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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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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74
추천수 :
63
글자수 :
88,839

작성
22.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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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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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DUMMY

마주 앉은 조한준은 화면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뚱뚱했다.


살이 쪄서 팔짱을 끼기 힘들 텐데.


조한준은 간신히 팔짱을 끼고 우석을 노려보았다.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예요?”


“내가 믿기 어려우면 돈을 일단 가져가세요. 맞으면 돌려주시면 되죠.”


우석은 테이블 위에 쌓인 돈을 조한준 쪽으로 밀었다.


“끄응··· 아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 아니 저를 뭘 믿고 1억을 맡겨요? 더군다나 그쪽이 이겨도 그냥 돈을 준다니.”


“정확하게는 계약금이죠. 내 밑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드리는 거니까요. ”


“해킹이 필요하다고 큰돈을 내미는 사람치고 멀쩡한 사람 못 봤는데요. ”


“양심에 걸린다면 언제고 지시를 거절해도 됩니다. 같이 일하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실 테니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한준이 우석의 가족들 정보를 꺼내놓는다.


“벌써 다 알아요. 설가네 농장 삼 남매 중 차남. 형은 평주시 시의원 설태평이고 동생은 미국에 뉴욕에 유학 간 설미나. 요즘 팰러앨토에서 그래피티로 명성을 얻고 있죠?”


거기다 우석의 신상까지 더한다.


“당신은 평주국민학교를 나왔고 그때 교통사고가 크게 나셨던데? 이후에는 학교에 안 가고 검정고시로 졸업 후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


"학회에 괜찮은 논문을 여러 건 발표해서 최우수상도 받았죠."


"불과 지난달 까지만 해도 329kg 이었고,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는 구글 학술 검색. 최근 사용한 키워드는 딸기 우량품종...”


“그만. 그만. 됐습니다. ”


조한준은 글을 보자마자 우석의 모든 정보를 샅샅이 뒤졌다.


지금 말한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석은 조한준의 실력에 감탄하며 말했다.


“발가벗겨진 기분인데요. 제가 조한준 씨에 대해서 아는 건 괜찮은 해커라는 것 하나뿐인데”


조한준이 찾아와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알았냐고 물었을 때.


우석은 정치인인 형에게 지나가는 말로 들었다고 둘러댔다.


조한준은 제법 그쪽에 얽힌 적이 있던 건지.


‘혹시.. 그때인가? 흔적은 남지 않았을 텐데...’


하고 혼잣말을 하더니 금세 납득했다.


“자아. 아무튼 여기까지 오셨으니 대결은 승낙했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살 안 빠지면 진짜 이 돈만 가지고 돌아갈 거예요. 절대 무르기 없어요?”


우석은 피식 웃으며 농막에서 옷을 갈아입고 과수원에 나가자고 했다.


조한준은 농막에 들어가 과거 우석이 입던 운동복을 꺼내 들었다.


옷이 좀 컸지만 입을 수는 있을 듯했다.


조한준은 200kg이 넘게 나가는 자신에게도 큰 옷을 입으며 생각했다.


‘이런 옷을 보면 분명히 300㎏이 넘는 거구가 맞는데.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살을 뺀 거지?'


'의료기록을 전부 뒤져봤지만, 지방흡입술은 커녕 최근에 병원에 입원한 적도 없었는데.’


조한준이 이 농장에 오게 된 이유도 이것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과연 어떻게 저렇게 단기간에 살을 뺄 수 있는가.


조한준에게 비만은 콤플렉스가 아니라 질병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수준의 치명적인 질병.


만약 1주일 만에 살을 빼준다면 1억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줘도 아깝지 않았다.


호르몬 이상 분비로 급속도로 살이 찌는 병.


미친 듯이 날뛰는 호르몬 이상 분비를 낫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희귀 난치병이라 원인을 몰랐기 때문이다.


호르몬 분비를 진정 시키는 데만 매달 천만 원이 넘게 들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약을 구할 수 없어서 밀수해야 했다.


“일주일이면 알 수 있겠지. 사기꾼이 될지, 생명의 은인이 될지.”


농막으로 들어가는 조한준을 보며 우석은 사람을 제대로 골랐다고 느꼈다.


반나절 만에 설가네 농장 신상을 죄다 파악하다니.


거기다 대화를 몇 번 나눠보니 알 수 있었다.


선하다.


무슨 사연으로 해킹 같은 불법적인 일에 빠져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기본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


우석보다 1살 어리지만 회귀한 우석에게는 조카처럼 느껴졌다.


‘반드시 영입한다.’


***


조한준과 우석은 과수원의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사과나무에 달린 꽃 중에 성질이 급한 녀석들은 벌써 팥알만 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여기 이거 보이죠? 이게 나중에 우리가 먹는 사과가 되는 거예요. 이건 ‘아오리’라는 품종인데. 보통 우리가 먹는 초록색 여름 사과."


"저기 끝에 있는 건 추석 즈음에 나오는 ‘홍로’라는 품종인데 모양이 좀 울퉁불퉁해요."


"그 옆에 주욱 심겨 있는 건 새콤한 ‘홍옥’. 나머지가 흔하게 먹는 ‘부사’.”


조한준은 서울에서만 자라서 사과나무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사실 사과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석이 언제 시커먼 속내를 드러낼까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석은 산책하는 내내 사과 이야기만 했다.


‘뭐지? 아직 시간은 많다는 건가? 그럼 뭐 운동이라도 시켜야 하는 거 아냐? 정말 이렇게 걷기만 하는데 살이 빠진다고?’


우석은 설명에 집중하지 못하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조한준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벌써 살은 빠지고 있는데.’


긴장한 조한준은 못 느끼겠지만 티셔츠가 늘어져 어깨가 다 드러나 보였다.


우석이 나란히 걸으며 조한준의 지방을 생명력으로 바꿔 토양에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석이 직접 실험한 결과, 지방을 생명력으로 바꿔 식물에 흡수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직접 흡수.


생명력을 식물에 직접 흡수시키면 흡수된 생명력만큼 급격하게 자란다.


자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두 번째는 간접 흡수.


생명력을 토양에 흡수시키면 식물은 그걸 천천히 나눠서 흡수한다.


거의 10배는 느린 속도.


간접 흡수는 속도는 느리지만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바로 우석이 자리에 없어도 된다는 것.


우석의 지식연금 능력은 우석의 눈에 닿는 범위까지만 유효했다.


그러나 간접 흡수를 이용하면 우석이 자리에 없어도 꾸준히 생명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석은 조한준이 나무가 너무 빨리 자라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을 우려해서 간접흡수 시키고 있었다.


이제 나무들은 조한준의 지방을, 생명력을 먹고 꽃송이마다 열매를 맺기 시작할 것이다.


작년보다 5배는 많은 사과를 맺어야 하니까 나무들에 먹일 지방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건 계획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지금은 조한준을 영입하는 것만 생각해.’


우석은 마음을 다잡으며 첫날 산책을 마쳤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우석은 조한준과 산책을 하며 사과 이야기만 나눴다.


자고 일어난 조한준은 3일 정도 지나자 몸무게가 거의 100kg은 줄어 있었다.


조한준은 처음에는 1시간도 걷기도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산책 시간 이외에도 과수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산책 시간에 우석이 나무들을 돌보면 옆에서 곧잘 거들기도 했다.


“진짜 신기하네. 아니 밤마다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데 점점 살이 빠지다니. 진짜 이게 다이어트 농사법이야?”


“그렇다니까. 내가 만들고 너도 지금 효과를 보고 있는데 못 믿겠어?”


그 사이에 조한준과 우석은 가까워져서 말을 놓는 사이가 되었다.


조한준이 말했다.


“아니. 효과를 보니 믿을 수밖에 없긴 한데··· 사람이 짐승 대신 땅을 밟고 다닌다고 식물이 잘 자라고 살이 빠진다니까 이상하잖아.”


우석이 나무들을 살피며 대답했다.


“나도 왜 그런지는 몰라. 살이 빠지고 식물들이 잘 자란다는 것밖에. 그렇지만 내가 무슨 대학교수도 아니고 원리를 알 필요가 있나. 효과만 있으면 그만이지.”


“하긴, 그것도 그렇네.”


***


약속한 일주일째.


조한준의 몸무게는 65kg이 되었다.


일주일 만에 거울을 보며 울먹거리는 조한준.


“형! 나··· 내 목젖 너무 오랜만에 봐.”


“그럼 목젖이랑 인사해. 앞으로 자주 볼 테니까.”


우석이 킥킥 거리며 새 옷이 담긴 쇼핑백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거. 눈대중으로 산 거라 맞을지 모르겠다. 축하한다. 한준아.”


첫날 한준의 키를 확인하고 바로 주문한 옷 이었다..


사이즈가 안 맞을 일은 없었다.


우석이 조한준의 몸무게를 옷에 맞추면 되니까.


옷이 날개라고 했던가. 새 옷을 입은 조한준은 아이돌 같았다.


집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하느라 하얘진 피부.


우석이 날렵하게 만들어준 몸과 180cm의 키.


다크서클 때문에 만화 데스노트의 캐릭터 엘 과 비슷하기도 했다.


“흐어엉! 우석이 형!”


결국 울음을 터트려버린 한준 때문에 우석이 한참을 진정시켜야 했다.


호르몬 이상 분비로 인한 비만은 난치병이자 조한준의 가족 모두의 유전병이었다.


아버지가 프랑스에서 몸을 혹사하며 번 돈으로 약을 사서 보내면.


누나와 조한준 둘이서 한 알을 나눠 먹었다.


적정량보다 적었지만, 약값이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었다.


반쪽짜리 약으로는 200kg대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아버지가 직장을 잃은 후에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사흘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이 주일에 한 번.


약을 먹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자 살은 급격하게 차올랐다.


우울증이 심해졌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한준은 양치질 한번 하는데도 헉헉거리는 몸뚱이를 볼 때마다 생각했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렇지만 한준은 자괴감으로 매일 가슴을 헤집으면서도 자신을 다 잡아야 했다.


아버지가 부상으로 귀국하면서, 집에 한준이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이 3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가장이 된 어린 조한준에게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해킹.


조한준은 이를 악물고 해킹 실력을 키웠다.


이 방화벽을 뚫지 못하면 가족이 다 죽는다는 각오로.


불법적인 의뢰도 거절할 수 없었다.


목숨을 걸고 일 한 덕분에 다크웹에서 ‘빅 조’라는 별명도 얻었다.


뒤 세계에서 명성을 쌓을수록 마음은 깎여 나갔고 우울증도 깊어졌다.


폭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조한준은 새삼 신기했다.


'더러운 일을 할 수록 마음은 깎여나가고, 살은 차오른다.'


그런 조한준을 우석이 구원한 것이다.


누구보다 뚱뚱했던 우석은 조한준의 상처를 깊이 이해했다.


그리고 끝까지 가족들을 포기하지 않은 조한준은 우석이 있던 미래를 떠올리게 했다.


끝까지 우석을 감싸주던 부모님과 태평, 미나를.


우석은 어젯밤 한준이 고백한 가정사를 듣고 결심했다.


이 미련한 놈과 끝까지 함께 하기로.


“형! 흐끅 나 진짜 뭐든지 할게. 나 앞으로 흐끅흐끅 형이랑 평생 일 할 거야. 백악관이라도 말만 해. 내가, 내가 다 뚫어 줄 거야!!”


“이놈이 큰일 날 소릴 하네. 농사짓는 사람이 백악관을 왜 해킹을 해.”


우석이 주저앉아 울고 있는 조한준의 손을 꽉 마주 잡으며 말했다.


“한준아. 나는 절대로 먼저 손 안 놓아. 네가 형 손만 안 놓으면.”


“알겠어, 알겠어! 형!”


그리고 다음 날.


우석이 잠에서 일어났을 때 농막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한준이 모든 짐과 돈을 싸 들고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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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4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6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3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5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5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8 4 11쪽
»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4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3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8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4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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