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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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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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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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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수 :
88,839

작성
22.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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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DUMMY

우석은 조직배양실에서 시험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시험관을 든 우석의 손은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석은 지금 지방과 식물의 연금술, 지식연금 능력을 수련하는 중이었다.


시험관 안에 있는 딸기의 생장점을 자라게 하는 수련을.


생장점은 식물에서 세포의 활력이 가장 높은 부위로 보통 식물의 줄기나 뿌리의 끝에 있다.


여기서 세포가 분열되면서 세포들은 잎이나 가지로 자라난다.


세포 활력이 높다 보니 조직배양도 잘 된다.


잎이나 가지를 조각내서 식물을 만들려면 오랫동안 다양한 호르몬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생장점은 간단한 호르몬 처리만으로 금방 식물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한 식물에 생장점은 몇 개 안 된다는 것.


생장점을 식물에서 채취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생잠점 채취는 현미경과 수술용 메스가 필수다.


진주알처럼 생긴 딸기의 생장점은 0.2mm 내외로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


바로 이 점이 지식연금을 조직배양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석의 지식연금은 커다란 식물일수록 운용하기 쉬웠다.


운용이 과격하거나 미숙해도 나무처럼 커다란 식물은 생명력이 주입 되면서 생기는 부담을 잘 견뎠다.


그렇지만 식물체가 작을수록 과하거나 거칠게 생명력을 운용하면 확 시들어버렸다.


우석은 세포분열이 너무 활발하게 일어나서 종양, 그러니까 식물에 암 같은 것이 생기는 거라고 의심했다.


그렇기 때문에 좁쌀의 10/1 정도 되는 생장점에 지식연금을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순 없지.’


만약 조직배양에 지식연금 능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만 있다면.


우석이 생각하는 1조 달성의 기간은 단숨에 확 줄어들 것이다.


“음··· 너무 오래 능력을 썼더니 머리가 다 아프네, 오늘은 그만해야겠다.”


우석은 지식연금 능력 덕분에 근육질의 몸이 되면서 체력도 올라갔지만 비례해서 일을 너무 많이 했다.


우석의 하루는 이랬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조직배양실의 배양체들을 돌보고 유럽과 미국시장의 주가지수와 시카고 곡류 선물시장 동향을 체크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일용직 아주머니들을 괴롭히는 지방을 생명력으로 봐꿔 나무들에게 먹이거나, 잡초들의 생명력을 뽑아내 토양에 저장한다.


덕분에, 우석의 과수원은 일용직 아주머니들이 서로 일하고싶어했다.


일하는데 몸에 활기가 돌고 날씬해진다나.


그리고 저녁부터 밤까지는 연구 논문을 읽고 그날의 핵심 정보를 정리했다.


매일 3시간 남짓 자는 강행군.


이런 강행군을 하면서 미세하게 생명력을 조절하는 것은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었다.


우석은 지금도 늦게까지 조직배양실에서 씨름하다 나왔다.


새벽 3시.


평소 보다 늦어버렸다.


“생장점 옆에 옆원기를 제거하고 적출 해야 하나... 까다롭네.”


기지개를 켜는 우석의 눈에 창문 밖의 불빛이 아른거린다.


이 시간에 누구지?


조준한의 가족이 농막에서 묶고 있어서 우석은 한동안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자기로 했다.


농막의 불은 모두 꺼져있는데···


우석은 순간 박평식을 떠올렸다.


‘설마 해코지를 하러 온 건가?’


확인하기 위해 불빛으로 다가간 우석은 깜짝 놀랐다.


조수아 였다.


조수아가 땀 범벅이 되어 휴대폰 불빛으로 나무를 살펴보고 있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정신없이 나무를 살피던 조수아가 깜짝 놀라 뒤로 쓰러진다.


조수아는 아직도 체중이 300kg은 나갈 텐데.


엉덩방아로도 뼈가 부러질 수 있었다.


우석이 순간적으로 조수아의 손목을 잡아챈다.


우석은 타고난 근육량 덕분에 간신히 조수아가 쓰러지기 전에 품에 안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우석은 당황하는 조수아를 자리에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놨다.


“이 새벽에 뭐 하시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도움이··· 도움이 되어야 해요.”


우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우석을 향해 조수아는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남매는 뚱뚱해서 바깥에서 놀긴 어려웠어요. 준한이는 쉽게 우울해지는 저를 챙겨줬어요."


조수아는 자신을 챙기던 어린 준한을 떠올렸다.


‘누나 우리도 다 나으면 아버지랑 같이 여행 다니자.’, ‘누나 힘들어도 같이 운동하러 갈까?’


"준한이는 쌍둥이 동생이지만... 저에겐 꼭 오빠 같았답니다.”


조수아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저희가 먹는 약은 너무 비쌌어요. 그래서 한 알을 반으로 쪼개 먹어야 했고, 덕분에 저는 사춘기 내내 100kg이 넘는 돼지로 놀림 받았어요."


"아빠가 돈을 더 보내줬더라면 하고 얼마나 원망했는지...”


수아는 이제 울음을 참지 못했다.


“아빠가, (흐끅) 아버지가 무릎을 다치셔서 휠체어를 타고 귀국하시던 날. 저는 모든 이야기를 들었어요."


"(흐끅) 약값을, 약값을 벌기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저는 제가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그 후로는 준한이가 아빠를 대신해서 위험한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제 몫의 약을 숨겨두었다가 두 사람에게 물에 타 먹이는 게 전부였어요.”



우석은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조준한 이 해킹으로 번 돈으로 넉넉하지 않더라도 약을 먹고 있었을 텐데.


조수아는 두 사람에 비해 유독 살이 쪄있는 상태였다.


“... 수아 씨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거뿐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대표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하는 거구요.”


조수아는 담담히 말했다.


“대표님. 저는 농사에 대해 하나도 몰라요. 컴퓨터도 모르고 싸움도 할 줄 몰라요. 그렇지만 제가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이 짊어질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조수아가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우석이 손을 내밀자 조수아는 고개를 저었다.


조수아는 한참을 뒤뚱거렸지만 혼자 힘으로 일어났다.


“그래서 저는 열심히 해야 해요. 그게 제가 아버지에게, 동생에게, 대표님에게 은혜를 갚는 방법이에요.”


다시 등을 돌려 나무를 살피기 시작한 조수아를 보며.


우석은 과거를, 아니 미래를 회상했다.


우석이 장세익과 장교승의 계략에 넘어가 억울한 음주운전 사고에 휘말린 날.


그날 이후로 가족들은 우석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부모님이 대대로 지켜온 평주의 노른자위 땅이 합의금으로 사라지고,


태평이 국회의원이 되고자 닦은 지역 기반은 모두 장교승에게 넘어갔다.


미나는 오빠를 구하겠다며 뉴욕에서 쌓은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포기하고 평주에 돌아와 탄원서를 돌렸다.


그 밖에 우석을 위해 희생한 많은 사람.


우석이 폐인이 되어 구치소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망가진 뒤였다.


우석은 조수아의 얼굴에서 부모님과 설태평, 설미나와 무수한 사람들을 보았다.


동시에, 우석은 마음속으로 조수아의 영입을 결심했다.


***


우석은 정확히 사흘 만에 조두한과 조수아를 모두 원하는 체중으로 만들어줬다.


조수아는 우석이 미리 준비한 옷을 선물 받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쌍둥이 남매라 그런가? 눈물 많은 것도 똑같네.’


우석이 조수아를 달래는 사이 조두한은 살이 찌기 전 용병 때 입던 옷을 입었다.


우석에게 먼저 옷은 필요 없다며 다른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지팡이를 버리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


살이 빠지면서 무릎에 전해지는 부하가 줄어들자 조두한은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혈관 벽에 붙어있던 지방이 모두 없어진 탓에 컨디션이 훨씬 좋아진 것도 한몫했다.


“요청하신 무릎보호대는 업체에서 직접 와서 본을 떠야 한다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조두한은 선물로 기능성 무릎보호대를 원했다.


기계장치가 들어간 고급품이라 비싸지만, 그것만 있다면 빠르게 걷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며.


“가격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감사합니다. 대표님.”


“천만의 말씀을요. 앞으로 좋은 활약 기대합니다.”


우석의 과수원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는 소식에 부모님과 일꾼 몇 명이 고기를 사 들고 왔다.


“너 고기 빨리 뒤집는다. 나 상추 씻는다. 고기 까맣다? 너 불곰펀치 맞는다.”


빨간 머리를 한 여자가 고기를 굽는 일꾼에게 말했다.


남자보다 더 덩치가 좋은 네리아는 동생과 함께 러시아에서 왔다.


우석의 부모님 집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일손을 도운 지 오래된 베테랑.


손이 빠르고 성격도 좋아서 금세 설가네 농장의 작업반장이 되었다.


지금도 고기를 굽는 일꾼, 그러니까 친동생에게 고기가 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소릴 하는 중이다.


부모님의 설가네 농장은 땅이 넓고 일거리가 많았기 때문에 베트남, 우크라이나,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일꾼들을 고용해서 쓰고 있었다.


네리아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억센 일꾼들을 모두 휘어잡았다.


“Блин! 이 돼지새키! 주인! 이 새키 또 논다. 때려도 되나? ”


같이 온 중국인이 농땡이를 부리다 네리아 눈에 띄었나 보다.


멱살을 틀어쥐고 질질 끌려온다.


“아이고! 네리아! 사람 때리지 말라니까 그러네!”


우석의 아버지가 말리러 달려 나가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이거 원. 죄송합니다. 고기 한번 먹기 어렵네요. 우석이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설 대표님 밑에서 일하게 된 조두한입니다. 반갑습니다. 어르신.”


술이 몇 번 돌아가자 서로 분위기가 금세 편안해졌다.


조준한은 빛의 속도로 고기를 먹어 치웠다.


우석의 어머니는 낯을 가리는 조수아에게 고기를 얹어주며 말했다.


“우석아 이분들 지내실 곳이 마땅치 않아서 어쩌냐? 여긴 숙박업소도 없고, 우리 집은 네리아랑 일꾼들이 지내고 있으니.”


“안 그래도 좋은 생각이 있어요.”


우석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 마을에 비어있는 농가들 좀 알아봐 주세요.”


우석은 평주시의 골칫거리인 폐농가들을 모조리 매입하기로 했다.


인구 40만의 평주시는 도농복합도시로 도시지역과 농촌 지역으로 나뉜다.


농촌 지역의 젊은 인구는 도시로 빠져나가고, 고령층이 사망하자 비어있는 농가들이 급증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농가는 금세 흉물이 되었다.


노숙자나 범죄자들이 드나들기도 하고,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도 빈번했다.


누가 갖다 버린 건지도 모를 쓰레기며 잡초가 폐농가마다 한 가득이었다.


시에서는 이를 해결하려고 폐농가들 리모델링이나 철거 비용을 80% 이상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효과는 미비했다.


농가를 고쳐봤자 누가 산다는 말인가?


직장도 마트도 카페도 전부 도시에 있는데.


덕분에 평주시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폐농가를 사들였지만, 예산이 없어서 철거도, 리모델링도 못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최근에 평주시는 폐농가를 사는 사람에게 되레 돈을 얹어주는 정책을 펴고 있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우석의 어머니는 얼굴을 찌푸렸다.


“우석아. 사람들이 폐농가를 사면 돈을 준다는데도 안 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폐농가 주인이 되면 리모델링해서 깨끗하게 관리하는 조건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농사일도 바쁜데.”


“한번 믿어보세요. 제가 다 계획이 있으니까.”


때마침 우석의 전화벨이 울린다.


우석은 전화기를 확인하고 피식했다.


우석의 계획이 성공하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사람이 전화하다니.


“어 형. 안 그래도 형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석의 밝은 톤에 비해 전화기 너머 태평의 목소리는 어두웠다.


“저번에 부탁한 강남 어머니들 모집하는 거 말인데, 문제가 생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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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4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6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2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5 5 12쪽
»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5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7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3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3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8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4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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