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9화 - 숙원을 풀다
미카엘이 장일국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왔다.
“누구 십니까?”
현비서는 한번도 구면이 없던 남자를 확인하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제임스 리.”
현비서는 허깨비나 귀신에 홀린 듯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바라 보았다.
“제가 이곳에 왔었다는 것은 비밀로 해주십시오.”
미카엘은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현비서는 믿기지 않은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오래전에 교도소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장례식을 치른 죽은 사람이 자기 눈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살았다. 생모와 언제 생이별하게 되었는지 얼굴을 또렷하게 기억을 할 수 없는 것은 아주 까마득한 오래전에 기억이다. 미카엘이 갓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서 아마 그럴 것이다.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카엘은 드디어 부친의 실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미카엘은 눈시울 붉히며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며 설레임과 떨림을 통제 할 수 없을 정도로 진정이 안 되고 불란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일국은 68세 나이의 걸맞게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고 팔자주름 깊게 파였지만 미카엘과 너무 빼닮은 국화빵이었다.
미카엘은 보조 의자에 소리없이 앉아 천천히 팔을 뻗어 나무 줄기처럼 뻣뻣하고 굽어진 장일국의 손 위를 가만히 올려 놓는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민성이 괜찮을 겁니다. 아.. 아버지.”
미카엘은 온순한 표정으로 생긋 미소 지으며 한 쪽 눈에서 멍울진 눈물 한 방울이 뺨의 능선을 따라 또르르 떨어져 턱에서 멈췄다.
현비서는 우두커니 서서 감동적인 부자 상봉에 어느새 고개를 떨어뜨리고 흐느껴 우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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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시급한 것이 신장을 의식하는 건데.. 국내에서는 장기기증 문화가 대폭 감소 되어서요. 21년 째 대기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건강한 신장을 기증하는 제공자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제가 한쪽 신장을 장민성 환자에게 기증하고 싶습니다.”
미카엘은 진지한 어투로 민성의 담당 주치의에게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펙시스와 나승수는 당황한다.
연구실에서 담당 주치의와 면담을 끝나고 승수가 말했다.
“자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나승수는 별로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민성이한테 신장을 이식 하겠다고?”
“그래.”
미카엘은 씩 웃으며 말했다.
“너의 인생이 걸렸는데.. 심사숙고 해서 결정 내린 거지?”
승수는 찜찜한 표정을 지으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을 거야. 난 앞으로 경영하는 일에만 몰두 할거니까. 그대신 암부로서 활동은 이제 못 하겠지.”
미카엘은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그것 뿐만 아니라 요독 때문에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된다는데...”
“내 동생을 살릴 수 있다면 난 괜찮아.”
미카엘은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걱정해주는 두 의형제를 안심 시키며 말했다.
“나야.. 그 선택이 자네한테 우선 좋은 일이고 자네가 원하는 일이고 행복한 길이라면 우리야 거절할 이유는 없어.. 이제 고생 그만하자 미카엘. 잘 살아.”
펙시스는 살아오면서 마음 고생이 무척 심했던 미카엘을 두 팔을 벌려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어렵게 허락한다.
“고마워..”
미카엘은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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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비서? 그게 사실이야?”
현비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표정으로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해주고 싶었다.
“네. 부사장님 본부장님께 신장을 제공해주겠다는 은인이 찾아 오셨습니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작은 사모님 기억하십니까? 작은 사모님의 아드님이 한국에 오셨습니다.”
“선희의 아들이라면.. 미카엘...”
고즈넉한 어두운 방안에 영옥은 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영옥은 체념한 표정으로 보드카를 가득 부운 양주잔에 얼음이 아닌 아스피린을 몽땅 털어 넣었다.
수면제가 술의 양보다 3분1을 차지할 정도였다.
영옥은 민성이 음주를 한 상태로 사고를 당한 이유가 모든 것이 자신의 지난 과오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커튼이 바람의 흩날리며 거실과 이어진 베란다 바깥 위치에 있는 이중 창문이 열려 있었다. 미카엘도 암부라서 그런지 야마카시처럼 보안이 철저한 집을 아무렇지 않게 서슴없이 침입한다.
영옥은 수면제가 가득 들어있는 술잔을 손에 쥐었다. 영옥은 고민조차 없이 술잔을 입쪽으로 가져갔다.
갑자기 영옥이 잡고 있던 술잔만 유리가 산산조각이 되어 깨져 버린다. 미카엘이 들고 있던 권총은 특수부대가 주로 사용하는 글록17 반자동 권총으로 소음이 전혀 나지 않게 조립했다. 다행히 간헐적인 총소리의 난잡한 소리를 듣고 경호원들이 김여사의 침실로 뛰어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영옥은 경악을 한다. 검은 가죽 옷의 복면을 쓴 좀도둑, 미카엘이 안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미카엘은 복면을 벗는다.
JK김여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미카엘.. 살아있었어...”
영옥은 창백한 안색으로 무서워서 자꾸 뒷걸음질을 친다.
“겨우 이런 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시면 어떡합니까? 김여사님 답지 않으시네요.”
“내가.. 잘못했어...”
영옥은 그대로 몸이 무너져 내리고 오열했다.
“선희를 많이 증오하고 질투 했어. 너의 아버지는 너의 엄마를 오랫동안 몹시 사랑했지.. 중학교 때 만난 첫사랑이라고 하더군.. 정약으로 맺은 나는 너의 아버지가 그 여자와 외도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어. 그만큼 너의 아버지를 많이 연모했으니까.. 나 같은 건.. 마음의 들어갈 공간조차 없었어.. 그래서 난 기회만 된다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고 싶었어. 그래서 내가 사람을 보내 너의 엄마를 죽이라고 사주했지. 그 여자가 없어져서 홀가분하고 좋았는데 당연히 너의 아버지가 나한테 돌아올줄 알았는데 오히려 혹 때려다 혹 붙인 격이 되버린 거지. 그 여자를 잊지 못하더군.. 협심증까지 앓게 됐으니까.. 아버지가 너의 생존 소식을 알게 되면 우리 민성이가 사랑을 못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 자수 할까?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할게...”
“아니에요. 이대로 진실을 묻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미카엘은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뭐라고?”
“아버지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세요. 그럼 용서 해드리죠. 그대신 한 가지 제 청을 들어주세요.”
영옥은 가만히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민성이가 건강이 호전 되어 퇴원한다면 리사와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데 당신을 정식으로 초대할 생각입니다.”
영옥은 눈물을 글썽이며 미카엘에게 너무 미안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꼭 와주세요. 어머니.”
영옥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야누스처럼 악마 루시퍼가 영옥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가 눈부시게 환하게 빛나는 천사의 날개를 단 미카엘이 무서워서 영옥의 몸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 마냥, 그녀는 모성이 가득한 인자한 미소로 미카엘을 두 팔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 작가의말
2연참 올립니다
미카엘도 조셉(강우), 엠브리 로이처럼 숙원을 결국 지혜롭게 해결했네요.
미션 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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