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聰.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과땅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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聰.
작품등록일 :
2012.10.31 20:25
최근연재일 :
2022.07.24 14:1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39,513
추천수 :
103
글자수 :
82,070

작성
22.05.27 21:27
조회
58
추천
5
글자
8쪽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2. 아이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 (3)

DUMMY

둘째 날 밤


“작타 부대가 있었잖아.”

더벅머리 사내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선황제의 부대였죠. 지금 황제가 의심 많은 거야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잖습니까.”

알고 봤더니 그 역시 바스크 분쟁에 참전했던 사람이었다. 싸웠던 전선도 보직도 달랐지만 같은 전쟁에서 싸웠고 똑같이 예비역이 되어 있다는 것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흠··· 그래서 전부 숙청해 버렸다고? 그건 지금 황제답지 않은데.”

“정보사로 간 동기가 있는데 그놈한테 들은 적이 있어요. 작타 부대 흡수하고 인원 충원하고 해서 아예 새로 창설한 부대가 있다고.”

“나도 들어본 거 같아. 부대 이름이 뭐라더라? 이지스(ISIS)였던가?”

그의 말에 그만 피식 웃었다. 그는 그걸 비웃음이라고 해석했는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뭐 나도 반은 도시 전설 같은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나름 있을 법한 집단 아냐? 여기 페릴로니 씨한테도 비상 징발 관련해서 공문 왔었다고?”

“아니, 그걸로 웃은 거 아닙니다. 진짜면 누군지 몰라도 이름 짓는 거 한번 영 아니다 싶어서요. 방패(Aegis)라니 무슨 이런 책 나오는 집단도 아니고···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그 징발 권한은 뭐 때문인지 압니다. 그거 황실 근위대 (Royal guards) 때문에 있는 거거든요.”

“황실 근위대?”

“황제 직속 호위부대요. 허구헌날 시청 너머에서 경비나 서는 애들한테 그런 게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황제가 어디 갈 때를 위해서 있는 거 아닐까?”

“그건 그렇겠네요. 명색이 황제 호위부대가 우편 마차 세내서 다니면 그것도 웃기겠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댕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듣더니 그는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어 살폈다.

“젠장, 열두 시네. 내일도 나가야 하는데. 난 그만 가 볼게.”

“벌써 그렇게 됐어요?”

돌아보니 여관은 불이 다 꺼져 있었다. 저만치서 혼자 체스 연구에 골몰하던 치안관도 카드놀이에 여념이 없던 마을 사람들도 이미 다 돌아가고 없었다. 이야기하느라 꺼내 놓았던 삼류 소설을 집어 들고 외투를 챙겼다.

“그럼 다음에 보자고.”

더벅머리 사내와 헤어져 계단을 올랐다. 홀이 텅 빈 탓에 계단을 오를 때마다 판자가 삐걱대는 소리가 울렸다. 2층으로 올라가 복도를 걷는데 문득 들고 있던 책에 눈이 갔다. 어째선지 뭔가 잊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 젠장. 그렇지.”

방에 들어설 때 생각이 났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책 이관 신청서. 내일 역에 가서 센트로이드행 기차편으로 보내야 한다. 옷에 넣어 뒀던가? 여기저기 뒤지다 보니 외투의 한 주머니에서 바스락대는 종이 소리가 났다. 형편없이 구겨진 신청서를 꺼내 드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나도 모르게 홱 돌아섰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꽤나 놀랐다. 하얀 어린애가 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아, 깜짝이야. 인기척이라도 좀 낼 것이지.”

아이는 대답 대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웬일이야? 이미 자정이 넘었는데.”

말을 못 알아들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즈음에야 대답이 돌아왔다.

“봐야 할 게 있어요.”

“봐야 할 거? 이 시간에?”

아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를? 그렇게 물으려는데 아이가 내 옷을 잡아끌었다.

“가요.”

“어? 잠깐만, 어딜 가자는 거야? 그리고 왜 날?”

“아저씨가 봐야 돼요.”

아이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안 추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신발조차 신지 않은 조그만 발이 두어 발짝 앞에서 눈송이가 쌓여 가는 포석을 걸어갔다. 헐렁한 반팔 옷에 반바지밖에 걸치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흩날리는 눈 사이를 걸어가는 모습은 기묘하다 못해 살짝 두려움이 들 정도였다. 이건 아니다 싶어 두어 번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어 덮어 주려 했지만 그 떄마다 아이는 귀찮다는 듯 대꾸도 없이 외투를 벗어 떨어뜨려 버릴 뿐이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대답 좀 해 봐. 이 시간에 대체 어딜-”

문득 발이 멈췄다. 아이는 마을 외곽의 개울가에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꼬마야?”

아이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뭘 보라는 거야? 아이의 손가락은 개울가의 우거진 수풀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막 쌓여 가는 눈이 달빛에 비쳐 창백한 은빛을 뿌리고 있었다.

“뭘 보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풀을 보라는 건 아닐 테고···?”

아이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개울로 발을 옮겼다. 하얀 발이 살짝 얼어붙은 물가를 아무렇지 않게 딛고 들어가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아이는 얕은 물가로 두어 걸음 들어가더니 수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봐요.”


쾅! 쾅! 쾅!

“영감님!”

쾅! 쾅!

“영감님! 일어나요!”

부서지라고 문을 두드려도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문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꽝! 꽈앙!

한 서너 번을 더 걷어찬 뒤에야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거기 누구야!”

“망할! 내가 누가 됐든 나와요! 얼른!”

몇 번을 고함을 쳤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치안관은 대답을 하고서도 한참을 꿈지럭거린 뒤에야 문을 열었다.

“자네 돌았어? 지금 몇 신줄 알아?”

“12시 37분이요! 개울에서 여관까지 7분, 여관에서 여기까지 3분 걸렸고!”

“이게 웬 한밤중에 자다가 봉창 뚫는 소리야? 체스 진 게 충격이 컸나?”

치안관은 한참 전에 잠자리에 들었던 듯 잠옷 바람에 털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급한 김에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젠장, 농담따먹기할 상황 아닙니다. 잔말 말고 빨리 오세요.”

“자네 진짜 돌았어? 가자고? 이 시간에 어딜?”

“돌아버릴 거 같긴 한데요, 윈치 씨 같으면 물에 퉁퉁 부은 시체를 보고도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시체를 한밤중에, 그것도 뭔가 당최 사람 같지 않은 어린애가 가리키면서 내 눈을 빤히 쳐다보는데 정신줄 제대로 붙잡고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뭐? 시체!?”

치안관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기겁을 했다.

“얼른 따라와요!”

개울가를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곧 치안관이 잠옷 바람에 외투만 걸친 채로, 손에는 쇠뇌까지 들고 나를 쫓아왔다.

“시체라니 이게 뭔 소리야?”

“쇠뇌는 왜 들고 오시는데요? 시체가 물어뜯기라도 할까 봐요?”

“뭔 상황인지 설명을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

“개울가에 시체가 있어요. 척 보기에도 죽은 지 한참 된 거 같고.”

“개울가? 왜 거기에 시체가 있어? 아니, 그런데 어떻게 알고?”

“저도 돌겠다고요! 여관 꼬맹이가 친절하게 손잡고 끌어다 줍디다!”

“뭐!? 이사? 그 애가 왜?”

“전들 압니까!?”

“그 애 지금 어디 있어? 설마 개울가에 놔두고 온 건 아니지?”

운동 부족인지 치안관은 벌써 숨이 가쁜 듯했다.

“그거 가리키면서 저 빤히 보고 있더니 그대로 쓰러지더군요. 그 길로 여관에 들러서 주인 아가씨한테 맡기고 뛰어오는 길입니다.”

“알았네. 얼른 가지.”

치안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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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막간 +3 22.07.24 88 4 3쪽
17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5. 하얀 처녀 (3) +2 22.06.03 62 6 14쪽
16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5. 하얀 처녀 (2) 22.05.28 56 6 8쪽
15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5. 하얀 처녀 (1) 22.05.28 51 4 13쪽
14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4. 인형을 당기는 실 (3) +1 22.05.27 58 8 19쪽
13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4. 인형을 당기는 실 (2) 22.05.27 48 5 12쪽
12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4. 인형을 당기는 실 (1) 22.05.27 44 5 8쪽
11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막간 22.05.27 50 4 3쪽
10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3. 눈사태 (3) 22.05.27 44 5 7쪽
9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3. 눈사태 (2) 22.05.27 51 6 11쪽
8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3. 눈사태 (1) 22.05.27 62 4 15쪽
»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2. 아이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 (3) 22.05.27 59 5 8쪽
6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2. 아이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 (2) 22.05.27 65 3 16쪽
5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2. 아이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 (1) 22.05.27 74 5 11쪽
4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1. 출장 (3) 22.05.27 83 5 8쪽
3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1. 출장 (2) 22.05.27 94 5 8쪽
2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1. 출장 (1) 22.05.27 188 6 16쪽
1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프롤로그 +21 22.05.27 350 1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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