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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조회수 :
19,601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9.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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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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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20쪽

제314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중)

DUMMY

-회상편-

동주가 연구실로 돌아왔을 때 어떤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흠.. 예전이나 지금이나 주인 없는 방을 허락도 없이 몰래 함부로 들어오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네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내가 아무래도 한 박사를 너무 좋아하나봐?”


골격과 덩치가 우람한 그는 가죽재킷을 입은 채로 동주의 직무 테이블 회전의자에 마치 본인이 주인인양 태평하게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훗... 저는 남자 싫은데요.”


그는 세혁이다.


그런데 어느 때보다 표정이 아주 근엄하고 차갑고 진지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냉담했다.


이제 두 사람은 껄끄러운 농담도 섞을 만큼 가깝고 친해졌다. 그의 표정을 예감했는지 동주 역시도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수 일로 아주 급하게 한 박사께 부탁 할 일이 생겼소. 당신 도움이 필요해.”


세혁은 냉담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죠? 말씀해보세요.”


동주가 세혁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아무래도 이수가 이 요양병원에 있다는 것이 벌써 그쪽 추종자들 귀에 들어간 것 같소. 내일 오전에 낯선 사람이 이곳에 방문을 시도할 것이오. 그 사람이 이수를 절대 만나게 해서는 안 되.. 앞으로 9시간 남았으니까.. 그 시간 안에 대책을 궁리해보자고...”


동주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왜 하필.. 이럴 때...”


“이수가 어제 갑자기 고열 증세가 나타나 의식을 잃었다 했지?”


동주는 곤란한 표정으로


“네. 의식이 안 돌아왔습니다. 이수씨 지금은 절대 안정이 필요 합니다.”


“그러니까 한 박사와 병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지? 한 박사님은 병원장을 찾아가 이 사실을 전해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동주는 무척 긴장 된 모습이다. 동주는 태훈을 찾아와 세혁한테 들었던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아..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위험인자들한테 이수씨가 우리 요양원에 있다는 것이 발각 됐다는 거야?”


“아직은 아니에요. 그쪽에서 사람을 보내는 것은 이수씨가 이곳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하러 온다는 거죠. 이수씨가 그들한테 절대 들켜서는 안 됩니다. 내일입니다.”


“그러니까.. 그렇게만 하면.. 이수씨한테 아무 일도 없다는 거지?”


태훈도 불안한 표정으로


“네.”


**


늦은 밤, 박세혁이 계획한 일을 실행하기 위해 동주와 태훈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다.. 당신은...”


앨런이 박세혁을 알아본다. 그녀는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이다.


“앨런.. 인사는 나중에 하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요.”


세혁은 애써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앨런이 불안해 하고


“이수를 우선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되.”


그런데 이수 병실, 문 밖에서 도일이 그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세혁을 정면에서 잔뜩 노려보는데 눈빛 한번 맹수처럼 매섭다.


세혁은 순간 발걸음을 멈춘다.


"뭐지! 이 낯설지 않은 느낌.. 내가 처음 이수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이 한 치 오차도 없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어릴 땐 장우 모습이랑 조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이렇게 똑같아!”


세혁은 순간 뭐에 홀린 듯 도일이의 시선에 집중하며 조금 머뭇거렸다.


“앨런.. 당신 아들인가?”


세혁은 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앨런을 다시 바라본다.


“도일아? 이 분은 믿을 수 있는 분이야?”


앨런이 도일의 눈치를 조금 본다.


“네.. 어머니가 굳이 이 사람을 신뢰하신다면 저도 믿어야죠. 맨 처음 이수를 우리 집에 맡긴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23년 만에 갑자기 다시 나타난 진짜 이유가 궁금 하네요.”


도일은 이 사람이 싫다. 마치 이수를 친권을 가진 보호자처럼 행동하고 그가 이수를 데리고 어디론가 영영 사라질 것만 같았다.


“제 동생입니다. 이수 건드리지 마세요. 제가 옮기겠습니다.”


도일은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세혁한테 퉁명스럽게 대했다.


“아~ 그럴래? 그놈.. 눈빛 하난 진짜 마음에 드네? 저 녀석 방금 나한테 시기하고 질투한 것 맞지?”


세혁은 조금 무안했는지 조금 떫은 표정을 지으며 옆에 서 있던 동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태훈 원장과 환자, 의료진들이 적극 동참하여 이수를 도와주기로 했다.


도일이 의식이 없는 이수를 조심스럽게 안아 이동침대에 올린 뒤 재빨리 병실을 비우고 앨런 뒤를 따라간다.


서둘러 이수의 병실 명패가 다른 사람 최영지 이름으로 바뀐다.


**


한가로운 요양원 아침이다. 낯선 남자가 등장하자 카운터를 보고 있던 수연 간호사가 움찔 한다.


“어떻게 오셨죠?”


“여기 병원에 강이수 환자라고 있습니까?”


“강이수씨요. 잠시 만요. 아.. 강이수씨 전에 저희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서 다른 병원으로 후송 됐습니다.”


“어디로 아니 언제요?”


유간호사는 평소처럼 진지하게


“몇 달 지났는데.. 그건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환자들 차트를 검토하던 태훈이 태연하게 돌아본다.


“아.. 그래요? 잠깐.. 둘러봐도 되죠.”


날건달같은 풍모를 지닌 남자는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규정상.. 그건 안 됩니다.”


심간호사가 만류하며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제가 아는 사람이 그 강이수가 맞는지 확인만 하고 갈 겁니다!”


“그런 분.. 안 계신다니까요!”


수연 간호사는 발끈하며 거짓말이 서툴다.


“알았어요. 실례 많았습니다.”


남자는 입술을 비죽이며 등을 돌린다.


세혁이 2층 위에서 냉철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돌발 상황이 생긴다.


“안녕하세요. 우리 이수는 어때요?”


수연 간호사와 오태훈도 깜짝 놀라서 움찔 하자 고선우도 몹시 당황한다.


“저기.. 아가씨?”


“네?”


“방금.. 뭐라고 했지?”


“뭐가요?”


“아가씨 입으로 ‘이수’라고 하지 않았어? 친구를 찾아왔나? 거~ 참 이상하네.. 요 앞에 앉은 귀여운 간호사누님이 그런 사람.. 여기 없다고 하던데.. 아가씨가 그 친구가 있는 곳으로 안내 좀 해줄 수 있겠어?”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아저씨 누군데요?”


선우는 순진한 표정으로


“아! 한꺼번에 다 불러다 앉혀놓고 얘기할 수 없고 참 피곤하구만.. 내가 아는 사람과 닮은 사람인지 확인 좀 한다니까!”


얼굴 왼쪽 뺨에 칼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인상이 험악해 보이는 이 남자는 울화통이 터져 버럭 소리 지른다.


“저기.. 선생님.. 좀 조용히 해주시겠어요? 여기서 소란 피우시면 안됩니다.”


유간호사가 언성을 높이며


“뭐라고!”


남자는 불쑥 짜증을 내고


“저.. 바보...”


세혁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한심하게 내려다보며 한숨을 푹푹 내쉰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해서 세혁은 심란하기만 한다. 미리 작전을 짜놨는데.. 계획이 틀어져서 다시 수정해야 된다.


동주가 서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인상이 확 구겨진다.


세혁은 선우를 눈으로 가리키며 ‘저거 뭐야?’ 하는 아주 험상궂은 냉담한 표정으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제대로 합시다.”


세혁은 으름장을 놓으며


그의 표정만 봐도 한눈의 바로 읽어진다.


동주의 실수였다.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다른 곳에 둔다.


세혁에게 이수가 고선우라는 단짝 친구가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선우가 오늘 이 시간에 찾아올 거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


동주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 그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태훈이 멋지게 나설 차례다. 간호사와 무슨 말을 주고받는 분위기다.


“저.. 선생님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전 여기 신경의학클리닉요양병원의 오태훈 원장입니다. 일단.. 선생님.. 마음부터 차분히 가라앉히시고 저한테 설명해보시죠. 여기서 소란 피우시면 곤란합니다.”


태훈은 매너있고 젠틀하게 미소지으며


“그러세요? 전 그냥.. 단지 요양원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 좀 하려고 하는 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남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아.. 그러니까.. 선생님께선 ‘강이수’씨라는 분과 닮았다는 환자 분이 우리 요양원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이거군요.”


태훈은 진지하게


“예.. 제 말이 그렇습니다. 정말 다른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면 다시는 여기 올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확실히 해둘라고 하는 겁니다.”


남자는 이제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 홀가분해서 얼굴이 밝아진다.


“아하~ 일리가 있네요. 그거라면.. 어려운 부탁도 아닙니다. 올라가셔서 일단 확인해 보세요? 일반병동은 2층부터 4층까지 있으니까.. 찬찬히 둘러보십시오. 단, 환자들에게 절대 피해가 가지 않게 둘러보셔야 됩니다. 그건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으니까요.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의할게 있어요.”


태훈은 나긋나긋한 표정으로


“예?”


“이 요양원 안에 있는 환자분들은 특히 낯선 사람을 아주 싫어하고 경계합니다.. 가급적이면 이동하실 때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것만 잘 지켜주신다 약조해주신다면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선생님? 에티켓이 뭔지는 잘 아시죠? 정중하고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십시오. 만약 선생님이 그 규정을 지켜주시지 않을 시에는 저희 보안직원들이 선생님을 이 요양병원에서 강제적으로 퇴출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태훈은 아주 나긋나긋하고 인품 좋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제길.. 상냥하게.. 그게 뭐야? 어떻게 하라는 거지?”


남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발을 돌린다.


선우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계속 걷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걸어오던 동주와 눈이 마주친다.


동주는 평소처럼 다정다감한 미소를 짓고 자신과 구면이 있다는 것을 인식이라도 하듯 “왔어요?” 하고 말하고 인사를 하고 선우 옆을 지나갈 무렵, 선우 혼자만 들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게 ‘3층 화장실’ 이라는 메시지를 그녀 귓가에 속삭이고 그는 태연히 선우를 스쳐지나간다.


“3층 화장실.”


선우는 알아 차렸다.


“아가씨.. 안 가?”


“네? 가야죠?”


선우는 우선 2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태훈과 동주, 김간호사는 마치 자신을 노예시장에 팔려가는 사람인양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아가씨? 왜.. 그러지?”


선우의 심장이 프로펠러처럼 마구 쿵쾅쿵쾅 거린다.


“어쩔 거야! 생각을 해! 고선우! 진정하구! 어쨌든 이 남자에게 이수를 절대 만나게 해서는 안 돼!”


문득 동주가 말한 ‘3층 화장실’을 떠올린다.


“그게.. 무슨 뜻이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심결에 딴 생각을 하다 자신은 이미 3층까지 올라와 버렸다.


“이봐! 몇 층 몇 호실이라고?”


남자는 무덤덤하게


“네? 아.. 저기.. 그게 말이죠.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옆에 바로 여자화장실이거든요.”


선우는 몹시 다급한 표정으로


계단을 다 오르면 길이 양쪽으로 두 갈래로 갈라진다. 30보 앞으로 직진해서 우측을 돌면 50보 앞에 화장실이 보인다. 길눈이 서툰 이 남자는 선우의 안내에 따라 느린 속도로 걸어오고 있었다.


선우 재빨리 뛰어가 우측으로 방향을 틀더니 사라졌다.


“얼른 다녀.. 뭐야? 벌써 갔네?”


선우는 화장실을 간 것이 아니였다.


선우가 오른쪽으로 꺾는데 바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혁의 무쇠처럼 두툼한 팔뚝에 꼼짝없이 붙들린다. 선우가 비명 소리라도 낼까봐 재빨리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바로 옆방으로 그림자처럼 사라진다.


“훕!”


선우 눈물을 글썽이며 공포에 떨자 세혁은 그녀의 입을 막고 있는 손을 빼자 선우는 다리 힘이 풀려 바로 주저앉는다.


“아.. 아저씨 누구에요?”


선우는 처음으로 공포라는 단어를 실감나게 해주는 남자다. 신장은 189cm 될 것 같은 훤칠한 체격에 육중한 삼두박근을 가죽재킷으로 가리고 있지만 헤라클레스 연상케 하는 근육질로 무장한 무시무시한 남자다.


세혁은 어느 때보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진지해 보였다.


아무도 흉내 낼 수도 없는 위엄이 느껴진다. 한 점 흔들림 없는 태연한 얼굴이다. 그런 냉철한 카리스마에 압도를 당해 선우는 그가 무엇을 하든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부탁인데.. 지금은 그 어떤 말도 해줄 수 없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방해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세혁은 냉철한 눈빛으로


“나.. 이럴 시간 없단 말 이에요. 내 친구가 위험해요! 그러니 제발 날 내보내주세요!”


선우는 울먹이며


“한 번 만 더 시끄럽게 떠들면! 이수 보다 아가씨가 먼저 내 손에 위험해질지도 모르지.”


세혁은 과묵하고 냉철한 표정으로 선우에게 따끔하게 경고한다.


남자는 손목에 찬 시계를 한번 보고


“왜 이렇게 안 나와?”


남자는 빙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원래 본성이 깨어나 숨겨왔던 날카로운 발톱을 내세운다.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슬슬 염탐하기 시작한다. 명패에 적힌 이름들을 꼼꼼히 하나씩 찬찬히 둘러본다.


“없고.. 여기도 없고.. 여기는 왜 탕비실인가?”


수상하다 생각하면 문을 열어서 확인하는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다.


남자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고 문을 벌컥 열다가 그만 어떤 행위예술을 하고 있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환자에게 욕먹는다.


“당신 뭐야! 누군데 남의 방을 훔쳐보는 거야! 썩 안 꺼져! 쌍놈의 새끼! 들어오기만 해봐 물고를 낼껴!”


“아! 죄송합니다."


“부웅~ 12시 방향! 피융 50m 앞에 적군이 나타났다!! 반복한다! 적군이 나타났다! 미사일 발사!!


정신연령이 7살밖에 안 되는 소방관 아저씨, 준모가 장난감인 무선 모형비행기를 작동하면서 혼자 놀다가 그 남자 엉덩이에 꽂힌다.


“앗! 이놈우자식!!”


준모는 순박하게 웃고


“아저씨 누구세요? 아저씨 나하고 같이 놀까요?”


“하하하! 아니다.. 아저씨는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헤헤.”


남자는 정신병동이 무서워서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난다.


남자는 등을 돌리는데 매우 깜짝 놀라며 당황한다. 머리에 꽃을 단 옥자 아줌마가 콩순이 인형을 들고 생긋 미소 짓고 서 있었다. 어떤 서스펜스 공포물 호러영화 보다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소름이 쫙 끼친다.


“난 바빠서 먼저 실례.”


옥자 아줌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이제 병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쏘옥 내밀어 유리문을 통해 환자들을 하나씩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수를 숨겨둔 병실에 점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긴장감이 고조된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리고 남자는 무서워서 돌아버릴 지경이다.


**


문을 살짝 열어놓고 그를 몰래 염탐하고 있던 세혁은 재킷에서 태연하게 자신의 글록17 반자동 소총을 꺼내 탄창을 확인해 본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선우가 그것을 보고 또 경악한다. 세혁은 여차 하다 싶으면 바로 방아쇠를 당길 심산이다.


“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야.”


이수가 있는 곳의 명패에 최영지라고 쓰여 있고 남자는 멈칫한다. 밖에 어떤 사람의 그림자가 그 주위를 서성거리고 멈춰 서있자 소영은 숨을 죽이는데.. 이수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도일이가 문 옆에 지키고 있다. 남자가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죽일 태세다.


이수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전생의 나라를 엄청 구했는지 든든한 조력자가 있어 안심이다. 소영은 부디 들키지 않게 해달라고 손을 모아 간절히 마음속으로 신에게 애절하게 기도하는 것 같았다. 남자는 이수가 있는 병실을 힐끔 쳐다보고는 방향을 튼다.


“휴...”


세혁은 그제야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선우를 부른다.


“이봐.. 이제.. 아가씨가 나설 차례야?”


총을 보고 충격 먹었는지 넋이 나간 것 같다. 헬렐레 눈이 풀린 선우를 본다

세혁 얼른 총을 재킷 안으로 다시 집어넣는다.


“하아.. 니미럴.. 사람 참 골 때리기 하네.. 정말 가지가지 하는 구만? 이봐! 정신 차리라고!”


세혁은 현재 꼭지가 완전히 돌 것 같다.


“네.. 네?”


선우는 헬렐레 눈이 풀렸다.


“정신 차리라고!”


세혁은 상황이 아주 긴박하게 돌아가고 긴장을 풀 수 없는 시점이고 한 치 앞을 예상 할 수 없는 이런 순간에 넋이 나간 여자와 함께 마주하고 있다는 게 한심스러웠다.


그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력의 소유자다. 그는 자신 일에 방해가 된다면 그게 사내가 되었든 계집이 되었든 알짤 없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원래 여성에게는 절대 손찌검을 하지 않는 사내대장부 기질을 타고났는데 이번에는 특히 이수와 관련된 일이라 예외일 것이다. 세혁은 눈썹 한번 안 흔들리고 선우의 따귀를 때린다. 따악/ 소리가 날 정도로 매섭다.


“앗!”


선우의 뺨이 화끈거리더니 정신이 돌아온다.


“이수 살리고 싶어!”


세혁 진지한 어투로


선우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그러면.. 집중하고 내 말 잘 들어!”


“네!”


“이제.. 아가씨 의심 풀 일만 남았어.”


세혁은 냉담한 표정으로


“네.. 제 의심이요?”


선우는 3층에서 그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 어디 다녀왔어요? 한참 기다렸잖아요.”


계단 위에서 내려오던 그 남자와 선우가 마주친다. 선우는 그를 계속 기다렸다는 듯이 환대한다.


“아.. 잠깐 살펴볼게 있어서...”


“죄송해요. 제가 변비걸랑요. 얼른 따라와요.”


“이봐?”


남자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가씨 얼굴이 왜 그래?”


“네? 하하 제 얼굴이 왜요? 뭐가 묻었어요?”


선우는 해맑게 웃으며


“아니.. 그냥 아까도 그랬나? 피멍이 좀 든 것 같은데... 누구한테 맞기라도 했어?”


“하하.. 제가요? 아니에요. 그런 거.. 저 원래 화장실 다녀오면 그래요. 하하하!”


선우가 데려간 곳은 어떤 토끼사육장이다.


“얘가 제가 말한 이수에요? 오래전에 죽은 제 동생이 그리워서 얘 한테 이름을 지어줬어요. 이쁘죠. 내 동생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놀다가 그만 창밖으로 떨어져서 생을 마감했어요. 허으흑!!”


“뭐! 그게 사실이야?”


남자도 실감나는지 눈물이 맺힌다.


거짓말도 진짜처럼 연기를 잘한다. 마치 정신이상자처럼 희죽 희죽 웃고 그녀는 실전의 강하다. 시트콤을 해도 무방할 정도로 즉흥연기의 달인이다.


토끼를 안아서 몸을 쓰다듬어준다.


“만져 볼래요? 우리 이수 일주일에 한 번씩 여기 와서 먹이 주고 가거든요? 우리 같이 목욕하러 안 갈래 하하하! 이수 너 왜 이렇게 기운이 없니?”


선우는 넋 나간 표정을 지으며


“으아아악!! 여기 이상해.. 다 이상한 사람들만 있어!”


남자는 혼이 나간 듯 조금씩 뒷걸음질 친다. 그는 무서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지 혼이 빠져 나간 얼굴로 1층 로비로 재빨리 내려갔다.


**

은밀하게 염탐하던 세혁이 긴장을 풀고 안심한다. 그때 갑자기 문을 누군가 쾅 열자 세혁이 깜짝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권총을 겨눈다. 그녀는 고선우다. 총을 보고 기겁해서 선우는 또 뒤로 발라당 넘어진다.


세혁은 한숨을 내쉬며 총을 다시 제자리에 짚어 넣는다.


“와~나.. 이 여자 때문에.. 정말!”


세혁은 습관적으로 입에서 심한 욕설이 튀어 나올 뻔했다.


“우리 이수! 어디 있어요? 병실에 찾아 갔더니 텅 비어있고 어디에 숨겨놨어요!! 당장 데리고 와요!”


선우는 아까와는 정반대로 기가 살아서는 당돌하고 맹랑하게 세혁 앞에서 이제 큰소리를 친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도일, 소영도 안도하고 이수를 바라본다.

세혁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원래 이수가 있던 병실로 다시 원상복귀 시키기 위해 세혁은 자신의 친딸처럼 이수를 보듬어서 가뿐하게 들쳐 안은 뒤 조심스럽게 베드에 내려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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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제319화 - 최고의 선물 (완결) +8 20.09.12 109 4 17쪽
319 제318화 - 안식 +3 20.09.12 48 3 7쪽
318 제317화 - 애도 +3 20.09.11 43 2 9쪽
317 제316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하) +6 20.09.10 55 4 8쪽
316 제315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하) +9 20.09.10 61 4 25쪽
» 제314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중) +3 20.09.09 52 3 20쪽
314 제313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중) +5 20.09.09 50 3 23쪽
313 제312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상) +4 20.09.09 49 3 33쪽
312 제311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상) +6 20.09.08 49 3 30쪽
311 제310화 - 신혼 +4 20.09.07 44 3 13쪽
310 제309화 - 결혼식이 끝난 후 +4 20.09.06 46 3 8쪽
309 제308화 - 웨딩마치 +3 20.09.06 50 2 9쪽
308 제307화 - 영주의 약속 +5 20.09.04 52 2 9쪽
307 제306화 - 솔개의 비상 +5 20.09.03 46 3 7쪽
306 제305화 - 이벤트 +3 20.09.02 41 3 7쪽
305 제304화 - 행복찾기 +6 20.09.02 48 3 7쪽
304 제303화 - 휴식 +3 20.08.31 51 3 13쪽
303 제302화 - 상사병 +3 20.08.31 51 3 7쪽
302 제301화 - 가족의 정 +2 20.08.30 44 2 7쪽
301 제300화 - 사랑을 전하다 +6 20.08.29 44 2 8쪽
300 제299화 - 숙원을 풀다 +5 20.08.28 57 2 7쪽
299 제298화 - 사필귀정 +1 20.08.28 38 1 7쪽
298 제297화 - 그리움 +2 20.08.27 38 2 9쪽
297 제296화 - 양심 +2 20.08.26 41 2 8쪽
296 제295화 - 청혼 +2 20.08.25 38 2 8쪽
295 제294화 - 망자의 하소연 +4 20.08.24 41 2 15쪽
294 제293화 - 낙심 +2 20.08.23 40 2 9쪽
293 제292화 - 류태양으로 +3 20.08.23 45 2 8쪽
292 제291화 - 몽블랑 볼펜의 주인 +2 20.08.22 5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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