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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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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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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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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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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297화 - 그리움

DUMMY

“다트머스 행정학과를 수석으로 학위를 받고 변리사, 외무고시도 한 번에 패스했습니다. 국감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보기드문 엘리트였습니다. 관공서 뿐만 아니라 공기업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 공직세계에서 평판도 좋고 상당히 유능했습니다. 36살 때 그 젊은 나이에 행정 5급에서 서기관 4급 국장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현비서는 미카엘의 프로파일을 일국 앞에서 자세히 읊어주는데 일국은 평소하고는 다르게 조금 들떠 있고 얼굴에 화색을 띄며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측에 확인해보니 여수시청 이하운 국장이 500억을 횡령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피고측 검사가 이하운 국장의 금융, 구좌 내역등 개인 신상의 관한 정보들이 유출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


현비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일국 앞에 서류들을 내려 놓는다.


“그 책임자가 누군지 알아봤나?”


“그게.. 부사장님이십니다.”


현비서는 말을 할지 말아야 할지 굉장히 고심하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뭣이? 부사장이라면.. 우리 안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예?”


“어째서 왜 한번도 나한테 그런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지?”


일국은 슬슬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회장님께서 건강과 안위가 염려가 되어 여러가지로 신경 쓰실 일이 많지 않으십니까? 그 짐을 덜어드리고자 부사장님 손에서 해결하려고 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때만 해도 현비서는 일국과 영옥이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두 부부의 금실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확신했다.


일국은 피곤한 안색으로 자연스럽게 시간을 확인하고 서랍에서 하얀 약통을 꺼낸다. 30년 동안 앓았던 지병으로 제작년 부터 협심증이 더욱 악화 되었기 때문에 제때제때 시간을 어기지 않고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


눈치 빠른 현비서가 탁자에 있는 물병에 들어있는 물을 컵에 따라서 장회장이 손에 바로 잡히는 위치에 내려 놓는다. 일국은 약을 입에 털어놓고 물을 천천히 두 모금 들이켰다.


“내 친아들이라는 것을 진작에 더 빨리 알았다면 500억이 아니라.. 우리 집 사람과 민성이 몫을 제외한 내가 가진 유산을 전부 내어 주었을 거야. 우리 미카엘이 아주 긴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자기를 찾아오지 않은 나를 얼마나 야속하고 원망했을까.. 아마 호주 땅에 버림 받았다고 생각해서 성향이 비뚤어진 게 아닌지 모르겠어. 미카엘에게 아무것도 못 해준 것이 계속 마음이 걸려.”


노르웨이에 출장을 갔던 민성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민성은 감당할 수 없는 위기의식을 제대로 느끼고 돌아와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민성은 맨정신으로 못 버티겠는지 승용차 안에서 소주병을 하나 손에 쥐고 숨도 안 쉬고 거침없이 입 안에 쏟아 부었다. 술에 만취한 민성은 너무 괴로운 나머지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 앉히기 위해 MP3를 꺼내고 이어폰을 양귀에 꽂는다.


에드윈이 만든 자작곡 중에 어쿠스틱 기타로 심금을 울리는 그루브한 연주가 매력적인 째즈 포크송을 좋아했다.


민성은 부모님이 살고 있는 본가로 출발했다.


운전대를 잡은 민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드디어 때가 온 거야. 어머니를 뵙고 내가 반드시 설득하고 말겠어.”


민성은 마음이 조급했는지 엑셀을 밟았다. 시속 150KM를 넘고 있다. 그런데 민성이 상당히 과음을 했는지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이때, 마주오던 차가 웅덩이의 빗물을 확 들이붓고 지나간다.


한순간 윈도우가 뿌옇게 흐려지며 전방 앞을 주시 할 수 없었다.

  

민성은 깜짝 놀라고 당황하며 핸들을 거칠게 꺽는다.


“아.. 아버지!”


민성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민성이 몰았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는 바람에 반대차선에서 마주 오던 스타렉스와 충돌하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전복하고 만다.

 

**


18살 가영은 책가방을 매고 단정한 교복입은 상태로 저녁 늦은 시간에 야간자율 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오고 있었다.


완도항으로 유명한 청산도 청해포구는 가영의 외갓집이 있는 곳이다. 부모와 사별하고 외할머니와 의지하며 10년을 함께 살았다.


청해수산의 주민 중에 망나니라고 소문난 김복남은 양아치 중에 쌩양아치였다. 백상어파라는 거대 조직을 육성하는 집단에 몸을 담으면서 행실이 더 고약해졌다.


어느 순간 신수가 훤해지고 국내 브랜드 신형 중형차를 한 대 뽑았다.


시골이라 한적했기 때문에 운전 연습하기에는 충분했다. 복남은 신나게 차도에서 속도를 내어 달렸다. 그런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갑작스런 기후 변화와 아무리 예보가 틀려도 망하는 법이 없는 기상청 덕분으로 9회 말 역전 홈런을 맞은 꼴이 되고 만 셈이었다.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면서 비가 쏟아졌다.


빗길에서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망각한 채 시속100km 이상 밟았다. 사람은 커녕 들고양이 한 마리 지나가지 않기 때문에 전방 10미터 앞에 횡단보도가 보였지만 귀찮았는지 중간에 멈추지 않고 신호등을 무시했다.


그때 뭔가 두툼한 사물을 격하게 부딪힌 소리가 들렸지만 사이드 미러에 물이 튀면서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았다. 복남은 결국 대형 사고를 치는데 그 피해자가 유가영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가영이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때는 병원이 아니고 어느 낯선 상가 건물 안이었다.


분명히 무섭게 돌진하는 승용차를 보고 겁을 먹고 눈을 감아버렸는데 자신이 누군가의 품의 안겨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을 받고 기절해버렸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영은 사위를 둘러보다 문득 몸을 옆으로 돌리는데 경악한다.


한번도 구면이 없던 남자가 바로 옆에 누워서 순하게 숨을 고르며 깊은 수면에 빠졌다.


가영은 할머니랑 가끔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대중 목욕탕에 가는데 여탕 안에 여인들의 노출된 맨몸을 보는 거야 일상적인 일지만 남자의 벗은 몸을 이렇게 눈앞에서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19금 영화 베드씬에 등장하는 여배우가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의 차림새가 어떤 여자가 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상황이었다.


웃옷과 런닝마저 훌러덩 벗어버린 탓에 그의 하얀 속살이 적나라하게 비쳤고 다행히 바지는 입고 있었다.


탄탄한 복근과 넓은 어깨, 근육질 몸매가 여실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가영은 자신도 모르게 홀려 버린 것처럼 감탄사를 연발 쏘아댔다.


무엇보다 이 남자, 긴외꺼플, 날렵한 콧대, 한 일자로 굳게 다문 얇은 입술, 수려한 용모를 한참동안 넋 놓고 바라보고 있어서 급기야 볼이 빨개진 가영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시선을 얼른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는 창룡이었다.


매너를 아는 창룡은 차마 어린 여고생이라도 비에 몽땅 젖어버린 교복을 벗길 수 없었는지 추위에 떨고 있는 가영의 몸에 와이셔츠를 한 겹 더 입히고 이불 대신 검정색 재킷을 덮어 주었다.


창룡이 목숨을 잃은 뻔한 가영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었다.


옆에서 인기척을 듣고 창룡이 눈을 뜨고 가영과 눈이 마주친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하창룡...”


창룡은 덤덤한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와 가영의 어깨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셔츠와 재킷을 챙긴다.


그런데 눈썰미가 빠른 가영이 창룡의 와이셔츠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혹시 교통사고 날 뻔한 저를 구해주신 분인가요?”


가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충격이 컸을 텐데.. 기억이 나는 모양이네.. 그냥 가벼운 부상이야. 이 정도 상처는 나 혼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어. 신경 쓰지마.”


“감사합니다.”


“좀 더 누워 있어. 해열제를 먹은지 얼마 안되서.. 열이 떨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거야.”


가영은 창룡의 누이동생, 사르와 너무 똑같이 닮아서 창룡은 애잔한 눈빛으로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상한 창룡은 상체를 수그려 손으로 가영의 이마를 만져보다가 열을 측정한 다음 곧바로 일어나 가영을 배려해주기 위해 다른 곳으로 피해준다.


가영은 이때부터 창룡을 짝사랑하게 된 것이다.


과거를 회상한 가영이 방안에만 온 종일 있어서 답답했는지 휠체어를 탄 체로 펜션 밖으로 나왔다.


눈 앞에 호수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햇살이 빗줄기를 내리 꽂으며 보석처럼 반짝이는 빛망울을 만들어낸다.


진서는 두 손 가득 먹을 것을 사가지고 멀리서 가영을 발견하고 즐거운 미소를 짓고 걸음이 빨라지는데 걸음을 우뚝 멈춘다. 재빨리 몸을 가영이 눈치 채지 못하게 숨는다.


“보고 싶어.. 아저씨.. 사랑해! 사랑한다고!! 너무 비겁해! 여동생 밖에 모르는 바보! 왜 내가 더 손해 보는 것 같고 화가 나고 분한 거지! 아저씨는 행복하게 살면 왜 안 되는 데!”


가영은 창룡은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사무치게 그리운 나머지 가슴 아프게 오열하는 모습을 진서는 몹시 애달파하며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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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제319화 - 최고의 선물 (완결) +8 20.09.12 108 4 17쪽
319 제318화 - 안식 +3 20.09.12 48 3 7쪽
318 제317화 - 애도 +3 20.09.11 43 2 9쪽
317 제316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하) +6 20.09.10 55 4 8쪽
316 제315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하) +9 20.09.10 61 4 25쪽
315 제314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중) +3 20.09.09 50 3 20쪽
314 제313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중) +5 20.09.09 50 3 23쪽
313 제312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상) +4 20.09.09 49 3 33쪽
312 제311화 - 이별 준비하는 사람들(상) +6 20.09.08 49 3 30쪽
311 제310화 - 신혼 +4 20.09.07 44 3 13쪽
310 제309화 - 결혼식이 끝난 후 +4 20.09.06 46 3 8쪽
309 제308화 - 웨딩마치 +3 20.09.06 49 2 9쪽
308 제307화 - 영주의 약속 +5 20.09.04 52 2 9쪽
307 제306화 - 솔개의 비상 +5 20.09.03 46 3 7쪽
306 제305화 - 이벤트 +3 20.09.02 41 3 7쪽
305 제304화 - 행복찾기 +6 20.09.02 48 3 7쪽
304 제303화 - 휴식 +3 20.08.31 51 3 13쪽
303 제302화 - 상사병 +3 20.08.31 51 3 7쪽
302 제301화 - 가족의 정 +2 20.08.30 43 2 7쪽
301 제300화 - 사랑을 전하다 +6 20.08.29 43 2 8쪽
300 제299화 - 숙원을 풀다 +5 20.08.28 55 2 7쪽
299 제298화 - 사필귀정 +1 20.08.28 38 1 7쪽
» 제297화 - 그리움 +2 20.08.27 37 2 9쪽
297 제296화 - 양심 +2 20.08.26 41 2 8쪽
296 제295화 - 청혼 +2 20.08.25 38 2 8쪽
295 제294화 - 망자의 하소연 +4 20.08.24 41 2 15쪽
294 제293화 - 낙심 +2 20.08.23 40 2 9쪽
293 제292화 - 류태양으로 +3 20.08.23 45 2 8쪽
292 제291화 - 몽블랑 볼펜의 주인 +2 20.08.22 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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