저도 토끼 좀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난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다시 토끼 고기로 돌렸다. 소녀는 그걸 허락의 표시로 알아들었는지, 빠르게 내 쪽으로 다가와 앉았다.


허락한 적 없는데…


“고마워요. 휴 정말 고생했는걸요. 월광초(月光草)딴다고 산에 올랐다가 길을 잃었지 뭐에요. 월광초는 구경도 못해보고… 할머니한테 혼날 거 각오하고 온 건데 큰일 났어요.

아. 아저씬 누구세요? 우리 마을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런 건 맨 처음에 물어봐야 되는 것이 아닌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옆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떠벌리다니.


“지나가던 모험가입니다.”


다시 짤막하고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이런 내 태도 때문에 사람들은 나에게 별로 접근하려 하지 않고 접근한다 해도 쉽게 포기해 나갔다. 하지만 이 소녀는 내 말투는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아 역시! 어쩐지 처음 본다 했어요. 우리 마을은 별로 볼 것도 없어서, 외부에서 사람들이 잘 안 오거든요. 앗! 아저씨 이제 다 익은 거 아니에요?”


앞에 놔둔 나뭇가지로 토끼를 찌르며, 소녀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준다고 한 적도 없는데 이 소녀는 벌써 토끼구이가 자신의 것인 듯 마냥 행동하고 있다.

받침대에 얹혀있는 토끼가 꽂힌 꼬챙이를 빼내 바닥에 꽃아 넣었다. 그리고 토끼구이를 위로 빼 올려 뜯기 좋게 했다. 그리곤 다리 한쪽을 뜯어냈다. 내가 뜯어내자, 이 넉살좋은 소녀도 기쁘다는 듯이 반대쪽 토끼 다리를 뜯었다.


“앗 뜨뜨. 아저씨 잘 먹을게요.”


토끼를 먹는 건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기에 상관없었지만, 아까부터 소녀는 한 가지 잘못 말하고 있는 게 있다.


“전 아저씨가 아닙니다만….”


그러자 토끼다리를 물어뜯던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에엣? 그래요? 헤헤 미안해요 미안. 온 몸을 그렇게 까맣게 둘둘 말고 달아서 헷갈렸어요. 그 모자 때문에 얼굴도 안 보이잖아요.”


“…….”


“그럼 몇 살이에요?”


난 모자를 뒤로 슬쩍 제치며 말했다.


“20살입니다.”


짤막한 내 대답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에에!? 정말요? 좀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저는 열여덟이에요.”


18살? 살짝 놀랐다. 어둡긴 하지만 분명히 소녀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지만 전혀 18살의 얼굴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얼굴.


“아,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안했네요. 제 이름은 시에 이스피나에요. 그쪽은요?”


소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신 에쉬오드.”


그것이 시에라는 소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녀가 나에게 미칠 영향들을 그땐 알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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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4) 12.02.13 103 2 9쪽
21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3) 12.02.05 168 2 8쪽
20 # 3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2) 12.02.04 86 2 8쪽
19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1) 11.12.03 148 2 12쪽
18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0) 11.12.02 233 2 14쪽
17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9) 11.11.30 148 2 10쪽
16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8) 11.11.25 113 2 3쪽
15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7) 11.11.24 121 2 12쪽
14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6) 11.11.22 134 2 4쪽
13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5) 11.11.18 165 2 10쪽
12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4) 11.11.17 128 2 8쪽
11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3) 11.11.14 130 2 8쪽
10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2) 11.11.12 194 2 6쪽
9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 11.11.11 254 2 4쪽
8 #1 빛의 탑 공략 - (7) 11.11.10 227 2 13쪽
7 #1 빛의 탑 공략 - (6) 11.11.09 189 2 3쪽
6 #1 빛의 탑 공략 - (5) 11.11.08 174 2 6쪽
5 #1 빛의 탑 공략 - (4) 11.11.08 183 2 9쪽
4 #1 빛의 탑 공략 - (3) 11.11.08 213 2 9쪽
3 #1 빛의 탑 공략 - (2) 11.11.08 302 2 12쪽
» #1 빛의 탑 공략 - (1) 11.11.08 380 2 9쪽
1 # 프롤로그 # +1 11.11.08 525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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