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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 님의 서재입니다.

엔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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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
작품등록일 :
2012.11.05 05:04
최근연재일 :
2017.11.1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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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1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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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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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엔쿠라스 16화-균열(3)

DUMMY

알이 온지도 어느덧 1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미 밤은 깊었건만 청년의 손은 아직도 굳세기만 했다.

망치질 소리가 주위를 뒤덮었다.


"후우.."


망치질을 멈추고 벤하르트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밤에 혼신의 힘을 다해 철을 만지는것은 이미 그의 일과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야 벤."


뒤에서 들려오는 리넨의 목소리에 벤하르트는 놀라며 돌아 보았다. 평상시처럼 자신이 설치해 놓은 함정이 발동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함정에 걸리지 않았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항상 같은곳에 설치 해 놓으면 알수 있어. 그것보다 아빠가 널 데려 오라는데?"


"스승님이?"


알이 자신을 불렀다고 하자 벤하르트는 왠지 모를 충만감에 젖어 들었다.


"따라와."


자신이 놓아 둔 함정을 일일히 손으로 치우면서 벤하르트가 길을 열었다. 설치할때는 즐거웠는데 막상 해체하려 보니 꽤나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그간 리넨이 걸려 줬기에 망정이지 항상 피했다면 아마 그는 함정을 설치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두운 복도의 끝으로 걸어 갔다. 스승의 방이 어디지는 벤하르트도 알고 있었다. 다만 가보지는 못했다. 그곳에 가는것은 암묵적인 금지사항이었기 때문이었다.

딱히 다들 이유를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고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 적이 없음애도 불구하고 그곳은 이유 없는 금단 구역이 되어 있었다.


"이곳이 스승님의 방?"


"그리고 여기가 내방이지."


알의 방 옆을 가리키며 그녀가 말했지만 벤하르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왔느냐?"


"스승님 무슨일로.."


알의 눈이 벤하르트를 응시 했다.


"둘은 아직 도달 하지 못했지만 너는 이미 내가 그때 만들었던 검의 경지에 도달했더구나."


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자 벤하르트는 전신이 흥분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 둘이 있는 곳에서 너의 논 할수는 없었기에 이렇게 불렀단다. 한가지 물어 보자. 네가 루크나 덴보다 더 좋은 검을 만들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벤하르트는 망설여 졌다. 자신이 이렇게 루크나 덴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가지게 된것은 그들보다 노력을 많이 해서도 아니고 그들보다 자질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재능이 뛰어났던것도 아니고 노력을 그들보다 더 열심히 했던것도 아닙니다. 재능은 덴형쪽이 저보다 월등히 뛰어나고 노력은 루크형님이 더 뛰어나죠. 제가 형들보다 더 실력이 나아진것은 단순한 하나의 계기 덕입니다."


"그래. 사람이 어느 하나의 길을 가는데에는 일직선의 옳바른 길이 있는가 하면 뱅 돌아가는 길이 있을수도 있지. 그들은 어찌 보면 일직선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너는 멀리 돌아 가는 길을 택했지. 하지만 네가 선택한 길은 지름길이었던 모양이구나."


스승의 온화한 미소에 벤하르트는 그간 불만 스러웠던 마음이 싹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그럼 나를 따라 오너라."


"아빠. 저도 봐도 되요?"


알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실망한 기색을 보이면서 쿵쿵 거리면서 방을 나갔다. 그는 딸에게 마저도 보여주지 않는 검을 벤하르트에게 보여 주고 있는것이다.


알의 방은 어둑어둑 했지만 윤곽 만큼은 확실하게 알수 있었다. 밖의 달빛이 방 구석구석을 잘 비추어 주고 있었다. 만든 구조를 알아 보고 싶을 만큼 방의 이곳 저곳을 보던 찰나 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것이다."


벽에 걸려있는 검은 검은 천으로 뒤덮여 있었다.


알을 따라 그는 한걸음 한걸음 검에 접근했다. 검은 천에 쌓여진 채로 벽에 걸려있는 검은 그 도신을 볼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으로 그 검의 예기(銳氣)를 느낄수 있었다.


"이것이 내 일생에서 가장 훌륭 했던 명검이다."


천을 들어 내자 평범한 검 한자루가 벤하르트의 시야에 들어왔다. 보기에는 아무런 특색도 보이지 않는 낡은 검이었지만 그 검의 내면을 벤하르트가 파악 하지 못할리 없었다. 그것이 불가능했다면 이미 알이 그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을리가 없었다.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져 오는 명검. 언뜻 보면 요도(妖刀)같아 보이기도 했고 다르게 보면 정도(正刀)같아 보이기도 했다. 어느쪽이라고 싸잡아 말하긴 어려운 애매한 위치의 검이었다.

그 검은 엄청난 연륜이 있어 보였다. 알의 나이로 보아 기껏해야 수십년 정도 밖에 될수 없을 터인 검은 마치 수백년동안 존재 해 왔다는듯 연륜을 풍겨 대고 있었다.


"이 검은 언제 만들어 진 건가요?"


벤하르트의 물음에 덴이 살짝 미소 지었다. 그에게 있어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을 어린 제자가 물은 것이다. 기특한 마음에 그가 답했다.


"네가 상상하는 대로의 시간이다."


애매한 대답이었지만 그로서 벤하르트는 깨달을수 있었다. 겉보기와는 달리 알은 상당히 나이가 많다는 것을. 저 검의 연륜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수많은 시간이 지나 퇴색되어진 검임에도 불구하고 그 검은 중후하면서도 더할나위 없는 예기를 머금고 있었다. 다가 가기만 해도 살갗을 베고 파고들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벤하르트는 눈앞의 검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마치 그 검을 마음에 새기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렇게 빤히 쳐다 보고 있는다고 넣어 갈수 있는게 아니다. 이 검을 보고 하나의 깨우침을 얻을수 있도록 노력해라."


"아아.."


스승의 말에 그제야 벤하르트는 자신이 실수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검은 단순히 한번이고 두번이고 본다고 해서 흉내 낼수 있는 그런 차원의 검이 아니었다.

자신의 평생을 두고 쫓아가야 이룰수 있는 검인 것이다. 자신이 여기서 아무리 저 검의 본질을 깨달으려 노력한다 해도 그것은 이룰수 없는 일이었다.

순수하게 그검에 감탄했고 그의 스승에 감탄했다. 저건 검을 자신이 평생을 제련한다 해도 도달할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는 네가 이 검 이상가는 작품을 만들길 기원하겠다. 너라면 될수 있을거다 란 말을 하진 않겠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 검을 능가하는 검이 그렇게 쉽게 세상에 나올것 같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설사 내 손으로 저 검을 능가하는 검을 만들지 못한다고 해도 누군가가 저 검을 넘는 검을 만들어 준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할수 있을것만 같거든."


"스승님."


알의 말은 전 세계 수많은 도공이 듣기에 광오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으나 벤하르트는 그의 말에 충분히 공감 할수 있었다. 저 검은 그가 죽을 때까지 검만 쥐고 생각해도 만들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함을 자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네가 보고 싶은 만큼 검을 보도록 해라.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볼수 있게 될지 알수 없으니까.."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날 그는 밤을 지새워 그 검을 바라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것이란 세상에 존재할리 없다고 생각했던 벤하르트였지만 전날 그 검을 보고 난 후 그는 생전 처음 완벽한 무언가를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검이 완벽한것은 절대 아니었고 벤하르트도 그정도의 사실은 깨닺고 있었다. 다만 그 검은 완벽에 가까운 검이었다. 적어도 지금의 벤하르트로서는 흠잡을 곳이 없었던 검.


"무슨 생각하냐 멍하니 얼른 가서 검이나 더 만들어."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어제 뭘 했길래? 자꾸 농땡이 치다간 언젠가 큰코 다치게 될거다."


루크의 말에 벤하르트는 가슴이 찔끔 거렸다. 루크는 자신의 실력을 모르고 있었다. 그에게 이런 말을 들을때마다 왠지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 것이다.


"벤형 벤형~"


멀리서 세크닐이 벤하르트에게 달려 오고 있었다.


"벤형 오늘 저좀 가르쳐 주면 안되요?"


"으응?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그렇게 빼지 말고 가르쳐 줘요. 네?"


세크닐이 조르자 벤하르트는 마지못해 그를 데리고 공방으로 갔다.


"망치는 어떻게 잡죠?"


"편한대로 잡으면 되지만 흔들리지 않게 손 안의 공기를 전부 밖으로 빼 내는 듯이 잡는게 좋아. 이런식으로."


벤하르트가 그의 손을 잡고 꽉 쥐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세크닐이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한번 시범을 좀 보여주세요."


"어? 시범?"


세크닐의 부탁에 벤하르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망치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철을 녹이고 힘 없어 보이는 손으로 하나 하나 휘둘러서 그는 검을 엮어 나갔다. 곧 만들어진 검은 세크닐의 손에 들어갔다.


"어라? 이상한데요."


"뭐가?"


"형은 이런 검을 만드는게 아니잖아요."


"응?"


"저번에 봤는데 리넨님과 형이 검을 만드는걸 본적이 있거든요."


벤하르트의 눈이 놀람으로 뒤바뀌었다. 그가 있다는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었다. 자신은 항상 주위에 함정을 설치해 놓는데도 그것도 걸리지 않고 자신을 바라 봤었다는것에 놀라며 벤하르트는 세크닐에게 당부했다.


"세크닐 너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예 왜요?"


"이유가 있어. 부탁이다."


세크닐은 잠시 눈알을 굴리더니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뭐 말한다고 제게 득되는것도 없고.."


"그럼 보여줄게."


망치를 들고 그는 마치 신들린듯 내리치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속도를 늦추었다가는 눈이 감길 지경이라 감히 멈추지도 못하고 그는 열심히 망치를 휘둘렀다.


"완성했다."


그가 검을 들고 말했다. 그도 이제 30여분 정도의 시간만 들여도 어느정도 수준의 검을 만들수는 있었다.


[덜컥]


공방의 입구 뒷켠에서 무언가의 소리가 들렸다.


"!?"


"벤..."


루크가 벤하르트를 노려 보고 있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주먹으로 벤하르트를 내려 칠것만 같은 살기를 뿌리고 있었다.


"나를 가지고 논거냐?"


"형님 아니 아니에요. 정말.."


"그 실력.. 나는 바보가 아니다. 하루 아침에 완성된게 아니지 않느냐! 마치 평상시에 만들던것 같은 그런 자연스러움이 묻어 있었단 말이다. 일말의 기대에 찬 시선과 열망등이 담겨진채 흥분된 마음으로 만드는 검이 아닌 하루의 일과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그런 검을 만들었다는거냐!!"


벤하르트에는 밀린다 할수 있었지만 평균적인 도공보다 곱절은 더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루크였다. 정작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다 해도 이정도의 눈썰미가 없을리 없었다.

아무 말도 없이 벤하르트는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내가 형님에게 야단을 맞는거야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루크의 마음이 이제 그에게서 사라져 갈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쌀쌀 맞고 고되게 굴리고 험악한 말을 쓴다고 해고 근본은 벤하르트를 위해 주던 루크 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라 해도 도저히 그냥 넘어갈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형님 아니에요. 아니.."


"아하하하하하하 하하하 아니라는건 뭐냐. 가지고 논게 아니라면 동정이라도 했다는거냐? 아아 동정이라. 이 내가 루크 샐던이 동생 뻘인 벤하르트 하르크에게 동정을 받았다는 말이지!?"


"형님 아니.."


차마 말을 이을수 없었다. 말은 심한듯 보였지만 그가 루크에게 한짓은 어찌보면 동정이라는게 맞다 할수 있었다. 물론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해도 당사자는 그렇게 느끼는게 당연한 것이다.

벤하르트가 루크였다 해도 그런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검이 다 뭐냐. 지금껏 달려왔던 길이 다 부질 없어 보이는군. 네가 그 실력을 얻은 날 나에게 알려 줬다면 내가 어찌 했을까? 어찌 했을까? 잡아 먹었을까? 목을 쳤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무시 당하는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항상 죽을 각오로 임한다. 도공술이던 검술이던 마찬가지다. 너는 나의 자존심을 뭉게 버린거다."


루크의 목소리가 떨렸다. 떨린 음성을 들을때마다 벤하르트의 가슴에는 서리가 내리는것 같았다. 이미 잠기운 따위는 달아난지 오래였다.


세크닐은 벤하르트의 뒤에 숨어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루크의 모습은 그야 말로 귀신 같았다. 평상시와 다름 없는 차림새였지만 눈은 증오로 번뜩이고 있었고 마치 같은 모습을 한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게 뭐냐. 지금껏 거의 같은 시간을 연마 하면서 얻은게 이정도의 차이라니. 마치 지렁이가 된 듯한 느낌이군 그래 나비가 지렁이를 생각해서 땅위를 걸어 다닌것과 별반 다를것도 없는 것이군. 진절 머리가 난다."


그 말을 끝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벤하르트에게서 검을 뺏어 들었다.


"어디 한번 내 검이 버틸수 있나 보자."


"형님!"


루크는 벤하르트의 검을 뺏어 들고는 있는 힘껏 지금껏 그가 만들어 왔던 검들에게 찍었다. 하나 둘 그의 검은 버티지 못하고 부수어져 갔다. 그 검을 들고 싸우는것이었다면 그렇게 일방적으로 부숴지지는 않았을테지만 무방비 상태인 그의 검은 하나 하나 금이 가서 분쇄 되었다.

30여분이 지나자 그곳에 있던 루크의 검은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


루크는 부서진 자신의 검을 보면서 냉한 표정으로 웃는다.

벤하르트는 그런 루크의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혼이 나서 떨고 있는게 아닌 이제까지 쌓아 왔던 루크와 자신의 관계가 산산조각이 나 버린 듯한 느낌에 그는 절망했다.


[쨍그렁]


벤하르트의 앞 그가 만든 검이 떨어졌다. 루크가 던져 준것이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우롱 하지 마라. 나는 네놈을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놈은 나를 하수로 취급했고 그 결과가 이거다. 나를 위해 숨겼다 하지 마라. 서로에게 채찍질을 가하지 않고 어떻게 더 높은 곳을 노릴수 있겠나?"


"형님."


왠지 누그러진 루크의 말투에 벤하르트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순간 숨막히는 듯한 살기가 벤하르트에게 엄습했다.


"앞으로 나에게 절대 다가 오지 마라."


짤막한 말이었지만 그 말이 진실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벤하르트가 더 잘 알수 있었다.





그 뒤로 벤하르트는 루크의 그림자 하나 밟지 못했다. 식사시간에도 자유 시간에도 그는 루크의 곁에 다가 서지도 못했다. 다른 형제들이 의아해 했지만 루크와 벤 당사자들이 입을 꺼내지 않아 아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알고 있던 세크닐 조차도 루크가 두려워 입도 뻥긋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


벤하르트가 한숨쉬자 세크닐이 다가와 말했다.


"벤 형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 잘못한것은 나니까. 언젠가는 들키게 되어 있었어. 오히려 지금 들켜서 다행일지도 몰라. 루크 형님에게 죄송 스러워 죽겠네."


"왜 그렇게 루크 형을 옹호 하세요? 실력을 숨긴게 죄는 아니잖아요."


"아니 나와 루크 형님은 서로에 대해 꽤 잘 알고 있거든 루크 형님에 대해 잘 아는 나의 실력을 말하지 않은것은 분명 죄야."


"그런.."


세크닐이 안타까운듯이 말했다.


'잘못한것은 전부 나구나.'


벤하르트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벤! 너 왜 요즘 공방에 오지 않는거야?"


리넨이 벤의 멱살을 쥐면서 물었다. 축 늘어진 팔로 리넨의 팔을 치운 벤하르트가 리넨에게 말했다.


"내가 나오던 말던 그게 너와 무슨 상관 있어?"


"뭐 뭐? 상관이 없긴 왜 없어. 네가 없으니까 마법으로 검을 부술수 없잖아."


"공방 뒷쪽에 내가 묻어둔 검이 있어. 그것에 시험하도록 해."


벤하르트는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짝]


호쾌한 타격소리와 함께 벤하르트의 머리가 뒤로 젖혀 졌다.


"그럼 재미가 없잖아!"


"그거랑 때리는거랑 무슨 관련이?"


얼얼 한 볼을 만지면서 그가 리넨에게 따졌다.


"음,, 우선 때린건 미안."


"웃기지마 너도 한번.."


벤하르트는 손을 들었지만 리넨의 얼굴을 보고 금새 손을 내렸다. 아무리 악독 하다 해도 여자에게 그것도 스승의 딸에게 손지검을 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쨋든 이건 명령이야. 저번에 말했었지? 내 말을 듣기로 한것."


"그건 네 억지야. 이제부터는 안들을거다. 그리고 제발 나를 좀 가만히 놔둬,,"


"뭐야 남자면서 약속도 하나 못지켜?"


"내가 언제 약속을 했어?"


"그럼 그때 왜 반박을 안했어? 무언은 긍정이라는 말도 있던데!"


벤하르트는 할말을 잃었다. 결국 그날부터 그는 다시 공방에 가서 철을 두드렸다. 아무리 두드려도 좋은 검은 만들어 지지 않았지만 그는 모든 번뇌를 잊기 위해 철을 두드렸다.







몇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벤하르트와 루크사이의 앙금은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애초에 벤하르트는 그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 보지 못했다. 가을이 지나고 이미 흰 눈의 계절 겨울이 오고 있었다.

연철장의 마당에도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여~ 벤 오늘은 네가 쌀좀 가지고 와라. 꽤 오랜만이지?"


"지난주에도 제가 다녀온걸로 아는데요.."


"뭘 그렇게 빼고 그래. 그 줄 가져다 줘야 되는거 아냐?"


"어차피 또 제가 들고 올거 잖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벤하르트는 줄을 들고 연철장을 나갈 준비를 했다.


"어이 벤."


나가기 직전 지러스가 벤을 불러 세웠다.


"루크와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골이 깊은채로 이곳에서 살꺼냐?"


"....."


"천천히 생각하되 결정은 신속히 하도록 해라. 그리고 수고해~"


벤하르트의 발은 무거웠다.


"벤형 벤형~"


멀리서 세크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쌀을 가지러 간다면서요? 저도 같이 가요. 그런데 왜 맨날 벤형을 시킨데요?"


세크닐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 해서 가끔 가르치던 벤하르트가 놀랄 지경이었다. 물론 루크나 덴에 비하면 아직도 손색있는 실력이었지만 과거 자신과 비교 하면 엄청난 성취가 아닐수 없었다.


"아니 넌 돌아가. 힘들기만 하지."


"저도 마을에 한번 가보고 싶어서요 괜찮죠?"


거절하지 못하는 벤하르트의 성격을 이미 세크닐은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채 벤하르트는 말없이 걸었다.


벤하르트는 세크닐이 안따라 오기를 원했었다. 최근 그의 하나의 낙(樂)중 하나가 루란과의 수다 였기 때문이었다. 어쨋든 세크닐을 통해 그런 소문이 연철장에 나는것도 별로 원하는 일은 아니었기에 왠만하면 세크닐이 쫓아 오지 않기를 원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벤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세크닐을 떼어 둘수는 없었다.

되려 억지로 떼려고 하면 의심을 살까 두려웠기 때문에 딱히 거절하지 못했다. 꼭 그게 아니었다 쳐도 원체 물렁한 성격인 벤하르트가 거절 하지 못할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었다.




"어서오세요. 아 벤씨 오랜만이네요. 오늘도 쌀을 사러 오셧어요?"


"네. 이미 고정이 되어 버린것 같아요."


머리를 긁적이면서 벤하르트가 답했다.


"오 벤형 이 여자는 누구에요?"


'이왕이면 숙녀라고 하는게 좋을것을.'


세크닐의 말에 벤하르트는 속으로 반론했지만 그자리에서 고쳐 주지는 못했다.


"음 뭐랄까.. 그냥 아는 친구 정도 랄까?"


'친구!?'


순간 말을 꺼낸 벤하르트와 루란 모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벤하르트는 왠지 말해놓고 멋쩍은 듯한 기분이었고 루란은 벤하르트의 입에서 직접 친구 라는 소리가 나오자 쑥쓰러웠던 것이다.


"에 그게 아니고 두분 사귀시는거 아니에요? 왠지 표정이."


"아니야. 전혀~ 루란씨 원래 얘가 말이 좀 싸고 생각이 없어요. 이해 하세요."


"예. 그럼 평상시처럼 쌀은 한립을?"


벤하르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아뇨 두립 주세요. 오늘은 짐꾼 하나가 더 딸려 있으니까요."


벤하르트는 그답지 않게 심술궃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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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고쳐서 약간 핀트가 안맞는 부분이 남아 있을지도,,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 작성자
    Lv.1 Rocorn
    작성일
    08.07.10 17:02
    No. 1

    ... 음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런 부분이 있는지[..]
    근데, 정연 가실 때가 슬슬 되신 것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색향
    작성일
    08.07.10 21:48
    No. 2

    제가 고칠때 유심히 보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요,, 답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우붸
    작성일
    08.09.17 01:29
    No. 3

    회상입네하고 왜이리 긴겁니까..;;;; 이게 본내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검마천선
    작성일
    08.09.25 08:05
    No. 4

    도대체 저 뇬은 머하는 뇬이여 도체 짜증나서 글을 볼 수 가 없네
    혹시 저 뇬이 나 너 좋아해 이런 지랄은 않하것죠
    작가양반 그라것죠 정말 그라면 안되지라잉
    저년은 그냥 삭제 해주소 싸가지 없게 굴다가
    싸가지로 망하게 말이지라잉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9.10.18 12:33
    No. 5

    싸가지로 흥한자 싸가지로 망할지니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바로스
    작성일
    10.09.26 09:10
    No. 6

    스승이랑 스승 딸은 인간이 아닌건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Real소닉
    작성일
    11.02.01 14:43
    No. 7

    막내가 맘에 걸리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태초의창조
    작성일
    11.07.20 02:02
    No. 8

    댓글 가끔가다 참..씁쓸하게 하시는분들 몇몇 계시는듯 하네요..성격이 그런건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8.28 10:21
    No. 9

    막내 음흉하네요...단물만 쪽쪽 빨아먹고 말투는 내려다보는듯한 단어 많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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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쿠라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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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엔쿠라스 68화-인질 +7 08.09.30 3,409 16 17쪽
67 엔쿠라스 67화-무법마을(2) +5 08.09.29 3,140 17 15쪽
66 엔쿠라스 66화-무법마을(1) +6 08.09.27 3,358 21 15쪽
65 엔쿠라스 65화-신수(神獸)의 숲 +7 08.09.26 3,678 17 14쪽
64 엔쿠라스 64화-여정(2) +4 08.09.25 3,908 18 19쪽
63 엔쿠라스 63화-여정(1) +7 08.09.24 3,612 20 14쪽
62 엔쿠라스 62화-예지 +7 08.09.23 3,585 15 12쪽
61 엔쿠라스 61화-보답 +6 08.09.22 3,603 18 13쪽
60 엔쿠라스 60화-사지(死地)(3) +6 08.09.20 3,762 19 17쪽
59 엔쿠라스 59화-사지(死地)(2) +3 08.09.19 3,742 18 12쪽
58 엔쿠라스 58화-사지(死地) +5 08.09.18 3,752 22 15쪽
57 엔쿠라스 57화-희생(3) +3 08.09.17 3,973 21 12쪽
56 엔쿠라스 56화-희생(2) +6 08.09.16 3,983 24 13쪽
55 엔쿠라스 55화-희생(1) +5 08.09.15 4,057 27 13쪽
54 엔쿠라스 54화-선물 +5 08.09.14 4,202 27 16쪽
53 엔쿠라스 53화-백(白)의검(劍) +5 08.09.13 4,719 24 13쪽
52 엔쿠라스 52화-살심 +3 08.09.12 4,321 29 12쪽
51 엔쿠라스 51화-악인 +2 08.09.11 4,376 36 12쪽
50 엔쿠라스 50화-배신 +2 08.09.10 4,752 31 16쪽
49 엔쿠라스 49화-축제(3) +5 08.09.04 4,310 25 8쪽
48 엔쿠라스 48화-축제(2) +5 08.08.31 4,147 29 10쪽
47 엔쿠라스 47화-축제(1) +4 08.08.30 4,383 20 9쪽
46 엔쿠라스 46화-적응 +6 08.08.27 4,658 27 18쪽
45 엔쿠라스 45화-도발(2) +7 08.08.25 4,795 26 19쪽
44 엔쿠라스 44화-도발(1) +8 08.08.22 5,080 32 10쪽
43 엔쿠라스 43화-속죄(2) +7 08.08.20 5,194 30 17쪽
42 엔쿠라스 42화-속죄(1) +8 08.08.18 4,911 30 11쪽
41 엔쿠라스 41화-검도(劍道) +9 08.08.17 5,172 37 11쪽
40 엔쿠라스 40화-백귀(白鬼)(2) +11 08.08.16 5,262 29 12쪽
39 엔쿠라스 39화-백귀(白鬼)(1) +9 08.08.14 5,315 30 11쪽
38 엔쿠라스 38화-동행(3) +4 08.08.13 4,832 25 7쪽
37 엔쿠라스 37화-동행(2) +9 08.08.11 4,993 26 10쪽
36 엔쿠라스 36화-동행(1) +9 08.08.10 5,416 33 15쪽
35 엔쿠라스 35화-무도회(2) +7 08.08.08 5,267 33 25쪽
34 엔쿠라스 34화-무도회(1) +11 08.08.07 5,353 33 14쪽
33 엔쿠라스 33화-수도 셰이르(2) +5 08.08.05 5,744 36 23쪽
32 엔쿠라스 32화-수도 셰이르(1) +5 08.08.04 5,831 45 12쪽
31 엔쿠라스 31화-혈화(血花)의 길(3) +8 08.08.01 6,420 32 23쪽
30 엔쿠라스 30화-혈화(血花)의 길(2) +7 08.07.31 6,707 29 21쪽
29 엔쿠라스 29화-혈화(血花)의 길(1) +12 08.07.29 7,790 36 18쪽
28 엔쿠라스 28화-시작(3) +6 08.07.27 8,196 33 16쪽
27 엔쿠라스 27화-시작(2) +8 08.07.26 8,260 33 13쪽
26 엔쿠라스 26화-시작(1) +4 08.07.25 9,407 37 16쪽
25 엔쿠라스 25화-월야(月夜)의도주(禱走)(2) +7 08.07.23 9,280 43 22쪽
24 엔쿠라스 24화-월야(月夜)의도주(禱走)(1) +3 08.07.21 9,417 43 20쪽
23 엔쿠라스 23화-영검(靈劍) +3 08.07.20 9,339 36 11쪽
22 엔쿠라스 22화-일상(3) +4 08.07.19 9,377 35 19쪽
21 엔쿠라스 21화-일상(2) +4 08.07.17 9,712 29 13쪽
20 엔쿠라스 20화-일상(1) +6 08.07.16 10,462 34 15쪽
19 엔쿠라스 19화-신(神)의성지(聖地) +1 08.07.14 10,987 34 16쪽
18 엔쿠라스 18화-꿈의 끝 +2 08.07.12 10,354 29 15쪽
17 엔쿠라스 17화-균열(4) +5 08.07.11 10,388 30 11쪽
» 엔쿠라스 16화-균열(3) +9 08.07.10 10,349 32 20쪽
15 엔쿠라스 15화-균열(2) +6 08.07.09 10,324 29 19쪽
14 엔쿠라스 14화-균열(1) +2 08.07.07 10,912 35 12쪽
13 엔쿠라스 13화-연마(練磨)(2) +9 08.07.05 11,598 34 17쪽
12 엔쿠라스 12화-연마(練磨)(1) +8 08.07.04 13,252 37 15쪽
11 엔쿠라스 11화-아류(亞流) +5 08.07.03 12,548 33 10쪽
10 엔쿠라스 10화-자질(資質) +5 08.07.03 13,677 37 16쪽
9 엔쿠라스 9화-회상(2) +8 08.07.01 15,176 35 14쪽
8 엔쿠라스 8화-회상(1) +4 08.06.30 16,923 42 12쪽
7 엔쿠라스 7화-게임 +11 08.06.29 19,468 50 10쪽
6 엔쿠라스 6화-신벌(神罰) +49 08.06.28 20,913 46 16쪽
5 엔쿠라스 5화-감금 +10 08.06.28 21,162 46 11쪽
4 엔쿠라스 4화-조우 +7 08.06.28 23,360 47 15쪽
3 엔쿠라스 3화-외출 +14 08.06.27 27,142 63 15쪽
2 엔쿠라스 2화-연(緣) +30 08.06.27 34,473 79 20쪽
1 엔쿠라스 1화-프롤로그 +24 08.06.27 50,629 8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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