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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위로 님의 서재입니다.

행운 1,500으로 선협 세계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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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위로
작품등록일 :
2024.05.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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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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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저점 매수

DUMMY

최겸의 거처 안.


흑련은 계속해서 미소를 유지한 채 말을 꺼냈다.


“묻고 싶은 게 많구나. 우선, 대체 어떻게 이겼느냐?”


그녀가 묻고 있는 바는 간단했다.


주자호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다.


축기기 대원만의 경지.


보통이라면, 이제 막 축기기에 도달한 수사 정도야 별 공도 들이지 않고 능히 초살할 수 있을 만한 강자.


하지만 최겸은 수많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를 상대로 이겼다.


아예 압승까진 아니더라도, 시종일관 처음 잡았던 우위를 끝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그게···.’


물론, 그 비밀이 천도 축기경에 있다는 걸 흑련이라고 모를 리는 없겠지만.


그녀는 이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을 뿐이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비단 경류문이나 이 근방의 지역뿐만 아니라.


천산주. 아니, 아예 수도계 전체를 통틀어도.


천도 축기경의 길을 밟았다, 공개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자들은 그 숫자가 열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유명한 선도맹주 역시 그랬다던가.’


하지만.


공교롭게도, 아무것도 없는 새파란 연기기 수사일 때부터 이미 그녀가 점지했던 최겸이 그런 천도 축기경을 돌파했다.


그런 자에게 이처럼 허심탄회하게 모든 비밀을 물어볼 기회가 생겼는데, 어찌 흑련이라고 해서 궁금하지가 않으랴.


“말을 좀 해다오. 정말 천겁을 맞고도 살아남은 게냐?”

“그럼요. 천도지경 안에서 제 몸은 완전히 누더기가 되다시피 했었습니다.”


최겸은 뺄 부분은 뺀 다음, 말을 해도 되는 부분만큼은 별다른 가감 없이 모든 걸 흑련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흑련선자는 턱을 괸 채 그런 최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래.”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도중, 흑련의 손은 계속해서 조금씩 최겸의 다리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최겸은 곤란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가볍게 저지하며 말했다.


“스승님. 저 오늘은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뭐?”


흑련은 눈살을 찌푸리며 최겸의 준수한 용모를 쳐다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그와 처음으로 쌍수를 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연기기 수사의 한계로 인해 흑련은 적잖이 실망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오늘. 마침내 그는 축기기에 도달해, 며칠 밤낮으로 밤새 쌍수를 하기에도 충분할 만큼의 신체적 역량을 갖췄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어 그는 천도 축기경 돌파에 성공해, 아예 책에 그의 이름을 올릴 수도 있을 정도의 업적을 세웠을뿐만 아니라.


제 사람을 감싸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고, 결국은 승리해 숱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원수를 척살하기까지 했다.


신체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그 명성과 품격, 자신감까지.


그야말로 한 명의 수컷으로서 매력과 기세가 완전히 무르익었다고 할만한 게 바로 지금의 최겸이었다.


근데, 이토록 중요할 때 시간이 없다니?


“저 조만간 이곳을 떠나려고 합니다.”


그러나 최겸의 목소리가 한없이 진지했기에, 흑련은 어쩔 수 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가만히 그의 말을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이대론···.”


최겸이 한 건 그 신변의 안전에 대한 토로와.


조속히 백악봉 분타 경내를 떠날 것이므로, 실리가 없는 일에 지금 시간을 허비하긴 힘들다는 얘기였다.


흑련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 역시, 신분을 숨기고 한동안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다는 최겸의 생각에 백번 동의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흑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쌍수를 할 수도 없고, 최겸에게 시간이 많지도 않다면 굳이 그를 괴롭혀 뭐하겠는가.


‘앞으로 한동안은···.’


이렇게 헤어짐이 조금은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차피 그녀와 최겸 모두 아무리 적어도 앞으로 수백 년을 더 살아갈 존재.


훗날 다시 만나 못다한 회포를 푼다고 해도 뭐 큰 문제야 있겠는가.


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최겸을 향해 말했다.


“내게 부탁할 일은 없나?”


헤어질 때마다, 흑련은 언제나 저 말을 하는군.


하고 생각하며, 최겸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부탁하는 말을 꺼냈다.


“제가 없는 동안 부디 스승님께서 약초원 사람들의 안위를 보살펴 주십시오.”


흑련은 즉시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 후.


“알았다.”


삽시간에 묵빛 안개와 같은 형상으로 변해, 최겸의 거처를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리고···.”


그때.


“혹시 그 신법을 제가 배울 순 없겠습니까? 전 명색이 제자인데, 아직까지 미처 스승님께 법술 하나를 배우지도 못했군요.”


최겸은 급하게 입을 열어 한 차례 더 말을 이어갔고.


흑련은 ‘그러고 보니 그랬군.’ 하고 생각하며 미소 짓는 얼굴로 최겸을 향해 대답했다.


“그럼. 마침 이건 축기기 수준으로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기술이다.”


***


그날.


“이렇게···.”


난 밤새도록 흑련에게 가르침을 받다가.


[암영보(暗影步)를 익혔습니다.]


마침내 그녀로부터 법술을 전부 배운 다음.


‘흡.’


그 후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가기 전, 재빨리 이동해 오랜만에 천경각으로 향했다.


‘오늘 장노야께선 여기 안 계시는가. 아쉽군.’


거기서 내가 빌린 건 심법이 담겨 있는 비급 두 권이었다.


[급사록(及瀉錄)]

[효과: 시전하는 모든 법술의 범위가 1.2배 증가합니다.]


[수륜식(水輪式)]

[효과: 법술을 시전하는 간격이 0.9배로 줄어듭니다.]


난 빠르게 책을 훑어보며 그 내용을 암기하기만 했다.


축기기 수사가 되면서 얻은 절대 기억 능력을 통해, 우선은 그 내용만 머릿속에 집어넣어 둔 후.


이 법술을 정말 익히는 건 짬짬이 하면서 시간을 아낄 생각이었다.


‘흐음···.’


현재 내가 익힌 법술은 전부 다 연기기 수준에 불과한 만큼.


좀 더 많은 비급을 빌릴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내겐 공헌도가 얼마 남아있지 않았고.


난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내일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으니까.


***


내가 용무를 전부 보고 난 후, 약초원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날은 또 한 번 밤이 돼 있었다.


그리고 잠시간 얌전히 자리에 앉아 명상하며 천경각에서 구했던 비급의 내용을 되새기던 와중, 문득.


난 신식이 감지하는 범위 안으로,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 한 명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응?’


느릿느릿한 걸음,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눈치로 쭈뼛쭈뼛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젊은 여자.


그녀는 바로 선우연이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문을 열고 그녀를 맞이했다.


“선배?”

“···선배는 무슨. 이제 호칭을 바꾸시지.”


선우연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아직도 연기기 수사였지만. 난 이미 축기기에 도달해 버렸으니.


지금부턴 굳이 따지자면 윗사람에 해당하는 건 바로 내가 돼버린 것이다.


‘허 참.’


현대 한국으로 치면,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그녀가 나보다 연차도, 직급도, 나이도 위였지만.


내가 끊임없이 고속 승진을 거듭해버린 탓에, 직급이 한참 더 높아져 버린 것과도 비슷한 묘한 상황.


“우리끼리 뭘···. 편하게 말하세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 선우연을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선우연도 반쯤은 장난으로 한 얘기였는지, 더는 별소리를 하지 않고 편하게 내 거처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침 잘 왔어요. 저, 안 그래도 해야 할 말이 있었거든요.”


그녀가 무슨 용건으로 왔는진 모르겠지만, 난 우선 막무가내로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먼저 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먼저 말해.”

“저 몇 시진 내로 약초원을 떠나려고요.”


내가 머잖아 이곳을.


약초원을, 백악봉 분타를 한동안 떠날 거라는 얘기.


“이미 준비는 얼추 끝냈어요. 추노야한테 인사만 올리고 나면 바로 출발하려고요.”

“···그래?”


내 말이 끝난 후.


선우연은 뭔가 씁쓸해 보이는 표정으로 잠시간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선배는 무슨 용무로 오셨던 겁니까?”

“아, 그게···.”


내가 다시 한번 입을 열어 되묻고 나서야, 허둥지둥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가 꺼낸 얘기는.


“너··· 내 도려가 돼주지 않을래?”


실로 내가 조금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갑자기요?”


도려란 수련 반려, 쉽게 말해 아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부부와도 같은 개념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그녀가 대체 나랑 왜?


선우연은 분명 나와 그런 류의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을 텐데?


난 말 없이 물끄러미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솔직하게 말할까?”


그리고 그녀는 날 향해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추 노인이 네가 아마 죽을 거라고 말했을 때, 괜히 심장이 철렁하더라. 그때 내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어···.”

···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도 들고. 내가 살면서 너 같은 사람이랑 감히 말이라도 붙여볼 기회가 또 생길지···.”

···

“꼭 나 한 사람만 바라보지 않아도 돼. 그리고···.”

···


그 뒤로 이어졌던 선우연의 얘기를 적나라하게 단도직입적으로 요약하자면 이랬다.


그녀는 내가 진가를 드러내기 전부터 이미 나와 가장 친했던.


게다가, 딱히 날 섭섭하게 대한 적도 없었던 사람.


그리고.


이제 내 주가는 하늘로 치솟아 한 단계 다른 차원으로 향하기 시작했으니.


이걸 기회 삼아, 장차 그 인맥 빨로 아예 작정하고 꿀을 좀 빨고 싶다는 얘기로군!


“너는 내가 싫어?”


뭐 안될 거 있나?


“그럴 리가요. 난 선배가 좋습니다.”


도려가 된다고 내가 닳는 것도 아닌데.


사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었다. 이쪽 세계, 특히 수도계에서 결혼은 그렇게까지 구속력이 있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선우연 역시 방금 자기 입으로, 굳이 그녀 한 사람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고.


한마디로 이건 내게 아무런 실이 없는 일이었다.


“합시다. 도려.”


어차피 선우연은 이름 옆에 별이 붙어, 내가 반쯤은 운명 공동체로 삼겠다 생각하고 있던 존재.


이러한 그녀의 제안은 아예 반길만한 일이었다.


난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덥석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약간 애석한 점이 있다면.


“그럼··· 이걸로 끝인 건가? 촛불이라도 피워야 하나?”


그건 우리가 방금 도려가 됐음에도 잠시 후에 헤어져, 아마 십 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만날 수 있을뿐더러.


이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뭔가 일을 벌일 여건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곤란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우린 나름대로 결혼을 한 셈인데, 여건상 제대로 된 의식을 치르기엔 상황도 시간도 여의치 않았으니.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뭔가 좀 아쉽긴 하네···.”


그리고 그때.


내 머릿속에선 문득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선배는 아직 연기기 수사니까··· 오래는 안 걸리겠지?’


부부가 된 기념으로 무언가 의식이 필요하다면, 조금 어이가 없긴 하지만 역시 쌍수만한게 없지 않나 하는 생각.


애초에 도려라는 것 자체가 쌍수를 전제로 한 관계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난 생각난 김에 즉시 단도직입적으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선배. 혹시 쌍수를 해보는 건 어때요?”

“뭐? 무슨···.”


선우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몸을 움츠리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내 몸과 얼굴을 한번 가볍게 훑어본 후.


“···좋아.”


조금 망설이는 구석이 있긴 해도 어쨌든 긍정의 대답을 던졌다.


다행인 일이었다.


그날 밤.


[대청비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숙련도가 ‘입문’에서 ‘초급’으로 한 단계 상승합니다.]

[효과: 쌍수를 할 때 좀 더 쉽게 상대의 환심을 살 수 있습니다.]


난 흑련으로부터 배웠던 쌍수 비법인 대청비술의 숙련도를 한 단계 올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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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인망 +8 24.06.20 6,774 2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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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천영경 +21 24.06.07 7,575 229 13쪽
15 화신기 수도자의 유해 (4) +10 24.06.05 7,628 21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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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화신기 수도자의 유해 (2) +13 24.06.01 7,529 19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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