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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위로 님의 서재입니다.

행운 1,500으로 선협 세계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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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위로
작품등록일 :
2024.05.18 23:25
최근연재일 :
2024.07.0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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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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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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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글자
11쪽

화신기 수도자의 유해 (3)

DUMMY

채희와 헤어지고 난 후.


“···.”


난 말 없이, 여태껏 해왔던 대로 계속해서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었다.


동굴의 한쪽 벽을 짚은 채,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면서.


아직까진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언젠가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결정적인 단서가 드러나기만을 기대하면서.


‘이런.’


눈앞엔 차츰 하나둘씩 소수의 요수 무리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법술을 운용해 재빨리 그들을 물리치고, 경계심을 잃지 않은 채 끝없이 조금씩 전진하는 걸 반복했다.


그리고. 그렇게 동굴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난 전방에서 또 한 번 시끄럽게 무언가 소란이 펼쳐지는 소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혹시.’


그리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간 그곳에서.


“최 공자! 어떻게 지금···. 아니, 일단은··· 일단은 날 좀 도와주시구려!”


수많은 요수 무리와 함께, 정말 다름아닌 왕자운이 나타났을 때.


“···.”


난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처음엔 채희.


그다음으론 보란 듯이 이 녀석이란 말인가.


‘골치아파.’


난 이쯤 되고 나니, 이 상황에 내가 모르는 어떠한 내막이 숨겨져 있단 사실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모든 게 우연이라고 보기엔 석연찮은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까.



내가 왔던 길엔 적잖은 숫자의 갈림길이 있었다.


난 방향을 잃지 않겠단 목적으로, 한쪽 벽을 짚은 채 그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는 규칙만을 엄수했을 뿐.


딱히 사람의 흔적 따위를 찾으면서 갈 길을 선택했던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철저한 무작위에 가까웠다는 거지.


헌데.


그런데도 보기 좋게, 난 나와 함께 기절했던 두 사람을 하나씩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아예 불가능하진 않아도, 상당히 낮음이 분명한 확률을 뚫고.


게다가. 이 자들은 왜 하필 내가 도착하는 순간에 딱 전투를 벌이고 있단 말인가?


‘이상해.’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난 우연히, 확률에 의지해 채희와 왕자운을 마주친 게 아니라.


정체 모를 충격파에 기절했던 그때부터··· 누군가, 또는 무언가의 설계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다고.


‘그렇다면···.’


혹시나 이러한 내 추측이 사실이라면.


전후 상황, 그리고 이곳에 빙의한 후 내가 얻었던 지식과 게임을 통해 알고 있던 정보들로 미루어 봤을 때.


아마도 이건 일종의 시험일 것이다.


화신기 수사가 남긴 유품이자,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주범인 무언가.


그 무언가가 우리에게 내리고 있을 시험.


이쯤 되고 나니, 난 최소한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앞으로 가자.’


내 생각에, 우선 이게 꿈이나 환상은 아니었다.


첫 번째로, 내가 느끼는 감각이 가짜라기엔 너무나도 선명했고.


또 이 상황이 거짓이라고 판단할 만한 어떠한 조짐이나 징후 역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게 현실이라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더더욱 분명해진다.


‘아마 끝을 봐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내 목숨이 달려 있는 마당에, 더 이상 그따위 보물 따위에 목을 맬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반대로. 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이 동굴을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 보물뿐이라면.


그곳으로 가는 수밖에.


애초에 상황을 보면 볼수록, 내겐 다른 선택지 자체가 없기도 했으니.


“최 공자··· 빨리!”

“걱정 마십시오.”


난 우선 왕자운과 협력해 눈앞의 요수들부터 먼저 해치우기 시작했다.


전투는 크게 어렵진 않았다.


아까와는 달리 요수들의 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도 않았고.


채희와 달리, 왕자운은 그래도 연기기 수도자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상위권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쉽군.’


그와 협력해, 머지않아 난 우리를 가로막던 요수들을 전부 쓸어버릴 수 있었다.


“최 공자, 덕분에. 덕분에···.”

“숨을 고르고, 일단은 상황부터 설명해 보십시오.”

“설명할 게··· 딱히 없습니다. 눈을 뜨고 나니 이곳이었고, 머잖아 요수들이 몰려오더군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최 공자가 나타나···.”


난 일단 왕자운과 대화를 나누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수집했고.


“···그러하니 일단 앞으로 계속 갑시다.”


계획을 바꿀만한 변수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한 후엔.


내 추측 중 일부를 그에게 설명한 후, 우선은 왕자운과 함께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


하지만.


그렇게, 하나둘씩 나타나는 요수들과 전투를 벌이며 끝없이 전진하다 보니.


이번엔 또, 다른 의문이 하나 더 찾아온다.


‘이렇게 쉽다고?’


너무 쉬웠다.


채희를 마주쳤을 때만 해도, 그곳엔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무수히 많은 요수가 있었는데.


지금 왕자운과 함께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요수들은, 그 숫자가 좀 되긴 해도 어디까지나 별다른 고난 없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내 전투력이 평범한 연기기 수사를 한참 뛰어넘는다는 사실은 감안해야겠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정말 화신기 수준의 보물을 얻기 위한 시험의 난이도가, 고작 이 정도란 말인가?


‘설마 이대로 걸어가기만 하면 화신기 수사가 남긴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건가?’


***


그 무렵.


‘···.’


왕자운은 어느새 놀란 붕어 같은 눈으로 최겸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남자의 기량이···.’


최겸의 실력이, 당초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법술의 위력이야 동굴 초입에서도 봤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한 번도 빠짐 없이 매번 정확한 판단만을 반복하는 천재적인 감각이나.


품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당한 개수의 부적들은 정말이지···.


꿀꺽-


왕자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속절 없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요수들을 확인할 때면.


마치 자신이 겪을 수도 있었던 미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조심하길 잘했군.’


사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


기회가 생기기만 한다면 즉시 최겸을 배신하고 그의 목을 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십년감수했어.’


그를 죽이고자 했던 이유는 뻔했다.


화신기 수사의 유품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화신기 수사의 유품.


이것은 본디 왕자운 따위의 남자가 감히 넘볼 수조차 없는 위격의 물건.


그 보물을 어째서 다른 사람과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었겠는가?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텐데.’


물론, 전리품을 절반으로 나누고자 미리 그와 합의했던 건 사실이다.


방금도 그의 도움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모두 근본적으론 의미 없는 일.


‘양심 같은 걸 챙긴다고 해 봤자 어디다 쓰겠어?’


왕자운에게 중요한 사실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최겸을 살려둔다면. 혹은 죽인다면 그에게 무슨 이득이 되는가?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 화신기 수사가 남긴 물건이라는 전리품을 반으로 나눠야 하는 이상.


최겸은 죽일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반드시 죽여야 하는 사람이었다.


‘···.’


그에게 힘이 충분하기만 했다면야, 아직까지도 최겸을 죽이고 전리품을 독차지하겠다는 계획은 여전했을 것이다.


단지, 이젠 그게 터무니없는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아마 난 선공을 한다고 해도 실패할 거야.’


그는 알게 됐다. 최겸이라는 남자의 역량은 정말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아마도 그에겐 지금까지 보여준 것 말고도 무언가 비장의 수단이 남아 있을 거라는 걸.


그러니 왕자운의 능력으로는, 기습을 한다고 해도 그를 죽일 수 없을 거라는 걸.


‘조심할 줄도 알아야 목숨을 간수하는 법이지.’


다행이었다.


만약, 먼저 주의 깊게 그의 실력을 살펴보지 않았다면.


혹시 섣불리 손을 쓰기라도 했다면.


그는 말 그대로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는 하룻강아지 같은 꼴이 되어, 매서운 역공을 받고 되려 목숨을 잃지 않았겠는가?


‘휴우···.’


그리고. 그렇게 왕자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였다.


불현듯.


어디선가.


“잠깐만! 최 공자, 방···방금··· 느낄 수 있었소?”

“···느꼈소.”


그들이 동굴 입구에서 마주쳤던 것과 비슷한 형태의 충격파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과는 다른 게 있었다면.


첫째론, 이번 충격파엔 아무런 공격력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었으며.


둘째론, 그 충격파가 발생하는 진원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설마···.”


아마도. 아마도 그들이 찾던 보물은 이미 지근거리에 있다.


“갑··· 갑시다···!”


왕자운은 말을 더듬거리며, 허겁지겁 그가 감지한 충격파의 진원지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엔.


‘저···정말 있다고?’


있었다.


아마도, 죽은 화신기 수사로 추정되는. 뼈밖에 남지 않은 인간 형태의 해골.


그리고 그가 품에 끌어안고 있는 작은 상자 속의 보물이.


‘빨···빨리!‘


왕자운은 일단 최겸보다 먼저 보물을 손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남몰래 발걸음을 재촉하며 최대한 신속하게 보물 상자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


‘···이럴 줄은 몰랐군.’


난 황당한 기분을 느끼며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빨간 붉은색을 바탕으로, 금장 장식이 수 놓인 화려한 도포를 입고 있는 백골.


그리고 그 백골이 껴안고 있는 작은 보물 상자.


‘말도 안 돼.’


정말?


정말 이걸로 끝이라고?


고작 영문 모를 충격파에 당해 정신을 잃었다가.


어디선가 깨어나, 한참 동안 동굴을 이동한 후.


연기기 수사의 힘으로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별 대단한 전력도 없던 요수들을 몇 번 처리한 거.


‘그게···.’


정말 그걸로 끝이었다고?


그것만으로, 나를 당황하게 할 만큼 모든 게 예상을 벗어나 있었던.


심상찮은 뭔가가 있을 거란 징조를 수도 없이 보여왔던, 그런 보물을 얻는 과정이 이토록 쉽게 끝난다고?


‘이상해.’


내가 생각하기에, 여기엔 분명 무언가 조심해야만 할 석연찮은 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계속해서 살펴보기 전에.


일단은 그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내 눈엔 기쁜 표정으로 화신기 수사의 시체를 향해 달려가는 왕자운이 보였다.


‘···.’


난 우선 첩안보를 운용해 소리 없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후.


“끄···끄아아아아아악!”


시작부터 극성으로 열화술을 운용해, 반격할 여지조차 주지 않고 재빨리 왕자운의 목숨을 빼앗아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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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주자호 +12 24.06.09 7,223 212 15쪽
17 거래 +13 24.06.08 7,460 217 17쪽
16 천영경 +21 24.06.07 7,584 229 13쪽
15 화신기 수도자의 유해 (4) +10 24.06.05 7,635 218 18쪽
» 화신기 수도자의 유해 (3) +8 24.06.03 7,505 193 11쪽
13 화신기 수도자의 유해 (2) +13 24.06.01 7,538 198 11쪽
12 화신기 수도자의 유해 (1) +9 24.05.31 7,913 209 15쪽
11 연단 +5 24.05.30 8,038 223 14쪽
10 식별 +6 24.05.28 8,308 219 15쪽
9 천도 축기경 +7 24.05.28 8,715 223 18쪽
8 통성명 +8 24.05.27 8,845 23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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