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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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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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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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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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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황금배추(2)

DUMMY

“와아. 희진아 저기 좀 봐. 저기 초록색이 다 배추밭 인가 봐.”


우희진은 아이처럼 호들갑 떠는 엄마에게 핀잔을 줬다.


“초록색은 무슨 다 병들어서 노랗기만 한데.”


우희진은 멀리서도 노랗게 보이는 배추밭을 보자 벌써 집에 가고 싶어졌다.


‘고작 농촌 봉사활동으로 살이 빠지는 게 말이 돼?’


반드시 살을 빼주는 행사가 있다.


강남에 삽시간에 퍼진 소문은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다.


이상한 약을 파는 거 아니야?


요상한 운동기구 파는 거 아니야?


돈 버는 건 쉽지만 살 빼는 건 어려워하는 강남 사모님들은 의심 먼저 했다.


다이어트 시장이 워낙 사기가 판치니까.


그러나 소문의 진원지는 믿을 만한 곳이었다.


젊은 정치인 설태평이 보증한 것이다.


차기 지역구로 강남을 노리는 국회의원 장세익 라인.


국회에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참석하는 설태평은 잘생긴 얼굴과 예의 바른 언행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 그가 ‘참여만 하면 반드시 살을 빼주는 행사’라며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행사 홍보문은 단순했다.



[고랭지 배추 농가 일손 돕기]

[1시간당 몸무게 1kg씩 빼 드립니다.]

[참가비 10만 원]


여기까지 본 사람들은 김이 빠졌다.


‘뭐야, 그냥 농촌 봉사활동이잖아? 얼마나 힘들게 일을 시키려고 몸무게가 빠진 데.’


좀 특이한 봉사활동 모집이구나 하고 지나치려던 사람들은 그 밑에 내용을 보고 뜨악했다.


[안 빠진 몸무게 1kg 당 100만 원씩 환불 보장]


소문이 퍼지기 무섭게 설태평의 전화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


우석은 언덕을 올라오는 관광버스를 보며 형에게 전화가 왔을 때를 떠올렸다.


“우석아 문제가 생겼어. 네가 말한 조건을 듣더니 1,000명이 넘게 지원했다. 이거 정말 괜찮겠어? 나중에 100만 원씩만 물어줘도 10억이다.”


우석은 코웃음 치며 대꾸했다.


“형! 2천 명도 끄떡없으니까 다 받아줘.”


다 받아준 결과.


강남 아줌마들 1,600명을 태운 관광버스 40대가 올라오고 있다.


우석에게 필요한 것은 3가지였다.


인건비. 지방. 홍보.


태산 청과에서 계약금으로 받은 7억.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우석에게는 돈 쓸 곳이 많았다.


밭도 사야 하고, 가락동으로 배추를 실어 보낼 회사도 필요하다.


거기다 가장 큰돈이 드는 건 인건비.


보통 배추 수확에 주는 일당은 10만 원.


60만 평을 수확하려면 1,500명이 온종일 달라붙어야 한다.


인건비로 하루에 1억5천만 원이 사라지는 것이다.


거기다 병이 든 배추를 되살리려면 많은 지방이 필요했다.


60만 평을 가득 채운 배추라면 생명력이 얼마나 필요할지 감도 오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홍보.


유기농에 관한 관심은 구매력이 높은 고소득층일수록 높다.


유기농 농산물은 농약을 친 농산물에 비해 수확량이 절반 이하다.


벌레들이 파 먹어도 농약을 칠 수 없고.


크기가 작아도 화학비료를 줄 수도 없어서.


덕분에 유기농 농산물은 2배 이상 비싸서 돈 많은 사람이나 사 먹는다.


그렇지만 우석의 ‘다이어트 농사법’은 유기농이면서 저렴하다.


지방만 있으면 화학비료, 농약이 전혀 필요 없다.


거기에 지방으로 생명력을 잔뜩 흡수시키면 오히려 일반 농사법보다 수확량이 훨씬 많았다.


뭘로 보나 장점이 많으니 한 번에 빵 터트릴만한 홍보가 필요했다.


인건비, 지방, 홍보.


우석은 이 부족한 3가지를 한 번에 해결했다.


다이어트를 미끼로 ‘무료’ 일손 돕기를 모집해서.


모인 아줌마들의 ‘지방’으로 배추를 살리면.


살이 빠진 사람들이 알아서 다이어트 농사법을 ‘홍보’ 할 테니.


“자아! 이제 시작해볼까!”


구름이 많아서 흐리지만 일하기는 좋은 날씨다.


우석은 이제 모두 도착한 관광버스를 향해 다가갔다.


***


“안녕하세요! 다들 물회는 맛있게 드셨어요?”


우석은 관광버스 지붕에 올라가서 외쳤다.


주차장을 가득 메운 1,600명에게 사기를 쳐야 했으니까.


그리고 다른 이유도.


우석은 이번 일손 돕기에 지원한 사람들에게 걷은 회비로 버스와 식비를 충당했다.


결국 본인들 돈으로 온 거지만 사람 마음이 신기하다.


모처럼 아침 일찍 관광버스에 올라타서 강릉 바닷바람도 쐬고, 시원한 물회에 반주까지 걸치고 나면 기분이 들뜬다.


거기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해발 1,100m 안반데기의 풍경.


모인 사람들 모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만끽했다.


‘좋아. 밑밥은 잘 깔아놨으니 마무리를 해야겠지.’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 배추 농가가 병 때문에 힘듭니다! 그래서! 일손 돕기를 기획했어요! 저기 배추들을 망에 담아서...”


“총각! 나 숨넘어 가겠으니까 살 빼는 거 먼저 이야기해 줘!”


까르르.


선글라스를 낀 덩치 좋은 아줌마가 우석의 말을 자르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아휴. 어머니 성격도 급하셔! 그럼 배추는 알아서 열심히 수확하시는 걸로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버스에 타고 오시는 동안 저희 직원들한테 이야기 들으셨을 거예요!”


“저희 직원분들 다들 날씬하시죠? 그게 다 다이어트 농사법 덕분입니다!”


우석은 관광버스마다 과수원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분을 한 명씩 태웠다.


과수원에서 일하면서 뱃살이며 콜레스테롤이며 싹 빼서 날씬하고 건강해진 사람들이다.


나중에는 서로 우석의 과수원에서 일하겠다고 일당을 반만 달라는 사람까지 나왔으니.


그분들에게 일당을 주고 버스마다 태워서 사전에 밑밥을 깔아놓은 것이다.


“뭐 약이나 운동기구 팔려고 하는 거 아니야?”


“하하. 절대 아닙니다! 못 믿는 분들이 계실까 봐 제가 이걸 가지고 왔어요!”


말로 아무리 설명하는 것보다 눈으로 보여주는 게 빠른 법.


우석이 발치에서 거대한 이불 같은 것을 펴 보였다.


“이거 제 바지예요! 한 달 전까지 입던!”


329kg 때 입은 바지를 보여주자 사람들의 시선이 확 달라붙었다.


“저는 식물 연구하던 사람이에요! 몸무게가 329kg까지 나갔었는데 제가 개발한 농사법으로 농사를 짓자 살이 쫙쫙 빠졌어요! “


“별거 없습니다! 그저 땅을 꽉꽉 밟아주면서 식물을 하나하나 챙기는 거예요!”


“땅을 꽉꽉 밟아주면 흙먼지도 안 나고 잡초도 없어져요! 땅속에 수분이 날아가지 않아서 식물도 잘 큽니다!”


“이 식물에는 해충만 잡으면 되고, 바로 옆 식물은 양분만 필요한데! 기계는 그냥 다 같이 농약을 뿌려버려요! 비료도 마찬가지고요!”


“사람이 자주 오가며 식물을 정밀하게 살피면! 식물마다 맞춤으로 정밀하게 키울 수 있어요! 사람을 가까이하니까 우리가 숨 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마시고! 몸에서 나는 열로 식물도 따뜻하고!”


“답압(compaction)이랑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이라는 기술에 유기농업까지 합친 농업기술입니다!”


“이게 ‘다이어트 농업’이에요!”


“한마디로 죽어라고 왔다 갔다 하면 살이 빠진다는 거지?”


아까 그 선글라스 아줌마다. 다들 또 까르르 웃는 게 인기가 많은 사람 인가보다.


“맞아요! 저를 믿고 한번 해보세요! 어려운 농촌도 돕고! 살도 빼고! 살이 안 빠지면 돈도 드리는데! 손해 보실 꺼 없잖아요!”


아까 그 아줌마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시원하게 외쳤다.


“젊은 오빠! 우리 돈 많아! 확실하게 살만 빼줘. 그럼 1kg에 백만 원이 뭐야 내가 이백만 원씩 준다!”


“누나 진짜죠? 저 이제 떼부자 되는 거에요?”


우석은 저 넉살 좋은 아줌마, 아니 누나는 특별히 신경 써서 지방을 빼 주기로 마음 먹었다.


우석의 지방과 식물의 연금술, 지식연금 능력은 날로 정밀하게 발전해가고 있었다.


조직배양실에서 매일 밤 0.2mm도 안 되는 생장점에 지식연금 능력을 사용한 탓이다.


덕분에 버스에 태우기 전 직원들의 얼굴에 미세하게 지방을 조정해줬다.


마치 보톡스와 리프팅을 한 것처럼 팽팽해졌다.


거기다 허리를 잘록하게, 가슴을 빵빵하게 해준 건 덤.


중간중간 나서준 덕분에 한결 편하게 아줌마들을 설득시켰으니.


저 선글라스 아줌마는 조금 뒤면 열 살은 어려 보일 것이다.


강남 아줌마들은 한 줄로 서서 직원들이 나눠주는 작업 도구를 챙긴다.


목장갑. 주머니칼. 엉덩이 방석.


엉덩이 방석은 원기둥처럼 생긴 방석을 고무줄로 엉덩이에 딱 붙여놓은 건데.


배추 수확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작업에 쓰인다.


그냥 쭈그리고 앉으면 무릎이 아프기 때문에 필수품이다.


버스 지붕에서 내려온 우석의 어깨를 두드린다.


“너 말솜씨 많이 늘었다?”


“어? 예슬아! 너도 왔어? 학교는 어쩌고?”


“얌마. 너는 오랜만에 본 친구한테 그게 무슨 말이냐? 반갑다고 해야지!”


한예슬이 우석의 가슴팍을 때린다.


“사법고시에 합격했는데 법을 배우러 학교를 나가라고? 교수님이 출석 인정해 주시니깐 걱정 마셔.”


말을 마친 한예슬의 눈이 가늘어진다.


“오우. 근데 설우석! 가슴 단단해진 것 봐라? 너 그거 근육이야? 한번 만져보자!”


“얘가 미쳤나 봐! 진짜!”


자기 가슴보다 큰 거 같다며 한 손은 자기 가슴을.


다른 한 손은 우석의 가슴께로 뻗은 채 쫓아오는 한예슬.


우석은 주차장을 한동안 뛰어다녀야 했다.


***


우희진은 버스에서 내려서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주차장을 피해 밭으로 갔다.


배추들 태반이 누렇게 변해있었다.


‘저런 배추를 뭐하러 수확해. 별로 건질 것도 없어서 운동도 안 되겠네.’


버스에서 다이어트 농사법이니 어쩌니 하는 설명을 들었지만, 우희진은 코웃음 쳤다.


‘그냥 열심히 배추나 자르라는 거잖아. 살이 안 빠져도 돈 줄 생각은 없으면서.’


요요 없이 살을 빼준다면.


정말 셀룰라이트나 튼 살 없이 살을 뺄 수만 있다면.


우희진은 1kg당 10억쯤은 낼 수 있었다.


그래봤자 천억이면 날씬한 몸으로 살 수 있으니 싼값이다.


당장 우희진의 집에 걸린 액자 몇 개만 합쳐도 천억 이니까.


‘그렇지만 말이 안 되지.’


우희진은 그냥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구질구질하게 구름이 잔뜩 낀 날씨도 마음에 안 들었고.


저런 멍청한 약장수 같은 소릴 듣기도 맞장구치는 사람들도 보기 싫었다.


우희진은 고갤 돌려 버스 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갸름한 얼굴과 달리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는 거대한 바지를 펄럭거리고 있었다.


싱글싱글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보 같아...”


우희진은 버스 위에서 넉살 좋게 소리치는 우석에게 한 말인지.


아니면 여기까지 따라와서 집에 가고 싶다는 자신에게 한 말인지 헷갈렸다.


그 순간.


우희진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분명 노랗게 말라 있던 배추들이 조금씩 녹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내가 헛것이 보이는 건가....”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봤지만 이젠 배추들은 연두색을 띠었다.


주변에 사람이라도 있으면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같이 온 엄마까지 저 남자에게 달려가 버렸다.


우희진이 서서히 변하는 배추를 보며 눈을 의심하는 사이.


드디어 엄마가 돌아왔다.


“아휴. 총각이 말도 능글능글 잘하네. 저런 사위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착 가라앉은 우희진의 목소리에 엄마는 얼른 둘러댔다.


“아휴! 농담이야 농담! 기집애 너는 여기까지 와서 설명도 안 듣니? 엄마가 네가 쓸 장갑이랑 챙겨왔어.”


“엄마 노랗던 배추밭이 변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지천이 다 초록색인데? 날씨가 맑으면 더 좋았겠지만, 배추밭이라도 싱싱한 초록색이라 다행이야.”


“아니! 아까는 진짜 배추가 노랬다니까!”


답답한 우희진이 가슴을 치며 소리를 지르자.


두꺼운 회색 구름이 서서히 갈라지며 새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높이 뜬 태양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내리쬐는 햇살은 탱글탱글하게 살아난 배춧잎을 부드럽게 감쌌다.


60만 평의 넓은 땅을 가득 메운 배추들은 황금빛으로 빛났다.


우희진과 엄마는 그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희진이 너 말이 맞네! 정말 황금배추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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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9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5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7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73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5 5 11쪽
» 11화. 황금배추(2) 22.02.19 64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7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8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70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8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4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80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9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90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7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43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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