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65장: 다극체제 천하관 VS 일극체제 천하관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황상! 부디 생각을 달리 해주시옵소서!"
"작금의 아국 군대의 상태로 맥적과 싸우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옵니다!"
"태조 폐하와 태종 폐하께서도 신중하게 여겼던 것이 바로 맥국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잊으셨사옵니까?!"
신료들이 애원하듯이 말하였으나, 곽봉의 고집은 실로 대단하였다.
"짐 또한 맥국이 강대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둘 수는 없소! 우리 대주국은 천자국이오! 천하를 수호하는 천자국 말이외다!! 그리고 세상의 중심에서 모든 나라들 위에 있는 국가가 바로 우리 대주국이오! 근데 어찌하여 지금 천하는 아직도 안정되어 있지를 않은 것이오이까?!"
"폐하······!"
곽주의 3대 황제 곽봉의 그 같은 물음에 주위에 있던 여러 신료들은 궁색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옛날 한나라가가 존재했던 시절만 해도 중원 내부에서 크고작은 갈등은 있었을 지언정······! 그래도 그 400년 동안 중원 내부는 평화롭지 않았소이까?"
곽봉은 그리 말하면서 지금 현재 곽주가 나아가야할 길은 과거 한나라가 중원을 다스렸던 시절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무릇 짐이 천자의 자리에 올랐으니 마땅히 천하를 수호하는 힘을 보여줘야할 것이오. 맥적이 중원의 고토를 대상으로 독액을 뿌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자기네들이 가져가버렸소. 그리고 맥적은 한때 한나라 시절만 해도 단순히 산골짜기에 숨어서 지내면서 산적이나 마적 노릇을 하던 오랑캐 무리들이었단 말이외다!! 그런데 그 맥적이 지금 자신들을 하늘의 자손! 다르게 말해서 천손(天孫)을 칭하고 있소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다스리는 천하와 우리가 다스리는 천하를 구분짓고 있소. 그런게 짐은 도무지 이해가 아니되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명히 1개 뿐인데 어찌하여 천하는 여러개일 수 있단 말이오이까?"
"폐, 폐하!!"
황제의 그 말에 몇몇 신료들은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황상! 고려는 단순한 오랑캐가 아닙니다. 과거 한나라 시절만 해도 우리 중화보다 못났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사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옵니다. 현재 고려는 북조(北朝)나 다를 바 없으며, 설령 우리 대주보다 못하다고 해도 저 멀리 존재하는 천축(天竺:인도), 대진(大秦:로마), 파사(波斯:페르시아)와 견줄만 합니다. 절대로 그들을 단순히 오랑캐라고 보면 아니되옵니다!"
"초원까지 거머쥐었던 수나라와 당나라 조차도 고려를 굴복시키지 못했사옵니다. 그것도 청구땅 전체를 거머쥐지 못했던 시절의 고려를 말이옵니다!"
신료들은 곽봉에게 과거 수나라와 당나라가 만반도를 이룩하지 못한 고씨고려를 쓰러트리지 못한 역사을 언급했다.
그들이 이러한 언급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황제에게 "중원하고 초원까지 지배했던 수나라와 당나라가 불완전한 만반도 형세의 영토를 지배했던 고구려를 못이겼는데, 수나라와 당나라보다 못한 우리 곽주가 어떻게 고씨고려 이상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대씨고려를 이기실 생각이십니까?"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 * *
그러나······.
"경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짐도 모르지는 않소. 그러나 작금의 우리 대주국이 진정한 천자국으로 거듭날려면 결국 고토를 수복하는 선에서 그쳐야할 것이 아니라 고려를 적어도 멸하지는 못해도 굴복시켜야한다고 생각하오. 태양은 오로지 1개 뿐이오. 그러나 태양이 여러개일 경우 백성들은 여러개의 태양이 내뿜는 열 때문에 더위로 인하여 고통받게 될 것이 분명한 법!! 짐은 예(羿)가 되어 태양 한개를 하늘에서 떨어트릴 것이오!"
여기서 곽봉이 말한 예(羿)라는 사람은 고대 중국신화에서 나오는 전설적인 궁수이다.
그리고 이 예(羿)라는 인물과 관련된 전설 중에서는 10개의 태양들 중에서 1개를 제외한 나머지 태양 9개를 화살로 쏘아 떨어트려 죽였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나 예(羿)가 쏘아죽인 태양 9개는 본래 상제(上帝)의 아들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들의 죽음으로 슬퍼한 상제가 예를 신에서 인간으로 격하시켰다고 전해진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곽봉의 입에서 이 예(羿)라는 인물이 언급되고, 그와 관련된 신화가 언급되었다는 것은 곽봉이 고려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도대체 무엇이 변한단 말인가?! 게다가 준비를 한답시고 시간을 끄게 되면 저들이 그냥 가만히 있겠는가? 필시 만전을 기한 상태로 언제든지 반격할 태세를 갖추겠지!'
무엇보다 현재 곽봉의 생각으로는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짐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1개다. 그러니 천하 역시 당연히 1개다. 그런데 어찌하여 천하가 여러개일 수가 있단 말인가? 짐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물론 고려가 강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어쩌면 신료들의 말대로 작금의 고려는 천축, 파사, 대진과 비견될만한 국가이겠지.'
게다가 곽봉도 내심 고려의 강성함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봉이 고려를 공격해야한다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현재 아국의 젊은 세대들은 최근들어 우리 대주국이 다시금 중화의 옛 강성함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짐의 조부께옵서 후당을 정벌하시고, 짐의 부황께서는 이 나라를 크게 안정시키지 않았던가? 물론 그 대가로 부황께서는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건강관리를 그리 신경쓰지 않으시는 바람에 6년만 재위하고 돌아가시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말이다.'
현재 곽주 내부에서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곽주가 과거 중원의 강성함······ 다르게 말해서 한나라 시절의 일극체제를 이룩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 곽주의 황제 곽봉은 그 젊은 세대들 중 한 사람이었고, 그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 초창기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는 현재 곽주 내부에서 세대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적어도 곽자의나 곽요와 비슷한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나 혹은 그 두사람과 나이가 비슷한 나이든 노인세대들에 경우 더 이상 일극체제를 이룩하기가 어렵고, 다극체제이며 비록 불안불안한 낌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의 다극체제를 깨트리기가 어렵고 또 깨트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는 우리가 살던 세상의 역사와는 달리 본래 한나라 시절에 제시된 중화사상이 당나라 시절에 완성되어야 했으나 평행세계에서는 당나라가 너무 일찍 망하는 바람에 중화사상이 완성되지 못하고 붕~! 하고 떠버린 결과라고 할 수가 있겠다.
* * *
"짐은 하나의 천하관을 재건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대주는 그걸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곽봉의 생각이었고 또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곽봉의 선언과 함께 곽주의 군대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곽봉이 집권하면서 곽주의 군부는 곽자의와 곽요시절과 비교하면 뭔가 달라졌다.
곽자의와 곽요 시절만 해도 곽주의 군부는 고려와의 전쟁을 위해서 천천히 준비를 진행했다. 이는 전쟁이 백성들에게도 있어서 부담이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백성들에게 부담이 안가게끔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곽자의와 곽요 시절 곽주 군부는 했어도 무척이나 꼼꼼하게 점검했고 혹시 모를 변수까지 계산하는 철두철미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곽봉이 집권하는 시점에서 곽주의 군부는 곽자의와 곽요 시절의 철두철미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 곽주의 군부상태는 어떻게 하면 속전속결로 행동할 수가 있을 것인가? 도 고려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재빠르게 고토를 수복하고 고려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인가? 였다고 할 수가 있겠다.
"현재 상황으로 육군만으로 고토를 수복하는 것이 가능하겠소?"
"음······ 엄청난 희생이 필요할 것이외다."
"선대 시절부터 고려와의 전쟁은 신중을 기한 것이었사옵니다. 너무 급한 것이 아닌지?"
"황상의 명령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황상을 모시는 무신(武臣)으로서 응당 따라야만 합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수군은 다시 재건 중에 있고, 육군만으로 고토수복에다가 맥적을 굴복시킨다고?!!"
"그나마 현재 이주섬을 장악한 왜놈들이 우리 해안가에 별다른 짓거리를 하지 않으니까 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토번은 어쩌려고?! 그리고 월남은?! 월남은 또 어쩌실 생각인가?! 그리고 북서쪽의 격곤도 있는 마당에 대부분 병력을 고려와의 싸움에서 돌린다고?!!"
곽주 군부의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는 전략회의 도중에 갈등을 일으켰다.
노인 세대들에 경우 곽자의 시절부터 종군해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신중론과 함께 곽주 주변에는 고려만 적이 있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켰으나, 젊은 세대들에 경우 황제 곽봉과 마찬가지로 고려와의 속전속결 승부를 원했다.
그리고 그런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황제가 지지해주니 노인 세대들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노릇이었다.
"우리 대주국은 과거 수나라와 당나라 시절과 비교하면 국력이 한참 모자라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고토수복을 해야지요!!"
"고토수복까지는 이해해도 고려를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곽자의 시절부터 종군해오던 곽주의 늙은 무장들이 일제히 반대의 뜻을 밝히자 곽봉은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태조 시절부터 아국을 위해 봉사해온 자들의 벼슬을 높이고 우대하라. 그러나 실무는 보게하지 말게 하라."
이는 곽주 군부 내부의 세대교체를 선언한 것이었고, 동시에 곽봉이 늙은 세대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곽주의 늙은 무장들은 반발하고 싶어도 반발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나이가 이미 은퇴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으며······.
또한 황제가 자신들을 그래도 우대한다면 그걸 거부하는 것은 황제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리하여 곽주의 군부 대다수가 젊은 세대들고 교체되었고, 곽주의 군부는 서기 789년에 대씨고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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