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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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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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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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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0쪽

제311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상)

DUMMY

동주는 영주의 집에 왕진을 왔다.


침대 맡에 조용히 앉아 깊은 수면에 빠진 이수를 내려다 보며 동주는 매우 비통하고 슬픈 눈빛으로 회상에 잠긴다.


때는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수가 인정하는 이 시대 최고 설리번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테라피스트 한동주 박사였다.


“안녕하세요!”


살인미소 제왕,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동주는 눈으로 환자들을 천천히 훑어본다. 이젠 얼굴 표정만 봐도 그 환자의 심리상태나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 바로 간파할 수 있는 놀라운 안목을 갖고 있다.


태훈이 손으로 어떤 환자를 지목한다.


“한 박사? 저기 보이지? 창가 가상 쪽에 앉아 있는 저 환자야? 유독 저 환자는 내가 컨트롤하기 아주 어려운 케이스라고 할 수 있지."


“특별히 문제 있어 보이는 환자 같지 않은데.. TA(교통사고)환자라면 일반적으로 PTSD(외상후스트레스)라고 봐야죠.”


동주가 호기심을 부여했는지 진지한 눈으로 차트를 하나씩 넘겨가며 훑어본다.


"그건 기본 베이스로 깔린 거고 그렇게 간단한 거면 어렵게 내가 널 왜 불렀겠냐? 저 환자 뇌에 아주 치명적으로 실탄 두 발을 맞았는데.. 중요한 급소라고 볼 수 있는 전두엽에 측두엽 하부에 손상이 생겨버렸지. 어때 외국도 아니고 한국에서 이런 일이 터졌으니 해외 토픽 감이지? 보호자 외에는 사고 진위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나 뿐이야.. 이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 현지 언론이나 외신에서 가만 두겠냐..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데...”


“그래서.. 실탄은 모두 제거 했답니까?”


동주가 눈빛이 동요하더니 걸음을 멈추며 이수를 유심 있게 관찰 한다.


이수는 정신적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고 그냥 기운 없고 우울해 보일 정도인데 천상에만 존재하던 천사가 인간계에 하강한 것 같다.


그녀의 작고 갸름한 얼굴, 또렷한 이목구비와 맑고 선한 눈빛, 단아하고 청초하다 못해 티 없는 민낯에 뽀얗게 광채가 나는 우윳빛 피부, 우수에 찬 듯 한 눈빛,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아주 평온하게 하고 정화하게 한다. 자신도 모르게 연민을 갖게 한다.


“그렇지. 그런데 좀 난감한 일이.. 생겨버렸다.”


“난감한 일이라뇨.”


“실탄은 모두 제거 했다만.. 더 놀라운 건 수술한 위치야?”


“위치가 안 좋은 자리군요.”


“위치도 위치 나름이지. 이런 케이스는 뒤끝이 좋지 않아요. 외상성후유증은 치료하는데 장시간이 걸릴뿐더러 완치가 쉽지 않고 2차적 합병증이나 나중에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지."


“선배? 설마 하기 귀찮아서 저한테 떠넘기려는...”


“떠넘!! 떠넘기다니.. 넌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니? 이게 다 형님이 널 귀하게 생각한 나머지.. 앞으로 봐라.. 너한테 지금 이 순간이 앞으로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관심 없어요.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 걱정해요! 지금 뉴욕에도 환자들이 제 얼굴만 보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다시 돌아갈래요. 왜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 했더니...“


“너 설마 예전의 그 감정이 남아있는 거야? 그때가 언젠 대?”


동주 뒤도 안 돌아보고 횡 지나간다.


“저게..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거기서 봐? 한 박사! 날 그렇게 모르냐? 나 이 바닥 짬밥이 29년이야? 난 지금껏 단 한 번도 내 나와바리에서 내 밥그릇은 단 어떤 놈한테도 뺏긴 적이 없거든?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면 내가 널 불렀겠냐? 특히 강이수 환자 같은 경우는 내가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경우라고 내가 컨트롤하기에는 역량이 좀 딸려!. 넌 내가 확실히 자부하는데? 이 분야에서 최고 간판스타야! 너 따라갈 사람 이 계통에 아무도 없거든... 나한텐 지금 네가 필요해.. 진심이야! 아픈 환자 저렇게 놔두고 이대로 가겠다고? 형의 애절한 이 마음을 그리도 몰라주니? 도와줄 거지? 동주야? 해줄 거잖아? 응!!”


태훈이 동주의 앞을 가로막아 아양 떨며 동주 어깨를 손으로 먼지 털어주듯 툭툭 털어준다.


“선배!”


동주가 눈을 무섭게 치켜뜨며 아려보고


“어때.. 입질이 슬슬 오냐!”


“넘겨짚지 마세요. 아직 한다고 나 결정 안 내렸어요. 제 몸값이 한 스케일 하거든요. 날 찾는 곳이 워낙에 빵빵한 곳이라.. 나 스카우트 하려면 쟁쟁한 그들과 맞설 수 있는 강력한 게 뭔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나 월급 많이 줘야 되는데.. 선배 감당할 수 있겠어요?”


“차암~ 잘나셨어요. 그렇게 귀한 분을 유럽에 전세기까지 띄워서 이곳까지 편안하게 모시지 못해 참 송구스럽습니다. 아주 유명하고 한 스케일 하시는 한 동주 박사님을 미처 몰라 봐서 죄송합니다. 내가 설마 널 데려와서 부려 먹으려고 한국에 불러들였겠냐!”


“현재까지.. 나온 강이수씨 차트 결과 보여주세요.”


동주가 진지한 표정으로


태훈 얼굴이 밝아지며


“임상적으로는 총상 후유증으로 인한 발작성 쇼크와 기억상실증이 지금 나온 게 전부야. 정상적인 생활은 힘들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추론이다. 그리고 인지장애와 언어장애만 있을 뿐.. 아직 뚜렷한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데 정말 의지력이 대단한 아가씨야. 2년 동안 코마상태에 있다가 의식이 회복되고 얼마 안 되서 여기로 후송됐어.. 뇌도 문제이지만 가슴뼈가 부러져 횡격막을 뚫고 폐를 다쳐서 봉합수술 받았지만 폐기흉이나 흉수, 기타 호흡 순환 장애 때문에 아주 고역이다.. 경추 골절 부위 접합 및 경추 감압 수술을 받았는데.. 호흡근 마비로 척수장애가 와서 하반신마비가 왔지. 식도로 물을 넘기기도 힘들 정도로 약했어.. 그런데 이곳에 와서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지. 몸이 뻣뻣한 사람이 저렇게 휠체어 앉아 있다는 것도 대단한 성과야?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빨라.. 재활치료사들도 놀라던데?”


동주는 이수를 넌지시 관찰하듯 바라보았고 이수는 외톨이다. 다른 환자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놀지 않고 혼자 평온한 얼굴을 하며 멀거니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있었다.


“의지력이 강하면.. 기적을 불러오기도 하죠.”


동주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깊게 본다.


“내가 최고의 테라피스트를 영입한 근본적인 이유라 할 수 있지? 백문이 불여일견! 백번 듣는 것 보다 직접 한번 확인하는 게 좋겠지? 가자!”


서로 안면이 있는 태훈이 먼저 자연스럽게 친숙하게 서슴없이 다가와 허리를 숙여 자세를 낮추고 이수와 눈높이를 맞춘다.


이수에게 자상한 미소를 던지며 차분히 말을 건넨다.


“어디 보자. 강이수양 오늘 컨디션 어때요?”


방금 전의 불량선배 태도와 완전히 다른 미소천사로 바뀌었다. 이수를 옆에 있던 메이드 김수연(간호사) 일어나 상냥하게 인사한다.


태훈이 180도 전문의로 돌아가 이런 진지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환자 앞에서 뿐이다. 이수의 입술이 거친 것을 보고 태훈의 눈빛이 동요하고 민첩해진다.


태훈은 환자의 피부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눈으로만 봐도 진단을 바로 내릴 수 있다. 이수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미열이 좀 있네? 목이 좀 부었고 유간호사.. 이수씨 따뜻한 물 한잔 갖다 줘요?"


오태훈 원장이 회진 때마다 보좌를 해주는 유간호사에게 지시한다.


“네.. 원장님.”


“김간호사.. 강이수 환자는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니까.. 목에 찬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해주고 그렇다고 더위를 타게 해서도 절대 안 됩니다. 체온 유지에 각별히 신경써줘요. 그리고 여기 실내온도가 평상시 때보다 좀 낮은 것 같지 않아? 내가 예민한 건가.. 한 박사 생각은?"


“원장님이 예민한 게 아니에요. 제 솜털이 바짝 선걸 보니 호흡기 영향을 받는 사람은 금방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죠.”


동주가 재치있게 답변한다.


“들었죠? 난방시설 문제 없나 다시 한 번 체크해보고?"


태훈은 작고 사소한 거라도 그냥 못 지나가는 완고한 성격이다. 속 깊이 헤아려주는 씀씀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일 것이다.


내부 방안 공기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금방 체온이 올라가고, 반대로 조금만 추워져도 곧 떨어지므로 온도 조절에 다른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동체생활에서 이수를 더 배려하고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네.. 선생님.”


“다른 특별한 건.. 없었어요? 그 밖에 다른....”


태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오늘은 다른 평소 때보다 이수 씨가 일찍 일어났습니다. 오전 11시 25분 경, 4초 간격으로 13분 동안 hiccup(흘역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지손가락으로 이수 씨 양팔의 동맥을 3분간 눌러주자 증세가 멈췄습니다.”


“내 생각에는 뇌수쪽이 아니고 늑막쪽인 것 같은데 그동안 hiccup이 없었잖아? 지금은 착상단계 횡경막 수술한 곳이 이제야 원활하게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고 판단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 이수씨는 면역이 약하니까?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니까? 언제 합병증으로 발병해서 돌발 상황이 터질지 모른다고 지금부터가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시기야? 담당 의료진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이 환자를 주의 깊게 각별히 살펴야 합니다.”


태훈은 머리를 손으로 긁적이며 '강이수' 환자 차트를 내려다보며 건조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태훈 옆에서 함께 회진을 돌며 참관하고 있던 의료진들에게 당부했다.


그리고 다시 이수를 마주 볼 때는 눈빛이 확 돌변해서 해맑게 웃는 표정으로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이수씨가 오늘 딸꾹질을 했단 말이지? 이것 참 아주 반가운 소식이네?”


태훈의 소리 없는 탄성을 내지르며 매우 기뻐한다.


“이수양~ 오늘 일찍 일어났는데 피곤하지 않아요?”


태훈은 상냥하게 아빠미소로 빙그레 웃으며


이수와 어느 덧 친해졌는지 태훈이 손을 내밀자 이수가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손을 잡는다. 태훈의 손이 아래로 가고 이수의 손이 위로 올라간 상태인데 쌔쌔쌔 놀이 하듯 위 아래로 살포시 흔든다.


태훈은 이수가 하는 예쁜 행동을 보며 눈웃음을 짓고 옆에서 관찰하던 동주도 그 경이로운 모습에 신기한지 활짝 웃는다.


“파파스머프 선생님이 오늘 이수 양에게 꼭 소개 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앞으로 저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특히 우리 이수양의 머리 아픈 것을 치료 해주시기 위해서 일부러 먼 나라에서 비행기 타고 오신 한동주 똘똘이 스머프 선생님이세요?”


태훈이 환자들 앞에서 대놓고 시인해 버린 뒤라 동주는 더 이상 발을 뺄 수 없는 형국이다.


“선배..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장난기 많은 태훈은 그가 안 볼때 시선을 돌리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아볼려고 간신히 허벅지를 손으로 누르며 안간힘을 쓰며 결국 기묘한 입모양새로 바뀌다가 표정이 다시 진지해진다.


이수 말고 다른 환자들은 배꼽에 손 올리고 예쁘게 인사하고, 어떤 환자들은 박수를 치고 환영해주기도 한다.


이수는 낯을 조금 가리는 지 처음에는 동주의 시선을 거부하듯 외면했다.


“안녕하세요. 모두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몇 달간 오태훈 원장님과 여러분들하고 여기에서 같이 먹고 자면서 생활할 거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강이수 씨라고 했죠.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낯선 사람이라 눈을 찔끔 감고 움찔하며 놀라 동주도 조금 걱정되었지만 잠시 후 이수의 마음이 곧 풀어진다.


동주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이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쭈그려 앉고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환자와 말문을 트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자 이수 뜻밖에 반응이 나온다.


이수는 동주에게 천천히 다가가더니 무표정한 눈빛으로 이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사뿐히 동주의 얼굴을 콧등에서 부터 입술 까지 손끝으로 가만히 쓸어내린다.


“어머~ 예뻐라!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던 관객의 입장인 연령퇴행을 겪는 젊은 여성환자가 말을 했다.


김간호사도 응수하는 눈빛으로


동주는 아무런 제스처 없이 그냥 가만히 있는다.


이수가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수는 혹시 동주를 약혼자 이혜성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기억은 없지만 그녀의 생애에서 몇 줄 안 되는 짧지만 강하게 인식되어지고 있다.


그녀에게 혜성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혜성의 갑작스런 사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누군가한테 살해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유년기에서부터 지금까지 참고 참아왔던 상처에 고름들이 이제 터지기 일보직전이며 한계에 다다랗다.


극한의 공포로부터 무의식적으로 도피하고자 하고자하는 방어기재가 깊게 깔려있다. 처음부터 겪지 말았어야 했던 아픈 기억들뿐이다.


그래서 도망쳐야만 했고 혜성도 잊어야만 했다. 그래서 이수 자신이 6살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동주에게서는 기억의 한 조각을 찾은 듯 싶다.


“연령퇴행은 확실하네요.”


동주는 가만히 이수를 눈으로 살펴보며 견해를 뚜렷하게 밝힌다.


“이수 씨는 자신이 현재 6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수는 몸과 마음의 깊은 상처를 받고 정신연령이 6살 때 과거로 돌아가 시간이 그대로 멈춰 버렸다.


“아.. 그렇군요.”


동주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주는 이수를 위해 가만히 있었다. 눈은 다른 곳을 보며 손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다가 순간 자신이 찾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예감했는지 손을 내린다. 그러더니 가지고 놀던 곰인형을 동주에게 준다.


“어? 이거.. 나주는 거예요? 선물?”


동주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한 박사.. 여기 오길 정말 잘했구만! 오늘 첫 발령 받은 날.. 이수씨한테 선물을 다 받고? 좋겠엉?”


곰인형을 받고 동주는 기분이 좋다. 그리고는 이수가 졸리는지 눈을 손으로 비볐다.


“이수씨 졸려요? 그만 들어갈까요?”


김간호사는 상냥한 목소리로 이수의 휠체어를 뒤에서 천천히 밀어준다.


“이수씨... 고마워요.”


동주는 웃으며 이수의 손을 잡고 답례표시를 한다.

옆에 있던 수연 간호사가 다가간다.


“이게 무슨 의미일 것 같나?'


가만히 있던 태훈 동주 옆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낮게 속삭인다.


“아직은 보편적으로 볼 땐.. 뭐라고 딱 가정하기 어렵지만.. 아이 시점에서 보면 현재 보여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신뢰를 표현한 거 아닐까요. 뭐.. 곰인형 보다 제 첫 인상이 꾀 마음에 들었다거나? 제가 외모가 좀... 하하하"


동주가 어색하지 않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함박웃음 터트리며 능청을 떨었다.


“의외의 반격인데.. 너한테 그런 면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너 잘생긴 거.. 인정 하는 데.. 나 어제 라면에 소주랑 마셨다. 비위 거슬리게 하지 마.. 어제 먹은 거.. 네 얼굴에 쏟아 부을 지도 몰라.. 오웩!"


태훈이 다시 건조한 눈빛으로 돌변해 동주를 향해 조소를 날리며 안색이 누렇게 뜨더니 속이 울렁거린다.


동주 역시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7년 넘게 독일에 머물고 있다가 10시간 걸리는 한국에 입성하자마자 시차에 적응하기도 힘들 텐데.. 환자들을 만나면서 피로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모두가 그를 어려워하지 않고 친숙하고 편하게 대했다. 동주는 아주 수월하게 이들과 합류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친해진 것 같다.


코믹한 분위기 때문에 구경하고 있던 환자, 간병인, 요양보호사, 그리고 환자 보호자들도 깔깔거리며 즐거워 하고 있다.


“또 하나는 기시감입니다. 다른 말로는 ‘데자뷰’라고 하기도 하죠.. 스스로 자각이 안 되고 인지할 수 없지만 과거의 기억 중에 연상되는 핵심적인 매개체인데.. 조각조각 흩어진 단편적인 메모리들 중에 북극성 같은 존재일수도 있어요. 길을 잃어버려도 언젠가 발 닿는 데로 걷다보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


동주는 다시 진지한 어투로 견해를 말한다.


“그러니까 한 박사 말은 이수 씨가 너를 보면서 ‘기시감’을 연상케 했다는 거야? 네 말을 들으니까..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가만 생각해 보니 전자도 기고 후자도 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야~ 역시 자네가 오니까 확실히 진도가 팍팍 나가는 구나? 그것을 중점적으로 한번 치료해 보자."


“나도 이참에 아이돌처럼 성형이나 한 번 해볼까?"


태훈은 혼자 중얼거리며 가는데 옆에 간호사들이 듣고 낄낄거리며 웃는다.


“강이수 환자..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려고 하고 있어요."


동주는 곰인형을 바라보며 생긋 미소를 짓는다. 휠체어 타고 가는 이수의 뒷모습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본다.


꽈당/ 쿠당탕/ 뭔가 넘어지고 떨어지는 소리가 병실에서 들린다. 연구실에 있던 동주와 태훈이 이수의 발작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그녀 병실로 뛰어간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한 1달 정도 됐겠지.. 뭔가 기억이 떠오르려고 하면 이수 씨는 TBI(외상성뇌손상)때문에 발작을 일으켜.. 약물치료도 효과가 없고 우리도 손을 쓸 수가 없다니까...”


“그게 말이 되요? 기억은 최면치료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가서 발작부터 진정시켜야죠?”


전두엽에 직접적으로 총에 맞은 치명상으로 수술 후유증이 심했던 것이다. 두통이 심한지 고통이 너무 심해서 이수는 베드 위에 손에 잡히는 건 모두 내던진다.


“으윽!”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몸을 이리저리 굴린다.


“흡... 흐..”


이수는 매우 기진맥진한 상태로 몸을 바르르 떨며 얼굴 뺨이 온통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하다.


“하아.. 하아....”


이수의 신경이 매우 날카롭고 난폭해져있다.


“박사님! 위험해요! 지금 들어가시면 안 돼요!! 발작이 10분이에요. 10분 지나면 통증이 가라앉죠. 그때 진정제를 놔주면 수면에 들어요, 지금 상태에서는 사람이 가까이 오는 걸 싫어해요.”


김간호사가 못 들어가게 막는다.


“그럼 지금까지.. 10분 동안 환자를 그대로 방치했단 말입니까?”


동주가 인상이 굳어지며


“동주야? 그건 따로 내가 나중에 설명할게!”


태훈이 당황하며


“원장님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만일 10분도 못 버틴다면 요. 통증 주기가 10분이 아니라 5분 안에 환자가 쇼크나 뇌출혈이 오면 중퇴에 빠져도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정말 이해가 안가네요 아무 조치도 없이 가만히 서서 10분 동안 기다리고 있자는 게 결론이라니..."


동주가 화가 나서


“하지만..."


“답을 모르니까.. 한 박사를 급히 한국으로 영입한 거 아니야? 그럼 한 박사가 그렇게 전면에 나서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게.. 들어가서 한 박사 눈으로 직접 확인해..."


간호사는 계속 뜸을 들이고


“괜찮으니까 문 여세요? 어서요!"


동주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아차차~ 저기.. 있잖아! 한 박사~ 들어갈 때....”


태훈이 뭔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간호사가 어쩔 수 없이 문을 여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날아오는 베게에 동주 얼굴에 정통으로 맞고 만다.


“아야.. 힘이... 장난 아니에요."


“알아서 잘 피해 가라고 말 하려던 참이었는데.. 한발 늦었네.. 푸웁!"


코가 빨개진 동주를 보며 태훈은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어 손으로 얼른 가린다.


“괜찮으세요.. 잠재력이 일반 환자들 하고는 달라요."


김간호사가 진지하게


“무의식적으로 힘이 폭주하는 거지."


태훈이 옆에서 설명하며


“네.. 경우에 따라선 어쩔 땐 의자가 날아오기도 하고 꽃병도 날라 오기도 하고 한번은 진통제를 놔주려고 들어갔는데 그 주사기를 던져 원장님 등에 꽂혀서 큰일 날 뻔 했다 구요. 그래서 위험한 물건이나 도구는 절대 병실에 두지 않아요.”


동주 그 말을 듣고 더욱 물러나지 않을 셈이다.


문을 바로 열자마자 그는 참혹함과 당혹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병실이 온통 난장판이고 동주의 시선이 이수에게 향했는데.. 물건을 때렸는지 벽을 때렸는지 그녀의 손에 찰과상을 입었다.


“내 예상이 맞지? 한 박사 충격 좀 받았을 거라고....”


태훈이 대수롭지 않게 간호사한테 속삭이며


이성을 잃었는지 신경이 많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져 있다.


“이 환자만 따로 격리 시킨 이유가 따로 있었군.”


동주 진지한 눈빛이다.


대뜸 침대 있는 곳까지 아주 태연하게 걸어간다. 무작정 들어가서는 정 가운데 넘어진 휠체어를 곧추세워 한쪽에 똑바로 놓는다.


자기 눈앞에 낯선 사람이 서있자 이수가 놀라는데 침대에 누워 있다가 급격히 행동이 빨라진다. 두 하체가 침대 측면 모서리에 닿으면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태훈이 그것을 발견하고 뛰어온다.


“어! 김간호사! 한 박사! 이수씨 잡어!!“


하반신마비가 와서 감각이 무디다. 이수는 전기에 감전된 듯 쿵. 철퍼덕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몸이 힘없이 고꾸라진다.


“윽...”


태훈과 김간호사 동주도 모두 당황하며 놀란다.


“이수씨!! 이수씨 안 다쳤어요?”


거동이 불편한 이수의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겼을까봐 모두 걱정된다. 인어공주처럼 하반신이 꿈적도 안한다. 이수는 바닥을 천천히 기어가 침대 안을 쏙 들어간다.


낯선 사람만 보면 극도의 위기감과 불안과 공포로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 무섭게 치를 떨며 경계하며 저항한다.


이수 눈물을 글썽이며


말도 안통하고 몸도 자기 뜻 데로 안 되자 그녀가 울음을 터트리며 비명을 지른다.


“이제 확인 했지! 한 박사 그만 서 있고 돌아와! 이수 씨를 패닉상태에 빠트릴 거야.”


태훈이 동주의 성급한 고집을 말리려고


“흐..”


동주의 집념도 만만치 않다. 동주는 의연하게 침대를 두 손으로 들어 한쪽 벽모퉁이에 세로로 기울여놓는다. 캄캄한 어둠에서 빛이 스며들고 백설기처럼 하얀 이수의 얼굴이 동주와 정면에서 마주한다.


새끼고양이 마냥 이수는 이가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공포에 떨며 몸도 바들바들 떨며 시선을 외면한다. 동주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서슴없이 다가와 팔을 내미는데 이수는 불쾌한 듯 손가락을 당겨 있는 힘껏 세게 입으로 물어버리자 태훈과 김간호사가 당황한다.


그때 이수가 손을 뻗어 거칠게 동주의 얼굴을 때리면서 동주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손에 힘이 없어서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지만 손톱에 긁히면서 생채기를 남기고 말았다.


선한 양인 줄로만 알았던 동주는 눈을 찔끔 감더니 자기 손으로 이수의 얼굴 한쪽 뺨을 이수가 때렸던 것보다 2배로 강도를 높여서 때린다.


이수의 얼굴이 옆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이수가 멍해진 얼굴로 화끈거리는 뺨을 손으로 매만진다. 세상에서 가장 강경하고 무서운 설리번이다.


동주는 더 이상 저항을 못하게 이수의 손을 자기 손으로 꽉 잡았다.


이수가 겁먹은 표정으로


“이수씨가 저렇게 한거에요? 이수씨가 했으니까! 처음 원래 상태로 바르게 세워놔요! 이수씨 할 수 있죠? 얼른!!“


동주는 엄하게 호통치며 다그쳤다.


태훈은 고개를 저었지만 순간 눈빛이 동요하더니 가만히 바라본다. 이수가 동주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조금씩 다리를 끌면서 기어가 의자를 바르게 세워놓고 얌전히 그대로 바닥에 앉는다.


동주는 조금 당황하는데 이수의 눈은 초점이 전혀 맞지 않았다. 그녀의 손은 벽과 거울을 깨뜨려서 온통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


“대체.. 이렇게 될 때까지...”


이미 그녀는 정신을 놓아 버린 무의식상태였다. 불안의 이면에 깔려 있는 무의식적 배경에 대한 정신적인 평가와 이해, 지지 등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육체는 쇠하고 고통을 멈추기 위해 온 사력을 다해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태훈이 다가와서


“왜 그래! 한 박사...”


“제 짐작으로는 이미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은데요.”


“뭐라고?”


“머리가 너무 아픈데 겨우 6살밖에 안되는 강이수라는 아이가 생각해낸 유일한 최선책이에요.”


동주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런 것이 임상적으로 가능한 일이야?”


“자기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결계를 쳐놨어요. 이수 씨 손은 지금 아무 감각도 없고 통증이 없는 나무토막일 겁니다. 이런 환자는 어떤 약물이나 물리적인 치료법이 절대 먹히지 않습니다. 원장님.. 우린 기다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다가가면 되요. 마음을 이어주고 서로가 통해야만 치료가 가능합니다."


“예쁜 손이 이게 뭐에요. 이수 씨.. 빨강색 물감이 잔뜩 묻었네요. 선생님이 깨끗이 닦아 줄게요.”


동주가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천천히 이수에게 손을 내민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을 이수는 앙칼진 표정으로 손을 거칠게 밀어내고 제 빠르게 침대 끝자락으로 물러난다.


“그러니까.. 목소리는 들을 수 있다는 거지?”


태훈이 진지한 눈빛으로


이수는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도저히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자 이수는 잔뜩 풀 죽어서 시무룩해진다.


“한 박사..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애.”


태훈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동주에게로 살며시 다가온다.


“저는 환자 입모양을 읽을 수 있어요.”


동주는 입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일반인들보다 잘 파악한다.


“무리하지 말아요.. 이수씨 소리 낼 필요 없으니까요.”


소리는 안 나오지만 동주는 입모양을 보고 읽어본다.


“이제 숨는 거 그만 포기할래요.. 이제 지쳤어요. 아저씨는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를 납치하러 온 아저씨인가요. 그럼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끝내 주세요. 전 지금 머리가 너무 아프거든요. 고마워요. 아저씨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동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태훈, 김간호사도 이수에 입에서 뜻밖에 말이 튀어나오자 당혹스럽다.


“한 박사.. 이해했어?”


"쉬!”


동주가 손으로 제스처를 하며 그 두 사람을 이수 쪽으로 접근 하지 못하게 뒤로 물린다.


“어린 아이 입에서 이게 나올 소리 입니까? 지금 이수 씨는 6살이에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사를 논할 나이는 아니잖습니까?”


“그래.. 이건 단순히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볼 수는 없지.. 사고 전 보다 더 훨씬 어린 나이인데...”


“이수씨는 현재 6살이지만 이수씨 머릿속 기억을 주관하는 뇌세포 해마는 4살부터 22살까지 기록되어 있을 것 입니다. 그 퍼즐이 뒤죽박죽이라 제자리를 못 찾는 것 뿐이에요.”


동주는 성인의 시각이 아닌 연령퇴행이 온 환자의 시각, 유아의 눈높이로 판단해야만 했다. 동주는 이수를 가슴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안아준다.


“이수야? 아저씨는 널 해치러 온 게 아니에요. 아저씬.. 이수 머리 안 아프게 치료해주는 의사선생님이에요. 이수 많이 무서웠구나.. 이제 괜찮아.. 이제 두 번 다시 널 위험해 빠뜨리는 일은 없을 거야.. 선생님이 꼭 지켜줄게..."


동주가 그녀를 달래며 손으로 등을 가만히 토닥인다. 동주는 오히려 태훈을 저지하고 물러나게 한다.


아직도 어리둥절한지 멍하기만 이수 갑자기 기억이 났는지..


“하아.. 하아..”


“이수씨?"


“불이 났어요. 유치원에.. 빨리.. 어떻게.. 친구들.. 위험해...”


갑자기 이수 초조해하며 불안해하더니 목소리가 터지고..


“이수 씨가 방금 말을 한 거지?”


태훈과 간호사 아연실색하며 뛰어온다.


“네.. 원장님...”


동주가 그런데 이수를 바짝 끌어당겨 품에 안더니 차분한 톤으로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노랑나비 흰 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봄바람에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 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갑자기 동주가 나지막이 그녀를 위한 세레나데, 나비송을 노래를 부르자 신기하게도 이수가 진정이 된다.


태훈도 표정이 밝아진다. 동주가 차분하게 이수를 끌어안아 자기 얼굴을 마주보게 밀착시킨다. 핑거스냅으로 톡, 신호를 보내며 동주는 손가락으로 어떤 모션을 취했고 이수의 시선이 따라오도록 주목하게 했다.


“오케이! 이수씨 아주 잘했어요. 눈은 다른 곳 보지 말고 시선은 앞을 향하게 선생님 봐요. 이수씨.”


이수의 초점 없는 두 눈동자가 최면에 빠지 듯 동주의 눈동자와 어느새 마주친다.


동주는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선생님 노랫소리 듣고 쫓아왔죠. 앞으로도 이렇게 선생님이 노래를 부르면 다른 어떤 소리는 귀 기울이지 말고 이 소리만 듣고 쫓아와요. 선생님은 항상 여기서 이수 씨가 올 때까지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동주는 무서움 많이 타고 겁도 많은 이수의 눈망울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며 안타깝게 바라보고 6살 어린 소녀를 달래듯 따스하고 상냥한 눈길로 바라봐준다.


이수는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는 듯.. 동주 앞으로 몸이 쏠리며 쓰러진다.


“오늘 이수씨 목소리 들어서 정말 기뻤어요. 앞으로 우리 또 이렇게 대화해요. 알았죠?”


마치 뭐에 홀린 듯 이수는 최면에 빠진 것처럼 동주 말에 집중하며 귀를 기울인다.


“자신의 의식으로는 발작을 참기 어려우니까.. 이렇게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서 고통이 덜 가게 하는 방법을 쓴 거예요.”


김간호사가 소독약, 소염제, 항생제, 기타 거즈, 붕대 같은 의약품을 가지고 왔다. 이수가 잠든 후에 동주는 그녀의 손에 난 상처에 치료한다.


“역시 프로는 다르긴 다르구나...”


태훈이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이리 줘요. 제가 하겠습니다.”


동주는 진지하게


“네.. 박사님...”


김간호사가 옆에서 도와준다. 동주가 이수의 피투성이 된 손을 정성껏 치료 해준다. 병실을 나서는 태훈은 걱정스럽게 동주를 가만히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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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제305화 - 이벤트 +3 20.09.02 4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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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제303화 - 휴식 +3 20.08.31 51 3 13쪽
303 제302화 - 상사병 +3 20.08.31 51 3 7쪽
302 제301화 - 가족의 정 +2 20.08.30 44 2 7쪽
301 제300화 - 사랑을 전하다 +6 20.08.29 45 2 8쪽
300 제299화 - 숙원을 풀다 +5 20.08.28 57 2 7쪽
299 제298화 - 사필귀정 +1 20.08.28 38 1 7쪽
298 제297화 - 그리움 +2 20.08.27 38 2 9쪽
297 제296화 - 양심 +2 20.08.26 42 2 8쪽
296 제295화 - 청혼 +2 20.08.25 38 2 8쪽
295 제294화 - 망자의 하소연 +4 20.08.24 41 2 15쪽
294 제293화 - 낙심 +2 20.08.23 40 2 9쪽
293 제292화 - 류태양으로 +3 20.08.23 45 2 8쪽
292 제291화 - 몽블랑 볼펜의 주인 +2 20.08.22 5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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