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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윤 님의 서재입니다.

연극(戀劇)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미윤
작품등록일 :
2012.02.13 16:20
최근연재일 :
2012.02.13 16: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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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수 :
80,507

작성
11.11.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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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 빛의 탑 공략 - (2)

DUMMY

'삐이이이익'


귀에 낯익은 소리가 들려온다.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숨을 쉬자,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차가운 공기가 폐 속 깊이 들어온다. 난 이런 녹음의 푸르름이 섞인 청량한 공기가 좋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곳은 나무의 꼭대기의 나뭇가지 위이다. 잘 때 언제든지 긴장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숙을 할 땐 나뭇가지 위에서 자곤 한다.


'삐이이이익"


다시금 그 소리가 들려온다. 슬며시 고개를 들었지만, 덮고 있던 후드가 시야를 가린다. 후드를 젖히자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그 하늘을 원을 그리며 유영하고 있는 한 마리의 매가 보인다. 청아(靑牙) 인가. 청아는 임무의 전달을 위한 연락용 매이다. 아마 임무가 정해진 모양이다.


'휘이익'


내가 휘파람을 불자, 녀석이 내 쪽으로 천천히 날아온다. 오른쪽 팔을 수평으로 들어 녀석이 착지하게 쉽게 해줬다. 한번 노린 사냥감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벗어날 수 없는 녀석의 발톱은 나에겐 상처하나 입히지 않고 부드럽게 감싸 앉는다.


녀석의 발목엔 하나의 쪽지가 메어져 있었다. 그것을 풀고 펼쳐보았다. 봉인을 뜯고 안의 내용을 천천히 꺼내어 읽었다.


임무: 빛의 탑의 7번째 기둥의 붕괴.

방법: 살(殺)

합류: 땅의 시 - 7일 3시. 지정한 마을.

나머지사항: 아래 서류 참조.

다 읽은 편지를 빙(氷)의 힘을 일으켜 얼린 후, 깨뜨렸다. 얼음의 조각이 바스라 지며 공중으로 산화한다.


"수고했다."


청아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내 품을 떠나 다시 하늘을 날아갔다. ‘삐이이익’ 하는 소리가 기분 좋게 하늘로 울려 퍼진다.


임무 수행인가.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려 땅에 사뿐히 착지했다. 나무 앞에는 간밤에 먹었던 토끼의 흔적이 남아있다. 어제 그 시끄러운 아가씨는 먹고 나서 곧 집을 향해 가버렸다.


한 번 봤지만 인상이 깊게 남는다. 아니 그런 아이와 만나면 누구라도 이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어제처럼 대화해본 것, 참 오래만이다.


합류하기로 되어있는 곳은 빛의 탑 입구의 근처에 있는 폐허이다. 과거에 마을이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곳이다. 세르엘자스 력 105년에 전 인류의 사활이 걸렸던 제 2차 항마 전쟁 당시, 전쟁의 사활을 뒤집은 대마법사 류스리안의 7번째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지형마저 바뀌었을 정도지만, 지금은 꽤 복구가 되었고 그 당시의 영광을 기리기 위해 이곳은 그대로 보존해놓은 채, 가운데에 류스리안의 동상이 서있다.


이미 그 후로 200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꽤 보존이 잘되어있다. 전쟁의 아픔 따위 기억해봤자 아무 짝에 쓸모도 없는 것을… 인간은 언제나 그 뒤에 걸린 슬픔은 잊은 채 외면의 영광만을 장식하려 든다.


천천히 폐허 안쪽으로 향하자, 눈에 익은 사람이 폐허가 된 집의 한쪽 벽의 턱에 걸쳐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골치 아프군… 먼저 온 녀석이 하필이면 저 녀석이라니….


삐죽삐죽한 황금빛 머리카락, 가는 초록빛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눈빛엔 적의가 어려 있다. 난 그 눈빛을 무시한 채, 그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녀석의 뒤에 서 있는 데메테르에게 말을 걸어왔다.


"여 대장~ 언제나 시간 칼같이 맞혀 오는 건 여전하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데메테르. 그러자, 노토스 녀석은 고개를 휙 돌리고 '흥' 하는 소리를 냈다. 데메테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거구의 몸집에 짙은 구리 빛 피부에 가득 찬 근육이 움찔거리자, 마치 산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할까나. 저 덩치와 사람 좋아 보이는 털털한 웃음은 여전하다.


"다른 분들은 아직 인가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데메테르.


"아직 우리 둘만 왔어. 다른 녀석들도 곧 올 거야."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노토스가 앉아있던 벽의 턱에서 점프를 하더니 나를 보며 외쳤다.


"이봐 데메테르 왜 저 녀석을 대장이라 부르는 거야. 난 아직 저 녀석을 대장이라 인정한 적 없어."


데메테르는 그의 모습에 난처한 듯이 웃었다.


"하지만 이피넬님의 말씀이잖아."


"그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왜 이피넬님은 저딴 녀석을 대장으로 뽑은 거지. 얼음 따윈 자연계의 원소 중 가장 약해빠진 힘이잖아. 그런 거나 다루는 녀석이 무슨 자격으로 대장이 된다는 거야."


언제나 이런 식이다. 녀석은 내가 대장으로 지명 받은 순간부터 늘 저런 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임무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별 상관이 없었기에, 난 늘 무시해왔다. 그렇기에 더더욱 화를 내는 거 같긴 하지만 내 알반 아니다.


"10전 10패."


그래도 한마디는 해줘야지.


"뭐, 뭐라 그랬어. 방금?"


"저에게 덤비셨다가 박살난 숫자를 말했을 뿐입니다."


과거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녀석은 내게 싸움을 걸었지만, 결과는 10전 10패다. 노토스는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게졌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소검을 꺼내들었다.


"이!!! 자식이"


노토스는 그대로 나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데메테르가 노토스의 뒤에서 녀석의 양 겨드랑이에 팔목을 껴서 붙잡았다.


"그만, 그만. 중요한 임무를 앞두고 우리끼리 싸워서 어쩌자는 거야. 노토스 네가 먼저 시비를 건거니까 그만해. 우리 중에 가장 강하니까 신이 대장이 된 거잖아."


여전히 난처한 듯이 웃으며 노토스를 잡았지만 둘의 키가 30센티 가까이 차이가 났기에, 노토스는 그대로 공중에 떴다. 그리고 그곳에서 풀려나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힘 중에선 우리 중에 최고인 데메테르의 품을 벗어날 순 없다.


점점 노토스의 얼굴이 시뻘게졌고, 화가나는지 녀석은 마구 외쳐대기 시작했다.


"웃기지마. 난 인정할 수 없어. 저 시건방진 녀석이 왜 우리 대장이란 거야! 놔,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야!"


하지만 데메테르는 암석처럼 굳건히 서있을 뿐이다. 힘에선 우리 중 아무도 데메테르를 당할 수 없다. 역시나 노토스는 데메테르의 품안에서 바동거릴 뿐이다. 그러자 노토스는 시뻘게진 얼굴로 해선 안 되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이 비계근육덩어리야!!!! 이거 놔!"


맙소사…. 저 바보 일냈군. 데메테르의 얼굴을 바라보자 원래 뻗쳐 있던 머리가, 더 뻗쳐 보이는 듯 한 착각과 함께 얼굴빛이 점점 흑 빛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뭐…라…고…. 비…계 근육덩어리?"


노토스도 그제야 ‘아차‘하는 표정을 짓지만 잘못을 깨닫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바보.


‘우드드득’


"으아아악"


데메테르가 붙잡은 팔에서 관절 꺾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노토스는 괴롭다는 듯이 소리쳤다.


쯧. 비계나 근육덩어리라는 말은 데메테르가 극도로 싫어하는 말이었다. 세상에서 싫은 게 없다는 인심 좋은 데메테르지만, 저 말을 쓰는 사람은 이유 여하를 불구하고 싫음의 차원이 아닌 무조건적인 증오를 보냈다. 아니 류에나의 표현대로라면 맛이 가곤 한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사람은 적일 경우 즉시 살인멸구(殺人滅口)를 당하곤 했다. 둘 중의 하나만 써도 일생일대의 적이라도 되는 듯 때려죽이려는 데메테르에게 두 말 다 쓰다니. 자업자득이랄까.


하지만 그대로 팔이 부러질 수 없다는 의지로, 노토스는 바람의 힘을 일으켰다. 거친 풍압이 푸른 빛 섞인 검은 내 머리카락을 흩날리기 시작한다. 그 풍압에 밀려 데메테르는 노토스를 놓쳤고, 노토스는 데메테르에게서 거리를 둔 채 서둘러 외쳤다.


"데메테르! 실수였어. 실수!"


다급히 노토스가 말해보지만, 데메테르의 눈빛을 보니 이미 늦었군. 광기에 물들어 눈빛이 빛나고 있다.


"크아아아아!!!"


그리고 둘의 싸움의 시작됐다. 일명 광폭화 모드라 불리는 저 상태의 데메테르를 말리는 건 불가능. 그리고 노토스 녀석을 도와줘야 할 의무도 없다. 그러니 지금 내가 행할 수 있는 가장 최선책은….


싸움이 끝날 때까지 느긋하게 구경이나 하는 것이군.


둘의 싸움터에서 100세리하(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이 정도가 적당한 안정거리다. 앞쪽엔 흑 빛의 광풍이 미친 듯이 불어 닥치고, 대지가 쪼개지는 소리가 하늘을 메운다.


"크아아앗 죽어라."


"데메테르 진정해! 진정하라구!"


바람과 흙이 아우러져 세상을 뒤덮고, 그 속에서 데메테르가 울부짖는다. 대지의 특성상 결코 바람을 잡을 수 없고, 바람의 특성상 결코 대지를 무너트릴 순 없기에, 둘은 별 피해 없이 환경만 파괴시키고 있다. 공격하는 데메테르와 피해 다니는 노토스. 그 소강상태가 종결된 건, 흙먼지를 통해 시야에 가려진 노토스가 데메테르의 등 뒤에 나타났을 때였다. 이대로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노토스가 접근전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게 둘의 접근전이 시작되었는데, 노토스가 연환공격으로 데메테르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만 잡히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맞는 데메테르 보다 노토스 쪽이 안색이 더 창백하다.


둘 다 실력이 조금은 는 것 같군.


드디어 노토스가 데메테르의 가슴에 정권을 뻗었을 때 데메테르는 맞으며 그의 팔을 잡아버리고야 말았다. 그와 동시에 데메테르의 붉은 눈에서 빛이 났다. 난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끝났군."


"끝나긴 뭐가 끝나."


그와 동시에 내 머리가 번쩍한다.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다. 힘이 꽤 들어갔기에 많이 아팠다.


"아프잖나…. 류에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뒤를 보자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류에나와, 두 손을 모은 채 근심스런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는 리퓨에가 있었다.


"대장이라는 녀석이, 애들 싸우는데 안 말리고 뭐하고 있는 거야?"


난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말했다.


"구경중인데…."


딱!


"……."


진심으로 아프다.


"으이구! 바보."


그리고 류에나는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노토스는 류에나와의 실랑이 중에, 용케 최후의 공격에서 풀려난 모양이다. 하지만 데메테르에게 몇 대 맞은 노토스도 이젠 화가 나는지, 진심으로 공격하려는 듯 포즈를 잡고 있었다. 둘 사이의 풍압이 점점 거세지고, 둘이 마침내 격돌 하려고 대지를 박찼다. 그리고 둘의 최후의 공격 때, 류에나가 그 사이에 나타났다.


'퍼엉'


충격파가 이곳까지 영향을 미쳐, 한바탕 거대한 바람이 지나간다.


"에쉬오드님. 괜찮을까요…."


"……."


그 둘의 중간에서 나타난 류에나. 음, 역시 둘 다 강하게 날린 일격이라 류에나도 막는데 힘들었던 모양이다. 살짝 얼굴을 찡그리는 류에나. 그리고 류에나를 알아본 노토스의 얼굴이 눈에 띄게 당황스러워졌다.


"에…. 류, 류에나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시끄러워 바보야. 보나마나 또 말실수해서 이렇게 됐겠지."


"…그… 그게."


일단 싸움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 했으나, 여전히 데메테르의 광폭화 모드는 지속되고 있었다. 데메테르의 눈이 다시 빛난 순간 이번엔 그 둘 다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둘은 멀리 떨어지더니, 바위 뒤에 숨어버렸다. 저 상태의 데메테르는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곧 목표를 잃어버린 데메테르는 주위를 닥치는 대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에쉬오드님…. 어떻게 하죠?"


뒤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당황스러워 하는 리퓨에. 후 이제 아무래도 상황을 정리해야 할 듯하다. 일단 임무가 더 이상 지체되게 할 수도 없고…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설려던 찰나, 앞에서 류에나가 나를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야 신! 저대로 냅둘 거야!!!"


짧게 한숨을 쉬고, 데메테르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점점 다가가자 정면을 열심히 부수고 있던 데메테르의 목이 나를 향해 천천히 돌아간다. 그리고 나를 발견하자 울부짖으며 나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순간 빠르게 움직여, 데메테르의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목표가 갑자기 사라진 데메테르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난 가볍게 점프해 데메테르의 뒷목을 수도로 내리쳤다. 데메테르의 거구가 천천히 대지를 향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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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4) 12.02.13 103 2 9쪽
21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3) 12.02.05 168 2 8쪽
20 # 3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2) 12.02.04 86 2 8쪽
19 #3 곰돌이 인형극의 탄생 - (1) 11.12.03 148 2 12쪽
18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0) 11.12.02 234 2 14쪽
17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9) 11.11.30 148 2 10쪽
16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8) 11.11.25 114 2 3쪽
15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7) 11.11.24 122 2 12쪽
14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6) 11.11.22 134 2 4쪽
13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5) 11.11.18 165 2 10쪽
12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4) 11.11.17 128 2 8쪽
11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3) 11.11.14 130 2 8쪽
10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2) 11.11.12 194 2 6쪽
9 #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1) 11.11.11 255 2 4쪽
8 #1 빛의 탑 공략 - (7) 11.11.10 228 2 13쪽
7 #1 빛의 탑 공략 - (6) 11.11.09 189 2 3쪽
6 #1 빛의 탑 공략 - (5) 11.11.08 174 2 6쪽
5 #1 빛의 탑 공략 - (4) 11.11.08 184 2 9쪽
4 #1 빛의 탑 공략 - (3) 11.11.08 213 2 9쪽
» #1 빛의 탑 공략 - (2) 11.11.08 303 2 12쪽
2 #1 빛의 탑 공략 - (1) 11.11.08 380 2 9쪽
1 # 프롤로그 # +1 11.11.08 526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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