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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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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6.21 21:10
연재수 :
1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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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8,873

작성
24.06.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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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2. 괴수를 막아라 3

DUMMY

7.


“표적 확인··· 조준 끝!”

“쏴!”


다시 연대장들의 포격 명령에 포들이 불을 뿜었다.


쾅-!

쾅-!

콰앙-!

쾅-!


조준선을 건드리지 않았기에 포탄은 전과 같은 자리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전혀 전과 같지 않았다.


쿠웅-!

쿵-!


괴수의 발 옆에 두어 발이 떨어져 폭발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더니.


나머지는 괴수가 휘두른 손이 일으킨 바람에 대부분 궤적을 바꾸는 게 아닌가.


거짓말처럼 괴수의 머리를 타고 넘은 나머지 포탄이 전부 바다를 향해 날아가자,


“어···.”

“···아니.”

“저, 저런···.”


포 사격을 지켜보고 있던 연대장들이 동시에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눈앞에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들.


그 얼굴에는 차례차례 공포가 깃들었다.


“다시, 재조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사단장이 직접 큰소리로 명령했다.


무전을 통해 어수선한 소리와 기계음이 넘어왔다.


그리고 곧.


“표적 확인··· 조준 끝!”


긴장을 넘어 살짝 떨리는 음성이 들렸다.


사단장은 바로 사격 명령을 내린다.


“쏴!”


쾅-!

쾅-!

콰앙-!

쾅-!


귀를 찢는 포성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하얀 연기를 흘리며 상공을 가르는 포탄들이 일제히 한 점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번 포탄들은 전과 같은 어이없는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듯 매섭게 돌진했다.


하지만···.


포탄이 날아오는 걸 멍하니 서서 보고 있던 괴수가 돌연 얼굴을 내밀었다.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의 입 부분이 꾸물대더니 갑자기 구멍이 확 열렸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강한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후우우우우우···.”


거대한 괴수의 입이 내뿜는 바람은 태풍을 훨씬 능가했다.


또 그 소리는 온 신경을 다 긁어댈 만큼 괴기스러웠다.


부대 안으로 흙먼지가 넘어 들어왔다.


동시에 그 흙먼지에 섞여 방향을 반대로 돌린 포탄도 날아들었다.


콰앙-!

쿠아아앙-!

쿵-!

쿠왕!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비명과 울부짖음도···.


“흐아아아아···.”

“아아아앜···.”

“크흐흐흨···.”


무전을 통해 아우성치는 부대원들의 절규가 생생하게 들렸다.


부대 안은 순식간에 흙먼지와 연기와 화약 냄새와 비명으로 가득 찼다.


괴수가 내뿜는 바람이 멎자 참상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방진복에 방독면까지 쓴 채 몸을 숙이고 있던 연대장들이 일어서더니 그대로 굳어버린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평화롭던 군부대였다.


오늘은 일과가 끝나면 부대 내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쳐야 하나···,


아니면 해변에 회를 먹으러 가야 하나를 고민하던.


그런데 그런 군부대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피해 사항 보고!”


사단장이 연대장들에게 명령한 후 쌍안경을 눈에 댔다.


괴수는 그 자리에 서서 부대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을 뱉었던 입 주위가 씰룩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부대원들의 비명과 울부짖음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걸까.


사단장이 이를 악물면서 몸을 떨었다.


“사망 2명, 부상 35명입니다. 견인포와 박격포는··· 전부··· 파괴되었습니다. ”


연대장들이 피해 사항 보고를 마치자마자 고개를 떨구었다.


사단장은 그들을 돌아보았다.


“전부라고?”


직접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포대가 잘 보이는 초소 위쪽으로 걸음을 막 옮기려던 찰나였다.


괴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8.


자욱한 연기와 흙먼지가 가라앉자 부대 안이 드러났다.


일성은 숨을 고르면서 부대 안을 노려보았다.


커브 길을 돌 때 자신을 공격했던 포대는 전부 제압한 듯싶었다.


톨게이트를 막고 버티다가 기어이 변을 당한 놈들도 그렇지만···.


이쯤 했으면 적당히 꼬리를 내리는 게 좋을 텐데 왜들 저렇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걸까.


구석구석 진지를 구축하고 소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들이 얼핏 보였다.


그들의 긴장한 숨소리가 들리고 흐린 땀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이대로 그냥 지나가 주면 놈들은 또 나를 공격할 것이다.


“좋게 지나가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일성은 부대 앞으로 성큼성큼 전진했다.


쿵-!

쿵-!

쿵-!


부대 앞 바리게이트에 거의 다가섰을 때였다.


다급하게 무전이 오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위병소! 위병소! 클레이모어···.”


그리고 순간···.


쾅-!


일성의 앞에선 큰 폭발이 일었다.


그의 몸이 뒤로 좀 밀려났다.


조금 전 포탄이 날아와 자기 몸을 때리던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충격!


포탄이 권투선수의 주먹 같다면 이번 공격은 말벌 떼의 침 같다고나 할까.


따끔대는 자극과 더불어 바람도 제법 강하게 날아들었다.


일성은 몇 발짝 더 뒤로 물러나 한 팔로 얼굴을 가린 채 몸을 웅크린 자세를 취했다.


타격을 입었거나 위력에 밀렸다기보다는, 그저 흙먼지에 눈이 좀 따가웠을 뿐이었다.


그런데 부대 안에서는 또 아까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


“흐흐흐···.”


일성은 피식 웃더니 즉시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회복은 즉각적이었다.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아프지 않고, 아무리 터져도 바로 아물어 버리는···.


그런 신기한 회복력!


분명 그 원전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 생긴 몸의 변화였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죽는다는 소리만 들었던 것 같은데, 이건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무슨 새로운 힘을 거저 얻은 것 같은 느낌이 이럴까.


일성은 생각했다.


이런 힘이 이렇게 쉽게 생긴 거라면 도술은 괜히 배운 것 같다고.


바리게이트를 밀어내고 부대 안에 막 몸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사격 개시!”


사방에서 고함이 들리면서 총소리가 울렸다.


타타타탕!

타타타타!

타타타탕!

타타타타!


톨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소총 공격을 이미 경험한 일성이었다.


그때와의 차이라면, 지금은 좀 수가 많다는 것!


그리고 일반 소총보다 속도도 빠르고 파괴력도 더 있어 보이는 기관총도 보였다.


일성은 온몸을 따끔따끔 자극하는 총탄 세례를 즐기면서 천천히 전진했다.


모래 자루로 쌓아 올린 진지 수십 개를 무너뜨렸다.


겁에 질린 눈으로 총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군인도 수십이나 밟아 죽였다.


군부대의 중간 정도쯤 진입했을 때였다.


갑자기 총소리가 멎었다.


일성은 전진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멀리서 등을 보인 채 부대와 이어진 산자락으로 뛰어오르는 군인들이 보였다.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일성은 그들이 사라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화약 냄새에 잠겨있는 부대 너머 넘실대는 서해가 보였다.


일성은 그 바다를 보면서 다시 생각했다.


이런 힘이 내게 생긴 건 좋은 일이지만···.


남은 생을 계속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어떻게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성은 다시 강남 한복판 BW 건물을 떠올렸다.


법사들이 나찰을 붙들어 놓고서 자신을 끌어들였던 곳.


그 빌딩에 아직 놈들의 부적이 남아있다.


다시 원래의···.


인간의 영기가 충실한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청운당의 맑은 기운이 가득한 그 부적으로 회복해야 한다.


일성은 다시 서해안고속도로로 빠져나와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힘이 차오르는 것 같은 느낌과 여전히 키가 더 자라는 것 같은 기분.


강해져서 좋으면서도, 마냥 이렇게 괴이한 모습인 채로 좋은 수만은 없다는 묘한 감정이 뒤섞이는 일성.


서울을 향한 그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더니, 어느 순간 뜀박질로 바뀌었다.



9.


대통령 관저.


메아리치듯 울리는 전화벨이 시끄러웠다.


습관적으로 일찍 취침하는 대통령은 막 잠이 들려던 순간 다시 깨고 만다.


벌컥 화를 내며 이불을 찰 때 보좌관이 노크를 했다.


“대통령님! 일어나셨습니까?”


힘이 없는 보좌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실제 힘이 없다기보다는 눈치를 봐서 그런 것일 테다.


어제부터 험한 일이 연속적으로 터지다 보니 대통령의 신경이 날카롭다는 걸 잘 아는 보좌관이다.


침대에 걸터앉은 대통령은 역시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좌관이 좀 받지 그래?”


그러자 미안한 듯한 보좌관의 목소리가 바로 날아들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받아보셔야 할 내용인 것 같습니다.”


끙!


하는 신음과 함께 대통령이 몸을 일으켰다.


북으로 날아가던 미사일도 방향을 바꿔 위기를 넘겼고.


터진 원전도 한수원장이 처리를 잘한 덕인지, 방사능이 전국으로 번지는 건 가까스로 잘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끔찍한 일이 터질 때마다 억세게 운도 없다고 자책했지만.


그때마다 일이 신기하게 잘 매듭지어지는 걸 보면서 하늘이 자신을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러기를 바라며, 대통령은 전화기를 들었다.


“또··· 뭡니까?”


눈을 감은 채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상대의 다급한 전언을 듣던 대통령.


눈이 서서히 떠지더니, 어느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뭐··· 뭐··· 뭐라고요?”





청와대 지하벙커.


잠옷 차림의 대통령이 들어서자 장군들이 기립했다.


“앉으시오!”


대통령의 자리 앞에는 A4용지 크기의 사진이 한 장 놓여있었다.


대통령은 그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장군들에게 물었다.


“이게··· 그거요?”


장군들은 대답 대신 대통령의 얼굴을 살폈다.


이 황당한 일을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실까로 고민하는 게 역력했다.


대통령의 질문이 빠르게 이어졌다.


“이게 생명체가 맞소?”

“비밀리에 연구하는 군사용 로봇이니··· 뭐 그런 건 아니고?”

“북한하고의 연계 여부는 아직 모르는 거요?”

“벌써 사상자가 이렇게나 나왔단 말이오?”

“이놈이 군인만 노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서울로 바로 오고 있는 거 맞소?”


대통령은 더는 묻지 않고 멍하니 있다가 장군들을 돌아보았다.


표정에서 얼른 대응책이나 내놓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눈치 빠른 장군 하나가 재빨리 먼저 답을 한다.


“기갑 전부를 수도권에 집중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장군이 한 말을 단어 하나하나씩 뜯어서 생각하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장군을 향했다.


“기갑··· 전부라니?”

“말씀드린 대로 전부입니다. 전후방에 있는 기갑 병력 전부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요?”

“대통령님··· 만만치 않은 놈입니다. 공격당한 사단에서 기갑은 당연하고 항공지원도 필요하다고 보고했습니다.”


대통령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거 봐요! 전방에 있는 기갑까지 수도권으로 당겨오는 건 과거 12ㆍ12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오.”

“그만큼 지금 상황이 위중합니다. 대통령님···.”


사색이 된 대통령의 얼굴에 장군의 시선이 모였다.


“전방에 병력이 빠지는 걸 북에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소? 도발이라도 하면 어쩔 거요?”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장군 하나가 끼어들었다.


“첩보에 의하면 저쪽도 권력이 바뀐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군부까지 완전히 장악한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들도 어수선한 와중에 그런 모험까지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번에 미사일 날아갈 때도 별 대응을 안 한 거였나?”


대통령은 턱에 손을 대고 만지작대다가 다시 장군들을 돌아보았다.


“언론 통제 좀 잘 하시고, 무고한 시민들 피해 없게 만전을 기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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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 사필귀정 5 24.06.19 4 0 12쪽
141 141. 사필귀정 4 24.06.15 5 0 11쪽
140 140. 사필귀정 3 24.06.12 8 0 11쪽
139 139. 사필귀정 2 24.06.11 7 0 12쪽
138 138. 사필귀정 1 24.06.10 7 0 11쪽
137 137. 한강 대첩 5 24.06.07 4 0 11쪽
136 136. 한강 대첩 4 24.06.06 5 0 11쪽
135 135. 한강 대첩 3 24.06.05 4 0 12쪽
134 134. 한강 대첩 2 24.06.04 3 0 12쪽
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4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128 128. 운천의 최후 1 24.05.28 4 0 12쪽
127 127. 국가비상사태 4 24.05.27 4 0 12쪽
126 126. 국가비상사태 3 24.05.26 6 0 12쪽
125 125. 국가비상사태 2 24.05.25 5 0 12쪽
124 124. 국가비상사태 1 24.05.24 8 0 11쪽
123 123. 쫓기는 일성 3 24.05.23 5 0 11쪽
122 122. 쫓기는 일성 2 24.05.22 5 0 11쪽
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6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6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8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9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6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4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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