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聰. 님의 서재입니다.

하늘과땅의시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聰.
작품등록일 :
2012.10.31 20:25
최근연재일 :
2022.07.24 14:1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39,523
추천수 :
103
글자수 :
82,070

작성
22.05.27 21:26
조회
65
추천
3
글자
16쪽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2. 아이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 (2)

DUMMY

둘째 날 오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꺼내 본 회중시계는 이미 열한 시를 훌쩍 넘어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한판 더 둘까?”

치안관은 조끼를 벗어 잠든 이사에게 덮어 주며 물었다. 금색에 가까운 햇빛을 받아 흰 머리카락이 노랗게 물들어 보였다.

“사양하렵니다. 아침 먹고 앉아만 있으니 뻐근해요.”

“뭐 좋을 대로.”

치안관은 허리춤에서 담배쌈지를 집어 들다 멈칫했다. 어린애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내키지 않는 듯했다. 여관 문을 나서며 본 그는 잠든 아이 옆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늦겨울이라고는 해도 바람은 맨몸에 맞기에는 여전히 찼다.

그래도 이 정도면 뭐. 어디 가나 그런 생각을 하며 발을 옮기다 문득 도서관이 떠올랐다. 그 망할 책을 가져오라고 한 게 누군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절차 정도는 밟아 두는 게 나을 듯싶었다.

윌루가 대체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

악의가 없다는 건 알지만, 아니, 선의에서 그러는 거란 걸 잘 안다- 윌루는 가끔 아버지처럼 굴 때가 있다. 이번에도 보나 마나 감싸는 한편으로 잔소리를 늘어놓겠지.

...뭐야.

그런 생각을 하며 모퉁이를 도는데 금속성의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듣는 사람을 곤두서게 만드는 소리였다. 저만치 앞에 그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일행이 보였다. 붉은색과 녹색이 섞인 화려한 옷차림의 젊은 남자와 경호원인 듯 양옆에서 그를 따르는 남자 둘. 소리는 경호원 중 하나의 칼집에서 나고 있었다. 칼집이 느슨한 건지 일부러 결속을 안 한 건지 걸을 때마다 장검이 요란하게 철컥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번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장검을 패용하고 있다는 말은 그 까다로운 무기 소지 허가를 가지고 있다는 거고, 그건 곧 그 말도 안 되는 신원 보증금을 냈다는 소리다. 차림새만 봐도 저 경호원 둘이 알아서 냈을 리는 만무했다. 일부러 위협적인 소리를 내고 다니는 녀석하고, 그런 녀석을 아무렇지 않게 거느리고 돌아다니는 녀석이라...

스쳐 지나기도 전에 괜히 엮이지 말자로 결론이 났다. 다행히 고개 뻣뻣이 들고 포석을 거의 다 차지하며 오는 셋 사이로 별문제 없이 빠져나갔다.

“어이!”

막 스쳐 지나쳐서 몇 발짝 걸었을까, 그 칼집 소리 내고 다니던 덩치가 고함을 질렀다. 신경끄고 계속 걸으려는데 덩치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안 들려!? 야!”

나도 모르게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나 말입니까?”

“여기 너 말고 달리 누가 있냐?”

...저게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무슨 볼일이라도?”

“어깨 치고 지나갔으면 사과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그걸 보고는 서너 발짝 떨어져 있던 덩치가 성큼성큼 다가와 내 앞에 섰다.

“웃기냐?”

당장은 어이가 없었는데 이제는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네, 웃깁니다.”

“뭐가 웃긴데?”

“도로 세낸 양 다 차지하고 지나가던 얼간이 셋 사이로 잘 피해 갔다 싶었더니, 셋 중에서 제일 등신같이 생겨 먹은 얼간이가 쫓아와서 시비 거는 거요.”

좀 너무 직설적이었나? 잠시 이해를 못 한 듯 멍하니 있던 덩치의 얼굴이 이마 즈음부터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 쪼끄만 게···!?”

네 덩치가 쓸데없이 큰 거지 내가 작은 거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녀석이 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피식거리며 웃는 내 얼굴을 보던 녀석은 결국 칼을 반쯤 뽑아 들었다.

“제국 정부 상대로 싸워 보려고요?”

“뭐야?”

“나 공무원이거든요. 뭐 말이 좋아 공무원이지 그냥 말단 잡부지만. 그런데 말단도 공무원은 일단 공무원이란 말입니다? 그것도 지금 공무 수행 중인?”

칼 함부로 뽑는 놈치고 그럴듯한 놈을 본 적이 없다. 로마이어라는 나라 특성상 이런 얼간이를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 어디서 봤나? 묘하게 낯이 익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금껏 가만히 있던 덩치의 동료가 걸어와 덩치의 칼자루를 쥔 손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주어 반쯤 뽑힌 칼을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밀어 넣었다.

“칼 함부로 뽑지 마.”

어딘가 살쾡이 같은 인상에 걸맞게 낮고 냉랭한 목소리였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나도 그대로 몸을 돌려 발을 옮겼다. 덩치가 등 뒤에서 씩씩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나저나 장검을 차고 다니는 작자들이라니. 제식병기가 총으로 바뀌고 있는 마당에 아직도 저런 작자들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차라리 쇠뇌 같은 거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한 서너 걸음 걸었을까 등 뒤에서 세 번째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돌아보니 이때껏 입을 다물고 있던 마지막 젊은 얼간이였다.

“이름이 뭐지? 이 마을 사람은 아닌데.”

“모르는 사람 이름 물을 땐 자기 이름부터 밝히는 게 예의라고 배웠습니다만.”

일부러 불쾌한 얼굴을 감추지 않고 하는 말에 녀석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세바스찬 카지오다. 이 마을 광산주지.”

어쩐지. 저 아래 판투스(Fhantus)에나 어울릴 법한 귀족 나리가 왜 여기 있나 싶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름이었지만 굳이 아는 척을 해 주고 싶지 않았다.

“반 퍼집니다. 제국중앙연구소 3급 연구보조.”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밥맛없는 귀족 나리답게 내 직함에 코웃음을 쳤다.

“공무원이 이런 깡촌엔 뭐하러?”

“공무원이니 공무를 위해 왔겠죠.”

코웃음 치는 자기가 이런 깡촌에 박혀서 뭐 하고 있는지는 별생각이 안 드는 모양이다.

“핸슨이 무례를 범한 걸 사과했으면 하는데. 오늘 저녁 식사 초대라도 하면 어떻겠나. 이 마을에 외부인이 오는 이유라고 해 봐야 테슬리의 책밖에 없는데 말야. 역시. 그럼 나한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말이야 도움을 주겠다는 투였지만 그게 본심이 아니라는 건 표정만 봐도 알만했다. 아니, 그런데 사과하면서 저녁 식사 초대를 한다는 작자 표정이 무슨...

“됐습니다. 이미 찾았거든요.”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던 삼류 소설을 꺼내 들어 보였다. 덩치와 귀족 얼간이의 얼굴에 동시에 조소가 떠올랐다.

“진짜 그 책이 테슬리의 책이라고 생각하나? 설마 그걸 가져갈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썩은 표정 지을 줄 아는 게 니들 뿐인 줄 아냐. 나도 질세라 눈에 조소를 띄운 채 대답했다.

“알게 뭡니까. 받은 공문에 있던 말이라고는 ‘테슬리의 책을 가져오라’는 것뿐인데요. 그리고 저녁 초대 말인데, 부딪치지도 않은 어깨에 사과하라고 시비를 거는 등신을 옆에 두고 밥을 먹고 싶진 않네요.”

“저 새끼가!?”

덩치가 당장 발끈했다. 앞으로 나서려는 녀석을 가만히 있던 살쾡이가 손을 들어 제지하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장검, 쇠뇌, 조끼 안에 투검 띠··· 전형적인 양치기(shepherd, 현상금 사냥꾼의 은어)의 차림새인 데다 도구들이 길이 든 게 보였다. 아마 이 녀석이 진짜 경호원이겠다 싶었다.

“만나서 더러웠고 서로 다시 마주치지 맙시다. 정말로요.”

그렇게 한 마디 남겨 놓고 몸을 돌렸다.


연구소에 도서관이 있던가...

막상 서적 이관신청을 하려고 보니 연구소를 보관소로 지정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애매했다. 그놈의 라센 법 때문에 책을 옮길 때는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내키는 대로는 안 된다.

젠장, 아무리 의도가 좋으면 뭐 해? 이건 무슨 육전대 식사 메뉴도 아니고···

“전광통신소 없다니까요? 몇 번을 말해요!”

“아니 그러니까 우편마차로 보낸다고요.”

사서는 말을 꺼낸 것만으로도 날 잡아먹으려 들었다. 저 심정 잘 안다. 보통 하는 일에 손가락 하나만 더 가게 돼도 짜증이 솟아오르지. 하지만 당하는 처지도 만만찮게 짜증스러웠다.

“마차 사흘에 한 번밖에 안 와요! 포레스트글렌까지 가는데 하루는 걸리고! 말했잖아요!”

“아니 언제 말했다고···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신청 절차 어떻게 되는데요?”

“중앙도서관에서 허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허가 오면 그쪽이 지정한 곳으로 확인서까지 보내야 돼요! 나보고 매일 우편마차 하역장까지 나가서 확인해보라는 거예요 지금?”

머리가 다 아파 왔다. 물리적인 의미로든 정신적인 의미로든.

“열차편으로는요?”

“기관사한테 직접 부탁해야 돼요. 지금-”

“제가 할게요.”

입이 열리려는 때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럼 그렇게 하든지요. 서식은 알아서 찾아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페이 말야? 올해로 서른··· 여섯? 일곱? 그쯤 됐을걸?”

“이름에 페이예요?”

“페이션스 앤 로렌.”

“분명히 인내심 좀 기르라고 붙여준 이름일 거야.”

치안관은 넌더리를 내는 내 모습을 보며 킬킬거렸다.

“허구한 날 툴툴대긴 하지. 그 도서관 전체를 혼자 관리하다 보면 누구든 그래 될걸. 뭐 그래도 막상 지내보면 괜찮은 녀석이야.”

저녁을 먹고 치안관과 체스를 두고 있었다.

“당하는 입장 돼 봐요. 그런 소리가 나오나.”

“자네한테만 그러는 거 아냐. 여기 사는 놈 치고 도서관 안 가는 사람 없어. 이 마을에 달리 낙이 있어야지? 그 재수 없는 귀족 도련님도 가끔 들리더만.”

“카지오?”

치안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 아니, 센트로이드에서 왔댔지? 당연히 알겠구먼.”

“그러니까 그 카지오 맞는 겁니까? 직물 공단 관리하는?”

로마이어에 귀족이라고 할 만한 가문들은 7년 전에 싹 쓸려나갔다. 딱 하나, 카지오 빼고. 아직도 전문성을 이유로 모든 국영 직물 공장의 경영을 맡고 있다.

“카지오라는 이름 쓰는 놈들이 또 있으려고.”

그는 심드렁히 대답하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체크.”

“어?”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에 흰색 주교가 내 군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이런, 이사가 도와줘야 하는데.”

“힘들걸. 좀 괜찮다 싶더니 또 앓아누웠어. 요 며칠은 숨소리가 고르다 싶더니···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 마을엔 치료사 없어요? 그건 그렇고, 실수하셨어요.”

마침 눈에 들어오는 기사로 주교를 잡아냈다.

“있어, 봤잖아.”

“예?”

“페이 말야. 그건 그렇고 정말 자넨 지휘 같은 거 하면 안 되겠어.”

치안관은 심드렁히 내뱉으며 흰 기사를 움직였다.

“어···!”

내 기사의 견제가 없어진 틈을 타 그의 기사가 진영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진짜예요?”

“뭐? 페이? 자격증도 있어. 그쪽 무슨 학회 회원일걸? 자기 입으로는 센트로이드에 내로라하는 치료사보다 나을 거라더만. 지금 이사가 앓고 있는 게 영약을 쓴 부작용이라고 알려 준 것도 페이야.”

“그래요? 영약에 그런 게 있다는 건 처음 듣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데다 몸도 약하니까··· 폐렴도 꽤 심한 단계까지 갔었댔고. 그건 그렇고, 체크.”

내가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여관의 문이 열리며 몇인가 사람들이 몰려 들어왔다. 아무래도 하루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광부들인 듯했다.

“이봐, 자네 아까 그 친구 아냐?”

그중 갈색의 더벅머리를 한 건장한 사내가 아는 척을 했다.

“예? 저요?”

“아까 길에서 봤어! 자네 대단하던데?”

무슨 소린가 하고 있는데 사내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그 근육뇌 돌려세운 거 말야! 혼자 씩씩거리던 꼴이 참!”

그제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갔다.

“이 친구가 뭐 문제라도 일으켰어?”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당한 거죠. 하루 이틀 일입니까? 이 친구 술이라도 한잔 사줘야겠어요. 그 핸슨이 끽소리도 못하더군요.”

“자네 무슨 시비라도 붙었어?”

치안관이 궁금한 듯 내게 물었다.

“길 가는데 뜬금없이 어깨 부딪쳤다고 시비를 걸더군요. 꼭 여기서 튀어나온 사람 같던데요?”

주머니에 넣어 뒀던 그 책을 꺼내어 보였다. 다들 표지를 알아본 듯, 여관의 홀이 웃음소리로 왁자하게 울렸다.

“이 친구 물건인데!? 자네 뭐 하는 사람이야? 진짜 내가 한 잔 살게!”

더벅머리 사내가 소리 내어 웃으며 내 어깨를 다시 한번 두드렸다.

“나랑 지금 한 판 두고 있는 거 안 보여?”

치안관은 피식 웃으며 핀잔을 주었다.

“윈치 씨, 어때요 뭐. 기껏해야 맥주 한 잔인데. 울릭 영감님이 안 계시니 이젠 온 지 사흘도 안 된 친구까지 붙잡으시는군요?”

“자네보단 잘 둬서 그래. 매번 함정에 걸려서 그렇지.”

“그건 그렇고, 난 아이반이야. 아이반 라이트. 이 주당들 막내야. 자네도 그 책 때문에 왔나 보지?”

갈색 더벅머리 사내가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반 퍼집니다. 중앙연 연구 보조예요. 이거 덕분에 골탕 단단히 먹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이따 체스 다 두고 나면 우리 테이블로 와서 브리지 한판 어때? 반쯤은 이 마을 저녁 규칙이지.”

“이거 끝나면 나도 같이 끼지.”

치안관의 대답에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핸슨이란 덩치, 어지간히 악명이 높은가 보네요?”

담뱃대를 꺼내 드는 치안관에게 그렇게 물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더벅머리 사내와 동료 광부들이 판돈을 두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다.

“이 여관에서만 서너 번은 싸웠을걸.”

“여기서만 서너 번? 제지 안 해요?”

“당연히 했지. 처음엔.”

치안관은 못마땅한 듯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놈 주인 때문에 손을 댈 수가 없어.”

“법대로 하면 되잖아요?”

“주먹이 더 가깝지··· 설령 카시스 교단에 넘긴다손 쳐도 자넨 법이 이 마을 사람들 편일 거라고 생각해?”

“교단 사제들을 너무 불신하시는 거 아닙니까?”

“교단은 믿어. 처벌할 놈들을 못 믿는 거지.”

그 말에는 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거기까지 안 가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별 수 없어. 한 번 아이반이 제대로 열받아서 두들겨 팬 적이 있었는데 다음 두 주 동안 광산을 폐쇄해 버리더군.”

“젠장... 유치하게도 노네요.”

“지금껏 한 짓거리들을 보면 좀 일부러 어울리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곱게 봐줄 텐데 그런 것도 없어. 먹는 것까지 센트로이드에서 날라다 먹는다니까? 그런 주제에 무능하면서 부지런하기까지··· 저 친구들만 죽어나지.”

어깨 너머로 듣고 있었는지 저편에서 더벅머리 사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건 몰라도 무능한 건 백번 동의할 수 있겠네요. 헛발질을 그렇게까지 하는 것도 능력이지.”

“헛발질이오?”

“이 근처 산은 조심해야 돼. 수맥이 많거든. 아는 건 쥐뿔도 없으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한 번 제대로 터졌지. 윈치 씨, 사실 그날 그 근육대가리 두들겼던 건 반쯤은 그거 때문이에요.”

“그랬었나.”

“그리고 그때 폐쇄된 갱은 지금도 그대로예요. 이젠 거긴 물 차서 못 들어갑니다. 정말 헛발질도 그 정도면 능력입니다, 능력.”

그의 말에 치안관은 못마땅한 듯 혀를 끌끌 찼다.

“무슨 얘기들 하시는 거예요?”

여관 아가씨가 주방에서 쟁반을 들고 나왔다. 거품이 부글거리는 맥주잔 네댓 개가 얹혀 있었다.

“마리아 양한테 집적대다 나한테 얻어맞은 놈 뒷담 까는 중이외다.”

더벅머리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솜씨 좋게 맥주잔을 들어 내밀었다.

“한 잔 들어. 내가 살게.”

“아, 잘 먹겠습니다.”

“나한테도 한 잔 사보는 건 어때?”

“지금까지 뜯긴 게 몇 잔인데요? 울릭 영감님 돌아오면 얻어 드시구료. 마리아 양, 이사는 좀 어때요?”

더벅머리 사내는 그렇게 받아넘기며 잔을 들이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늘과땅의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막간 +3 22.07.24 88 4 3쪽
17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5. 하얀 처녀 (3) +2 22.06.03 62 6 14쪽
16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5. 하얀 처녀 (2) 22.05.28 57 6 8쪽
15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5. 하얀 처녀 (1) 22.05.28 52 4 13쪽
14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4. 인형을 당기는 실 (3) +1 22.05.27 58 8 19쪽
13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4. 인형을 당기는 실 (2) 22.05.27 49 5 12쪽
12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4. 인형을 당기는 실 (1) 22.05.27 44 5 8쪽
11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막간 22.05.27 51 4 3쪽
10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3. 눈사태 (3) 22.05.27 45 5 7쪽
9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3. 눈사태 (2) 22.05.27 51 6 11쪽
8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3. 눈사태 (1) 22.05.27 62 4 15쪽
7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2. 아이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 (3) 22.05.27 59 5 8쪽
»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2. 아이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 (2) 22.05.27 66 3 16쪽
5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2. 아이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 (1) 22.05.27 74 5 11쪽
4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1. 출장 (3) 22.05.27 84 5 8쪽
3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1. 출장 (2) 22.05.27 95 5 8쪽
2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1. 출장 (1) 22.05.27 189 6 16쪽
1 책 한 권을 위한 소동 - 프롤로그 +21 22.05.27 351 15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