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땅의시대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막간

제 4장. 학문의 전당 (Hall of Scholary)

학문의 전당은 제국 국립대학의 한 분과 및 해당 분과의 교수와 모든 학생이 기거하는 한 건물(이하 전당)을 일컫는다. 전당은 얼핏 그 이름에서 풍기는 학구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전적으로 학문을 위한 집단이라 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곧 이곳이 제국 연금술사(Imperial Alchemists)들의 본산 겸 그들을 양성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전당은 요새를 방불케 하는 담과 출입문, 무장 경비대에 의해 상시 보호되고 있다.

···제국 연금술사들은 문자 그대로 제국의 특권 계층이라 할 만하다.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정된 수입, 제국령의 거의 모든 지역에 자유롭게 여행 및 거주할 수 있는 권리, 독점적인 마법 사용 및 감독의 권리, 병역 면제, 요청에 따른 기한 무제한의 신변 보호 등 1급 공무원에 준하는 온갖 특권들이 제국 연금술사로서의 자격을 가진 자에게 주어진다.

물론 이 특권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국은 그 대우 이상으로 혹독한 자격을 연금술사들에게 요구한다. 18세에서 20세 사이의 우수한 성적을 지닌 국립대학 학생에게만 수습 연금술사로 지원할 자격이 주어지며, 일단 선발된다면 최소 12년 이상을 전당에서 생활하며 체계화된 마법을 포함한 다종다양한 기술을 익혀야만 한다. 이 12년간의 정규 과정 중 재수강 기회는 단 세 번뿐이다. 거기에 더해 3년 주기로 치러지는 자격시험에서는 교수들이 직접 수습 연금술사들을 심사하여 다시 한번 부적격자를 걸러낸다. 이러한 혹독한 선발 과정 덕택에 연금술사의 자격을 얻고 졸업하는 자는 매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며 때에 따라서는 단 한 명도 배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내는 물품들이다. 약, 독, 병기, 주문서, 그들 자신에 의해 개발된 실험적인 장비 등 연금술사들의 제작 목록은 연금술사들 스스로 저 키퍼들조차 탐낼 것들로 가득하다 자부할 정도이다. 이 제작 목록의 물품 중 상당수가 제국 정부에 의해 기밀로 관리되고 있으며 그 자격과 혜택을 유지하는 대가로 제국은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발주하고 납품받는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물품들은 금으로는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들도 허다한데, 일단 시중에 잘 알려진 것만으로도 푸른 영약(Blue Elixir)과 글레이프니르(Gleipnir)를 들 수 있겠다.

- 노미 움베스코, 지식을 갈망하는 자에게 주는 충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