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2부 30화

네볼레스 10세는 둘째 공주의 혼인식을 신하들과 함께 정성껏 준비했다. 동맹 알렌시아 왕국과 주변 왕국에 이 사실을 사신을 파견하여 알렸다. 티란토 왕은 정해진 날짜를 따로 코스펠에게 통보했다.

‘이제 며칠 후면 내 혼인식 날이구나.’

시종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코스펠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창문을 바라봤다. 혼인식이 끝나고 얼마 후 티란토 왕실 행사가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이어진 빠듯한 일정을 생각하니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델리시아 각하, 혼인식장에 갈 시간입니다.”

코스펠은 시종장의 도움을 받아 예복으로 갈아입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왕궁 연회장에 사절단 일행과 함께 갔다. 도착해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는데 설마 폐하께서 주군을 축하 사절단으로 파견하신 걸까?

“델리시아 아베스.”

“재...재상님?”

“자네의 혼인을 축하하네. 나는 폐하의 명령을 받들어 알렌시아 왕국을 대표하여 여러 신하들과 함께 왔네.”

네볼레스 10세와 여러 왕족들이 도착하여 자리에 앉자 본격적으로 혼인식이 시작되었다. 코스펠은 아스티엔 공주, 로스아린 장군과 혼인했다. 모든 혼인식 절차가 차례대로 진행되었다. 혼인이 끝나자 티란토 왕과 왕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한 잔치를 즐기라고 명령했다.

“델리시아 각하,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코스펠은 생각도 못한 혼인을 갑자기 하게 되어 당황스러웠다. 그는 옆에 앉은 두 사람을 따뜻하게 대했다. 연회장에는 재상 테오도르 일행을 비롯하여 많은 사절단이 함께 했다. 그때 율라르 왕국 사절단이 정중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저희는 율라르 왕국 사절단입니다. 델리시아 각하의 혼인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날 저녁에 이어진 잔치에서 코스펠은 여러 사절단과 외교 현안을 의논했다. 그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자들은 알렌시아 인근 섬과 대륙에 사는 원주민들 이였다. 그는 지금까지 모든 외교를 티란토, 레마 왕국을 중심으로 봤으나 원주민 부족장이 보낸 사절단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알렌시아 왕국 인근에는 개척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 저들과 친분을 쌓아두어 알렌시아 왕국을 위해 일할 것이다.’

코스펠은 옆에 앉아 있는 아스티엔 공주에게 저들에 대해서 아느냐 물었다.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는 일찍부터 알렌시아 인근 원주민 부족들과 무역했습니다. 알렌시아 왕국은 우리의 동맹이니 도와드리겠습니다.”

“공주 전하,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지켜본 에디안은 아버지 네볼레스 10세와 함께 알렌시아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펠은 두 사람에게 우리 알렌시아 왕국은 티란토 왕국과 힘을 합쳐 적군을 막아내어 적들로 하여금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할 거라고 대답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자 코스펠 부부는 왕궁 귀빈실에 걸어갔다.

“공주 전하, 티란토 왕국에 머물며 두 왕국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싶습니다.”

“아까 말한 대로 인근 원주민 대표들을 만나 보십시오. 그들도 당신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보였습니다.”

“...”

코스펠은 공주와 로스아린 공주의 뜻대로 하리라 결심했다. 우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두 왕국의 협력을 받는 게 전보다 쉬워졌으리라. 긴 하루를 보낸 그는 침대에 눕자 많은 생각이 떠올랐으나 피곤을 이기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 네볼레스 10세는 델리시아 아베스 군부 장관을 불러 오라는 왕명을 내렸다.

“네볼레스 10세 폐하, 신 코스펠 델리시아 아베스가 폐하를 알현하나이다.”

코스펠은 왕 앞에 서자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그의 옆에는 아스티아 공주, 로스아린 장군이이 서 있었다. 제이든, 오웬, 노르텐 장군을 비롯하여 재상 테오도르 일행도 있었다.

“델리시아 사절단장, 어제 경은 공주와 혼인하여 티란토 왕가 사람이 되었도다. 오늘부터 경은 알렌시아-티란토 왕족이니라.”

“네볼레스 10세 폐하의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티란토 왕은 경은 두 왕국의 이름을 딴 최초의 왕족이라 말하며 축하했다. 그러자 왕의 시종장이 미리 준비한 예복으로 갈아입히고 양피지 두루마리와 검을 줬다. 코스펠은 조심스럽게 하사품을 받들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 네볼레스 10세는 알렌시아 왕국의 사절단 일행은 함께 탁자에 앉게 했다.

“테오도르 아베스 재상, 내일 경은 본국으로 돌아간다 하였는가?”

“네, 폐하.”

“에스테반 폐하께 나와 델리시아 군부 장관의 안부를 대신 전해주시게.”

“폐하의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네볼레스 10세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신하들을 따뜻하게 대했다. 다음날 알렌시아 축하 사절단은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티란토 왕국에 남은 코스펠은 그동안 왕성 중심의 일정에서 벗어나 인근 성을 둘러보며 경제, 군사 협력에 관해 의논했다. 모든 외교 일정을 마친 그는 모든 일행을 회의실로 불렀다.

“지난 5개월 동안 우리는 티란토 왕국에 머물며 왕명을 받들었습니다.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델리시아 전하의 뜻이 맞습니다.”

“네볼레스 10세 폐하께 고하고 떠날 준비를 합시다.”

초기 외교 일정을 약 1개월 동안이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었다. 티란토 왕국에서 많은 첩자들이 잠입해 있기에 두 왕국의 혼인 동맹을 그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코스펠은 엄청난 긴장 속에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이제 티란토 왕국의 사위가 되었기에 앞으로 자주 방문하게 될 것이다. 네볼레스 10세를 알현한 뒤 모든 일행을 데리고 왕궁 밖으로 나갔다. 국왕 부부는 신하들과 함께 나아가 그들을 배웅했고 그는 말없이 뒤를 돌아보다 길을 재촉했다.

“델리시아 아베스 장관, 어서 오게.”

알렌시아 왕국에 입국하자 코스펠은 즉시 알렌시아 왕성으로 가자는 명령을 내렸다. 에스테반 왕은 사절단 일행이 돌아오자 옥좌에서 일어나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이미 모든 소식을 듣고 있었기에 모든 신하들은 그의 혼인을 축하했다.

“델리시아 장관,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티란토 왕국에서 저는 폐하의 명령을 받들어 일했을 뿐입니다.”

“경의 혼인으로 두 왕국의 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야.”

에스테반 왕은 사절단장이 되어 티란토 왕국에 다녀온 재상 테오도르와 코스펠 장관의 노고를 치하했다. 다음날 왕은 그에게 왕족 작위를 하사하여 두 왕국에서 모두 왕족으로 인정받았다. 오랜만에 군무에 복귀한 코스펠은 집무실에 앉아 장군들의 보고를 들었다. 여전히 레마 왕국은 저번 전투의 피해를 복구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