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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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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66
추천수 :
63
글자수 :
88,839

작성
22.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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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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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황금배추(1)

DUMMY

테북.


부자들 사이에도 급이 있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위쪽 테북은 청담동으로 대표되는 대를 이은 전통의 부자들이 산다.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아래쪽 테남은 의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로 산다.


테북에서도 규모로는 양손에 꼽히고, 아름답기로는 한 손에 꼽히는 저택.


우희진은 어머니와 실랑이 중이었다.


“얘. 너 진짜 엄마 죽는 꼴 보려고 이래? 언제까지 방에만 있을 거야. 아버지 뉴욕 가신 김에 엄마랑 바람 쐬러 가면 좀 좋아?”


“아버지가 없다고 기자들이 가만있어? 나갔다가 또 사진 찍히면 또 우성 재벌가 돼지 나왔다고 악플들이 얼마나 달릴 줄 알고!”


“이번에는 달라. 여의도 장 의원 밑에 있는 사람이 소소하게 진행하는 행사래. 경원도 관광이랑 농촌에 봉사활동 가는 사람들 틈에 묻어가는데 기자들이 널 어떻게 알아보니?”


우희진은 대꾸하지 않고 침대에 머리를 파묻었다.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워서 살이 찐 건지.


살이 쪄서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웠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희진이 얼굴을 감추고 연예계 생활을 시작할 무렵.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아서 가명으로 음반을 내기 시작했는데.


데뷔하자마자 차트 순위가 급속도로 상승했다.


‘사람 목소리가 아니다. 어떻게 이런...’


‘목소리가 이 정도면 얼굴은 기본적으로 받쳐주는 거지.’


‘얼굴 너무 보고 싶다. 공개만 하면 당장 1위 할 듯’


100위에서 50위, 다시 22위, 8위를 거쳐 1위까지 순식간이었다.


이 얼굴 없는 가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어느 날 특종이 터진다.


‘베일에 싸인 1위 가수, 얼굴 단독 공개!!’


헤드라인 하단에는 어디서 구한 우희진의 사진이 실려있었다.


유독 뚱뚱하고 못생기게 나온 사진이.


우성이 가족들은 첫째 우수진을 제외하면 모두 통통한 체형이었다.


그 때문에 우희진은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하는 만큼 통통한 자신의 몸도 사랑했다.


그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룹 비서실의 힘으로 다음날 바로 기사가 삭제되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악플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차트 순위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노래에서 삼겹살 냄새 안 나요?’


‘와. 돼지 목에 진주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 쓰는 거구나.’


‘요즘은 팬들이 귀에도 눈깔이 달려있어서 마르고 예뻐야 들려.’


우희진이 데뷔하고 얼굴이 탄로나기 까지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가수 활동을 알고 대로한 아버지, 우건필 회장은 우희진을 청담동 저택에 처넣었다.



거의 감금과 다름없는 생활 동안.


섭식장애에 걸린 우희진은 급격하게 몸이 불어났다.


“단번에 살을 빼준 데.”


우희진은 엄마가 민감한 곳을 건드리자 단숨에 불을 뿜었다.


“거짓말 하지 마! 지방흡입 해준데? 아니면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내가 안 해본 줄 알아? 다 소용없어! 금방 다시 살이 찐다고!”


“농사!”


우희진의 엄마도 마주 소릴 질렀다. 우희진을 바라보는 엄마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배추밭에서 농사를 도와주면 살을 빼준 데!”


***


시원한 바람이 산등성이마다 서 있는 하얀 풍력발전기를 돌린다.


파란 하늘 아래 태평하게 돌아가는 날개가 하나둘 박자를 맞추면.


줄지어 선 초록빛 배추들이 잎을 살랑거리며 춤췄다.


안반데기.


땅 모양이 떡을 칠 때 받치는 나무판인 안반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름은 생소해도 검색해 보면 ‘아! 여기!’ 할 정도로 사진이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산꼭대기에 나무가 아니라 줄지어 심어진 배추가 장관을 이루는 풍경.


안반데기는 해발 1,100m로 지대가 높아서 항상 시원한 바람이 분다.


한여름 낮 최고 기온은 동해안 평지보다 7도가량 낮고 열대야도 없어서 피서지로도 제격이다.


안반데기의 여름철 시원한 조건은 사람뿐만 아니라 배추도 좋아한다.


때문에 해발 1,200m가 넘는 고루포기산 남쪽으로 아래 약 198만㎡(60만 평)에 배추가 빼곡히 심겨 있다.


여름철 우리나라 고랭지 배추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


따라서 안반데기 하면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으로 줄지어 선 배추들이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보통 때는 초록빛으로 물들어있을 안반데기 배추밭들이 누렇다.


축구장 300개가 넘는 면적의 배추들이 거의 썩어 있었기 때문이다.


밑동이 물러서 주저앉은 배추부터 속이 푹 썩어서 이파리 사이로 진물이 질질 새는 배추까지.


더뎅이병과 무름병이 덮친 안반데기의 배추밭은 참혹했다.


덕분에 올해 밭떼기로 배추를 계약한 청과상과 마트 MD, 농민들 모두 비상이 걸렸다.


여기저기서 밭떼기 계약이 파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밭떼기 계약’ 이란 씨앗을 뿌리기 전에 농가를 찾아가 계약금을 건내고 그 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모두 사기로 하는 계약이다.


‘ 7월 초쯤 이 밭의 배추를 모두 사 가겠다.’고 하는 내용으로.


농가에서는 이 말만 믿고 배추를 심는다.


그런데 지금처럼 배추가 모두 썩어 버리면?



농민은 썩은 배추라도 가져가라고 하고, 마트는 그럴 수 없다고 대치한다.


계약이 보통 구두로 이뤄지기 때문에 농민들은 약속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병에 걸인 배추를 수확해 가지 않아도 법적으로 따지기 힘들다.


되려 먼저 받은 계약금을 뱉어내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럼, 계약이 불합리하면 체결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럴 수 없다.


배추는 대형청과나 마트 없이는 출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확하려면 사람이 수백 명이 필요한데 농가에는 배추의 유통량을 감당할 일손이 없다.


33,000㎡(1만 평) 기준으로 배추를 싣는 데 트럭이 30대가 필요하다.


60만 평 기준이라면 1,800대.


청과나 마트 같은 유통업체들은 밭떼기 계약과 동시에 수확 및 유통까지 일손과 차량, 창고를 모두 준비해 놓는다.


수확, 유통, 판매에 이르는 대규모 작업을 일개 농가가 감당하기에는 불가능 한 것이다.


따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농가는 씨앗 값, 농약 값도 안 되는 계약금만 받은 채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올해도 안반데기의 배추들이 병에 걸리자 대형 청과나 마트들은 손절에 나섰다.


손해가 커지기 전에 계약금을 손해 보고 올 초에 농민들과 맺은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계약만 믿고 배추를 키웠던 농민들은 계약이 파기되자 그나마 몇 포기 건진 배추도 납품할 곳이 없었다.


상태를 골라가며 수확하려면 인건비가 더 들어갈 테고, 수확량이 적어서 운반비용도 안 나올 처지였다.


다른 농사를 지으려면 트랙터로 죄다 밭을 갈아엎어야 하는데 인건비며 기름값도 만만치 않았다.


농민들이 뉴스에 나와 정부에서 보상하라며 목소릴 높이던 어느 날.


우석이 등장했다.


***


우석은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아오. 냄새 한번 지독하네···”


바람이 불 때마다 배추 썩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곧장 안반데기 배추 생산 조합을 찾아간 우석이 말했다.


“밭을 사겠습니다. ”


농민들은 이 정신 나간 청년이 진심인가 의심했다.


다 썩은 배추밭을 보고도 저런 소릴 한다는 말인가?


통상적인 계약재배, 밭떼기 단가는 보통 3.3㎡(1평) 기준 1만 원을 받는다.


배추는 크기에 따라 3.3㎡(1평)당 대략 10~13포기가 수확되지만, 수량에 상관없이 평당 돈을 받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배추를 33,000㎡(1만 평) 키우면 1억 원의 소득을 냈다.


그러나 지금은 1억 원은커녕 100만 원씩 마이너스였다.


농기계로 밭을 갈아엎고 살균제를 뿌리는데 드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인데 밭을 사겠다니.


“단, 조건이 있습니다. 기존에 대형청과든 마트건 간에 계약이 파기되었음을 서류나 녹취로 증명하는 곳만 계약하겠습니다.”


수석은 미리 잡음을 차단할 작정이다.


‘구두계약의 특성상. 나중에 배추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놈들이 나올 것이다.’


배추가 금추라고 불리며 평소의 두 배 이상 가격이 오른 요즘.


우석이 배추를 쏟아내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태클을 걸기 시작할 것이다.


수석은 아예 잡음을 사전에 차단해서 속전속결로 일을 끝내버릴 생각이었다.


“면적 당 단가는 얼마나 됩니까?”


조합장의 말에 우석이 말했다.


“6억으로 살 수 있는 만큼 사겠습니다.”


***


간밤에 안반데기에 도착한 우석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자기 밭을 사달라며 한밤중에 몰려드는 농민들을 상대하랴.


배추 농사가 망하면서 쉬고 있는 지역 운수 회사들 섭외하랴.


가락동 배추 시세 확인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래도 밤을 새운 보람이 있네.”


어젯밤 우석이 6억으로 구한 안반데기의 배추밭은 198만㎡(60만 평) 전부.


평당 천만 원을 주고 눈에 보이는 모든 배추밭을 사버렸다.


서로 자기 밭을 사달라는 농민들 때문에 가격은 33,000㎡(1만 평) 당 20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수석은 천만 원에 사버렸다.


대신 수확 후 저온저장고 사용 같은 조건을 몇 개 더 달았다.


‘사람 마음은 간사하다. 가격을 후하게 줬으니 나중에 뒷말이 적게 나오겠지.’


우석이 고랭지 배추를 되살려 출하하기 시작하면 농민들의 박탈감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가격을 너무 후려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여기, 커피 한잔 드시오. 밤새 한숨도 못 잤을 텐데.”


“감사합니다. 어르신.”


연신 하품을 하는 우석에게 조합장이 커피를 건넨다.


“감사야 우리가 해야지. 우리야 설 대표 덕분에 손해를 볼 뻔하다가 되려 돈을 쥐게 되었으니. ”


안반데기의 배추 농가들 평균 면적이 보통 66,000㎡(2만 평) 정도니 밭을 갈아엎고 농약을 뿌리는데 2백만 원씩은 손해 봤을 것이다.


간밤에 도깨비처럼 나타난 우석 덕분에 2천만 원씩은 벌게 되었으니 한시름 덜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소? 내가 농사를 40년 넘게 지어봤지만, 유기농업은 들어봤어도 다이어트 농업이라니...”


“지켜보세요. 어르신. 개발한 저도 깜짝 놀랄 정도니까요.”


“아무리 신통방통한 기술이 있어도 저렇게 물러 자빠진 배추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이오?”


“사람들이 열심히 오가며 정성으로 보살피면 되더라고요. 살도 빠지고.”


“허, 그것참. ”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저 언덕배기 밑으로 줄지어 달려오는 트럭들이 보였다.


“많기도 하다. 저게 다 몇 대요?”


“400대입니다. 어르신.”


“아니 설 대표. 배추가 정상이면 1만 평에 트럭이 30대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멀쩡한 배추가 없어서 1대, 2대면 충분한데 400대라니?”


우석은 별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미소 지었다.


계약금으로 들어온 7억 원 중 6억은 배추를 계약하고 1억은 가락동으로 운송할 비용이었다.


안반데기 근처의 운수 회사들은 배추 농사가 박살이 나면서 손가락만 빨고 있는 처지.


우석은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근처 운수 회사들과 계약할 수 있었다.


100만 원에 트럭 4대씩.


우석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가락동이 뒤집어질 것이다.


배추가 씨가 마를 정도인 요즘.


400대의 트럭이 배추를 가득 싣고 가락동에 등장한다면?


더군다나 그 배추가 대형청과며 마트가 모두 포기한 안반데기에서 나왔다면?


우석이 그 광경을 상상하느라 히죽거리자 조합장은 흠칫 놀랐다.


‘보통 미친 게 아닌 거 같은데...’


조합장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유통은 그렇다고 치고, 수확은 누가한다는 말인가?”


조합장의 말에 우석이 웃음을 지우고 반대편 도로를 바라보았다.


“저기 오네요.”


시선을 돌린 조합장은 깜짝 놀랐다.


저 멀리서부터 관광버스가 끝도 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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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3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6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2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 10화. 황금배추(1) 22.02.19 65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4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7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3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2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8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3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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