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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위로 님의 서재입니다.

행운 1,500으로 선협 세계 빙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아위로
작품등록일 :
2024.05.18 23:25
최근연재일 :
2024.07.05 01:34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48,649
추천수 :
10,246
글자수 :
247,905

작성
24.07.01 19:20
조회
6,049
추천
235
글자
16쪽

진법 (1)

DUMMY

영도진.


저물대를 구매하고 난 후, 길 위를 움직이는 와중.


난 끊임없이 계속되는 의문 한 가지에 사로잡혀 있었다.


‘왜?’


왜지?


왜 이 순간 영도진엔 생각보다 더 많은 강자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는 거지?


‘···.’


물론, 이건 생각 없이 넘기려면 넘길 수도 있을 정도로 별거 아닌 일.


아직은 확실한 것도 없는, 그저 작은 의심 정도에 불과했지만.


‘기회를 봐서 확인은 해봐야겠어.’


그렇다고 그냥 무시할 수야 있으랴.


이미 준비하고 대응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기어코 방심했다가 기회를 놓치는 바보가 될 생각은 없었다.


‘···가야겠다.’


그리고, 일단은 볼일을 다 봤으니 장원으로 돌아가려던 그때였다.


“저기···.”


문득 주양민은 소맷자락을 가볍게 붙잡으며 내 걸음을 멈춰 세우고 말한다.


“선배님. 저 다녀올 곳이 있는데···”


아직 거처로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사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운다라.


다소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뭐···.’


그걸 이 여자라고 모를까? 뭔가 그래야 할 이유가 있으니 적절하지 않아도 청할 수밖에 없었겠지.


난 주저 없이 즉시 그녀를 향해 대답했다.


“문제없다. 편하게 다녀오거라.”

“감사합니다.”


주양민은 공손하게 고개를 한번 숙인 후.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그리고··· 욕실엔 항상 따뜻한 목욕물이 준비돼 있으니, 혹시 필요하시면 그 안에 들어가 피로를 풀고 계셔 주세요.”


가볍게 내게 인사를 건넨 다음 어딘가로 쪼르르 달려간다.


난 별생각 없이 그녀를 뒤로하고 장원으로 돌아가, 그녀가 말한 대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필요한 생각을 정리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대략 일다경 뒤.


난 신식을 통해, 이곳에 돌아온 주양민이 뭔가를 손에 들고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선배님. 이걸 봐주십시오.”


욕실로 들어오는 그녀가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건 바로 옷이었다.


“허!”


새하얀 백색 바탕에, 금색과 하늘색 자수가 얇게 수놓아져 있는 고풍스러운 비단옷.


“선배님의 법호는 바로 백령인데··· 어째서 항상 흑의를 입으시는 건지 의아했지요.”


아까 날 먼저 보내고 난 다음, 그녀는 미리 봐뒀던 옷 가게로 이동해 재빨리 내게 건넬 선물을 사온 것이었다.


“미리 말씀도 드리지 않고 이런 일을 벌여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선배님을 깜짝 놀래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주양민은 위축된 표정으로 옷을 협탁 위에 개어둔 후, 조심스럽게 날 힐끔힐끔 곁눈질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하하!”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절로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온다.


설마 이런 종류의 선물을 받아보는 날이 올 줄은 또 몰랐다.


주양민은 내 반응이 만족스럽다는 듯 배시시 미소를 짓더니.


“제가 목욕 시중을 들겠습니다. 빨리 선배님께서 저 백의를 입으신 모습을 보고 싶어요.”


작은 바구니를 들고 달려와 따뜻한 물을 내 몸에 끼얹으며 작은 손으로 내 몸을 조물딱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말했던 일에 대해선 생각해보았느냐?”


이에 난 진심으로 마음이 동해, 그녀가 내 시첩이 되겠다고 했던 얘기를 먼저 꺼내 그녀의 의중을 물었다.


“···사실 저는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습니다. 외람되오나, 사실 소녀는··· 이미 선배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깊어 도저히 이를 주체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주양민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한다.


“전···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함께하며 선배님을 모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만약 훗날 헤어져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렇단 거로군.


“넌 쌍수를 해본 적이 있느냐?”

“소녀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습니다. 선배님께선 부디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서 제게 필요한걸 가르쳐 주십시오.”


난 주양민의 팔뚝을 가볍게 붙잡으면서 말했다.


“알겠다. 오늘부터 너는 내 사람이다.”


***


몇 시진의 시간이 흐른 후.


몸을 편하게 늘어트린 채, 잠시간 편하게 침대에 누워있던 백령자는 문득 눈을 부릅뜨고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가십니까?”

“그래.”

“하면···.”


이에 주양민 역시 따라서 일어나며, 준비했던 백의를 가져와 그가 착의하는 걸 도왔다.


“제가···.”


그녀는 백령자의 어깨 뒤로 손을 뻗어 그의 몸에 도포를 걸쳤다.


다음으론 깃을 겹친 다음, 저물 요대의 매듭을 묶어 가볍게 허리춤을 고정했다.


“아···.”


주양민은 입을 벌리고 작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화려한 백의는 이전의 검은색 옷보다 백령자의 당당한 기질에 훨씬 더 잘 어우러졌다.


“고맙다.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마.”

“예···.”


그가 그녀에게 인사하고 홀연히 떠난 후에도, 주양민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백령자의 모습을 상기했다.


‘저분의 용모가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다···.’


그리고 머지않아.


“얘야. 백령진인께선 어디 계시느냐?”


때마침 원영산이 찾아와 백령자의 행방을 묻는다.


“방금 용무를 보러 떠나셨습니다.”

“이런···. 여기서 기다려도 괜찮겠지?”

“물론이죠, 아가씨.”


이어서 그녀는 불현듯 무심하게 한마디 말을 툭 던지기도 했다.


“그자는 대체 무슨 일을 하러 영도진에 온 걸까?”


주양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건 시종의 신분으로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정할 순 없으리라.


‘그러고 보니 나도 아직 그분에 대해서 아는 게···.’


그녀 역시 백령자에 대한 모든 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궁금했다는 걸.


그가 정확히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그는 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곳, 영도진까지 찾아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건지.


***


장원을 떠나, 내 용무를 보기 위해 움직이는 길.


난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느새 단명결의 숙련도는 이미 [입문]을 너머 [초급]에 이르렀다.


[단명결]

-숙련도

[입문: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습니다.]

[초급: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힘이 더 강해집니다.]

[숙련: 아직 깨우치지 못함.]

[통달: 아직 깨우치지 못함.]

[소성: 다음 경지에 개방.]


주양민과 쌍수를 하던 도중, 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최겸과 백령자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일종의 다른 사람이다.


그렇다면 내가 최겸일 때, 그녀는 과연 나에게 어떤 존재가 되는 셈인지.


최겸과 백령자의 연결은 정확히 어느 정도로 강하고, 어느 정도로 느슨한 건지.


‘갑작스러웠어.’


그러던 와중 갑자기 백령자의 자아가 살짝 비대해지는 느낌과 함께, 난 단명결의 숙련도를 크게 상승시켜 생각보다 일찍 첫 번째 관문을 뚫을 수 있었던 것이다.


‘흐음···.’


단명결의 숙련도를 올려서 얻은 효과는 생각보단 심심했다.


단지 존재를 숨기는 힘이 더 강해졌을 뿐이라니.


물론, 이 부분을 액면 그대로 단순히 받아들이기만 할 순 없겠지만.


‘뭐···.’


어쨌든 이러한 일에 대해 고찰해볼 순간이 지금 당장은 아니리라.


이 순간에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으니까 말이다.


‘···.’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이급 대요수의 사체가 묻혀있는 산맥이었다.


아직 시간도,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아 있었으니만큼.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렇게 서두를 필요까진 없었겠으나.


‘우선순위는 명확해야지.’


난 불안해서라도 이곳에 빨리 한 번은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오늘,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느꼈던 의문과 걱정이 여전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머지않아 난 이러한 판단이 옳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확실히 뭔가가 이상하군.’


이급 대요수의 척골이 장차 정확히 어느 지점에 드러날지를 찾는 것.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그럭저럭 괜찮은 풍수 능력치를 바탕으로도,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꽤 많이 걸릴 수도 있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각오하기도 했었지.


헌데.


‘왜···.’


쉽다.


너무나도 쉬웠다.


내가 미리 알고 있던 대략적인 좌표 주변에 도착해, 지하에서 느껴지는 신호를 따라 주변의 지리와 풍수를 차근차근 해석하다 보니.


난 고작 한 시진 정도의 시간 만에 대응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다.


‘벌써···.’


나는 절벽 사이 깊은 곳의 골짜기에 내려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길면 한 달이 걸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작업이 이토록 허무하게 끝났다.


‘이건 절대로 좋은 소식이 아니다.’


내가 이토록 쉽게 일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라면 땅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져 있어야 할 대요수의 잔혼.


어떤 이유에선지, 그것이 무언가에 감응해 주변으로 조금씩 신통력을 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래서였어.’


난 내 모든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아무리 쇠락해 소멸하기 직전이라곤 해도, 전성기엔 한 주 정도야 가뿐히 멸망시킬 만큼 강했던 존재의 힘이다.


그런 힘이 무언가에 반응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니, 이 일대엔 당연히 알게 모르게 괴이한 일이 늘어났을 것이고.


그러한 이상 현상과 단서들은 조금씩 더 많은 수사들을 계속해서 영도진으로 불러들이고 있었을 테지.


‘젠장맞을.’


난 생각보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대요수의 잔혼이 계속해서 이리 요동친다면, 산맥의 붕괴는 내 예상보다 빨라질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렇다면 앞으로 더더욱 많은 수사가 이상을 눈치채고 영도진으로 달려올 테니.


자칫했다간 다수의 세력들이 이곳에서 격돌해 각축전을 벌이게 될 수도 있으리라.


이 일에 따르는 위험이 원래보다 가히 몇 배는 늘어날 거라는 말이지.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내가 물러나야 하나 자문한다면, 내 대답은 여전히 '아니오'였으며.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바로 법력이 고강한 수사들은 전부 요수의 내단에만 집중할 것이라 척골을 얻기 위할 경쟁이 그리 거셀 것 같지 않기 때문이었고.


두번째로는, 이미 내가 너무나도 강한 무기 하나를 가지고 있는 덕분이었다.


‘일단 해보자.’


난 머릿속에서 한 폭의 그림을 그리며, 이 일대를 아우르는 진법의 형태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진법 설치를 시작합니다.]


그러자 내 눈앞엔 다수의 메시지가 떠오른다.


[진법의 구성에 대한 영감이 떠오릅니다.]

[세 가지 속성 중 하나를 골라, 대응하는 재료를 소모해 진법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진법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증식(增殖)]

[효과: 시간이 흐를수록 진법의 영역이 자동으로 계속해서 확장됩니다.]


[흡수(吸收)]

[효과: 진법의 영역 안에 들어온 적으로부터 계속해서 영력을 흡수합니다.]


[은폐(隱蔽)]

[효과: 다른 사람들이 진법의 영역을 인식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천(天)속성 부여 가능]

[효과: 세 가지 속성을 한 번에 전부 채택할 수 있습니다.]


‘역시.’


진법을 설치하거나 강화할 때, 난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원하는 효과를 발동시킨다.


그리고 1,500의 행운 덕택에, 내게 제공되는 선택지는 모두 최고의 능력을 가진 속성들뿐이었으며.


천도 축기경을 돌파하며 얻었던 천속성 부여의 능력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이거지.’


난 마침 가지고 있던 재료와, 연화한 천겁의 기운을 사용해 주저 없이 진법의 기틀을 형성했다.


[진법을 설치했습니다.]


[삼묘진(三妙陣)]

[등급: 1단계]

[증식] [흡수] [은폐]


그리고 추가로 무언가 일을 더 벌이기 전.


다음으로 난 우선 장원에 돌아왔는데, 마침 그곳에선 때마침 원영산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좋구나.’


이참에 그녀와 얘기해 일전에 내가 넘겼던 물건들의 대금을 받고, 그를 통해 내게 필요한 자원들을 구매할 수 있으리라.


다만 그 무렵.


‘다시 생각해보니···.’


불현듯 내 머릿속에선 의문이 하나 떠올랐는데.


그건 바로, 그렇다면 산맥 지하에 파묻힌 이급 대요수와 감응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존재는 대체 누구냐는 것이었다.


***


정체불명의 강자가 천산주의 경계를 넘은 후.


‘···.’


칠호, 유성풍은 즉시 요격하러 달려 나가지 않고 우선은 제자리에 앉아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이루 말할 수 없이 요사한 기운을 발산하는 그 상대는, 어떤 이유에선지 머지않아 스스로가 먼저 유성풍을 향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왔군.’


앉아있던 유성풍은, 어느새 도착해 여유로이 그의 등 뒤로 걸어오는 존재를 감지했다.


유성풍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 너와 합작을 하고 싶지도 않다. 기회를 줄 때 지금 당장 천산주 밖으로 꺼져라.”

“···그래도 얘기는 한번 들어보지 그래.”


본디, 그는 이 정체 모를 강자와 일체의 협상 없이 한판 붙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난 최겸이란 사람을 찾으러 천산주에 왔다. 근데, 보아하니 쉽게 그의 종적을 파악할 수는 없을 것 같더군.”


상대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하고 난 후, 유성풍의 생각은 삽시간에 바뀌어 버렸다.


최소한 상대가 하는 소리를 들어는 봐야겠다고.


“그래서 먼저 허락을 받고자 내가 널 찾은 것이지. 난 천산주를 뒤집어엎어 그의 행방을 조사할 생각이다. 넌 그걸 묵인해줄 수 있는가?”


유성풍은 성질을 죽이고 상대를 향해 질문했다.


“왜 최겸을 찾지?”

“우리는 그가 필요하니까.”


상대의 짧은 대답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우리’가 최겸을 필요로 한다라.


그 말인즉, 상대가 최겸을 찾는 이유는 아마도 몸을 빼앗는 등의 단순한 의도는 아닐 거라는 것이다.


무언가 대승적인 목적이 있거나, 어쩌면 최겸을 포섭하고 싶어 하는 걸 수도 있으리라.


“그가 천도 축기경을 돌파했기 때문에?”

“반은 그렇지.”


반만 그렇다.


유성풍은 천영경에서 팔호와 육호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정확히 무슨 뜻인진 모르겠지만, 최겸은 그가 천도 축기경을 돌파할 때 일곱 번째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말했다.


‘육호조차 고작 네 번째에서 그쳤다고 했었지.’


그러니 아마도.


‘···그렇군.’


수도계 전체를 통틀어, 그 일곱 번째 난관을 통과한 건 아마도 오직 최겸 단 한 사람뿐일 것이며.


이 정체 모를 강자가 구태여 천산주까지 찾아와, 최겸을 원하는 이유 역시··· 최겸이 이에 관해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모종의 특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성풍은 한 번 더 상대를 향해 질문했다.


“이름이 뭐냐?”

“난 이름이 없는데···.”


이쯤 되니 유성풍은 마침내 어느 정도 상대의 정체를 확실히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이미 신식으로 느끼고 있던 상대의 생김새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


연보라색 빛을 띄는 살갗, 달걀 껍질처럼 금이 가 깨진 피부.


세로로 길게 죽 찢어진 동공, 이글거리는 화염처럼 검붉은색으로 타오르는 흰자위.


은은하게 발광하는 백발을 흐트러트린 이 상대는, 틀림없이 바로 화형(化形)해 인간의 형태를 취한 요수였다.


‘난 이런 강자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리고, 유성풍이 그렇게 유심히 상대를 관찰하던 그 순간.


“이상해···. 넌 자꾸 날 떠보는군. 왜지?”


무명자(無名者)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넌 최겸을 보호하고 싶은 건가···?”


유성풍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명자는 잠시간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그럼 우리···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지. 네게 최겸은 타협해 포기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닌가?”


유성풍이 다시 입을 연 건 그때였다.


“만약 아니라면?”


무명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면 이 갈등은 절대 대화로는 해소되지 않을 테니, 우리는 한쪽이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사생결단을 벌일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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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주자호 +12 24.06.09 9,098 275 15쪽
17 거래 +13 24.06.08 9,383 279 17쪽
16 천영경 +24 24.06.07 9,503 299 13쪽
15 화신기 수도자의 유해 (4) +11 24.06.05 9,571 28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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