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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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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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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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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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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화. 황금배추(5)

DUMMY

“허어~설우석, 자, 30,190원에 131번.”


농민 설우석이 생산한 배추 한 트럭이 151번 중매인에게 1망당 30,190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좋았어! 수고하셨어요. 실장님.”


“제가 뭘 한 게 있습니까. 전부 대표님 능력이지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우석과 조두한은 마지막 배추가 낙찰되자 환호를 질렀다.


어마어마한 기록.


봄에 비해 비싼 편인 여름 배추 1 망이 격은 보통 1만 원에서 1만5천 원.


경매가 과열되면서 예년보다 세배는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보통 경매인들은 30~40여 명씩 몰려다닌다.


그러나 우석의 배추를 가득 실은 트럭들 앞에 모인 경매인만 120여 명.


전국 어디를 가도 배추 보기 힘든 요즘에 싱싱한 초록색 배추가 등장하자.


가락동 새벽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다.


후룹.


우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시장을 훑어보았다.


1985년 문을 연 가락시장은 전국 농산물의 절반 이상이 거래된다.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연간 총액은 4조 원에 이르며.


54만㎡ 부지에 하루 거래물량만 7300톤, 이용 인원은 13만 명이 넘는다.


비등록 상인부터 매점에서 라면이나 국밥을 파는 사람


손수레에서 커피 파는 사람.


짐을 나르다 떨어진 배춧잎을 주워가는 알뜰한 식당 주인들까지 포함하면.


가락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만 6천 명에 이른다.


흥분해서 다소 비싼 가격에 낙찰받은 중도매인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아침까지 수도권 각지에서 올라온 도·소매상들에게 되팔아야 한다.


경매가 끝나자 151번 경매인에게 도·소매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아재요. 삼십삼(33,300원)에 하입시더.”


“뭐라노? 삼오오(35,500원)는 받아야 한다.”


경매인은 흥정이 끝나면 바로 리어카나 승합차에 배추를 실어줘야 한다.


배추 망은 수박 버금가는 상하차 기피 작물이다.


무겁고 잡기가 나쁘기 때문.


흥정이 끝나자마자 멀리서 배추를 옮겨 싣는 일당 아주머니들이 다가왔다.


보통 일당은 8만 원 가량.


우석은 나설 필요는 없지만, 기분이 좋은 김에 한 팔 거든다.


여기에 조두한까지 가세하자 기중기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베테랑인 아주머니들도 힘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는 일당이 5만 원까지 내려가시지...’


우석이 있던 미래에서는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이 진행되면서 이런 일당 아주머니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


지게차도 많이 보급되고, 인터넷 직거래 등이 점점 활발해지는 탓이다.


우석이 싣고 온 배추 400트럭은 13만 평 정도 되는 수확량이다.


보통 1만 평에서 배추를 수확하면 유통하는데 트럭 30대 정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평년 가격으로 낙찰되면 1억 원 정도가 떨어진다.


우석은 평년보다 3배가량 더 받았으니 1만 평당 3억 원.


이번에 싣고 온 배추만 39억 원 가량이다.


그리고 남은 47만 평 어치 배추도 비슷한 가격을 받는다고 하면.


안반데기 60만 평을 모두 계약했으니 180억이다.


가락시장 경매 수수료 4%와 정액 하역비, 원금 7억 원, 유통비용과 저온저장고 이용에 협조해준 안반데기 농가들 수고비를 빼면.


130억.


단 일주일 사이에 7억이 130억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2010년 배추 파동 때 보다는 적네.’


우석이 있던 미래에서도 배춧값은 한 번씩 폭등했지만.


2010년은 역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배추 10kg 한 망 3만6238원.


한아로 마트의 배추 한 포기 소매가는 13,800원.


뉴스에 연일 배추가격이 오르내리고.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나서는 등 난리가 났었다.


아침방송에는 양배추로 김치 만드는 법 같은 걸 내보내기도 했다.


우석은 내심 역사상 최고가를 기대했기에 이 정도에 만족할 수 없었다.


130억.


불과 1, 2억 때문에 아등바등하던 몇 달 전을 생각하면 큰돈이지만.


1조에 이제 겨우 1.3% 다가선 셈이니까.


띠링!


우석의 휴대폰이 울린다.


조준한 이다.


[형! 알아보라는 거 알아봤는데 형 예상이 맞았어···(중략)···.]


[그리고 특이한 게 이 인간 계좌 명세를 보니까···(중략)···.]


우석은 조준한에게 배추밭에 따라오지 말고 몇 가지 의심 가는 정보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조준한은 지시에 더해서 의심 가는 점을 파헤친 끝에 추가 정보까지 알아냈다며 들떠 있었다.


조두한의 보고를 들은 우석은 눈을 빛냈다.


저 멀리서 태산 청과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


“아니 설 대표님.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박형식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말했다.


“제가 이미 계약을 끝낸 배추밭에서 물건을 가져오시다뇨? 이거 명백한 절도입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배추밭에 병이 들어서 계약 파기했다고 하셨잖아요?”


“아니! 누가 그런 소릴 해요?! 멀쩡한 계약이 왜 파기가 돼!”


박형식은 가락시장에 배추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여름에 배추가 나올 곳이 없는 건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았다.


안반데기를 하루가 멀다고 왕복했으니.


그런데 심지어 배추가 죄다 안반데기에서 온 고랭지 배추라는 소식에.


박형식은 황급히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산처럼 쌓인 배추들.


박형식의 눈에는 초록색 황금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저 황금은 원래 제 것이었는데!


출하자의 이름이 설우석 인 걸 확인하자 박형식은 빠르게 머릴 굴렸다.


‘설우석. 이 자식 무슨 수를 써서 배추를 구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토해내야 할 거다!’


직접 농사를 지은 건 올해 처음인 애송이.


이 배추를 중국에서 사 왔는지, 어디서 훔쳤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안반데기에서 왔다고 한 이상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계약 파기? 밭떼기 계약이 태반이 구두계약이라고 우습게 여시기나 본데. 멀쩡히 남이 계약한 밭에서 배추를...”


더 긴말하기 싫었던 우석은 녹취를 틀었다.


‘예? 당연히 계약은 끝났죠! 아니 이보세요. 멀쩡한 배추가 없는데 무슨 계약이에요!’


박형식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우석이 눈짓하자 조두한이 가방에서 종이를 꺼냈다.


태산 청과 이름으로 된 계약해지 공문 인쇄본이었다.


“더 할 말 있습니까?”


녹취에 공문까지 들이미는데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런 제길. 여기서 물러나면 체면은 둘째치고 회사에서 박살 날 텐데.’


‘계약금으로 회삿돈 5억을 날린 안반데기에서 배추가 쏟아져 나오면···. 내 중도매인 경력은 끝이야!’


박형식도 저 배추를 다 꿀꺽 삼키려는 건 아니었다.


우석의 배추 계약에 시비를 걸며 경매를 방해하면 우석이 제풀에 지칠 것이라 생각했다.


박형식은 그렇게 강짜를 부려 뜯어낸 돈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를 메꾸려 한 것이다.


박형식은 전략을 바꿨다.


“농사 한 번만 짓고 그만입니까? 뒤는 생각 안 하세요?”


“앞으로 과수원뿐만 아니라 설가네 농장에서 올라오는 농산물들 제대로 낙찰받으시려면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아직 어려서 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우석이 흥분해서 떠드는 박형식에게 성큼 다가갔다.


189cm의 우석이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데도 박형식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한 대 쳐라. 대신 안반데기 배추로 번 돈은 나눠야 할 거다!’


눈을 질끈 감은 박형식.


그러나 우석은 박형식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야 박형식. 너 10만 평 슈킹 했지?”


박형식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박형식이 들이닥치기 직전.


조준한 이 우석에게 보고한 내용은 이랬다.


안반데기에 도착한 새벽.


우석은 조합장 및 농가 사람들과 술을 한잔하다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농가 중 일부가 파기된 계약금을 토해냈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형청과의 횡포가 극심할 때는 그런 일도 있었다지만, 지금 2004년에 들어서는 거의 없는 일.


그리고 계약서도 태산 청과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썼다며, 회사 사정이 어쩌고 하는 말에 그냥 넘어갔다고 했다.


그 계약서의 이름이 박평식.


그 즉시 우석은 조준 한에게 둘 사이의 관계, 박형식의 계좌를 털어보라고 지시했다.


거기에 더해 조준한은 이상한 자금 흐름을 모조리 체크해서 슈킹 공범들까지 모조리 찾아냈다.


‘박평식과 박형식. 이 새끼들 사촌이었어?’


“너랑 박평식이랑 5천만 원씩 합쳐서 만든 1억 원으로 안반데기 배추밭 10만 평 슈킹 했잖아.”


박형식은 덜덜 떨면서 눈만 옆으로 굴려 우석을 바라보았다.


우석은 웃는 얼굴 그대로 말을 이었다.


“이 더러운 새끼야. 거기다 계약금 6억 중에 회삿돈 5억은 날리고, 니 돈 1억은 농가들에 다시 뜯어냈지? 지금처럼 태산 청과 이름으로 협박해서.”


“평주 농업기술센터 박형식, 태산 청과 유통부장 정필모, 하역 반장 권순배, 저장고 관리자 최승추, 그리고 네 마누라.”


“돈 흘러 들어간 거 보니까 너 한두번 한게 아니던데. 지금까지 해 먹은 거 회사에서 알면 어떻게 될까?”


박형식은 식은땀을 폭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석은 박형식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크게 외쳤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제가 뭘 모르고 실수한 것 같은데 한 번만 봐주세요. 네? 저쪽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 하자고요?”


우석이 바위 같은 가슴근육으로 툭 밀자 박형식은 힘없이 끌려왔다.


박형식이 데려온 태산 청과의 덩치 큰 직원들이 따라나서려 하자.


눈치 빠른 조두한이 막아섰다.


“대표님이 긴히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시니 따라가지 마시오.”


태산 청과 직원들 십여 명은 조두한의 기세에 꼼짝도 못 했다.


***


완전히 어깨가 축 늘어져서 사무실로 돌아가는 박형식을 보며.


우석은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저 작자가 보통 음흉한 게 아니던데요.”


대충 전말을 알고 있는 조두한이 말했다.


“쭉 살펴보니 이곳 구조는 가락시장 5대 청과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입니다. 가격을 쥐고 흔들어대니 갑 중의 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조두한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전쟁터에서 총알 파는 무기상인들 같습니다. 이런 폭리가 있다니··· 용병에게 총알은 목숨값이니 무기 상인들에게 꼼짝 못 하죠. 그나마 총알은 썩지나 않지. 시간에 쫓기는 농부에게는 깡패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우석은 조두한의 찰진 비유에 공감했다.


가락시장은 이상한 곳이다.


한밤중에 경매사가 경매하는 모습은 무슨 귀신들린 사람 같다.


그들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암호 같은 단어를 쏟아내면.


단 1~2초 만에, 농가의 뜻과는 무관하게 낙찰가격이 정해진다.


이게 얼마나 개판이냐면.


같은 날, 같은 출하자가 가져온 같은 품목의 농산물 낙찰가격이 최고 12배까지 차이난다.


실제로 어느 농가가 출하한 동일 품질의 10㎏ 청양고추가 A 청과에선 2만4천 원, B 청과에선 2천 원에 낙찰됐다.


여러 사정으로 저녁 경매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농가의 의지와 상관없이 헐값에 ‘떨이판매’ 하거나.


농산물 가격을 후려치기,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찔끔찔끔 나눠주기.


대형청과들은 갑 중의 갑 인지라, 별의별 행패를 다 부린다.


화가 난 농가에서 항의하면 무시하거나.


‘다음부터는 가락시장에 물건 올리지 마쇼.’


하고는 아예 판매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는 여러 번 뉴스에 보도되었지만 2021년까지도 고쳐지지 않는다.


5대 청과의 담합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조두한은 그 점을 간파하고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박형식의 약점을 단단히 잡아놨으니까요.”


우석은 태산청과에서 무슨 수작을 부린다고 느낀다면.


그 즉시 태산 청과의 슈킹 명단과 박형식 일가의 부당거래 명세를 공개하기로 했다.


직장 동료도 가족도 모두 교도소 신세를 지게 해준다며.


그 말을 들은 박형식은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대표님!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있는 한 감히 대표님께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설가네 농장 물건은 최고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우석은 그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아무튼 그 쪽 일은 제가 다 처리해 뒀으니 걱정 마세요. 그나저나 실장님도 가락시장 온 김에 여기저기 잘 봐두세요.”


우석은 기지개를 켜며 태산 청과 사무실을 노려보았다.


‘제가 언젠가 가락시장을 없애버릴 테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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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3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 14화. 황금배추(5) 22.02.20 56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2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4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4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7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3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2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7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3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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