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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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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
작품등록일 :
2012.11.0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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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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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0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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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엔쿠라스 70화-빚

DUMMY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기 시작하자 벤하르트가 눈을 떴다. 몸가짐을 하고 아랫층으로 내려가자 레니아와 트레이야가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었는데 레니아의 표정이 심히 좋지 않았다. 그 표정을 보고 그제서야 벤하르트도 깨달았다.


'아.. 갚아 주기로 했었던가.'


돈에 욕심이 없었고 굳이 비교하자면 분명 레니아를 선택 해야 할 상황이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분명 아까운것은 아까운 것이었다. 속으로 한참을 씨름 하고 있는 벤하르트를 레니아는 질렸다는듯 쳐다볼 뿐이었다. 레니아가 돈에 관한 개념이 없을때라면 모를까 벌써 몇개월째 여행을 한 레니아가 그 빚이 얼마나 대단한것인지 모를리 없었다.


"역시 내가 돈을 관수하는게 나았나봐. 벤을 너무 믿었나."


"어쩔수 없었어 그때는. 그 방법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거든."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 나약해 보이는 태도가 그녀의 눈에 곱게 보이기에 손해는 너무도 심했다. 빚을 갚아 주고도 100 마크닐 정도의 거금이 남게 되지만 그렇다고 쉬이 넘어가줄 정도의 금액은 아닌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때의 자신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고 되뇌어 본다. 여러가지 방법이 떠올랐지만 역시나 가장 쉬운것은 그녀의 빚을 갚아주는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심정도 모른채 트레이야는 레니아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네 여행동료 엄청난 바보라고 생각해. 나는."


부정하고 싶어도 그녀의 머리가 어쩔수 없다는듯 살짝 끄덕였다.





마을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 더럽다고는 할수 없지만 깨끗하다고도 할수 없는 마을에서 유달리 눈에 뜨이는 백색의 건축물은 이질적이게 그곳에 있었다. 빚이나 죄라는 명분으로 대르나드에 있는 사람들을 묶고 있는 감옥이나 다름 없는 곳 그곳에 트레이야는 발걸음을 옮겼다.


"보기에는 엄청 초라해 보이는데 정말 가지고 있었군 800 마크닐이라는 돈을,"


찰랑이는 자루를 보면서 그녀는 반은 즐거움으로 반은 씁쓸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그냥 돈만 갚고 나몰라라 한다면 별 걱정도 하지 않았겠지만 선뜻 그렇게 행동할수가 없었다.


"트레이야 빚 800마크닐을 갚으러 왔어요."


약간 여유롭게 앉아있는 남자의 모습은 깐깐했는데 빚을 징수하는 역할과 딱 알맞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장부를 뒤지던 그는 트레이야를 보면서 눈을 흘겼다.


"800마크닐이라고,,? 아니지 아니야. 분명 그때는 800 마크닐이었지만 지금은 이자가 늘어 버렸거든 917마크닐이지만 딱 잘라서 910 마크닐에 해주지. 무려 7 마크닐이나 싸게 해주는거니 감사하게 여기도록."


남자가 수염을 살짝 매만지는 모습을 보고 트레이야의 몸이 떨렸다.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5년여.. 그 사이에 100 마크닐이라는 금액이 불어 버린것이다. 수년을 일한다 해도 그만한 돈이 쉽게 모일리가 없었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하나의 대박을 노리지 않고서는 도무지 대르나드를 빠져 나갈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생활비를 빼고 꾸준히 모아왔던 돈 30 마크닐 여를 보탠다 해도 터무니 없이 모잘랐다.


"없는건가? 그럼 다음에 돈이 모이면 찾아 오도록 하게."


"5년 사이에 110 마크닐이나 이자가 불다니 어떻게 이럴수가.."


"본래는 그렇게 취급 하지 않지만 너희들은 죄인이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 까닭이라고 하더군, 그 죗값을 치루기 위해 평생 이곳에서 살라는 뜻이 아닐런지.. 하하.."


가뜩이나 얄팍하게 생긴 외모가 그녀에게 더욱 밉상으로 보였다. 여하튼 법은 법이었기에 트레이야는 울분을 삭히고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됬는데 저기 돈좀 더 빌려 줄수 없을까?"


헤헤 웃으면서 부탁하는 트레이야의 모습 하지만 벤하르트에게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부탁이었다. 본디 가지고 있었던 돈 800 마크닐도 그로서는 한계치까지 준것이나 다름 없었는데 거기에 100 마크닐을 추가로 내어 준다는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그간 여행하면서 흥청 망청 써왔던 돈 50여 마크닐을 따져 볼때 앞으로 해쳐나갈길을 50 마크닐으로 버틴다는것은 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약간은 트레이야가 염치 없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그녀를 탓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모으기 힘들고 그녀로서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돈을 주는것은 망설여 지기 마련이었다.


"부탁이야. 이제 기댈곳은 여기 밖에 없어. 보물도 물건너 갔고 이대로는 평생 이곳에서 썩어 지내야 해. 100까지도 안바랄게 80정도만 어떻게 안될까?"


"잠깐 기다려 주세요."


벤하르트가 레니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할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저번에도 마음대로 혼자 결정했으면서,"


"아직도 그 말이야? 어쩔수 없었다고 했잖아 그때는."


"어쩌겠어. 이미 벤 너는 마음을 굳힌것 같은데, 결국 도와 주고 싶은 거잖아? 괜히 물을것 없이 도와 주고 와. 하지만 그 댓가는 벤 네가 치르도록 해."


댓가를 치르라는 말에 벤하르트는 살짝 머뭇 거리고는 돈을 들고 트레이야에게 건네 주었다. 돈을 건네주는 벤하르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정말 고마워! 여분의 돈이 생기면 꼭 갚을게."


그녀는 연신 굽신 거리면서 벤하르트에게 감사를 표했다. 풍선 처럼 줄어든 돈자루를 보며 벤하르트는 아쉽다 라고 생각했다. 재물에 관한 욕심은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막상 없어지게 되자 탐욕이 들어난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빚을 청산할수 있었다. 910 마크닐 대부분은 벤하르트에게서 나온 돈이지만 그녀는 떳떳하게 부모가 남긴 빚을 털어낼수 있게 된 것이다.


"후우, 이제 이 마을과도 안녕이군. 지긋지긋했다."


한손에는 술잔을 들고 입은 분주하게 마른음식을 분해하고 있었다. 집안에 고히 모아둔 술을 탕진이라도 하려는 듯 했다. 나쁜 기억을 오래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술을 마시면서 기쁜 얼굴로 숨을 내쉰다.


"벤하르트씨 레니아 이리 와서 한잔 해."


800이라는 거금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상당히 당당했다. 마을을 벗어날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 들어 술을 들이켰다. 그녀가 권유하는 술을 벤하르트는 선뜻 받을수 없었다.


"별로 술에 대해 좋은 기억은 없군요. 어제의 일도 있고,"


결국 벤하르트가 돈을 쓰게 된 원인도 어떻게 보면 술이 한몫 했다 할수 있었다.


"아까운데 말야. 이 술들 꽤 고가의 상품이거든. 마시는게 남는거라고?"


"잠깐. 그렇게 고가의 술이었다면 이것을 처분하면 되는것이잖아요."


"이 술들은 내가 해방 되는 날 전부 마셔두기 위해 모셔놓은거야. 나름 고가의 상품이라는거지 다 팔아도 몇 마크닐이나 나오겠어."


다시 그녀가 술을 목에 가져갔다. 벤하르트는 약간 불만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안되니까 벤은 술을 안마시는게 좋겠네. 음 음."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니아는 어느새 트레이야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같은건 어찌 되도 좋다라고 생각했던 벤하르트지만 그렇게 자신을 뒤로한채 술을 마시는것을 보면 역시나 한모금정도는 얻어 먹고 싶어지기 마련이었다.


"어 마셔보고 싶은 모양이지? 에헤. 자 그럼 벤하르트에게는 특별히 이걸로."


뒷춤에 손을 가져가 그녀가 하나의 술을 꺼냈다. 갈색의 빛을 띄고 있었는데 따르는 순간 부드러운 향기가 느껴졌고 그 향기에 혹해 벤하르트도 한껏 안심을 하게 되었다. 한잔 정도는 하면서 술을 마시고 난 벤하르트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우아아악!"


입부터 목을 따라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한참을 난동 피우던 벤하르트는 찍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서서히 일어나 트레이야를 노려보면서 벤하르트가 말했다.


"뭡니까 그 술은."


"이거? 킹에뜨로 라고 불리우는 술인데, 어떤 사람이 이보다 독하지 않은듯 하면서도 독한 술은 없을것이라고 호언 장담 하길래 하나 사뒀지 상당히 독했던 모양이지?"


"얼마나 독하길래..?"


이미 두 여인의 볼은 붉게 물들었다. 완연히 취하지는 않았다 해도 취기 정도는 확실하게 올라와 있었다. 레니아는 갈색의 술을 빤히 쳐다보다가 한잔을 들이켰다. 레니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머리를 탁자에 박고 쓰러졌다.


"인사불성이로군. 도대체가 왜 이렇게 약하면서 술을 먹는거야."


"뭐야. 벌써 끝인가? 이렇게 되면 벤하르트라도 잡고 질펀하게 마셔대야 겠는걸."


"네? 무슨."


"술 상대를 해달라는 거야. 그리고 쓰러지기 전에 미리 감사의 인사부터 올려야 겠네. 고마워 벤하르트씨 아마 당신 같은 남자는 없을거야. 별로 좋은 의미로 말한건 아니고 어지간하게 바보같다는 의미인데,,"


그녀는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여 놓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대르나드의 불만과 자신의 신세 한탄이었는데 벤하르트는 자신과는 색다른 타인의 경험을 들을수 있었다. 한잔을 마시게 되면 한잔이 돌게 되는 술이었고 또 트레이야의 술들은 상당히 독했던 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벤하르트도 잠에 빠져 들었다





벤하르트가 일어났을때 이미 하루가 지나 아침해가 밝아 오고 있었다. 머리맡에는 술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두명의 여자가 곤히 자고 있었다.


"하루를 내리 자게 될줄이야. 늙으면 잠이 사라진다고 하던데 왜 나는 더 잠이 많아진건지. 젊어져서 그런가?"


벤하르트의 기척에 트레이야와 레니아도 곧 잠에서 깨어 났다.


"좋은 아침. 오늘 출발하기로 했었지?"


트레이야의 말에 벤하르트가 물었다.


"뭐를요?"


"무슨 소리야. 어제 술을 마실때 이야기 했었잖아. 여행에 대한 이야기."


"그랬었나. 그런데 그게 왜요."


"나도 이제 이 마을을 뜰거니까. 동행을 하겠다고 했잖아. 기억 안나는거야?"


벤하르트는 머리를 굴렸다. 지난 낮의 일을 생각하고자 노력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애초에 트레이야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딱 잘라 그럴수 없다고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동행을 하긴 하겠지만 짐이 될 생각은 없거든 빚도 빚인 만큼 내가 일을 해서 빚도 조금씩이나마 갚아 주도록 할게. 일석 이조 아니야? 여행 자금은 내가 조달해 주겠다는 이야기야."


"레니아 어때?"


"별로 딱히 나쁘지는 않아. 어차피 여행을 할거라면 이왕이면 돈을 버는 쪽이 나을테니까,"


벤하르트도 그녀는 호위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같이 여행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그럼 잘부탁해. 벤하르트 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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