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68
추천수 :
63
글자수 :
88,839

작성
22.02.14 18:19
조회
135
추천
5
글자
11쪽

1화. 꽃이 피다(1)

DUMMY

마른 나뭇가지에 뚱뚱한 손가락이 닿았다.


나뭇가지가 허겁지겁 뚱뚱한 남자의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우석은 ‘내가 아직 꿈을 꾸는 건가’ 싶었지만.


나뭇가지가 자신의 손가락을 빠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쭈릅. 쭈르릅”


검푸른 새벽. 주변을 둘러보아도 농장에는 아무도 없다.


당연한 일이다.


우석의 부모님은 올해 농사를 포기했으니까.


올 봄.


따뜻해지던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자 막 깨어나던 나무들이 치명타를 입었다.


냉해(冷害). 나무가 차가운 기온에 장해를 입은 것이다.


식물들은 차가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깊은 잠에 들고.


날이 따뜻해지면 서서히 깨어난다.


막 잠에서 깨어난 식물들은 아주 연약한데 이때 다시 기온이 뚝 떨어지면 냉해를 입는다.


냉해는 식물이 죽거나, 운이 좋아도 꽃이 전부 기형이 돼버리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꽃이 기형이 된다는 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소리니까.


사람으로 따지면 불임 같은 거라고나 할까.


전국적인 냉해 피해에 올해 과일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부모님은 올해 농사를 포기했고, 우석만이 새벽에 농장에 남아 일을 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팔이 무거워.”


나뭇가지에 팔을 대고 있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우석의 팔에는 정상인 한명 분량의 지방이 달라붙어 있으니까.


우석은 자신의 몸무게가 정확하게 몇 킬로인지는 모른다.


마지막으로 몸무게를 재었을 때는 일반 체중계로 안돼서 고물상의 폐지 저울을 써야했다.


329㎏.


몇 걸음을 걷기도 벅찬 우석이 농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뿐이었다.


연구와 조직배양.


우석의 부모님이 소유한 설가네 농장은 강원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넓은 땅에 배추며 무, 감자, 고추, 사과 등 돈 되는 식물은 닥치는 대로 키워서 판다.


농장의 규모가 크다 보니 종자나 종묘, 묘목을 자체 생산하고, 판매도 하는데.


이 종묘나 묘목은 대부분 우석이 식물조직을 시험관 안에서 배양해서 만든 것이다.


조직배양의 개념은 간단하다.


먼저, 원본이 되는 식물 하나를 잘게 자른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전부 원본과 똑같은 식물로 키워내는 기술이다.


희귀한 식물 하나를 수 천 개로 복제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지만 우석 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체중 때문에 할 수 있는 농장 일이라곤 자료 조사와 공부, 조직배양밖에 없었으니까.


방금도 우석은 밤늦게까지 무균대 앞에 앉아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다.


간신히 잠에들었을 무렵.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미션 : 회귀의 대가를 지불하라]

회귀 댓가 : 농업으로 1조를 버시오.

실패 시 : 4??????????? (계산 중)


미션 수행을 위해 특수능력이 개방됩니다.


특수능력을 확인하시겠습니까?


귓청을 때리는 벼락같은 소리에 우석은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쿠웅!


300㎏이 넘는 우석이 침대에서 떨어지자 방 안에 굉음이 울렸다.


“뭐, 뭐야! 뭐!”


갑작스러운 알림음에 자기 몸뚱이가 낸 굉음까지.


우석은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 우석의 시선을 따라 눈앞에 뜬 메세지 창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우석이 한참을 메시지 창을 노려보다가 확인 버튼에 손을 가져갔다.


[회귀자 특수능력 - 지방과 식물의 연금술]

지방을 식물의 생명력으로 치환한다.

식물의 생명력을 조작한다.


우석이 회귀한 것은 2년 전.


그날 아침에는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


2021년 우석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죽고난 뒤.


눈을 떴더니 2002년이었다.


‘소설에서나 보던 회귀자가 되다니.’


우석은 회귀 후 며칠간 혼란스러워 했지만 금세 정신을 차렸다.


이미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수많은 회귀자들의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석은 나름대로 회귀의 정보를 토대로 시드머니를 불려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회귀의 댓가를 지불하라니?


이런 내용은 소설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헛것이 보인다며 넘어갈 순 없었다.


일단, 우석이 회귀를 한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우석은 새벽에 뒤뚱거리며 사과나무 앞에 선 것이다.


그러자 말라 죽어가는 나무가 손가락을 빨기 시작한 것이고.


봄철의 나무줄기에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빨대로 음료를 마실 때 나는 소리가 난다.


나무가 물을 빨아올리며 ‘쭈릅, 쭈루릅’ 하는 소릴 내는 것이다.


아주 작게 들려서 귀를 기울여야만 간신히 들릴 소리.


그러나 지금 나뭇가지는 우렁찬 소릴 내며 우석의 지방을 빨아들이고 있다.


아니. 이제 그 소리는 나뭇가지가 아니라 줄기, 땅속의 뿌리에서도 들린다.


동시에 나무는 시꺼멓게 말라 죽어 있다가 회갈색으로 통통하게 불어난다.


죽었던 생명이 살아나는 기적 같은 모습.


홀린 사람처럼 그 광경을 보고있던 우석은 문득 팔이 가볍다는 걸 느꼈다.


우석은 평소 모래주머니처럼 무거운 지방 때문에 전화기를 들기도 힘들어했는데.


팔뚝이 조금씩 얇아지고 있었다.


우석은 날씬해지기 시작한 자신의 몸을 신기한 듯 둘러보다 얼어붙었다.


발끝이 보였다.


우석은 무덤처럼 솟아오른 배에 가려서 자기 발도 볼 수 없었다.


지방을 나무가 빨아들이면서 배가 점점 홀쭉해지자 발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석은 홀린 듯 줄어드는 배 너머로 발끝을, 발 코를, 발 등을.


나중에는 발목까지 바라보았다.


십 년이 넘게 본적이 없던 복숭아뼈가 보였다.


지방이 빠지며 우석의 몸은 근육질로 변해갔다.


300kg이 넘게 나가는 몸을 움직이느라 원래 근육량은 많았으니까.


우석은 자신의 몸을 구경하느라 나뭇가지에서 손가락을 떼었지만, 지방은 계속 빠져나갔다.


우석은 손가락뿐만 아니라 발바닥, 머리카락, 피부에 이르기까지.


전신에서 지방이 생명력이 되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3만 5천 평을 가득 채운 사과나무들이 되살아나는 것도 느꼈다.


가지와 함께 꽃눈도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건포도처럼 말라있던 꽃눈이 마치 물풍선처럼 부풀었고.


두껍게 붙어있던 꽃눈 껍질들이 터져나갔다.


후두두두두두둑.


마치 소나기같은 소리를 내며 수 많은 꽃눈 껍질이 동시에 떨어졌다.


껍질을 뚫고 나온 꽃봉오리 차례였다.


꽃눈 안에 웅크리고 있던 하얀 꽃봉오리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검푸른 새벽, 고요한 과수원에서 수 백만 개의 꽃봉오리가 부풀기 시작했다.


꽃봉오리와 함께 새까맣게 말랐던 가지가 굵어지고.


굵어진 가지는 무거워지면서 천천히 아래로 기울어졌다.


수만 그루의 나무들이 동시에 가지를 기울이는 모습이.


마치 우석에게 엎드려 절하는 것 같았다.


우석은 그 광경에 전율했다.


떨리는 손을 들여다보던 우석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좌우로 뿌렸다.


화악.


우석의 몸 속 지방 뿐만이 아니라 혈관 벽에 붙어있던 기름 찌꺼기까지 모조리 공기 중으로 빨려 나갔다.


고요한 과수원에는 한동안 나무들이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소리만 들렸다.


한참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있던 우석의 얼굴 위로 황금빛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동이 튼 것이다.


햇볕이 내리 쬐자 나무들은 일제히 꽃을 피워올렸다.


화아악.


수 백만 개의 사과꽃이 일제히 피어나며 흰 꽃잎을 흩날렸다.


휘몰아치는 꽃잎이 황금빛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그 환상적인 풍경의 한 가운데서 우석은 햇살을 마주하며 서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우석은 주머니 속에 전화기가 한참을 울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다.


지금은 해가 뜨기 직전.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이다.


이 새벽에 누구지?


“오빠! 오빠가 말한 곳에 그리긴 했는데, 이건 자꾸 왜 하라는 거야? 이러다 이 동네 담벼락에 내 그림밖에 없겠어!”


거긴 한낮이지만 한국은 새벽이라는 걸 아랑곳하지 않는 하이톤의 목소리.


그렇지만 여동생 미나의 목소리는 언제나 듣기 좋다.


우석은 눈앞에서 일어난 기적에 압도되어, 목이 메서 대답한다.


“... 어 그래. 미나야. 부탁한 건 잘 그린 거지?”


“오빠, 지금 울어?”


차라리 귀신을 속이면 속였지, 친동생을 속이기는 불가능한가 보다.


“울긴 누가 울어. 내가 부탁한 그림은 제대로 그린 거지? 그거 엄청 중요한 거야.”


우석은 얼른 말을 돌렸다.


“내가 누구야? 나 스테파니 설이야. 요즘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아티스트. 먼저 할 작업 다 미루고 오빠 부탁이라 얼마나 신경 써서 그렸다고!”


“그래그래. 오빠가 나중에 한국에 오면 맛있는 거 사줄게.”


“까치둥지! 나 한국 가면 까치둥지 갈 거야! 요즘 알탕이 아른아른해!”


“오케이. 까치둥지 좋지”


“오빠.”


갑자기 설미나가 목소리를 낮췄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내가 아까 전화하자마자 소리 지른 건··· 그냥 투정 부린 거야. 미안해. 나 오빠가 부탁한 1년이 아니라 2년도 있을 수 있어. 속상해하지 마, 응?”


우석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가족들 모두 설미나는 천방지축이라고 하지만, 우석에게는 예외다.


‘분명히 아직도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겠지. 나는 괜찮은데.’


“아무 일도 없어. 아무 일도! 걱정하지 말고 너는 내가 보낸 투자금만큼 열심히 그려줘.”


“걱정 마! 여기 로컬 매니저가 스프레이 통이 텅텅 빌 만큼일 거리 물어오고 있으니까. 저번에 오빠가 말한 한복 입은 흑인 시리즈를 그리려고 해. 이 동네 너드들은 신비한 동양 냄새 나는 거에 환장하거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용돈 아니야. 투자금이야. 거기에 이번에 부탁한 그림 값들도 포함되어 있는 거야.”


우석이 미나를 통해 진행하는 이번 일은 회귀한 이후에 우석이 진행한 가장 큰 투자 중의 하나였다.


기연 투자.


우석의 생각대로 된다면 미나에게 투자한 2억은 천 배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예이. 고갱님. 이번에 보내주신 투자금은 잘 받았습니당. 제가 슈퍼스타가 되면 꼭 보답할게용.”


“응. 항상 차 조심하고, 알았지?”


“...아이 참. 내가 아직도 꼬맹인가. 뭐. 걱정하지 마.”


전화를 끊고, 우석은 까매진 화면을 한번 쓰다듬었다.


통화하는 동안 데워진 전화기 액정의 온기가.


마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생의 온기 같았다.


화면을 쓰다듬던 우석은 깜짝 놀랐다.


까만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한결 갸름해져 있었다.


깜짝 놀라 얼굴을 어루만지는 사이.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미션 : 회귀의 댓가를 지불하라]

회귀 댓가 : 농업으로 1조를 버시오.

실패 시 : 48,438,503명의 비참한 죽음.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4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6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2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5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4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7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3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2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8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3 5 15쪽
»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6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