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4장: 그의 재위기간은 너무 짧았다.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으윽-!"
"폐, 폐하?!"
"폐하! 괜찮으시옵니까?!"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고통스럽다는 기분이 자꾸만 드는구나. 특히나 가슴쪽에 계속해서 고통이 발생하고 있어."
매우 늦은 나이에 성왕 자리에 오른 김경신은 결국 하늘의 부름을 받아야하는 날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아직 해야할 것이 많거늘! 어찌하여 하늘은 나를 벌써 데리러가려고 한단 말인가? 짐은 성왕의 자리에 오른지 고작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거늘!"
"폐하!"
"폐하~!"
"으으윽! 점점 가슴 속의 고통이 자꾸만 커져가는구나. 더는 일어서는 것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잠시 누워야되겠구나."
그리 말한 후······.
"으으으윽-!"
"이보게 태의! 폐하의 건강은 어떠한가?"
"죄송하지만, 어렵겠사옵니다."
"무엇이?!"
"이미 연세도 있으신 분이시다보니······."
즉시 조정 신료들은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있는 성왕의 건강이 호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으나 이미 성왕의 건강은 치료하기에는 이미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후우~! 후우~~!"
"폐하! 괜찮으시옵니까?"
"짐이 괜찮을리가 있겠는가? 이미 태의가 한 말을 잊었는가? 짐은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고, 치료시기가 늦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해결책은 하나다."
"해, 해결책이라니요?"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 줄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느냐?"
성왕의 입에서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줘야한다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그 자리에 있던 대다수가 크게 놀라는 반응들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왕의 나이와 건강상태에 대해서 이미 직감한 자들이 소수나마 있었고, 그들에 경우 올 것이 왔다는 듯이 체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니되옵니다. 폐하! 양위라니요?!"
"폐하께서는 반드시 건강을 회복할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폐하께옵서 성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하신 것을 소신들은 모르지가 않사옵니다!"
"그, 그렇지! 옛 고토에 인삼이 나니 그걸 구해다가 폐하께 달여먹인다면!!"
"그만해라! 이미 짐의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노라. 그렇기에 이제는 그만 이승에서 떠나고자 한다.
신하들의 과한 충성심은 성왕에게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으나, 시간을 인간따위가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 하였으니······.
* * *
"태손 저하!"
"조부님께서는?"
"지금 안에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그러면 조부님께 내가 왔다고 전해주게."
"예, 알겠사옵니다."
성왕 김경신의 건강이 날이 갈 수록 나빠지면서 김씨부여 조정와 왕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왕의 건강을 호전시킬 뾰족한 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결국 해결책은 차세대에게 안전하고 순조롭게 자리를 계승시키는 것 말고는 없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에서 김경신에게는 아들이자 태자로 삼았던 김인겸(金仁謙)이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요절했다.
여기 평행세계의 역사에 경우 김인겸이 젊은 나이로 요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조다 루트를 탔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김경신은 자신의 손자 김준옹(金俊邕)을 태손으로 삼을 수 밖에 없었다.
"성왕 폐하! 태손 저하께서 입실을 청하옵니다."
"으윽! 들라해라."
"예, 폐하. 태손께서는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알겠네."
내관의 말에 태손 김준옹이 조용히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보기 위해서 발걸음을 조심히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태손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급격하게 계속해서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중인 자신의 할아버지 성왕 김경신의 모습이었다.
"조, 조부님!"
하마터면 말문이 막힐 뻔 하였으나, 태손은 손자로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왔느냐?"
"예, 조부님!"
"여기 앉거라."
이제 성왕은 손자에게 마지막으로 해야할 말을 하기 위해서 남은 생명력을 쥐어짜낼 때가 오고 말았다.
"하늘이 이 할애비에게 더 긴 수명을 허락하지 않았구나. 그러나 이 할애비도 환갑은 넘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오래 산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조부님······!"
"이제는 네가 성왕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는 성왕의 자리에 오르면서 반드시 주의해야하고 해결해야할 것들이 있다. 원래는 이 할애비가 그것들을 해결하고 너에게 성왕의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었으나, 하늘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니 네가 스스로 남은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할 것이니라."
* * *
2시진(약 4시간)의 대화가 끝나고 난 후에 성왕 김경신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1각(약 15분)의 시간이 지나자 태손 김준옹 곁에 있던 내관 1명이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표정으로 이리 말했다.
"저하! 아, 아니 폐하! 선왕께옵서 붕어하셨나이다······."
내관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김준옹은 참을 수가 없는 슬픔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러면서 그의 눈에는 어느샌가 폭포수 처럼 눈물이 쏟아져내렸고, 자기자신은 어린아이 처럼 슬피 울기 시작했다.
그런 태손이 내는 소리는 바깥에서도 전달되었고,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여러 문무 대소신료들도 하나같이 성왕 김경신의 죽음에 대해서 대단히 애통해 하였다.
특히나 김경신의 재위기간은 역대 성왕들 중에서 굉장히 짧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문무신료들 사이에서는 대단히 안타깝다는 반응들이 지배적이었다.
"그분께서 조금만 더 일찍 즉위하셨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그러나 이제 문무신료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성왕의 즉위를 준비해야만 했다.
"말갈 녀석들에게도 새로운 성왕 폐하의 즉위에 대해서 알려야하나?"
"어쩔 수 없지만 알려야 하외다. 기분 나쁘기는 하지만 지금은 알리는 것이 나은 방법이오."
"옳은 말이오. 선왕께서 죽어서 장례식도 치루고 새로운 성왕 폐하의 즉위식도 준비해야할 판에 외교적인 문제로 인하여 전쟁까지 발생하면 골치가 아프외다."
"말갈 녀석들과의 싸움은 다음으로 미뤄두는 것이 좋을 것이오. 지금은 해결해야할 것들이 많소."
아울러 김씨부여의 조정 내부에서는 대씨고려에 사신을 보내어 김경신의 죽음에 대해서 알려야한다는 공통된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일단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실리적인 관점으로 봐서도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 * *
"뭐? 기, 김경신이 죽었다고? 그게 사실이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라고 하더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사람은 즉위한지 1년이 조금 넘었다고 들었는데?"
"그러나 그 사람의 나이는 이미 환갑이 넘었소.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
"허어! 그러면 누가 그자의 뒤를 잇게 되는 것이오?"
"소부여에서 온 사신이 전한 소식에 의하면 그자의 손자이자 소부여의 세손인 김준옹이라고 하더이다."
"세자도 아닌 세손이라니······."
"김경신의 아들이 자기 아버지만큼 오래 살지 못해서 그의 손자가 보위를 잇게 될 예정이라고 하외다."
김경신의 죽음은 대씨고려 입장에서도 충분히 놀라게 만들었다.
일단 재위기간이 짧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황이 이해된다는 분위기이기도 하였다.
"황상께 아뢰옵니다. 지금 현재 소부여의 국왕이 죽고 새로운 국왕이 즉위를 하려고 하옵니다. 마땅히 책봉사절단을 꾸려서 새로운 소부여 국왕의 즉위에 대해서 축하하심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오. 그렇지만 우리가 한번 큰 규모의 책봉사절단을 보낸 터라······ 소부여와의 우호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전 규모와 비슷한 수준에 책봉사절단을 보내야할 것이오. 그럴려면 준비가 제법 오래 걸릴 것이외다. 그리고 준비가 오래 걸린만큼 소부여쪽에서도 외교적인 의심을 보낼 가능성이 있소."
태한의 말에 몇몇 신료들이 이리 말했다.
"그렇다면 일단 책봉을 해주겠다는 서신을 작성하시어 미리 소부여쪽에 보내심이 어떠신지요?"
"호오?"
"정식 책봉식을 준비하려면 좀 시간이 걸린다고 미리 언질을 해둔다면 그쪽에서도 의심을 덜 것이옵니다."
그러한 신료들의 말을 들은 태한은 옳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직후에 책봉사절단 준비와 함께 우선적으로 미리 소부여에 사신을 보내어 책봉식 준비에 대해서 시간이 걸리니 양해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태한의 친서를 보냈다.
이에 새로 즉위한 성왕 김준옹도 대씨고려에 대한 외교적인 의심을 보내지 않고 대씨고려가 자신에게 책봉을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는데······.
* * *
"엄청 큰 규모의 선물들을 준비하기 위해서 반년이나 걸릴 줄이야······."
"그래도 이전에서 책봉하러 갔던 규모 이상이니 충분하지 않겠소?"
"이정도 규모라면 소부여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 충분할 것이외다."
6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에 대씨고려측은 김경신에 대한 책봉을 위한 사절단 규모를 능가하는 책봉사절단을 조직하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대씨고려의 영토 전역에 나는 특산물들 중에서 최고급들만 선발하여 김씨부여에 보낼 선물들을 꾸리는데도 성공적이었다.
"황상! 모든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반년 동안에 다들 고생 많았소. 그러면 이제 출항하여 상국의 위상을 소부여에게 똑똑히 가르쳐 주고 와라!"
"""""예, 폐하!"""""
그리하여 대씨고려측의 책봉사절단은 우선 육로를 통해서 평양에서 출발하여 남원주 일대에 위치한 항구에 정박해 있는 큼지막하고 튼튼한 선박에 올라타 부상 열도로 가는 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출항하나 싶었으나······.
우르으응~! 쾅-! 쾅-!
"아, 아니 이게 왠 조화인가?"
"하늘이 갑자기 왜 이래?!"
가는 길이 이번에는 시작부터 순탄하지가 않았다.
분명히 부상열도와 청구 반도는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그 사이에 대마도가 있었음을 고려하자면 분명히 충분히 빠르게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가는 도중에 난데 없이 폭풍우를 만나고야 말았다.
"아, 안되겠습니다! 일단 폭풍우가 가라앉을 때까지 가까운 대마도에서 머무는 수 밖에 없겠사옵니다."
"이거이거······ 책봉사절단 규모가 이전보다 더 거대하고 웅장하거늘!"
"하필이면 하늘이 이런 중요한 때에 장난을 치다니!"
"그래도 대마도에서 정박해서 폭풍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면 충분히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가능하니 별 수가 없지."
그래서 책봉사절단 일행은 우선 대마도에 정박하여 폭풍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놈의 폭풍우가 좀처럼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태풍인가보네."
"이런이런······!"
"우리들은 대마도에게 꼼짝없이 갇히는 것인가?"
* * *
이놈의 폭풍우인지 태풍인지도 모를 재난은 제법 오랫동안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책봉사절단이 부상열도에 도착하는 시간 역시 늦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결국 이놈의 난폭한 재난은 가라앉는 때가 오게 되었고, 책봉사절단은 날씨가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다시 배에 올라타서 출항하여 마침내 부상열도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들은 대고려국에서 온 책봉사절단이외다. 새로운 소부여의 국왕 김준옹의 책봉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왔소이다!"
그렇게 호기롭게 말하면서 자신들이 도착했음을 알렸는데······.
"좀더 일찍 오시질 그랬습니까?"
"아니 무슨 일이오? 갑자기 그런 소리나 하고?!"
"지난 날에 아국 영토 대부분에 들이닥친 거대한 폭풍우로 인하여 우리 임금님께서 큰 피해를 입으셨습니다."
"큰 피해라고?!"
"예, 그렇습니다. 그분께서 산책하던 도중에 갑자기 거대한 폭풍우가 수도 궁궐에 들이닥치자 아주 난리가 났는데······."
그리고 항구에서 만난 김씨부여측이 하는 설명에 의하면 김준옹이 그만 폭풍우로 인하여 갑자기 날라온 궁궐의 기와에 정통으로 면상에 맞는 바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 아주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충격적인 소식을 대씨고려측 책봉사절단은 그 자리에서 듣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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