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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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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79
추천수 :
63
글자수 :
88,839

작성
22.0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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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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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뉴스에서 봐요(2)

DUMMY

우석은 아직 해가 뜨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300킬로그램이 넘게 나갈때는 잠을 아무리 자도 피곤했다.


목주위 지방이 워낙 두꺼워서 위쪽 기도 좁아져서 거의 숨을 못 쉬며 잤기 때문이다.


수면 무호흡이 워낙 심한데다 우석은 악몽을 자주 꿨다.


꿈 속에서 우석은 새까만 액체 속에 잠겨 있었다.


조금씩 숨이 막히다 기절할 때 쯤에는 그 액체가 자신의 배꼽에서 흘러나오는 지방인 걸 깨닫는 꿈이었다.


끔찍한 꿈.


189cm에 100kg 짜리 근육질이 되면서 모든게 달라졌다.


잠도 잘잤고, 샤워하면서 거울 볼 맛이 났다.


지방지배 능력 덕분인지 급격하게 살이 빠졌는데도 셀룰라이트나 살 쳐짐도 없었다.


우석은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마치고 과수원 한 켠에 있는 농막을 나섰다.


농막 바로 옆에있는 조직배양실 겸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불이 켜 있었다.


뭐지?


우석은 순간적으로 어제 사무실에 함부로 들어가 커피를 꺼내마신 박평식 계장이 떠올렸다.


설마. 아무리 동네에서 개념이 없기로 유명한 인간이라도 새벽 4시30분에 남에 사무실에 들어와 있을리가.


우석이 문을 열자 익히 아는 얼굴이 앉아 있었다.


“일찍 일어났구나.”


“난 또 누구라고! 형 깜짝 놀랐잖아. 언제 온거야.”


사무실에 앉아서 신문을 읽던 남자는 우석의 형.


설태평 이었다.


“놀랄 것도 많다. 사무실에 누가 들어올 일이 있나. 가족밖에 없지.”


“있어 그런 사람이. 마음대로 들어왔다가 마음대로 부당한 부탁을 하는 뻔뻔한 사람.”


태평이 의아한 듯 우석을 바라보았지만 우석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그나저나 언제 여의도에서 내려온거야? 이번에 국회에서 행사하는거 때문에 바쁘다며.”


“우리 과수원이 조간 신문에 실렸는데 안 들를 수가 있나. 기사 잘 나왔더라. 농업기술센터 소장님 이랑 평주 시장님이 좋아하시겠던걸.”


지금 시간은 새벽 4시30분. 조간 신문이 이제 막 배달을 시작할 시간인데 태평은 벌써 기사 내용까지 다 알고 온 것이다.


우석은 태평의 정보력에 감탄하며 말했다.


“아직 신문이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기사난 걸 벌써 알아? 역시 젊은 시의원 님은 다르시구만. ”


“형이 항상 말했지? 일보다 가족이 먼저다. 너 요즘에 아예 과수원에 붙어서 산다던데. 어머니가 걱정 많이하시니 본가에 좀 찾아 뵙도록 해.”


우석은 원래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과수원에 있는 농막에서 먹고 잤다.


6평 남짓한 작은 원룸같은 곳이었지만 욕실부터 주방까지 있을껀 다 있었다.


살이 빠지면서 거동이 편해졌으니 본가로 들어오라는 부모님의 제안을 우석은 거절했다.


새로운 능력을 시험하고 응용하는데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우석은 지방을 생명력으로 바꿔서 식물이 아닌 토양 자체나 비료에 옮길 수 있는지.


생장 속도를 가속시킬때 식물에 부작용은 없는지 같은 것들을 연구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기존에 조직배양하던 종묘와 묘목들을 관리하면서 해야했기에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아버지가 이 과수원 아예 나한테 전부 맡기셨잖아?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할 일이 많아. 그나저나 여의도 일은 어떻게 되었어?”


태평은 우묵한 눈으로 우석을 바라보았다.


똑똑한 동생이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고 생각한 태평은 더 언급하지 않았다.


“잘 마쳤다. 장 의원님이 주관하신 청소년 연설대전이 올해로 벌써 3년째니까 까다로울 건 없었어. 다만 나는 평주시 의원인데 서울 행사에 너무 불려다니는게 마음에 좀 걸리는구나.”


우석은 태평의 대답을 들으며 장 의원이 언급되자 자신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물었다.


국회의원 장세익.


평주시를 지역구로 둔 4선 의원. 형 설태평을 보좌관으로써 정치에 발을 들이게 했고 시의원까지 끌어준 장본인.


현재는 지역구를 서울로 옮겨 정계의 핵심에 진출할 꿈을 품은 야심가이자 불알 친구의 아버지.


그리고 미래에 태평과 설가네 농장을 파멸로 이끈 장본인.


‘아직 아니야.’


우석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천분을 삭히며 얼굴 표정을 바꿨다.


복수는 화가 났을때 하는 것이 아니니까.


상대의 손발을 모두 잘라놓은 뒤에 웃으며 하는 것이다.


“그래? 잘됐네. 아무리 생각해도 장 의원님 대단하시네. 청소년들의 연설대회를 국회에서 열고 국회의원 표창도 나눠준다. 캬아. 심지어 대회 참가는 무료라며?”


자식들 수시전형에 쓰려고 몰려드는 학부모들이 눈에 선하다 선해.


장세익이 청렴한 정치인 인줄만 알았던 미래에서는 몰랐으니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치만 회귀한 우석은 장 의원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연설대회에 참가비용이 무료니까 장 의원에게 정치적인 부담도 없고.


청소년들 모습을 담으면 예쁜 기삿거리로 딱 이다.


무료이므로 대회에 자식을 참가시키고 싶은 학부모들은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장 의원에게 충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차기 지역구가 될 곳의 동창회, 봉사단체, 조기축구회 같은 조직을 관리하며 장세익의 표 밭을 다지는 것으로.


“ 맞다. 그래서 해마다 몰려드는 학부형들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번 대회부터는 예슬이가 도와줘서 숨 좀 돌리고 있지. 안그래도 예슬이가 너 안부를 묻더라. 너 예슬이 사법고시 합격했는데 연락도 안했다며?”


“합격 전화가 미어터질텐데 굳이 나까지 연락할 필요가 있나. 뭐.”


“예슬이가 서운한 눈치더라. 교승이는 학교에 화환을 보냈다고 예슬이 한테 뺨 맞을 뻔 했다던데. 너도 예슬이한테 전화라도 한 통 해줘라.”


장세익의 아들인 장교승과 서운대학교 재학 중에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한예슬, 거기에 우석까지.


이렇게 세 명은 어렸을 적 부터 오랜 친구였다.


우석은 계속 튀어나오는 오래 된 이름들을 듣고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우석이 있던 미래에서는 이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망가졌는데 회귀한 지금은 아직도 가까운 사이라니.


그치만, 우석은 이내 감정을 추슬렀다. 미래는 바꿀 수 있다.


회귀한 자신에게는 미래의 정보와 지방을 황금으로 바꿀 능력이 있으니까.


“알겠어. 전화 해볼께.”


“그래. 그럼 나 농막에서 잠깐 눈 좀 붙일께. 여의도에서 바로 왔더니 피곤하구나.”


태평이 농막에 들어가고 두어시간쯤 지났을까?


어제 봤던 관용차량 한 대가 미친듯이 달려오더니 농막 앞에 급정거했다.


우석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군.’ 하고 생각하고 스마트폰을 켰다.


“어이! 이거 뭐야! 이 기사 뭐냔 말이야!”


차에서 튀어나온 박평식이 신문을 손에 쥐고 우석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시죠?”


“아니, 아직 내가 보도자료를 내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이게 신문에 실리냐는 말이야! 이 사진은 또 뭐고?”


박평식이 내던진 신문이 우석의 가슴팍에 부딪쳤다.


신문을 주워들어 펼치자 이런 기사가 써있었다.




[죽을 각오로 죽은 나무를 살리다. 평주시 냉해방지기술 쾌거.]


전국적인 냉해 피해로 전국의 과수농가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냉해 피해를 딛고 일어선 농가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농가는 경원도 평주시의 한 사과농장. 이 농장을 관리하는 설우석 씨는 죽을 각오로 사과나무를 관리한 끝에 냉해 피해를 전부 회복했다고 밝혔다. ···.(중략)...


체중 329킬로그램에서 100킬로 그램까지 한달 동안 200킬로그램이 넘게 빠지도록 과수원을 뛰어다니며 관리한 설우석씨는 이 모든 공을 평주시농업기술센터에 돌렸다.


‘평소에도 적극적으로 냉해방지 기술을 전수해준 김수연 연구사님이 없었더라면 이 과수원은 살아날 수 없었을 것 입니다. 농업인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평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후략)....


이에 평주시장 강환규는 앞으로도 지역 농업인들을 위해···.


그리고 기사 밑에는 329킬로그램에서 지금의 모습이 된 비포 에프터 사진과 사과꽃 조사를 하는 김수연 연구사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었다.


“기사 잘나왔네요. 계장님 번거로우 실까봐 제가 어제 보도자료 만들어서 보냈어요. 사진도 직접 찍어서.”


“아니! 왜 시키지도 않은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말이야! 기사를 누가 이 따위로 쓰래! 김수연이 사진은 여기 왜 들어가 있냐고!”


“문제가 될 것이 있습니까? 농업기술센터 소장님께 공도 돌렸고 기사를 보니 기자가 시장님께도 직접 연락해서 멘트도 땄으니 모양새도 그럴싸 한데요.”


어젯밤. 우석은 직접 고심해서 고른 카피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보도자료 양식에다 [죽을 각오로 죽은 나무를 살리다]. 라는 제목을 붙여서.


내용 밑에 200킬로그램이 넘게 빠진 우석의 사진을 더하자 자극적이기가 마라맛 보다 더한 보도자료가 완성되었다.


이런 자극적인 제목에 사진이라면 지면 채우기 바쁜 기자들이 너도나도 달려들 것이란 예상이 적중했다.


고맙게도 현대일보 기자는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인터뷰까지 한 줄 실었나보다.


기특하기도 하지.


이제부터 한 일주일간은 지상파 및 유력 일간지에 돌아가면서 평주시의 냉해 대처가 뛰어났다는 기사가 실릴 것이다.


그러면 김수연의 인사고과 가산점도 팍팍 올라가고.


앞으로 시작할 우석의 사업에도 도움이 되겠지.


홍보에 목을 메는 강환규 시장의 성격상 가산점은 물론이고 홍보 유공 으로 표창장도 나올 것이다.


그런 기회를 날리게 생겼는데 우석이 시치미를 떼며 말하자 참다 못한 박평식이 소리를 꽥 질렀다.


“내 이름이 빠졌잖아! 오호라. 그러고보니 김수연이랑 니 놈이 지금 붙어먹고...”


‘이놈 봐라. 선을 넘네?’


우석이 ‘이만하면 됐다’ 싶어 나서려고 할 때.


“평주시 농업기술센터 생활자원과 박평식 계장?”


태평이 수건으로 물에 젖은 머리를 털며 농막에서 걸어나왔다.


“넌 또 뭐야?”


시뻘겋게 달아오른 박평식 계장은 태평의 젊은 목소리만 듣고 반말로 소리쳤다.


눈이 돌아간 것이다.


“평주시 시의원 설태평 입니다.”


돌아갔던 눈알이 금새 자리로 돌아왔다.


수건을 내린 태평의 얼굴을 확인한 박평식은 삿대질을 하는 모습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요. 갑자기 공무원이 민간인의 사유지에 쳐들어와서 소리를 치며 욕설을 퍼붓다니. 지금 근무시간 아닙니까? ”


“어으···. 그게··· 그러니까··· 아니 의원님이 왜 여기...”


“여긴 제 동생의 과수원 입니다. 형이 동생 일하는 곳에 들른게 뭐 잘못 되기라도 했습니까?”


“네? 아니, 그게 아니라... ”


‘평주 시의원이 내 형인 것도 모르면서 우리 아버지랑 사우나를 갔다고?’


우석은 어제 박평식이 한 말을 떠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저 인간은 그저 거짓말과 허세 하나로 살아가는 뻔한 인생인 것이다.


“아니. 됐습니다. 제가 직접 시장님께 전화 드리겠습니다.”


“의원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한번 만 봐주십시쇼!”


박평식은 그 후로도 무릎을 꿇고 한참을 울며불며 통 사정을 하다가 비실비실 물러났다.


자초지종을 들은 태평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계장이 되었는지 원. 고생했다 우석아.”


“내가 뭘. 저럴 줄 알고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고 있었어. 어제 태도를 보니 알만 한 인간이더라. 근데 형은 어떻게 저 사람 보자마자 소속까지 한번에 알았어? 형은 마주칠 일 없잖아?”


“평주시 공무원 이름이랑 얼굴, 소속은 모두 외우고 다니지. 명색이 정치인 인데 그 정도는 기본소양이다. 아무튼 이 일은 내가 잘 마무리 할테니 너는 신경쓰지 말아라.”


우석은 태평의 말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동시에 미래에서 자신 때문에 갖은 고생을 다 했던 태평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우석이 태평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리라.


며칠 뒤.


밤낮으로 지방과 식물 연금술을 연습하던 우석에게.


박평식이 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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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4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6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4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5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5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8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6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3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7 2 14쪽
»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5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8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4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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