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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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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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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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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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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화. 뉴스에서 봐요 (1)

DUMMY

“안녕하세요. 농업연구사 김수연 입니다.”


올 것이 왔구나.


사과 나무를 돌보던 우석이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흰 가운을 입은 긴 생머리의 미녀가 서 있었다.


“혹시 여기 설우석 씨 안계신··· 잠깐, 우석씨?”


“네. 안녕하세요. 김수연 연구사 님.”


우석이 반갑게 인사를 건내자 벙쪄 있던 김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정말 우석 씨 맞으세요? 아니, 갑자기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요!”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다.


우석이 과수원을 전담해서 관리한 이후.


찾아오는 사람마다 살 빠진 우석을 붙잡고 물어본다.


“하하. 다이어트 농사법을 개발 해서요. 그나저나 어쩐일로 오셨어요?”


김수연의 눈이 반짝인다.


‘역시, 여자들한테 다이어트는 만능열쇠 인건가.’


우석은 유연처럼 탄탄한 몸매를 가진 사람도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을지도 모르지.


지난번에도 필라테스 자격증이 있다고 했던거 같다.


“아니 농사를 지어서 살을 뺏다는 거예요? 저는 농가 냉해 피해 조사 나왔어요. 계장님이랑.”


“박 계장님이랑 오셨나보네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천천히 둘러보면서 사진 찍으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시구요.”


김수연은 뭔가 더 할 말이 있어보였지만 우석은 얼른 자리를 피했다.


시청이든 군청이든 기초자치단체에는 농업인들을 위한 농업기술센터 라는 기관이 있다.


거기서 조사를 나온 것이다.


농업기술센터는 한마디로 농업인을 위한 전용 기관 이랄까?


농업에 관련된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곳이다.


업무를 담당하는 농업직 공무원들이 주로 근무하고, 몇 명 안되지만 농업연구사와 농촌지도사도 있다.


이수연 같은 농업연구사는 새로운 농업 기술을 개발하거나 그 지역 특산품인 품종을 개발하거나 한다.


예를 들면 태양광 발전 패널 밑에 인삼을 심는 기술 이라던가 충주라면 새로운 사과 품종을 만든다던가.


농촌지도사는 그렇게 개발된 기술이나 품종을 농업인들에게 교육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지금처럼 봄철 냉해 피해가 극심할 때에는 농가를 돌아다니며 피해 상황을 조사하는 일도 하고.


물론 둘 다 공무원이다.


우석이 과수원 입구를 바라보자 관용차량이 서 있다.


박평식 계장은 차 시트를 뒤로 한껏 젖히고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아예 차에서 내리지도 않는구만.”


우석이 농막의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오는 동안에도 박평식 계장은 여전히 휴대폰에 빠져있었다.


조수석 대시보드에 발까지 올린채로.


농업인들 사이에서 무능하기로 유명한 인간이다.


우석은 고개를 절래저래 흔들며 수연에게 다가갔다.


수연은 열심히 사과꽃 사진을 찍으며 버니어 캘리퍼스로 꽃 크기를 재고있었다.


“수연씨 이거 드시고 하세요. 박 계장님 이랑 다니느라 고생 많으시 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요. 뭘. 차라리 차에서 안나오는게 도와주는 거예요. 괜히 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소리나 할 바에는.”


우석은 싱긋 웃었다.


농업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농기계가 발명되고,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품종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매일 공부하지 않으면 박평식 처럼 20년전에 배운 옛날 지식만 가지고 아는 체 하는 꼰대가 되기 쉽다.


농업인을 지도한다는 사람이 농업인보다 몰라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눈 앞에 김수연은 다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서운대 출신 엘리트로 연구에 흠뻑 빠진 사람.


우석과 수연은 연구 때문에 서로 알게되었다.


우석이 원예 학회지에 투고한 조직배양 논문을 보고 수연이 찾아온 것이다.


“그나저나 그렇게 살이 빠질 정도로 농사를 지으시면서 언제 또 학회에 투고 하셨어요? 이번에 실린 설악산 희귀종 솜다리 대량증식 기술 흥미롭게 읽었어요.”


역시나 연구 이야기다. 다이어트보다 연구를 먼저 물어본다.


우석은 자신이 밤새 연구한 결과를 누가 알아봐 줬다는 것에 순수한 기쁨을 느꼈다.


“ 주로 사용하던 호르몬 2,4-D(2,4-Dichlorophenoxyacetic acid) 는 미량으로도 세포 자극이 너무 심해서 다른 옥신류 호르몬이랑 미세조정을 해본 게 효과가 있었어요. 수연씨는 나팔나리 꽃가루 저장기간을 늘리는 기술 발표하셨죠?”


“아아. 그거 그냥 발표꺼리 없어서 낸 거예요. 저는 곤충이 전공이잖아요. 이번 학회지 편집위원인 선배가 논문 하나만 급히 실어달라고 해서.”


꽃 크기 데이터를 옮겨적으며 수연이 말을 이었다.


“곤충이 꽃가루를 옮기니까 그 쪽으로는 실험 데이터가 좀 있었거든요. 급히 쓴 건데 우수 논문을 달아줬어요. 민망하게시리.”


대충 쓴 논문이 그정도라니.


원예학회면 그래도 준SCI급 저널로 규모가 큰 편인데.


우석은 수연의 실력에 감탄했다.


이런 사람을 농장에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조직배양 기술과 지식연금 능력, 거기에 수연의 두뇌가 합쳐지면 어떨까.


우석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인재를 모아야한다.


어중간한 사람 말고 진짜 천재들로 소수 정예만.


그래야만 농업으로 1조를 벌 수 있다.


우석은 갑자기 뜬 메시지 창 때문에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었다.


[미션 : 회귀의 댓가를 지불하라]

회귀 댓가 : 농업으로 1조를 버시오.

실패 시 : 48,438,503명의 비참한 죽음.


농업으로 1조를 버는 것도 터무니없는 일인데.


실패하면 거의 대한민국 인구 만큼이 죽는다니. 그것도 비참하게.


우석은 메시지 창을 보고 도움말을 찾아보고 여기저기 다른 곳을 눌러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미션의 기한은 언제까지고 누가 죽는다는 말인가?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우석이 회귀한 2002년.


그 후로 2년동안 우석도 나름대로 회귀자의 정석 코스를 밟았다.


주식시장에도 기웃거리기도 하고 부동산 투자처도 알아보고.


그러나 곧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시드 머니가 워낙 작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래의 확실한 정보가 있다며 어디서 돈을 빌릴 수도 없었다.


뭐라고 설득할 것 인가.


더군다나 우석의 기억속에 있는건 연구 논문을 빼면 해외토픽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들이나 연일 뉴스에 보도되던 큰 사건들 정도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우석은 2002년도 신용카드 대란,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그 이후에 있을 굵직한 일들은 알았지만 어느 주식을 언제 사야 하는지 까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회귀한 세상에는 비트코인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설사 있다고 해도 코인이 유명해지는건 거진 15년이나 후에 일이다.


삼광전자 같은 우량주도 마찬가지고. 돈이 불어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우석은 착실하게 조직배양으로 식물을 키워서 팔면서 시드 머니를 모았다.


2년간 우석이 악착같이 모은 시드머니는 1억원 가량.


거기에 여기저기 돈을 빌려서 미국에 있는 여동생 설미나에게 투자했다.


덕분에 미나는 지금 우석의 투자금으로 팰러엘토 여기저기에 그래피티를 그려 넣는 중이다.


미나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한다며 뉴욕에 갔지만 거기서 디제잉과 그래피티에도 흠뻑 빠졌다.


집에서는 그런 미나를 탐탁치 않아 했지만 우석만은 지지해줬다.


용돈도 자주 보내줬고.


그리고 미래에서 기사를 통해 봤던 그래피티에 대해 아이디어도 줬다.


한복을 입은 흑인 여성 이라던지. 한글로 쓴 시와 그래피티의 조합 같은.


덕분에 미국에서 미나의 그래피티는 날로 유명해지고 있었다.


2년동안 힘들게 모은 시드머니로 담벼락에 그림 그리는 게 투자가 되냐고?


물론이다.


미국 팰러엘토는 각종 스타트 업들의 메카.


그런만큼 쪽박을 차는 기업도 대박을 치는 기업도 많다.


우석이 온 미래.


거기선 2005년에 한 스타트 업의 대표인 존 파커가 당시 지역에서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에게 제안을 한다.


본사 사무실 벽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제안을 받은 한국계 재미 교포 아티스트 데이비드 신은 흔쾌히 받아들인다.


며칠이 걸려 작업을 끝낸 데이비드 에게 존 파커는 보수로 몇 천달러 또는 0.2%의 회사 주식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당시 그는 이 별 볼일 없는 회사의 주식이 필요할까 하고 의심하기도 했지만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주식을 받았다.


이 스타트 업은 플레이스북. 2021년 기준 시가총액 834조를 넘는 세계 최대의 SNS 기업이 된다.


2012년 기업공개(IPO) 당시 데이비드가 받은 주식의 가치는 2억달러 였다.


미나는 지금 그 플레이스북 근처 벽이란 벽에는 죄다 그림을 그리며 눈도장을 박는 중이었다.


우석은 미나를 통해 1년뒤 있을 그 최고의 기회를 잡을 생각이었다.


필요하다면 존 파커를 직접 찾아가서라도.


우석은 이 믿기힘든 기회, 기연을 움켜쥘 생각이었다.


기연을 선점하는 것.


이게 우석이 택한 회귀자의 전략이었다.


메세지 창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지만 일단 돈은 최대한 벌어놓는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거대한 돈은 거대한 가능성과 같으니까


“우석씨? 무슨 생각 하세요?”

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수연이 우석의 소매를 잡아당긴다.


깜짝 놀라 내려다보자 걱정스러워 하는 수연의 얼굴이 보인다.


이런. 인재 확보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생각이 두서없이 흘렀다.


“아. 죄송해요. 제가 요즘 신경쓰고 있는 일이 하나 있어서. 그나저나 수연씨 혹시 요즘 힘든 일은 없으세요? 제가 뭐 도와드릴 거 라도.”


“아··· 저기...”


“그래. 말 잘했네. 우석 군.”


갑자기 끼어든 사람은 박평식 계장이었다.


스마트폰이 질렸는지 어느새 우석과 수연에게 다가와 있었다.


손에는 타 주지도 않은 커피가 들려있다.


우석의 사무실을 마음대로 뒤진 것이다.


“우리 우석군이 이렇게 살이 빠질 정도로 열심히 일했으니 나무들이 냉해 피해가 없을만 해. 거기다 ‘평소에 우리 농업기술센터에서 잘 지도 해준 덕분’ 에 사과 나무들이 피해 없이 잘 큰 것이기도 하고 그렇지?”


뭔가 좀 거슬리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우석이 대꾸하기도 전에 수연이 나섰다.


“계장님. 아니예요. 저희가 우석씨네 과수원에 지도한 게 뭐가 있어요. 우석씨네 과수원은 외국 농업기술도 제일 먼저 아시고, 농가에 보조하는 사업도 안받고 묘목도 직접 조직배양해서 쓰시는···”


“씁! 거 참. 이수연 씨. 가만히 있어. 나이도 어린 사람이 되바라져가지고.”


슬슬 불쾌해진다. 사람을 앞에두고 언성을 높이다니.


우석의 표정이 굳기 시작하자 박평식 계장이 싯누런 이를 보이며 애써 웃어보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닌가. 자네 아버님 우천동 사시지? 내가 저번에 아버님이랑 사우나도 같이 가고. 밥도 먹고.”


점점 듣기 거북해진 우석이 얼른 말을 끊었다.


“뭐가 필요하신가요?”


“크흠. 전국이 냉해로 올해 멀쩡한 사과나무가 없는데 우석군이 이렇게 훌륭하게 나무를 키워냈으니 뉴스에 내보내자 이 말이야.”


박평식은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거기에 항상 마음으로 이 과수원을 걱정해준 내 이름으로 인터뷰도 딱 하고. 배경으로 우석 군 과수원이 싸악 비추면 홍보도 되고 얼마나 좋겠어. 안 그래? ”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져서 뭐라고 입을 열려는 수연에게 우석이 슬쩍 고개를 저었다.


여태 차에서 내리지도 않던 사람이 뻔뻔하기도 하지.


간판도 없는 과수원을 비추는게 무슨 홍보가 된단 말인가. 거짓말이다.


우석이 대충 알았다고 대답하자 박평식의 얼굴은 활짝 폈다.


우석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앞으로 힘든 거 있으면 이야기 하라는 둥.


자기가 이제 뒤를 봐준다는 둥 헛소릴 지껄였다.


누런 치아 사이로 나오는 담배냄새와 믹스커피 냄새에 코를 막고 싶었지만, 우석은 되려 웃으며 박평식을 차로 돌려보냈다.


“지금 우리 인사평가 기간인데 홍보점수가 필요해서 저래요. 시장님이 뉴스 홍보에 가산점을 어마어마하게 준다고 했거든요. 과수원 상태가 이정도로 훌륭하면 전국 지상파 방송에 몇 번이고 나올테니까요.”


아하. 그래서 누워서 휴대폰만 만지던 인간이 뛰어나왔구만?


순간, 우석의 머리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가산점 수연 씨도 받을 수 있죠?”


“저요? 뭐 저도 도움은 되지만. 승진 필요없어요. 나는 연구만 하면 되니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됐다고 하세요. 박계장이 뭐 해준것도 없는데 열 받잖아요.”


우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며칠 뒤에 뉴스에서 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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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3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6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2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4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4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7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3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2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8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3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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