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색향 님의 서재입니다.

엔쿠라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색향
작품등록일 :
2012.11.05 05:04
최근연재일 :
2017.11.18 19:07
연재수 :
665 회
조회수 :
1,541,678
추천수 :
11,851
글자수 :
3,890,122

작성
08.10.07 23:49
조회
3,389
추천
26
글자
8쪽

엔쿠라스 69화-처음

DUMMY

청년이 사라지고 난 후 잠시 정적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 하나 말을 꺼낼 생각도 않고 주위만을 살폈다. 그리고 그 정적을 참다 못한 트레이야가 말을 꺼냈다.


"저기.. 우선 돌아가는게 어때?"


벤하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따라 레니아도 걸음을 옮겼다. 온갖 잡념과 함게 그들은 쓰레기장을 뒤로 했다.





여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분위기에 자연히 트레이야도 아랫층에 머물렀다. 묻고 싶은것은 많았지만 침체된 분위기는 그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두근 거리는 감정을 진정시키면서 벤하르트는 넌지시 말을 건넸다. 언제 까지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할수만은 없던 까닭이었다.


"레니아 몸은 괜찮아?"


"응? 어."


벤하르트가 말을 걸어 오자 그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도저히 용납할수 없는 일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에 화가 났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쓸데없이..'


그가 한 행동이 벤하르트를 도발하려 한 행동이었다는것을 레니아도 알수 있었다. 마치 그 남자의 손에서 놀아난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더욱 짜증이 났다. 그녀의 기분이 나쁜것에는 벤하르트와의 어색함도 일조를 하고 있었다.


"하여간 어느곳에서도 조용히 지나갈 날이 없군,"


푸념조로 벤하르트가 말했다.


"동감. 이번만큼 불쾌한 적은 처음이야."


"불쾌했구나."


"뭐가 불쾌한건지는 알고 있어?"


"으음. 그 이.. 이 마을?"


입맞춤이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벤하르트는 말을 바꾸었다.


"음. 그거 말고, 아 사실 마을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됐어 거기 까지만 하자. 피차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는 알겠는데 굳이 그걸 말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거 말인데, 그렇게 내색 하지 말아 주면 안되? 물론 그렇게 마음대로 될일은 아니지만, 보고 있는 내 입장도 생각 해줘. 티 안나게라도 해주던가 해주면 좋은데,"


"그렇게 티가 났나."


'정말 어린애가 따로 없군, 그렇게 들어내다니..'


자책하면서 벤하르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신경 쓰여?"


그렇게 물어오는 레니아에게서 시선을 피하고 벤하르트가 말했다.


"뭐 조금은."


"소설 같은데에 보면 첫키스는 달콤하다. 라던가 뭐 기분이 좋았다 라거나 하잖아. 그런건 다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 아주 역겨웠어."


그녀는 아주 질색을 하며 말했다. 그 말에 벤하르트는 충격을 받은듯 굳은 얼굴로 레니아를 쳐다 보았다.


"왜?"


"저.. 첫키스였다고?"


"그런데 왜?"


'괜한걸 들어 버렸군, 그나저나 수천년을 살아왔다는 신이 키스 한번을 안했다는 건가,'


레니아의 말대로 내색하지 않으려 생각을 않하려고 했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처음'이라는 말이 오르 내렸다.

벤하르트는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표정을 밝게 바꾸었다. 내면을 숨기는 일 따위 벌써 수십년전부터 익숙해진 일이었다.


"책은 말야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지만 분명 읽은 사람에게는 지식이라는 것을 주게 되지. 책은 허구도 있고 진실도 있지만 어느 하나 자신에게는 경험이 되는거야."


레니아가 뜬금없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벤하르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맞는 말이긴 한데 왜."


"어떤 상황이던지 묵혀 둬서 좋을건 없거든 책을 읽으면서 말이지. 얻은 교훈이 있다면 그거야. 절대 그렇게는 행동하지 말아야지. 하는것. 벤 우리가 같이 다닌 시간이 얼마나 되었지?"


"음 5개월 정도인가?"


살짝 눈을 위로 굴리며 벤하르트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다 보인다는 거야. 너무 서툴러. 평상시와 같은 표정이 아니잖아?"


나름 표정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적나라하게 그녀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자 약간 침울해 졌다.


"레니아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 이야기는 이제,, 어?"


시간이 멈춘듯 했다. 바로 몇분전의 일의 재래 한듯 했다. 하지만 그것의 기분은 정 반대였다. 찰나의 순간이 영겁처럼 느껴진듯 하면서도 정신을 차려보니 얼굴을 돌린 레니아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걸로 됬겠지."


"되다니,,"


"이건 나의 의지로 '처음' 한거니까 이제부터 징징 대는 얼굴 하지 마. 앞으로의 여행길에서 한번만 이 일을 꺼낸다거나 침울해 진다면 가만두지 않을테니까,"


들은듯 듣지 못한듯 벤하르트는 멍한 표정으로 레니아를 보고 있었다.


"어이 듣고 있어? 참고로 벤 너한테는 으으,, 여행을 할때 그런 얼굴로 있어서는 안되니까, 에에이! 내가 왜 변명을 해야 하는거야!"


레니아는 머리를 흔들더니 얼굴을 붉히고는 벤하르트를 노려보았다.


"알았어. 별 뜻은 없었다는걸 말하고 싶었던 거지? 알아서 생각할테니까 걱정 하지 마."


묘하게 신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레니아가 얼마나 큰 결심을 한것인지는 두말할것도 없었다. 방방 뛰지 않는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이었다. 얼굴을 붉힌 그녀의 얼굴을 보자 벤하르트도 얼굴을 숙였다.


"그래 어땠어?"


"뭐?"


레니아는 자신을 몰아붙힌 벤하르트에게 보복이라도 하는듯 물었다.


"어이. 그런걸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해?"


"뭐야. 그 대답은."


눈을 반쯤 내리 깔고 레니아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더는 물러날곳이 없다는 것을 벤하르트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조"


"조?"


"그냥 더듬 대는 것으로도 답은 다 알고 있잖아. 그만좀 괴롭혀."


"그래도 끝까지 듣고 싶어지는게 심리 라는 것이겠지?"


벤하르트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녀가 이미 아는 사실을 말하는 것인데도 차마 입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좋았어."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지. 하지만 역시 짜증나."


"그렇게 짜증난거야?"


벤하르트는 자신에게 한 그 입맞춤이 짜증났나고 생각하고 어깨를 늘어 뜨렸다.


"짜증나지. 이 상황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배로 갚아 줘야지."


'뭐야 그쪽이었나?'


"그건 그렇고 레니아 너는 어땠는데? 그 뭐냐 기분이."


멋쩍은듯 턱을 긁적이면서 벤하르트가 물었다.


"나한테 그런걸 묻는거야?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됬는데,"


"아니 그래도 궁금하니까, 아니 아는것도 조금 두렵긴 하지만,"


"글세. 어땠을까."


몸을 돌려 그녀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직도 자는군 뭐 언제나의 광경이지만,'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다른 마을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대르나드는 아침이 조용했다. 반대로 아침을 제외한 시간은 전부 시끌 벅적 했다.


"휴우."


작게 레니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수천년을 살면서 어제와 같은 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해본적도 없었는데,'


벤하르트와 겪었던 위기 상황이야 언제든 있을수 있는 일이었다. 오랜 기간동안 그보다 더한 어려움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어제와 같은일은 질이 달랐다. 어느것하나 자신의 주체를 걸고 넘어진일은 없었다. 목숨을 원할지언정 자신을 걸게 되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분명 자신의 의지로 움직였다.

슬쩍 그녀는 벤하르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본다. 세상 모르고 자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한심해 보일수가 없었다. 적어도 자는 모습만 따진다면,


"인간 주제에 정말 건방지다니까, 참. 모든것이 내가 바라는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건 이런 기분일까. 나도 이래서는 완전히 인간이겠는데."


'그래도 이렇게 살기에 인간세상은 재미 있는 것이겠지.'


여행을 하면서 위험하고 마음먹은대로 일이 풀어지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무료하지는 않았다. 수천년간 맛봐왔던 무료함은 어디서도 찾을수 없었다. 어느쪽이 더 사는것 같냐고 묻는다면 그녀는 당연 지금의 생활을 선택했을 것이다.


"벤도 조금 빨리 일어 나면 좋을텐데, 한번을 제때에 안일어나는군."


레니아는 불평을 내며 가방안의 책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다시 그들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

일주일 줄창지게 쉬고 왔습니다. 쉬고 나서 다시 키보드를 잡으니 허,, 잘 안써지더군요, 저는 꾸준히 써야 잡히는 사람인가 봅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엔쿠라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엔쿠라스 68화-인질 +7 08.09.30 3,409 16 17쪽
67 엔쿠라스 67화-무법마을(2) +5 08.09.29 3,140 17 15쪽
66 엔쿠라스 66화-무법마을(1) +6 08.09.27 3,358 21 15쪽
65 엔쿠라스 65화-신수(神獸)의 숲 +7 08.09.26 3,678 17 14쪽
64 엔쿠라스 64화-여정(2) +4 08.09.25 3,908 18 19쪽
63 엔쿠라스 63화-여정(1) +7 08.09.24 3,613 20 14쪽
62 엔쿠라스 62화-예지 +7 08.09.23 3,585 15 12쪽
61 엔쿠라스 61화-보답 +6 08.09.22 3,603 18 13쪽
60 엔쿠라스 60화-사지(死地)(3) +6 08.09.20 3,764 19 17쪽
59 엔쿠라스 59화-사지(死地)(2) +3 08.09.19 3,742 18 12쪽
58 엔쿠라스 58화-사지(死地) +5 08.09.18 3,752 22 15쪽
57 엔쿠라스 57화-희생(3) +3 08.09.17 3,973 21 12쪽
56 엔쿠라스 56화-희생(2) +6 08.09.16 3,983 24 13쪽
55 엔쿠라스 55화-희생(1) +5 08.09.15 4,057 27 13쪽
54 엔쿠라스 54화-선물 +5 08.09.14 4,202 27 16쪽
53 엔쿠라스 53화-백(白)의검(劍) +5 08.09.13 4,719 24 13쪽
52 엔쿠라스 52화-살심 +3 08.09.12 4,321 29 12쪽
51 엔쿠라스 51화-악인 +2 08.09.11 4,376 36 12쪽
50 엔쿠라스 50화-배신 +2 08.09.10 4,753 31 16쪽
49 엔쿠라스 49화-축제(3) +5 08.09.04 4,310 25 8쪽
48 엔쿠라스 48화-축제(2) +5 08.08.31 4,147 29 10쪽
47 엔쿠라스 47화-축제(1) +4 08.08.30 4,384 20 9쪽
46 엔쿠라스 46화-적응 +6 08.08.27 4,658 27 18쪽
45 엔쿠라스 45화-도발(2) +7 08.08.25 4,795 26 19쪽
44 엔쿠라스 44화-도발(1) +8 08.08.22 5,080 32 10쪽
43 엔쿠라스 43화-속죄(2) +7 08.08.20 5,194 30 17쪽
42 엔쿠라스 42화-속죄(1) +8 08.08.18 4,911 30 11쪽
41 엔쿠라스 41화-검도(劍道) +9 08.08.17 5,172 37 11쪽
40 엔쿠라스 40화-백귀(白鬼)(2) +11 08.08.16 5,263 29 12쪽
39 엔쿠라스 39화-백귀(白鬼)(1) +9 08.08.14 5,315 30 11쪽
38 엔쿠라스 38화-동행(3) +4 08.08.13 4,833 25 7쪽
37 엔쿠라스 37화-동행(2) +9 08.08.11 4,993 26 10쪽
36 엔쿠라스 36화-동행(1) +9 08.08.10 5,416 33 15쪽
35 엔쿠라스 35화-무도회(2) +7 08.08.08 5,267 33 25쪽
34 엔쿠라스 34화-무도회(1) +11 08.08.07 5,353 33 14쪽
33 엔쿠라스 33화-수도 셰이르(2) +5 08.08.05 5,744 36 23쪽
32 엔쿠라스 32화-수도 셰이르(1) +5 08.08.04 5,832 45 12쪽
31 엔쿠라스 31화-혈화(血花)의 길(3) +8 08.08.01 6,420 32 23쪽
30 엔쿠라스 30화-혈화(血花)의 길(2) +7 08.07.31 6,707 29 21쪽
29 엔쿠라스 29화-혈화(血花)의 길(1) +12 08.07.29 7,790 36 18쪽
28 엔쿠라스 28화-시작(3) +6 08.07.27 8,196 33 16쪽
27 엔쿠라스 27화-시작(2) +8 08.07.26 8,260 33 13쪽
26 엔쿠라스 26화-시작(1) +4 08.07.25 9,407 37 16쪽
25 엔쿠라스 25화-월야(月夜)의도주(禱走)(2) +7 08.07.23 9,280 43 22쪽
24 엔쿠라스 24화-월야(月夜)의도주(禱走)(1) +3 08.07.21 9,417 43 20쪽
23 엔쿠라스 23화-영검(靈劍) +3 08.07.20 9,339 36 11쪽
22 엔쿠라스 22화-일상(3) +4 08.07.19 9,377 35 19쪽
21 엔쿠라스 21화-일상(2) +4 08.07.17 9,712 29 13쪽
20 엔쿠라스 20화-일상(1) +6 08.07.16 10,463 34 15쪽
19 엔쿠라스 19화-신(神)의성지(聖地) +1 08.07.14 10,987 34 16쪽
18 엔쿠라스 18화-꿈의 끝 +2 08.07.12 10,354 29 15쪽
17 엔쿠라스 17화-균열(4) +5 08.07.11 10,388 30 11쪽
16 엔쿠라스 16화-균열(3) +9 08.07.10 10,349 32 20쪽
15 엔쿠라스 15화-균열(2) +6 08.07.09 10,324 29 19쪽
14 엔쿠라스 14화-균열(1) +2 08.07.07 10,912 35 12쪽
13 엔쿠라스 13화-연마(練磨)(2) +9 08.07.05 11,598 34 17쪽
12 엔쿠라스 12화-연마(練磨)(1) +8 08.07.04 13,252 37 15쪽
11 엔쿠라스 11화-아류(亞流) +5 08.07.03 12,548 33 10쪽
10 엔쿠라스 10화-자질(資質) +5 08.07.03 13,677 37 16쪽
9 엔쿠라스 9화-회상(2) +8 08.07.01 15,176 35 14쪽
8 엔쿠라스 8화-회상(1) +4 08.06.30 16,924 42 12쪽
7 엔쿠라스 7화-게임 +11 08.06.29 19,468 50 10쪽
6 엔쿠라스 6화-신벌(神罰) +49 08.06.28 20,913 46 16쪽
5 엔쿠라스 5화-감금 +10 08.06.28 21,162 46 11쪽
4 엔쿠라스 4화-조우 +7 08.06.28 23,360 47 15쪽
3 엔쿠라스 3화-외출 +14 08.06.27 27,142 63 15쪽
2 엔쿠라스 2화-연(緣) +30 08.06.27 34,473 79 20쪽
1 엔쿠라스 1화-프롤로그 +24 08.06.27 50,630 8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