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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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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62
추천수 :
63
글자수 :
88,839

작성
22.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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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DUMMY

“300 가구나요?”


평주시청 건축과장 한도식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많은 빈집을 어디에 쓰시려고요?”


평주시는 매년 골칫거리인 농촌 빈집을 해결하기 위해 빈집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농촌에 방치된 빈집을 건축주가 자진 철거하는 경우 철거비 300만 원, 리모델링할 경우 500만 원을 지원했지만.


빈집을 철거하려면 1천만 원, 리모델링은 2천만 원은 들어갔다.


보조금을 받아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덕분에 농촌의 빈집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었다.


“다 쓸 데가 있죠. 300가구 전부 리모델링 예정입니다.”


우석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300가구면 보조금을 빼도 리모델링 비용만 45억 정도 필요할 것이다.


‘올가을이면 본전을 뽑고도 남을 테니 아끼지 말자.’


우석이 생각한 계획대로라면 최소 1,000명 이상이 지낼 곳이 있어야 한다.


빈집은 평주시의 오랜 골칫거리지만.


우석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집으로 보였다.


가구당 500만 원씩 15억 원에 우석이 얹은 45억.


총 60억으로 농가를 고칠 업체들을 구했다.


덕분에 평주시 인테리어 업체들은 콧노래를 불렀고 빈집은 깔끔하게 리모델링 되었다.


빈집들은 우석의 요구대로 모두 색을 통일했다.


흰색 벽면과 파란색 지붕.


마치 산토리니처럼.


불과 한 달 만에 설가네 농장 주변의 빈집 300가구가 예쁘게 옷을 갈아입었다.


평주시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리모델링을 금방 마쳤으니 깔끔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세 망가질 텐데...’


***


우석이 단번에 100억을 넘게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기 무섭게, 그 돈으로 쓸데없는 빈집을 사들인다는 소문도 퍼졌다.


사람들이 수군거리건 말건 우석은 과수원을 돌봤다.


여름 사과 ‘아오리’를 한창 수확하는 가운데.


그 옆에 사과 ‘홍로’가 밤톨만 하게 자라 있었다.


홍로는 추석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개발한 품종으로 추석을 약 2주 정도 앞두고 크고 빨갛게 익는다.


추석 전후로 먹는 빨간 사과는 거진 홍로라고 보면 된다.


나무들을 살피던 우석의 눈에 신기한 것이 보였다.


밤톨만 한 사과가 노란빛을 띠는 것이다.


보통 사과는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넘어가며 수확시기를 놓치면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노랗게 변하는 것은 생리장해를 입었을 경우가 대부분.


그런데 우석의 눈에 띈 저 노란 사과는 건강한 상태였다.


당연하다.


우석과 조수아가 매일 살피고 있고, 병이든 해충이든 문제가 생기면 즉시 우석이 지방으로 생육을 회복시켰으니까.


그렇다면 답은 한가지 뿐이다.


“돌연변이인가.”


자연 상태에서 식물의 돌연변이는 십만분의 일에서 백만분의 일 확률로 일어난다.


돌연변이는 식물 전체에 생기도 하고, 가지나 이파리 같은 일부에 생기기도 하는데 사과나무처럼 큰 개체는 일부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다른 나뭇가지는 모두 초록색 사과가 맺히는데.


딴 한 가지에만 황금색 사과가 맺히는 것처럼.


자세히 보니 열매 모양도 다소 달랐다.


울퉁불퉁한 홍로 와는 달리 구슬처럼 동그란 모양이었다.


우석은 주머니칼을 꺼내어 가지를 잘라냈다.


‘이게 대박 품종이 될지도 모르니 잘 챙겨놔야지.’


나무의 가지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아조변이’ 라고 하는데 이건 귀한 자원이다.


튼튼한 묘목을 준비한 뒤에 줄기 부분을 밑동만 남기고 잘라낸다.


그리고 이 아조변이 한 가지를 이어 붙이고 비닐로 꽁꽁 싸매면?


이 묘목에서 열리는 사과들은 전부 노랗고 동그란 사과를 맺는 것이다.


이건 접붙이기라고 하고, 그냥 가지를 물에 담가서 절단면에서 뿌리를 나오게 한 뒤 그냥 심을 수도 있다.


포도 배 귤 할 것 없이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 대부분은 이런 방법으로 품종을 개발한다.


아조변이로 만든 가장 유명한 품종은 사과 ‘후지’.


우리가 마트에 가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사과는 후지이다.


이렇게 널리 생산되는 후지도 한 농부가 유독 예쁜 사과가 열리는 가지를 잘라낸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석은 과수원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가지를 네댓 개 더 발견했다.


“확률적으로 이렇게 많이 생길 수 없는데. 가설이 맞는 건가?”


우석은 지방과 식물의 연금술, 지식연금 능력을 사용하면서 가설을 세웠다.


작은 식물체에 지식연금을 사용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말라 죽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혹시 ‘식물에 종양을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종양도 돌연변이의 일종이니까.


우석이 요즘 조직배양실에서 키우는 딸기들 사이에서도 돌연변이가 보였다.


제법 지식연금 능력이 익숙해지면서 생장점에도 지방에서 뽑은 생명력을 먹인 결과.


우수한 식물체들이 다수 복제되었는데 그중에 특이한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우석이 손에 쥔 홍로도 마찬가지.


아조변이가 생긴 비율을 따져보니 일반적일 때보다 월등히 높다.


이것은 곧 우석의 능력으로 식물을 급성장시키면 돌연변이가 일어난 경우가 많아진다는 증거였다.


“이거 아무래도 대박의 냄새가 나는데.”


“앗! 형 또 뭔가 음흉한 계획을 세우고 있구나!”


어느새 다가온 조준한이 말했다.


“음흉한 계획은 무슨! 다 이게 우리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지. 그나저나 우리 회사 등록은 했어?”


“응! 형이 말한 대로 주식회사 등록까지 다 마쳤지. 근데 우리 농업회사 만드는 거 아니었어? 다이어트 회사라니.”


우석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건 천천히. 빈집을 채울 사람들을 모아야 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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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하단에는 우석의 냉해 피해 뉴스 자료를 붙였다.


인터넷에 공고를 올리자마자 난리가 났다.


댓글에는 저게 진짜로 가능하냐는 물음이 대부분.


그러나 과거 뉴스에 실렸을 때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직접 경험한 1,000명의 체험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진짜 대박! 이번에 나 배추 가져온 거기잖아!’


‘저도 소문은 들었는데 정말이에요? 밭에서 하루 일하고 몇 kg씩 살을 뺀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지금 강남 맘들 사이에서는 난리예요! 그 농가에 따로 찾아가겠다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안반데기 배추 사진 있는 블로그는 무조건 저 사람 이야기 있던데.’


‘일주일 10만 원이면 숙박비보다 싸네. 바람이나 쐬러 다녀와도 좋을 듯’


‘나중에는 일주일에 100만 원을 받는다는 건가? 어지간히 자신이 있지 않고서야...’


‘저기 진짜 환불해 줘요?’


‘환불 안 해줘요! 제가 이번에 배추밭 다녀온 사람인데, 살 안 빠진 사람이 없거든요.’


조준한의 자리에 모인 우석과 조수아, 조두한.


조준한은 화면을 쭉 스크롤 하며 말했다.


“대박이야! 대박! 올리자마자 댓글 반응 보여? 특히 맘카페에서 난리야. 저번에 강남 사람들만 받았잖아?”


“강남에서는 이미 알고 살 빠진 사람 많다면서, 이번에는 자기들도 가자고 서초 맘카페, 잠실 맘카페 할 것 없이 퍼 나르고 있어.”


조수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같아도 솔깃할 것 같아. 다이어트에 신경 안 쓰는 여자는 드물거든.”


“그래서 대표님이 빈집을 리모델링 하신 거군요?”


조수아의 물음에 우석이 말했다.


“저 많은 일꾼이 잘 곳이 있어야 하니까요. 앞으로 설가네 농장은 인건비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설가네 농장에서 일하려면 일주일에 100만 원은 내야 받아 줄 겁니다.”


농가 매출의 약 40%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아낀다?


거기에 농약이나 비료 대신 찾아오는 사람들의 지방에서 생명력을 뽑아내면.


수도요금, 전기요금을 뺀 매출의 대부분이 순익이 된다.


설가네 농장은 역사상 유례없는 마진율의 농업회사가 되는 것이다.


지난 고랭지 배추에서 우석은 힌트를 얻었다.


다이어트 농업으로 사람들을 모으면.


인건비와 농약, 비료가 한 번에 해결된다는 것을.


아니, 오히려 추가로 수입이 생기게 된다.


2004년 현재 한창 유행 중인 ‘힐링’과 ‘공기 좋은 농촌에서 땀 흘리며 느긋하게 다이어트한다.’는 마케팅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매주 1,0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해서 한 사람당 100만 원을 받는다면.


1년 수익은 520억 원.


효과만 확실하다면 일주일에 100만 원이 아니라 두 배, 세 배까지 낼 사람도 수두룩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4,900억 원 가량.


다이어트 시장 규모는 10조이다.


쥬스비스 다이어트 프로그램 가격이 300만 원에서 1천만 원이 넘는 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이다.


‘농사로 1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꼭 농사로만 돈을 벌 필요는 없지.’


수중에 백만 원이 있는 사람이 농사로 1조를 만드는 것과.


수중에 10조가 있는 사람이 농사로 1조를 만드는 어려움은 비교도 안 된다.


당장 10조 원으로 땅과 종자, 시장만 있다면 옥수수를 심어서 내다 팔면 1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에는 1조 원 어치 농사를 지을 땅도 없다.


워낙 땅덩어리가 작아서 단일 품목으로 1조를 넘기는 건 쌀과 딸기 정도.


나머진 우리나라에서 1년 내내 먹는 양이 1조가 안 된다.


억지로 국내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문제는 더 커진다.


전국의 농지 상당 부분을 사야 하고 독과점이 생기면 정부에서 가만히 둘리 없다.


특히 식량안보와 관련이 있는 쌀은 민감한 문제니까.


따라서 우석은 다이어트 사업으로 기초 자금을 마련한 뒤에 조직배양을 이용한 품종개발, 생명공학 기술개발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다.


***


조직배양실 안.


우석은 조수아가 배양한 딸기 생장점들을 살펴보고 있다.


모두 상처 없이 적출되어 새싹을 틔운 모습.


이대로면 우석이 따로 생명력을 주입하지 않아도 잘 자랄 것이다.


“수아 씨 이제 생장점 배양은 수준급이네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늘었죠?”


우석은 현미경에서 눈을 뗀 조수아를 보고 납득했다.


조수아의 눈에 펜더처럼 시커먼 자국이 동그랗게 나 있었다.


하도 현미경에 눈을 붙이고 있느라 눈에 자국이 남은 것이다.


“네? 대표님 뭐라고 하셨어요?”


우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그것보다 당장 일어나세요. 좀 쉬어가면서 일해야죠.”


“아직··· 아직 더 해야 하는데...”


우석은 클린벤치에서 반강제로 수아를 끌고 나왔다.


“꺅! 벌레!”


우석을 따라 나오던 조수아는 비명을 지르며 우석에게 매달렸다.


“뭐, 뭐야! 갑자기!”


당황한 우석과 눈물이 그렁그렁한 조수아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앗! 스테파니! 여기 있었구나! 요 개구쟁이 녀석!”


조준한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주워든다.


“야! 준한이 너어! 벌레 거기다 두지 말랬지!”


“아이참. 누나 얘는 벌레가 아니라 스테파니야. 그렇지? 스테파니?”


조준한이 손바닥 위에 애벌레를 쓰다듬으며 대꾸했다.


“... 수아 씨 진정하시고 내려오시죠. 준한이 너도 그거 얼른 치워.”


상황 파악을 끝낸 우석이 말하자 조수아가 깜짝 놀라 내려왔다.


조수아는 조준한을 보고 얼굴이 빨개졌지만, 성격상 화도 못 내고 씩씩거리기만 했다.


조준한은 장난기가 많아서 틈만 나면 누나를 놀리려 들었다.


특히 벌레를 무서워하는 조수아를 놀리려고 애벌레까지 키울 정도.


조수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벌레가 무서워 조준한에게 다가갈 수도 없었다.


조준한은 빙글빙글 웃으며 혀를 날름할 뿐.


“으으··· 분해!”


그 모습을 웃던 우석은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수아 씨. 준한이한테 복수하고 싶...”


“네!”


아직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대답한 조수아의 눈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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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3 2 11쪽
»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5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2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4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4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7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3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2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7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3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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