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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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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73
추천수 :
63
글자수 :
88,839

작성
22.0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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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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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화. 황금배추(3)

DUMMY

“안녕하세요! 다들 물회는 맛있게 드셨어요?”


우석은 버스 지붕에 올라 힘차게 인사하면서.


동시에 ‘지방과 식물의 연금술’, 지식연금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우석이 버스 지붕에 올랐던 이유는 1,600명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바로, 지식연금 능력의 범위 때문이었다.


지식연금 능력을 쓸 수 있는 범위는 우석의 눈이 닿는 곳까지.


우석의 눈에 보이는 범위 안에 있어야 지방과 식물을 제어할 수 있었다.


때문에 우석은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곳에 모은 것이다.


버스 지붕에 올라선 우석의 눈에는 배추밭과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 배추밭 상태는 최악이다.


배추들은 노랗게 변했고, 무르고 병들어서 냄새도 심했다.


농부도 아니고 강남에서 지내던 사모님들이 저런 배추밭에 들어 갈 리가 없다.


따라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배추들을 최대한 회복을 시켜놔야 했다.


더군다나 사람들도 밭일할 몸으로 만들어놔야 했다.


밭에 나가기 전에 무거운 지방과 혈관 벽의 기름 떼를 벗겨내야 밭에 나가서도 가뿐하게 일 할 것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땀을 흘리니까 컨디션이 좋은가보다 하겠지.’


우석은 사람들을 설득하랴.


사람들의 지방에서 짜낸 생명력을 배추밭에 흡수시키랴.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


“대표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말씀 잘하시던 데요.”


가슴을 만지겠다며 주차장을 몇 바퀴나 쫓던 한예슬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우석은 조두한이 건네준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준비는 다 되었나요? 실장님.”


“실장이라는 호칭은 아직도 어색합니다. 그냥 조두한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쑥스러워 하는 조두한에게 우석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 조만간 회사를 세우면 전략실장이 되실 텐데요.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하세요.”


“흠. 알겠습니다. 우선 인력 배치는 끝났습니다. 1만 평당 아주머니들 25명씩, 트럭 기사들은 30명, 밭 주인 내외까지.


잠시 계산하던 조두한이 말했다.


“예비 인력까지 하면 1만 평에 약 60명씩 붙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대표님 지시대로 오늘 18시 전에 마칠 거라 예상됩니다.”


“몸도 불편하신데 혼자 수고하셨습니다.”


“이 정도는 일도 아닙니다. 그럼 수확 작업을 관리하러 이만.”


무릎 보조기를 철컹거리며 조두한이 멀어져갔다.


조두한은 용병 생활을 하며 어둡고 위험한 일들만 해왔다.


우석과 함께 일하며 그런 일들을 하리라 각오했는데.


‘허 참. 아줌마들과 경치 좋은 곳에서 배추를 수확하게 되다니.’


조두한은 낯설었지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불편하던 다리도 이제 보조기에 익숙해져서 곧잘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우석의 몸이 근육질이 되면서 돌로 깎은 조각상 같다면.


지방이 빠진 조두한은 거대한 바위 같았다.


205cm 135kg 체지방 7%.


우석이 지방을 빼줬을 때보다도 체지방율이 더 내려갔다.


컨디션을 올리기 위해 고된 트레이닝을 한 탓이다.


덕분에 팰러앨토의 정보 수집과 조직배양을 배우기 위해 따라오지 못한 아들 딸.


세 사람 몫은 너끈히 할 체력이 되었다.


“이리 주세요. 부인.”


조두한은 배추 망이 무거워 낑낑거리던 여인의 손에서 부드럽게 망을 넘겨받았다.


턱.


마치 깃털 베개를 올리듯 가볍게 배추 망을 어깨에 올린 조두한.


이미 어깨 위에는 배추 망이 7개나 있었다.


워낙 어깨가 넓어서 거기에 더 얹을 자리가 있는 것이다.


“어머. 가, 감사해요...”


부드럽게 미소로 대답하고 다른 배추 망을 얹으러 돌아가는 조두한의 등짝에.


아줌마들의 뜨거운 시선들이 따라붙었다.


***


“왜 여기서 혼자 계세요?”


손톱을 물어뜯으며 밭을 노려보던 우희진은 깜짝 놀랐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이번 일손돕기...”


“알아요. 아까 버스 위에서 이야기 하신 분이죠?”


우희진이 차갑게 대꾸하자 우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까 뵙지 못한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설우석이에요.”


“...1,600명 얼굴을 다 기억해요?”


우희진은 자기 이름을 답하기 싫어서 말을 돌렸다.


대한민국에서 우성 그룹 자녀 이름은 유명했으니까.


“아.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목소리가 좋으셔서요. 하하.”


목소리가 좋다는 가벼운 칭찬에.


우희진의 마음에 있던 오래된 상처가 욱신거렸다.


‘우리 희진이는 목소리가 정말 예뻐. 아빠 닮아서 그런가?’


‘아빠는 희진이가 노래 불러주면 하나도 안 힘들어.’


우희진의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기억들.


우희진의 숨이 가빠지고 안색이 창백해진다.


“어디 편찮으세요?”


“아, 아니에요. 그냥 좀··· 예전 생각이 나서 그래요. 잠시 앉아있으면 괜찮...”


휘청.


다가선 우석이 얼른 우희진을 감싸 안았다.


“잠시만요! 제가 사람을 불러올게요!”


“자, 잠시만··· 그냥 잠시 앉아있으면 돼요. 사람들 모이는 거... 싫어요...”


우희진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우석의 팔을 꽉 잡아당기며 간절히 부탁했다.


그 알 수 없는 박력에 우석은 조심스레 우희진을 바닥에 앉혔다.


우희진은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물도 없이 삼켰다.


“......”


“......”


우석과 우희진은 서로 말이 없었다.


우희진은 옛날 기억이 떠올라 살짝 공황장애가 왔고.


우석은 우석 나름대로 바빴다.


‘아까 주차장에 없었던 사람이 분명한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우석이 우희진이 아까 주차장에 없었다는 걸 눈치챈 건 목소리가 아니었다.


우석은 주차장에 모인 모든 사람의 지방을 빼서 배추를 되살리기 시작했는데.


우희진은 지방이 그대로였다.


우석의 지식연금 능력에 영향을 받았으면 절대 지방이 이만큼 있었을 리 없다.


‘몸이 안 좋은 거 같은데. 지방을 빼도 되려나? 어쩌지?’


우석은 지방이 안 빠지면 1kg당 백만 원을 돌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혹시나 놓친 사람이 있나 하고 돌아다니던 중에 우희진을 발견한 것이다.


‘아냐. 저렇게 많은 지방은 오래 붙어 있는 게 더 나쁠 거야. 혹시 충격을 받을 지 모르니까 세심하게 지방을 없애주자.’


우석은 시험관 안의 생장점을 떠올리며 ‘지식연금’ 능력의 컨트롤에 최대한 집중했다.


우석의 의지가 부드러운 물처럼 서서히 우희진에게 스며들었다.


우석은 집중해서 우희진의 몸속을 관찰한 뒤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석은 기도와 폐, 심장과 뇌동맥을 우선으로 지방을 제거해갔다.


비눗방울을 매만지는 것처럼 섬세하게.


우석은 해부학 지식이 없지만, 우희진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는 집념이 자연스레 의식에 투영된 결과였다.


덕분에 우희진은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거기다 좁혀져 있던 혈류가 뚫리면서 미친 듯이 뛰던 심장 박동도 차츰 안정되었다.


약 기운까지 더해지자 긴장이 풀린 우희진은 우석에게 기대었고.


우석은 천천히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지방을 섬세하게 제거해갔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린 우희진은 깜짝 놀랐다.


자기가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뺨을 올려붙이려던 우희진의 눈에.


침을 질질 흘리며 졸고 있는 우석이 보였다.


이번 고랭지 배추밭 프로젝트 때문에 며칠간 잠을 못 잔 우석은.


그만 까무룩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우희진은 뺨을 때리기 직전에야 어찌 된 일인지 깨달았다.


‘뭐야. 자기가 더 잘 자네.’


휘청거리던 자기를 챙겨주는 거 같더니만.


얼씨구? 이 남자 이제 작게 코까지 곤다.


피식.


우희진은 그냥 웃어버렸다.


어이도 없었고, 졸고 났더니 몸이 어째 개운하다.


모처럼 기분도 좋았고.


어깨를 감싼 손도 제법 따뜻했다.


우희진은 어깨를 감싼 손을 내리려고 살짝 쥐었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그냥 두었다.


“.... 아, 참 날씨 좋네. 흠흠.”


우희진은 괜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주변에 아무도 없자 노래를 흥얼거렸다.


밤 편지를 쓰는 법을 아시나요?

펜을 들어 밤하늘에 콕 찍으면

글씨마다 밤 향기가 묻어나지요.

펜을 찍은 하늘에서 빛이 새어 나오면

새어 나온 빛은 별이 되지요.

아아,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화들짝 놀란 우희진이 우석의 뺨을 후려쳤다. 쨕!


우겍.


갑자기 뺨을 맞은 우석은 개구리 같은 비명을 질렀다.


“왜 때려요!”


“뭐, 뭐예요! 언제 일어났어요!!”


“... 뺨 맞기 직전에요. 아우. 아파라. 갑자기 뺨은 왜...”


“...미안해요. 너무 놀라서 그만. 괜찮아요? 어디 좀 봐요.”


우희진이 뺨을 살피라고 내준 우석이 풉 하고 웃어버렸다.


“푸후후. 괜찮아요. 별거 아니니까. 그나저나 노래 엄청 잘하시네요?”


“...별 거 아니에요.”


“별거 아니긴요! 잘 부르시던데. 저도 그 노래 엄청 좋아해요.”


우희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노래는 좋아도... 뚱뚱한 사람이 부르면 싫어지게 되죠.”


우석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짓자 우희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귀에도 눈알들이 달려있데요. 그래서 부르는 사람이 예뻐야 들린대요. 반대로 말하면 노래가 좋아지려면 날씬하고 예쁜 사람이 불러야 한다는 거죠.”


우석은 가슴 깊은 곳의 상처가 욱신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이 사람도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도.


우석도 기억했다.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다가 순식간에 뚱뚱한 사진이 공개되며 사라져 버린 가수를.


당시 꽤 화제가 되었지만, 본명도 알려지지 않은 채 일주일도 안 되어 귀신같이 잠잠해졌다.


어디 재벌가의 딸이라는 소문도 잠깐 있었지만 금방 없어졌다.


가수와 소문은 그렇게 사라지고 노래 한 곡만 남았다.


방금 우희진이 불렀던 ‘밤 편지를 쓰는 밤’


우석은 꿈에도 눈앞의 여자가 그 가수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우석의 욱신거리는 마음에서 담아뒀던 말이 넘쳐흘렀다.


“제가 300 kg가 넘어갈 때 ‘사람들이 장님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희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는 제가 좋은 사람인 걸 알았거든요. 부모님을 존경하고, 형과 동생을 사랑하고. 남의 눈에 눈물 안 나게 하고. 먼저 남을 친절하게 대해야 그 친절이 돌아온다는 걸 아는 좋은 사람.”


“근데 내 몸에 지방이 두껍게 붙어있으면 그게 안 보이나 봐요. 그냥 돼지래. 냄새 난데.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눈만 마주쳐도 인상 쓰고.”


“그쪽 말을 들으니 이제야 알겠어요.”


우석이 우희진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다들 귀에 눈알이 달려있으니 잘 안 보일 수 밖에요. 바보들 같으니.”


우희진도 우석의 말에서 같은 상처의 냄새를 맡았다.


‘이 남자. 정말 살이 쪘었구나··· 그냥 남의 바지를 가져와서 쇼하는 줄 알았는데.’


우석이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나서 손을 내밀었다.


“가죠. 눈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자고요.”


씨익.


새파란 하늘처럼 우석의 미소가 빛났다.


“지방 속에 가려져 있던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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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세상에 하나 뿐인(2) +1 22.02.21 54 2 11쪽
15 15화. 세상에 하나 뿐인(1) 22.02.21 53 4 12쪽
14 14화. 황금배추(5) 22.02.20 56 4 13쪽
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 12화. 황금배추(3) 22.02.19 63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5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5 3 12쪽
8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8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3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3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8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4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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