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2부 24화

델리시아 성 인근에는 아름다운 별장이 있었다. 코스펠이 영지로 하사 받은 뒤 성을 수리하며 중축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 저택을 지어 휴양지로 삼았다. 별장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꾸며져 있었고 나무 의자가 놓여 있어 앉아서 쉴 수 있었다.

‘갑자기 어지럽네.’

별장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려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었다. 옆에서 그를 돌봐주던 노르텐이 없었기에 더욱 그리워졌다. 그러자 뒤따르던 시종장과 하인들이 깜짝 놀라 부축하여 침대에 눕혀줬다. 잠시 후 궁의와 주치의가 왕이 보낸 약상자를 들고 들어왔고 치료가 시작되었다.

“군부 장관 각하, 군무는 잊으시고 요양해야 합니다.”

궁의는 주치의와 함께 누워있는 그를 치료하고 돌봤다. 코스펠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간호하는 가신들과 시종장은 드디어 주군께서 쉬신다는 생각에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군께서 편안해보이시니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주군께서 아끼시는 노르텐님께서는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합니다.”

한편 훈련장에 간 노르텐은 제이든, 오웬 장군을 면담하고 나서 비마법사 출신 장군을 스승으로 만났다. 장군은 부하들에게 그의 훈련을 맡겼는데 예전 코스펠과 동료들이 그랬던 것처럼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오늘 훈련은 이만 마치겠다. 돌아가서 쉬라!”

교관의 말이 끝나자 훈련병들은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막사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온 노르텐은 코스펠이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지냈다. 이번 훈련이 끝나면 군부 장군이 되어 왕국을 지키게 될 것이다. 장군이 되지만 아직 배울 게 많기 때문에 다른 장군들의 일을 도와주며 훈련을 계속할 계획이다.

전쟁에서 알렌시아 왕국이 두 번 크게 이긴 그때 주변 왕국에 변화가 생겼다. 오랜 동맹국이던 티란토 왕국 병장기 연구소에서 많은 장인들과 대장장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끝에 새로운 병장기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병장기는 무엇인가?”

티란토 국왕은 신하들과 회의 중에 달려온 전령으로부터 새 병장기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는 궁금증에 가득한 표정으로 함께 온 자들에게 말했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장인은 가져온 나무 상자를 왕에게 바쳤다.

“열어보라.”

왕명을 받은 시종장은 탁자 위에 상자를 올리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긴 나무 상자 안에는 소총이 들어 있었고 티란토 국왕과 신하들은 궁금증이 가득했다. 대체 병장기는 무엇일까? 어떻게 작동시키는 것일까?

“회의가 끝나면 이걸 시험해보도록 하라.”

훈련장으로 나간 왕과 신하들이 자리에 앉자 대기하고 있던 장인은 시위대 장군에게 소총을 맡겼다. 사용법을 익힌 장군은 과녁을 바라보며 방아쇠를 당기자 마법 능력이 발현되었다. 정확하게 목표물을 뚫고 지나가자 티란토 왕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이 병장기의 이름은 무엇인가?”

“마법 소총이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병장기이니 성능이 대단하다.”

“폐하, 개발한지 얼마 안 되어 성능이 떨어집니다.”

“아직 실전 배치는 무리인가?”

“네, 폐하.”

“최근 알렌시아 왕국에서 새로 군부 장관이 취임했다고 들었다. 그와 협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티란토 국왕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마법 소총이 개발됨으로 앞으로 전쟁 양상이 바뀔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직 개발 초기라서 기존 병장기에 비하면 성능이 떨어지고 불량이 많이 나 걱정되었다. 알렌시아 군부 장관 델리시아 아베스가 우리를 도와준다면 원수처럼 지내온 레마 왕국을 단숨에 무찌를 수 있으리라.

‘델리시아 아베스 군부 장관이 우리 왕국에 사절단으로 왔으면 좋겠구나. 그와 함께 레마 왕국을 이길 방법을 의논하고 싶구나.’

델리시아 성 별장에 간 코스펠은 요양하며 치료를 받았다. 궁의와 주치의는 의논하여 그의 식단을 정해 시종장에게 알려줬다. 식단이 정해지면 하인들이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정성껏 쟁반에 담아 방으로 가져갔다.

‘지난 며칠 동안 아픈 몸을 치료하기 바빴다.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니 일을 해야 한다.’

침대에 누운 코스펠은 누워 있기 답답해 가끔 부축을 받아 밖에 산책 나간 게 전부였다. 가신들과 함께 숲길을 걸으며 저번에 옥에 갇혀 지냈던 때 구상했던 걸 정리했다. 석방되면서 옥중에서 쓴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틈틈이 검토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올 군대로는 소총 부대, 공군 등이 있겠구나. 휴가가 끝나면 폐하께 내 생각을 아뢰어 봐야겠어.’

옥에 갇혀 있던 지난 약 2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책을 뒤져가며 흐릿하지만 상상력을 펼쳐 구상해봤다. 미래 군대 병장기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에 가까웠다. 지난 세월 동안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였기에 불가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처럼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다루는 군인들, 마나를 이용한 새로운 병장기 등이 있었다.

“주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을 떠올리던 코스펠은 갈대 펜을 잡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자 옆에 대기하고 있던 시종장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소리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아...폐하를 알현하면 뭐라고 아뢰어야 할지 상상하고 있었네.”

어느새 별장에 도착한 지 약 2주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지금쯤이면 노르텐은 전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받는 훈련은 견디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잘 해내겠지. 훈련이 끝나면 델리시아 성에 왔으면 좋겠다.

“주군, 요즘 노르텐님을 많이 그리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는 억울하게 군대 노예가 되어 몇 년 동안 고생했다. 어찌 마음이 가지 않겠느냐.”

“네, 저도 주군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번 전쟁에서 많은 장군들이 전사했지만 살아남은 참전 용사들이 주군을 뵙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시종장, 그들의 뜻대로 하게.”

그날 밤,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코스펠은 참전 용사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들은 왕국에서 주는 연금으로 풍족하게 살고 있으나 전쟁이 터지면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깜짝 놀라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물었다.

“저희들은 폐하의 명령을 받들어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군인이기 때문입니다.”

코스펠은 그들의 말에 지난날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끼는 장군들과 수많은 병사들이 전사한 저번 전쟁은 시간이 흘렀어도 마음의 큰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비록 저번 전쟁으로 살아남은 자로 해야 할 일을 조금이라도 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델리시아 성에서 쉬었다가 가게. 내가 극진히 대접하라 지시해놓을 것이네.”

“군부 장관 각하, 감사합니다.”

참전 용사들과 면담이 끝나자 시종장을 시켜 델리시아 성에서 데려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성에서 지내는 가족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숙소를 직접 안내했다. 방이 정해지자 하인들이 와서 정성껏 대접했다.

‘이제 알렌시아 왕성에 돌아가야 할 날이 머지않았구나.’

요양 온 코스펠은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고 자유롭게 말을 타고 격투, 검투를 연습할 수 있게 되었다. 별장 침대에 누운 그는 노르텐의 훈련 기간이 끝나가는 걸 느끼고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