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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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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69
추천수 :
63
글자수 :
88,839

작성
22.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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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DUMMY

탕.


차문을 닫자마자 박형식은 곧장 전화기를 들었다.


“어. 평식아. 형이다. 계약서에 싸인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박평식이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박형식은 박평식의 친형도 동생도 아니다.


사촌일 뿐.


그래서 얼굴은 닮았고, 김수연이나 다른 사무실 사람들은 박형식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다.


사무실 사람들이 사촌까지는 알기 힘드니까.


박평식은 보도자료를 조작하려고 했다.


거기다 민간인에게 찾아와 행패를 부렸지만, 자신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 저 새파랗게 어린 연놈이 짜고서 자신을 엿 먹인 거라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김수연 이 건방진··· 회식자리에서 허벅지 좀 만졌다고 꺼드럭 거릴 때부터 기를 확 잡아 놨어야 했는데. 서운대 나왔다고 콧대만 높아서는!’


박평식의 성추행과 김수연의 학력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열등감은 이유 없는 분노를 부채질 했다.


박평식은 징계를 받고 사무실 사람들과 술자리를 갖을 때마다


‘김수연이 설가네 농장의 돼지 새끼였던 놈이랑 둘이 붙어 먹고 자기 공을 가로 챘다며.’ 떠들어댔다.


앞으로 소문은 김수연을 꼬리표처럼 따라 붙으며 괴롭힐 것이다.


박평식의 분노는 설가네 농장의 두 형제에게도 향했다.


‘나이도 어린 놈이 시의원 이랍시고 어른한테 감히. 어른이 잘못한 동생 놈을 타이르다 소리가 좀 높아졌기로 서니 시장에게 전화를 해? ’


박평식은 징계 직후 병가를 내고 서울의 박형식을 찾아갔다.


우석이 든든한 형만 믿고 까불었으니 자신도 똑같이 해 줄 작정이었다.


“어린 놈이 우라까이로 한 몫 챙기려고 수작을 부리긴 했지만 내가 누구냐. 바로 계약 조항을 걸어서 묶어버렸지."


"그 참에 수확량 미달 시 단가 70%를 50%로 더 낮춰서 계약했다. 선금은 줘야 하지만 어차피 나중에 토해내야 할 돈이니까.”


박평식은 간사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키히히히. 50%요? 역시 형님이야. 이제 사과 따고 나면 피눈물 좀 흘리겠네요. 어린 놈이 쓴 맛을 좀 봐야지. 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데.”


박형식은 계약 재배한 고랭지 배추가 죄다 병에 걸리는 바람에 계약을 파기하느라 회사에서 말도 못하게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찾아온 사촌 동생이 돈 냄새 풍기는 사진을 가져왔다.


전국 어딜 가도 사과꽃 구경하기가 어려운 요즘.


주먹 만한 사과꽃이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의 사진을.


박평식은 거기다 먹음직스러운 설명을 곁들였다.


‘젊은 놈이 과수원을 물려 받았는데 직접 농사짓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아주 건방지고 어른 알기를 우습게 아는 놈이다.’


사진에서 풍기는 돈 냄새가 더욱 진해졌다.


박형식은 바로 이 돈 냄새를 돈으로 바꿀 계획을 떠올렸다.


농사꾼들 상대하며 계약으로 후려치는 건 박형식의 유일한 주특기였다.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젊은 대표을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저자세로 대표님, 대표님 하면서 시선만 돌리면 끝.


박형식은 룸미러로 멀어지는 우석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쯧쯧쯧. 그래서 계약서는 잘 보고 싸인 해야지. 이 어린 놈의 새끼야.”


***


탕.


차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우석은 몸을 돌려 사무실로 향했다.


방금까지 싱글벙글 웃던 우석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말했다.


“계약서를 잘 보고 싸인을 하셔야지. 이 늙은 여우 새끼야.”


우석이 박형식이 구린 속내를 간파한 것은 김수연과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였다.


테이블 가운데 놓인 계약서는 우석이 보기 편한 방향으로 돌려져 있었다.


계약서 맨 위에는 제목 등 일반적인 사항이 있었고 1번 항목부터 순서대로 쭉 내려갔다.


불리해 보이는 조항은 맨 마지막에 적혀있었다.


종이의 하단, 그러니까 앉은 위치 상으로 우석에 가까운 쪽.


박형식이 솔직하게 말한다며 계약서 위로 몸을 숙여 불리한 조항을 탁 짚었을 때.


우석은 직감적으로 이 놈이 무언가를 숨기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계약서 맨 하단에 불리한 조항을 가리킨 손가락.


과도하게 숙여진 몸에 반쯤 가려진 계약서.


‘위쪽이다!’


우석은 박형식의 설명을 듣는 척하며 계약서 위 쪽을 살폈다.


그리고 제목과 주소 상호 간의 주소 따위가 적혀 있어 대충 흘릴 수 있는 부분에 깨알같은 글씨를 찾았다.


‘사과는 최상등급 기준.’


터무니없는 독소 조항이었다.


작년 기준 우석의 과수원에서 가락동에 납품한 사과는 모두 15kg 박스로 20,000개.


총 300톤 이지만 실제로 수확한 사과는 400톤 가량 이었다.


여기서 흠집이 나거나 모양이 이상하거나, 색깔이 덜 빨간 것들은 규격 미달로 가락동에 올려 보낼 수 없었다.


그런 상품들은 ‘파지’나 ‘흠과’라고 해서 제값도 못 받고 처리된다.


더군다나 납품한 300톤이 모두 같은 등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작년 사과 수확량 중에 최상 등급은 20% 상 등급50% 보통 등급20% 정도.


한마디로 최상 등급은 60톤 뿐.


전체 수확량의 15%에 불과한 것이다!


박형식의 속셈을 눈치 챈 우석은 열불이 훅 끓어올랐지만 되려 머리는 차가워졌다.


결국 이 계약서 상으로는 최상등급 사과 만으로 300톤을 만들어야 가격을 35,000원을 준다는 소리였다.


애초에 불가능한 수량.


따라서 나중에는 계약량 미달이라며 사과 가격을 50%인 12,500원에 후려치겠다는 속셈이었다.


모자란 부분은 계약금에서 오히려 토해내야 할 것이다.


우석은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한방 크게 먹이고 최대한 이익을 뽑아낼 방법으로.


그래서 추가한 조항이


[수확량 2배 이상은 200%, 수확량 3배 300%, 수확량 4배 400% 수확량 5배 500% 가격 적용]


[태산청과는 선금 100%를 계약금으로 지불]


박형식은 우석이 우라까이로 저 물량을 맞추려고 수작을 부렸다고 오해 했지만.


천만에.


우석은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


우석의 과수원에서 나온 사과 만으로 사과 생산량을 5배 늘릴 생각이었다.


전년 대비 생산량을 5배 늘리는 건 전 세계 어떤 사과 농장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우석은 가능했다.


‘사과꽃 5개 모두 최상등급 사과를 단다.’


사과꽃은 한 군데에서 총 5개가 열리고 꽃 4개는 제거한다.


1개에 양분을 몰아넣어 큰 사과를 만드는 게 일반 상식이니까.


이 과정에서 사과꽃을 따는 일손도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


그러나 우석은 지방으로 생명력을 때려 박아 눈에 보이는 꽃이란 꽃은 모두 최상등급 사과로 만들 생각이다.


꽃을 솎아 낼 필요가 없어서 인건비도 절약되니 1석 2조다.


이렇게 아낀 인건비에 우석이 요구한 계약금 7억.


우석은 계약서에 싸인을 하기도 전에 이 돈을 크게 불릴 방법을 찾았다.


바로 박형식이 그 방법을 가르쳐주었으니까.


우석은 태평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이번에 행사 관리하느라 강남 학부형 많이 안다고 했지? 내가 그 분들 무료 관광을 시켜드리려고 하는데 좀 알아봐 줘. 토실토실한 분 들이면 더 좋겠어.”


“토실토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냐. 물론 우석이 네가 그 분들을 관광 시켜드리면 나도 의원님께 면이 좀 서겠지만. 이 분들 워낙 인원이 많아.”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강릉에서 공짜 회도 쏘고 경치 좋은 곳에 구경도 시켜 줄테니 되는 대로 다 모셔와. 나 갑자기 돈 많아졌어.”


“아직 사과도 안 열렸는데 네가 돈은 무슨. 그나저나 어디로 가는데?”


우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배추밭.”


***


우석은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했다.


‘박형식이 박평식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


의심스러웠지만 우석은 둘 사이에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없었다.


우석은 새삼 정보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앞으로 우석은 지식연금 능력을 무기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미션에 기한은 언제인지 모르지만 농사로 1조원을 벌려면 지금부터 가속에 가속을 거듭해야 할 테니까.


그 과정에서 반드시 부딪칠 거대한 농업 회사들과 제도권.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들 똥파리들과 하이에나가 문제였다.


우석이 회귀하고 메시지 창을 받은 이후로 밤 마다 미래의 정보와 해외 연구 데이터를 뒤졌다.


덕분에 농사로 1조를 벌기 위해 성장을 위한 로드맵은 그려 놓았지만.


‘인재가 필요하다. 특히 정보력을 담당할 인재가’


정보력은 우석이 큰 돈을 굴릴 수록 중요해 질 것이다.


정보력만 있다면 다양한 투자처를 빠르게 선점할 수 있다.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사기꾼의 신상도 캘 수 있다.


예를 들어 박형식의 과거 행적이나 박평식과의 관계처럼.


더군다나 우석이 겪은 미래와 지금 우석의 시간대가 완전히 같으리란 보장이 없으므로.


그 차이를 확인하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발전 방향을 조정하기 위한 정보력이 간절했다.


우석의 눈과 귀가 되어줄 인재.


“....그래. 이 사람이 있었지!”


우석의 머릿 속에 떠오른 한 사람.


우석이 있던 미래에서는 너튜브에 ‘진짜사나이’ 라는 프로그램이 유행 했었다.


특수부대 출신의 ‘타조알’ 이라는 이름의 너튜버가 만든 프로그램인데.


거기에 각종 다른 채널 너튜버들이 출연해서 특수부대 훈련을 받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 조한준이 있었다.


뒤룩뒤룩 살찐 몸.


프로그램 내내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기는 커녕 토하기 일수라 악플 세례를 받았다.


조한준이 집안 내력인 호르몬 이상 때문에 초고도비만이 되었다며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조한준은 너튜브를 떠났다.


쓰러져 토하면서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던 그는.


결국 비난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우석이 조한준을 떠올린 이유는 그가 해킹 너튜버 였다는 것이다.


초창기 조한준은 뛰어난 해킹 실력으로 각종 사이트를 최단시간에 뚫어내는 컨텐츠로 인기를 끌었다.


나중에는 후원에 취한 나머지 뚫어서는 안될 사이트를 뚫었고.


채널은 영구정지 당하며 인기는 곤두박질 쳤다.


재기하기 위해 뚱뚱한 몸을 이끌고 ‘진짜사나이’ 까지 나갔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 이후로는 우석도 조한준의 공식적인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해커로 어두운 일을 한다는 소문만 있었을 뿐.


아직 너튜브는 생기기도 전이다.


어떻게 해야 조한준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우석은 은행에서 돈을 찾아왔다.


설미나 에게 보내고 남은 시드머니를 테이블 위에 쏟아부었다.


“자아. 이제 낚아보자.”


우석은 곧장 각종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대결 신청! 초고도비만 해커 ㅈㅎㅈ 에게]


대결의 내용

너의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이던 간에

일주일 안에 정상 체중을 만들어주면

나의 승리.

정상 체중이 안되면 너의 승리.

단, 수술 등 외과적인 방법이나 약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음.


대결의 댓가

나의 승리 : 소원 하나 들어주기.

너의 승리 : 현금 1억원



글 밑에는 테이블 위에 가득 쌓인 초록색 만 원 다발 위에 작성자 명을 적어 인증했다.


우석은 돈다발이 만 원권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5만 원권은 부피가 얼마 안 되었을텐데.


노란색 5만원 권이 나오려면 아직 5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우석은 일부러 연락처를 적지 않았다.


해킹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실력이 있는 해커라면 알아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커뮤니티에서는 삽시간에 글이 복사되어 퍼날라졌다.


ㅈㅎㅈ이 도대체 누구냐 에 관심이 쏠렸다.


‘만약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있었다면 1위를 했을텐데.’


우석은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초록창에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시작되는 건 1년 뒤의 일이다.


어그로라는 말도 있었고, 가짜 돈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인터넷에서 화재가 되어 결국 9시 뉴스에 보도 되었다.


터무니없는 방법이었지만 우석은 별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이제 한 일주일 쯤 지나면 연락이 오지 않을까? 만약 안되면 다른 방법을 써보는 수 밖에.’


우석은 오늘 오후에 글을 올렸으니 대략 일주일 정도만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우석이 자리에서 막 일어나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당신 누구야.”


조한준 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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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4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6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2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5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4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7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3 3 11쪽
»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2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8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3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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