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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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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글자수 :
2,63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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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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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제315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하)

DUMMY

-회상편-

암부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아지트로 상의는 흰색 하의는 회색으로 깔끔한 콤비 정장을 멋스럽게 소화하는 한동주가 모습을 들어내며 천천히 세혁 뒤를 따라 들어온다.


“혹시 여러분들중에 도박 좋아하십니까? 전 오늘부터 이수씨한테 제 인생을 건 도박을 한 번 걸어 볼 참입니다.”


동주는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하창룡은 그가 누군지 한 눈에 알아본다.


“누구신지.”


한 번도 구면이 없던 사람이라 원술, 아인, 무영, 그리고 케인이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혁명을 꿈꾸는 명예로 먹고 사는 무시무시한 헌터들과 뒤섞여 있어도 한동주는 전혀 겉돌지 않았다.


“인사가 늦었군요. 반갑습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엠브리 로이씨의 심리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주치의 한동주라고 합니다.”


여전히 어디에서든 살인미소를 띄우는 자체 발광 뽀얀 피부를 가진 선한 마스크로 그는 모두에게 편벽됨 없이 상냥하고 예의바른 한동주 박사다.


“제가 박세혁씨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박세혁씨 따라왔습니다. 이곳에 오면 강이수씨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해서요.”


동주가 이 말을 하고 부터는 암부들이 긴장을 풀고 낯빛에 화색을 띄웠다.


세혁이 데려왔다면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믿어도 될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괴물들만 사는 지옥 같은 성에 불청객인 천국에서만 사는 천사가 합류했다. 이런 낯선 세상에 발을 들여놔도 한동주는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동주는 어느새 호흡부전까지 오고 의식불명에 빠져 버린 이수가 누워 있는 의료장비들이 잘 갖춰진 무균실로 들어왔다.


“이수씨?”


동주는 슬픈 눈으로 이수를 내려다 보았다.


“제가 이수씨의 의식을 강제로 깨우겠습니다.”


“강제로 깨운다고?”


세혁은 의아한 눈빛으로


“최면시술과 비슷한 방법이긴 하지만 환술테마치료법이기도 합니다. 공식적으로 의약회에서 발표된 것은 없지만 제가 미국에서 특허를 내고 임상실험을 무사히 통과시켰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이것에 목을 매고 연구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치료법을 동원해 코마상태에 빠진 환자의 의식을 깨웠습니다.”


창룡과 세혁이 그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의사와 서로 교감이 아주 잘 통하는 특정한 환자에게만 그 치료법의 극대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나도 그 치료법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군..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이 뇌라는 것은 일정한 폼이 있는 게 아닙니다. 언제라도 새로운 괴변들이 등장하기 마련이죠. 사람에 특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강이수씨가?”


동주가 약간 말끝을 흐린다.


“뭐야! 이수가 뭐!”


세혁은 초조한 기색으로 매우 불안해 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수씨가 살려고 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 합니다. 제가 의식을 깨울려고 시도 할 때마다 의식이 혼미한 이수씨가 꿈 속에서 제 소리를 귀담아 인지하고 현실세계로 뚫고 나와야 되거든요.”


“그 녀석이 얼마나 지독한데 살려고 할 거야.. 반드시!”


“일단 이모님께 이 사실들을 전부 알려 드려야 되겠네요.”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면.. 오래 수명을 이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세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해도 지병은 계속 진행형입니다. 병이 사그라든 게 아니에요! 그렇게 되면 언젠가 면역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겠죠. 이수씨는 이미 오래전에 폐를 한번 이식한 경험이 있잖습니까? 그리고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와파린이나 헤파린을 계속 복용해와서 이수씨는 지혈이 쉽지 않아요. 마취도 들지 않고요. 그런 환자에게 두 번째 이식을 권유할 수 없습니다.”


동주는 세혁과 창룡이 있는 곳 앞에 말을 꺼냈다.


“저는 박세혁씨와 이수씨가 한국을 떠났을 때.. 길어도 2년은 못 넘길 거라고 판단 했지만 단견이었습니다. 이수씨의 수명이 그 때가 되면 멈출 줄 알았는데 10년을 넘겼어요. 지금 이수씨는 현재 자신이 의식을 잃었다는 것을 자각을 못 할 테지만 나중에 그것을 뒤늦게 깨달았을때 이수씨가 어떤 심리상태를 불러올지 박세혁씨가 누구보다 잘 아실 겁니다. 이수씨한테 시간이 없어요. 1분 1초가 아주 소중하고 숙원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이 순간에 이수씨가 과연 오랫동안 잠을 자고 싶어 할까요?”


“그래서 해결 방안이 뭔데?”


“보통 말기암 환자에게 제안하는 신경차단 수술을 하게 되면 일단은 통증이 무감해지기 때문에 사람의 정신은 맑아지고 고통을 못 느끼게 됩니다. 이수씨의 정신력은 일반사람들하고는 확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 잠재능력은 두 배, 세 배로 커지게 될 겁니다. 전 그렇게라도 이수씨가 마지막 순간까지 육체적 고통을 덜 받게 하는 것으로 그 간절한 소망을 포기 하지 않게 그 뜻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싶네요. 그게 이수씨가 진정으로 바라는 거라면.. 제가 반드시 도와드릴겁니다.”


동주는 진지했다.


“대체 무슨 말인지.. 난 이해가 안 가는데...”


세혁은 도무지 이해안간다. 무감각, 무통증을 만들어주는 신경차단 수술로 그것을 억제한다는 것 말그대로 정상인이 아니다.


“이미 이수씨는 우리들한테 엄청난 기적을 보여주고 있어요? 예전에 세혁씨가 저한테 사람의 두개골에 실탄을 두 발을 맞고 사람이 살 확률이 몇 프로가 되냐고 물으셨죠? 전 그때 답을 확실히 드리지 못했습니다만 지금 말씀드려볼까요?”


세혁이 진지하게 듣고 있는데


“O%입니다.”


세혁은 몹시 놀란다.


“뭐!”


"의학적으로 볼 때나 과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나 그건 애초부터 말이 아예 자체가 안 되는 것입니다. 저도 수 백명의 뇌를 연구하고 여러 환자들을 치료해 본 사람이지만 이수씨는 지금껏 제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아주 특별한 케이스였습니다. 사람의 뇌라는 것은 말이죠. 말 그대로 급소입니다. TBI(외상성뇌손상)가 치료가 어렵다는 것은 실탄 두 개가 두개골에 직접 닿았기 때문이에요 그 당시 MRI 상태 보면요. 손상을 입은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으며 매우 심각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처럼 이수씨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은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겁니다. 역시 전 이 자리에 있어야 되는 팔자인가 보네요. 제 판단은 빗나가지 않았구요. 진정 이 모습이 원래 진짜 이수씨의 모습이에요. 우린 지금까지 어쩌면 환각이나 꿈을 꾸는 것처럼 보였을 지도 모르겠네요.”


세혁은 당황하며


“비정상이라고..”


억장이 무너진다.


“전 이수씨가 지금 할려고 한다는 숙원이 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생명 부지에 놓인 이수씨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미지의 능력 같은 놀라운 투지와 집념하나로 13년이라는 세월동안 몸이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이수씨가 22살 때 코마상태에서 2년 만에 깨어난 것이 기적인 거죠.”


“정말 이번 생에서 로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유작이 되겠군.”


세혁은 그제서야 이해했다.



세혁은 마치 뒤통수에 쇠망치로 크게 한 대 얻은 맞은 기분 같았다. 쇼크가 큰 지 세혁은 허탈해서 완전히 웃음밖에 안 나온다. 세혁은 실성한 사람처럼 계속 웃다가 문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홀로 강변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 세혁은 속이 상해서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 빈병을 던져버린다.


“하아.. 하아..”


모두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건.. 정말 너무 하잖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 했냐고! 왜! 왜! 대체 왜 나한테만!! 하아.. 하아!”


세혁은 복창이 터지는 지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터트린다


“대체 나와 전생에 무슨 악연 있었던 거야!! 친구가 아니라 웬수야! 절대 네 놈이랑 죽어도 엮이지 말아야 했어! 부녀가 어떻게 나란히 세트로 날 이렇게 기만해! 뒷통수 치려거든.. 어지간히 쳐야지! 한 놈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식물인간이고 그놈의 여식은 지금 반송장에 비정상이다. 골고루들 노네? 허허허.. 씨발! 나 지금까지 그 녀석 데리고 똘아이짓 한거 아니야! 앨런 말대로 속 편히 살다가 제 수명대로 가게 해야만 했네.. 그냥 나 혼자 지지고 볶으며 다 짊어졌어야만 했다고.. 내가 그 녀석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무슨 뻘짓을 했는지 알아! 내가 그랬어! 장우 네 딸내미.. 몸이 약에도 쓸모없는 하자이고 상처투성이고 곪아 썩어 문드러져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어! 그렇게 혹독하게 훈육하고 바위처럼 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했다고 그래서 메이큐레이까지 손에 쥐어줬어. 어떡해서든.. 그놈이 어디 한 번 이 세상을 제 꼴리는 데로 실컷 흔들어 보라고 한거야! 난 그 녀석한테 다 해주고 싶었어! 원하는 걸.. 모두 해주고 싶었다고.. 이수한테..”


등을 지고 앉아 있던 세혁은 미동 한 채 없다가 굉장히 비통하고 고독하고 처량한 모습으로 시커먼 강물이 넘실거리는 광경을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 뒤, 세혁의 어깨가 조금씩 떨기 시작하는데 이게 왠일인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아주 악랄하고 냉철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세혁이 오열하고 있었다. 세혁은 그렇게 또 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릴 것 같아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슬프게 애잔하게 흐느낀다.


**


파란하늘 조각구름 떠있는 화창한 여름, 해변가에 사람들이 엄청 붐빈다.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7살 이수는 토끼같이 귀엽고 앙증맞은 노랑색 수영복을 입고 모래로 두꺼비집을 만들면서 놀고 있다.


“어? 오빠..”


“괴물!”


콩/ 이수 머리에 꿀밤을 때리며


“아야! 오빠아!! 왜 때려!”


“내가 몇 번을 불렀는데.. 왜 대답을 안해! 혼자 여기서 뭐하고 있어?”


“응? 언제? 안 들렸는데 이거 안 보여? 나 지금 이거 하고 있었잖아.. 그래서 안 들렸나보다.”


도일은 무언가를 보고 경악한다.


모래성 쌓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비상한 줄 알았지만 정말 경의롭다. 어린아이가 설계도면도 없이 눈짐작으로 만든 것 같은데.. 대충이 아니다.


예술이다. 겉모양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밀도 있고 정확하고 섬세하게 잘 만들었다.


마치 정말 모래로 만든 로마제국에 있는 왕국을 그대로 재연해서 건설했다. 마치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주인공 된 듯하다.


“하하하!”


도일은 다시 진지해지고


“지금 두꺼비집이나 만들고 있을 때 아니야? 잘 들어? 강이수! 너 여기 있으면 안돼!”


“응?”


“널 지금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그 사람들 곁으로 가야 되.”


“기다려? 누가? 오빠야 이것봐? 이 모래성 정도면 엄마랑 나 오빠랑 셋이 충분히 지낼 수 있겠지? 엄마는 어딨지? 아까부터 안 보여?”


귀여운 이수가 해맑게 웃고


“아니! 강이수! 이곳에 네가 있으면 안 돼!”


도일이 이수의 손을 꽉 잡고 끌고 나가려한다.


“윽!”


그때 이수가 미간에 균열이 생긴다. 고막이 찢어질 듯 귀에서 기분 나쁜 이명, 파동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파동이 사라지자 이수는 눈을 뜨는데 오빠는 사라지고 자신은 꽃동산에 혼자 우두커니 서있다.


“응? 내가 언제 여기로 왔지? 오빠.. 오빠아아!! 어딨는 거야?”


이수는 큰소리로 도일을 찾는다. 사방을 둘러봐도 도일이 안 보인다. 아무도 없어 슬슬 무서운지 겁을 먹은 듯 어린 이수는 금방 울음을 터트린다.


“흑.. 오빠아.. 아아..”


동주는 지금 현재 반혼수상태에 빠진 이수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 인간의 뇌파로 자극을 주면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환술테마치료법 주치의와 환자가 같이 동시에 최면에 빠지는 시술법으로 서로 간의 100% 호흡, 신뢰와 교감이 잘 통해야만 한다. 어려운 치료법이다. 잘못하면 환자에게 큰 데미지를 입혀 완전한 코마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동주도 현실이 아닌 이수 의식(정신세계)로 들어가 메신져 역할을 해야한다. 동주는 이수의 담당주치의다. 그녀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녀의 불행한 과거사의 이력까지 모두 머릿속에 줄줄히 암기하고 있기때문이다.


이수에 머리의 손을 살며시 대고 그녀에게 말을 걸면서 최면을 건다. 동주의 목소리가 이수 내면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환술테마치료는 의학적인 방법으로 환자의 내면세계로 꿈을 만들어 내는 최면치료법이다.


방금 해변가에서 놀고 있는 이수에게 다가온 도일은 허상이다.


동주의 목소리가 도일의 형체로 둔갑한 것이다.

그때 어린 7살 이수는 순간 미간이 굳어지는데 그녀의 트라우마 원인이다.


24살의 성인의 이수를 본다. 그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악몽, 도일이가 바로 운명했던 최후의 그날의 당시 모습이 꿈으로 전환됐다.


총소리가 빗발치면 도일이 등에 총을 맞는다. 동주도 그 광경을 보고 말았다.


“이수야! 선생님 봐요! 거기 보면 안돼!!”


동주가 당황하며 그 끔찍한 사고현장을 동주도 보고 말았다. 동주는 몸으로 이수의 시야를 가려보려하지만 이미 이수의 눈은 초점을 잃었다.


이곳은 이수의 의식세계에 있기 때문에 동주는 막을 권한이 없다.


“오빠..”


도일은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이수를 온몸으로 꼭 끌어안고 방패가 되어 주고 있다.


“움직이지마! 이수야! 가.. 가만히 있어.”


“오빠 물러나!! 제발!!”


눈물을 글썽이던 이수가 일어날려고 자꾸 버둥거린다.


“어디 쏠 테면 쏴봐!! 이 나쁜 새끼들!!!”


도일은 미간을 찌그러트리며


조금만 버티면 박세혁 그 사람이 올 거라는 것을 도일은 짐작 하고 있었다.


브라이어를 추종하는 세력이며 보즈도박으로 악명높은 조직단에서 뽑힌 잔인한 이 암살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집요하게 거침없이 총을 난사했다. 도일의 오른쪽 허벅지 다음에는 등, 세 번째 총알이 도일의 어깨에 박힌다.


“헉.. 크으.."


도일의 피가 이수 몸 위로 떨어져 점점 붉게 물들어갔다.


“오빠...”


도일의 입가에도 피가 줄줄 새어 나오며 눈에서도 귀에서도 피가 조금씩 세어나온다.


이수는 겁을 먹고


“목숨 한 번 참 끈질기군.”


그 광경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는 킬러 이번에는 도일의 머리를 겨냥한다.


도일이 애잔하게 눈물을 떨어뜨리며 방패처럼 팔로 이수를 손끝하나 다치지 않게 집어넣고 온 정신력으로 버티며 몸으로 에워 쌓는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수를 두 팔로 자기 품안에 꼭 껴안는다. 도일은 아빠처럼 자상한 목소리로 이수 귓가에 소곤소곤 댄다.


“이수야? 오빤 세상에서 널 무지 무지 사랑한다. 오빠 마음 잘 알지? 괴물! 난 죽어서도 널 지킬거야? 그런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가 더 이상 널 지켜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 아저씨 따라가? 박세혁 그 사람은 믿어도 될 거야.. 그 사람이라면 널 반드시 지켜 줄 거야.”


도일은 그렇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이수는 시공간이 멈춰 버린 듯 슬픔이 베인 눈으로 멈춘다.


도일은 세상에서 가장 상냥하고 마지막까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탄환이 도일의 머리를 관통하면서 숨을 거둔다. 처형타입 포즈로 1미터 앞에서 저격을 당해 실탄이 도일의 머리를 관통하면서 너무 가까이 있었던 이수는 오빠의 몸이 방패가 되어 주지는 못했다.


탄환이 엄청난 속력으로 파고들어 오래전에 이수가 어렵게 수술 받은 늑막을 뚫고 폐를 건드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수는 더 이상 오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패닉상태로 넋이 나간 이수는 가슴에 총을 맞은지도 알지 못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킬러는 완벽하게 처치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이수의 급소를 향해 총구를 겨냥 하려는 찰나 때마침 세혁이 나타나 토카레프 권총을 꺼내 킬러 머리를 정확히 난사하자 총알 단 한방에 머리를 터지고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곧이어 직속편의대 암부 1명이 상대편의 저격수를 놓치지 않았다. 암부는 끝까지 추격하고 쫓아가서 그 암살자를 확실하게 섬멸 시킨다.


“빌어먹을.. 내가 또 한발 늦었군!! 이수야!”


세혁이 쇼크 먹은 듯 참담해서 눈물을 글썽인다.


제일 친한 친구 김장우, 이수의 생모 소하, 자신의 아내, 임수민도 그랬고 강이수도 운이 정말 따라 주지 않았다.


5분 늦게 도착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수는 아주 큰 치명타를 입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새빨간 피가 봇물처럼 뿜어져 나왔다. 세혁이 재킷을 얼른 벗어서 재빨리 이수의 가슴을 틀어 막으며 피를 지혈한다. 한발 늦었다.


붉게 충혈된 이수의 눈동자가 무척 애처롭다.


“흐으.. 흐으.. 이거 놔!!”


이수가 숨을 꺼이꺼이 내쉬며 오열한다. 복면을 쓴 암부들이 그녀를 에워싸지만 거친 몸부림을 최대한 억누르며 응급처치를 하려고 힘을 기울였다. 또 다른 암부가 서둘러 도일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고 세혁에게 이미 늦었다며 고개를 양쪽으로 흔든다.


세혁과 암부들과 뒤엉켜서 눈이 뒤집힌 채로 이수는 자꾸 일어나려고 몸부림치며 발악한다.


“가만히 있어! 이수야! 계속 움직이면.. 위험해! 피가 더 나오잖아!”


세혁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


그녀가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피가 더 솟구쳐 나온다. 이수의 하얀 셔츠를 입은 상반신 전체가 붉은 선혈들로 급속도로 번져 간다.


세혁은 옆에서 지혈하기 바쁘다.


“놔.. 이것 좀 놓으라고!!”


이성을 잃은 이수는 잠재된 반사적인 힘을 끌어내 암부들을 급기야 모두 밀어내고 정신력 하나로 이수는 엉금엉금 기어서 숨을 거둔 오빠한테로 향한다.


“오빠....”


끝까지 이수를 살리고 숨을 거둔 도일을 끌어안고 이수는 비통하게 오열한다.


타임머신이 거꾸로 다시 돌아 8살 도일을 회상한다.


“자~ 엄마 보렴...”


소영이 어린 도일이와 이수를 사이좋게 앉혀놓고 사진을 찍는다. 3살배기 이수는 컨디션이 별로 인지 사진을 찍기 싫은 모양인지 서럽게 울었다.


“웃어야지.. 이수야.”


소영의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도일은 재빨리 이수 볼에 쪽 소리 내며 입맞춤을 하자 이수의 눈물이 쏙 들어간다. 도일은 씩 해맑게 웃는다.


“하나.. 둘.. 셋!”


찰칵/ 셔터소리가 나며 다정한 오누이 모습이 카메라 앵글에 담긴다.


이수는 자꾸 눈이 감기려 하고 의식을 잃고 있는 자신에게 더욱 분노하듯 부아가 치밀어 울어댄다.


“뭣들 해!! 당장 옮기지 않고!”


세혁은 황급히 명령을 내린다.


“어어.. 아으.. 아아아..”


이수는 서럽게 울부짖고 끝까지 손을 부여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했던 오빠와 이렇게 이별하고 가슴 아프게 헤어져야만 했는지 결국 손을 놓치고 만다. 이수는 아버지 같고 분신과 같던 소중한 오빠를 눈 앞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악몽중에 이런 끔찍한 악몽은 처음이라 동주도 지켜보면서 눈물샘이 고장난 듯 눈물이 도저히 멈춰지지 않는다.


“뭐지? 이 소름끼치는 기운...”


동주도 이수의 가장 아킬레스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잔인한 기억을 두 눈으로 목격한다.

무려 10년 동안 이수는 이 고통스러운 악몽을 꾸며 숙원을 준비해왔을 것이다.


모래 폭풍처럼 소용돌이치는 혼탁한 의식에 동주가 들어오자 얼음 송곳 같은 날카로운 바람에 타격을 받는다.


유년시절로 돌아간 이수는 초점 없는 눈으로 멍 하니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그 무서운 광경을 지켜보았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노란 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나비.. 이 노래 이 목소리 내가 아는 사람...”


하얀의사 가운 입은 동주가 천사처럼 상냥하게 미소 짓고 서 있다.


“이수씨?”


“선생님?”


이수가 자기를 단 번에 알아보자 동주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표정이 바로 밝아진다.


“그래요. 선생님이에요? 시선은 앞으로 향하게.. 선생님 바라봐요. 이수씨.”


동주가 자세를 낮추고 이수와 눈높이를 맞춘다.

핑거스냅으로 사인을 보내고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서 환자와 의사가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서로의 눈과 눈을 집중하게 했다.


“지금부터 선생님이 하는 말에 귀를 귀울여 보세요. 이수씨한테 오빠는 어떤 존재였어요."


“으흐.. 흑..”


유년시절로 돌아간 이수가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제 수호천사였어요. 제가 항상 위험한 일이 생길 때마다 오빠가 가장 먼저 달려왔어요. 우리 오누이 사이를 누군가 시기하고 질투를 한 걸까요? 나와 오빠가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떨어 뜨려 놨어요. 잘못했어요. 선생님 제가 잘못했으니까? 이제 두 번 다시 의지 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 오빠 다시 여기로 데려와 주시면 안되요. 나 여기서 기다리면 오빠가 나 꼭 데리러 올 줄 알았는데.. 오빠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오빠가 안와요.”


“그렇지 않아요? 이수씨 오빠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지금도 이수씨 곁에서 늘 함께 하고 있잖아요. 이수씨 많이 아팠을 때.. 오빠가 그때 이수 씨 몸 안에 아주 귀중한 선물을 남겨 주셨습니다. 그 선물이 이수씨 몸 안을 구석구석 순환하면서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해주고 이수씨 심장을 계속 뛰게 해주고 있죠.”


동주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수에게 말했다.


“오빠..”


이수가 멍한 눈으로


“네.. 맞습니다. 이수씨 오빠랑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고 하지 않았어요?”


“약속..”


“그래요. 약속.. 이수씨가 계속 여기 있으면 누가 더 속상해 할까요? 도일오빠는 더 꽁꽁 숨어버릴 거에요. 그 사람은 분명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죠. 이수씨 꿈속에서 나오지 않는 한 아무것도 시작될 수 없고 끝나지도 않습니다. 이수씨는 지금 몹시 아파서 내면의 심연 속에 갇혀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심연..”


“네.. 심연.. 지금 이수씨는 괴로운 일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가야 할 다음의 길을 선택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죠. 이수씨는 현실에서 도망친 겁니다.”


“선생님.. 몸도 마음도 온통 병이 들었나봐요.”


이수는 기운없고 침울한 표정으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주는 착잡한 눈빛으로 안식이 필요한 이수에게 말한다.


“그랬구나.. 이수씨.. 잠시만 귀를 기울여 보세요.”


동주 말대로 이수가 귀를 기울이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동주가 최면에 빠지기 전에 보호자들한테 지시했던 부분이다. 어디선가 딸랑딸랑 종 소리가 들리더니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여러 사람들이 그녀 주위에 빙 둘러쌓여 있는데 아주 경의롭고 엄숙한 분위기다.


“이수야.. 엄마야.. 엄마! 우리딸.. 엄마 네 목소리 너무 듣고 싶어."


이수의 손을 부여잡은 소영(앨런)이 울면서 매달리고 있다.


“이수야.. 절대 포기하면 안되!! 장우가 눈을 뜰때까지 만이라도 조금 만 더 버텨..."


세혁의 격양된 목소리도 들린다.


“폐하.”


창룡은 과묵한 표정이지만 정신을 집중하며 교감을 보내고 있다.


“로이.. 돌아와요.”


제이드도 오열하며 간절히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답지 않게.. 왜 이런 찌질한 궁상을 떨고 있냐고! 대장! 어서 퍼뜩 일어나!”


케인은 조금 격양 된 물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에너지의 파동은 엄청났다. 그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여러 사람들의 뒤섞인 목소리가 이수의 귀에 아련하게 들린다.


그때 알록달록한 영롱한 무지개빛이 흘러나와 이수에 몸을 감싸자 현재 34살에 모습으로 바뀐다.


“그 심연에서 나오세요. 그래야만 이수씨가 이루고자 했던 숙원을 반드시 이룰 수 있어요. 그것으로부터 남들에게 비난 받는다 해도 남들이 돌을 던진다 해도 아무도 이수씨의 소망을 이해를 해주지 않아도 그 소망을 위해 돌아오셔야 합니다! 이수씨 아프고 지치고 힘들다고 해서 잠만 잘 거에요? 모두가 후회 없는 삶을 원합니다. 후회도 쌓이고 쌓이면서 천천히 자신만의 옳은 길을 찾아갈 것 입니다. 이수씨에 소망을 위해 돌아와요. 이수씨는 분명히 해낼 수 있어요. 괜찮아요.”


동주는 두 팔로 이수의 작은 몸을 끌어안아 포근히 감싸 안아준다.


현실로 돌아온 환자복 입고 있는 이수 머리에 붙인 전극패치가 보이고 뇌파 측정기 모니터에서 델타파와 알파파 진폭이 미세하게 변화한다.


이윽고 침대에 누워있던 이수의 손이 꿈틀거리자 앨런이모의 얼굴 빛이 환해진다. 잠에서 깨듯 현실세계로 돌아와 이수가 눈을 살며시 뜬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암부들도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고 이수는 동주와 눈이 마주친다.

다정다감한 눈빛으로 생긋 미소를 짓는 동주의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했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의식 없는 사람과 일대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가 최면에 빠지는 것은 무척 부담이 가는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이수의 혼탁한 의식 속에 스며들어가 집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이미 자타가 공인한 천재 테라피스트 심리의학박사였다.


이수가 의식을 되찾자 동주는 긴장이 풀려버리고 체력이 바닥난 건지 앞으로 고꾸라지며 혼절하자 세혁이 옆에서 동주의 몸을 안전하게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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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제318화 - 안식 +3 20.09.12 46 3 7쪽
318 제317화 - 애도 +3 20.09.11 43 2 9쪽
317 제316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하) +6 20.09.10 55 4 8쪽
» 제315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하) +9 20.09.10 61 4 25쪽
315 제314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중) +3 20.09.09 50 3 20쪽
314 제313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중) +5 20.09.09 50 3 23쪽
313 제312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상) +4 20.09.09 49 3 33쪽
312 제311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상) +6 20.09.08 49 3 30쪽
311 제310화 - 신혼 +4 20.09.07 44 3 13쪽
310 제309화 - 결혼식이 끝난 후 +4 20.09.06 46 3 8쪽
309 제308화 - 웨딩마치 +3 20.09.06 49 2 9쪽
308 제307화 - 영주의 약속 +5 20.09.04 52 2 9쪽
307 제306화 - 솔개의 비상 +5 20.09.03 45 3 7쪽
306 제305화 - 이벤트 +3 20.09.02 41 3 7쪽
305 제304화 - 행복찾기 +6 20.09.02 48 3 7쪽
304 제303화 - 휴식 +3 20.08.31 50 3 13쪽
303 제302화 - 상사병 +3 20.08.31 51 3 7쪽
302 제301화 - 가족의 정 +2 20.08.30 42 2 7쪽
301 제300화 - 사랑을 전하다 +6 20.08.29 43 2 8쪽
300 제299화 - 숙원을 풀다 +5 20.08.28 54 2 7쪽
299 제298화 - 사필귀정 +1 20.08.28 38 1 7쪽
298 제297화 - 그리움 +2 20.08.27 36 2 9쪽
297 제296화 - 양심 +2 20.08.26 41 2 8쪽
296 제295화 - 청혼 +2 20.08.25 38 2 8쪽
295 제294화 - 망자의 하소연 +4 20.08.24 41 2 15쪽
294 제293화 - 낙심 +2 20.08.23 40 2 9쪽
293 제292화 - 류태양으로 +3 20.08.23 45 2 8쪽
292 제291화 - 몽블랑 볼펜의 주인 +2 20.08.22 4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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