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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모르겠어

너네 뱃살로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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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고가볍
작품등록일 :
2022.02.14 18:16
최근연재일 :
2022.02.21 18: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72
추천수 :
63
글자수 :
88,839

작성
22.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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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DUMMY

[형 죄송해요]


테이블 위에는 돈다발 대신 짤막한 쪽지만 한 장 놓여 있었다.


이럴 수가.


우석은 충격을 받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석은 조한준을 친동생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몸에 지방이 붙어있는 것은.


어쩌면 거머리가 달라붙은 것과 비슷하다.


거추장스럽고.


무겁고.


보기 흉하다며 손가락질을 받는다.


결정적으로 거머리가 피를 빨듯이.


지방도 자존감을 빨아먹는다.


거머리는 피를 빨아 먹을수록 커지고.


지방도 자존감을 빨아먹으며 거대해진다.


사람은 자존감의 빈자리를 폭식으로 채우게 되니까.


우석은 누구보다 긴 시간 고통을 받았던 사람이고.


같은 고통을 겪은 조한준에 깊이 공감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그것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점도.


우석의 마음에 들었다.


1억 원.


미나를 비롯한 몇 곳의 투자처에 보내고 남은 시드머니.


이 대부분을 한준에게 단숨에 건넨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띠링!


망연히 앉아있는 우석의 바지 주머니에서 수신음이 울렸다.


[계약금 입금. 금 7억 원정. - 태산청과 박형식 배상-]


1억 원이 사라지기 무섭게 7억 원이 들어왔다.


0 이 8개나 붙는 큰돈이지만, 우석 에게는 별 느낌이 없었다.


1조는 0 이 13개나 붙는다.


그런 돈을 만들려면 고작 억 단위 푼돈에 놀라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석은 이미 미션을 받은 이후에 1조를 향한 로드맵을 모두 그려놓은 상태.


그 길에 필요한 것은 손에 꼽힐 정도의 핵심멤버 뿐이다.


험난한 그 길을 함께 해준다면, 우석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안겨줄 작정이었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겠지만 우석은 두렵지 않았다.


우석에게는 미래의 정보와 능력, 무엇보다 강철같은 의지가 있었으니까.


우석이 실패하면 대한민국 인구에 가까운 사람이 비참하게 죽는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언제 죽는 건지 밝혀낼 것이 많지만.


그 사람이 우석이나 가족, 가까운 사람들이 포함될 수도 있다.


당장 그날이 내일이 될 수도 있지만, 우석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불과 1, 2년 안에 1조 원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농업으로 1조를 만들어야 한다면 더더욱.


불가능한 일에 심려를 쏟는 것은 우석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우석은 마음속으로 데드라인을 2021년으로 정했다.


우석이 코로나 19로 사망한 해.


우석이 있던 미래의 2021년은 인도와 브라질에서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면서 통제 불가능해졌다.


그 이후에는 삽시간에 무수한 사람이 죽었다.


우석은 자신이 회귀한 것과 이 미션이 어떤 관계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석은 금세 머리를 털고 일어났다.


“고작 이런 일로 멘붕에 빠진다면, 우석이 넌 작은 그릇이다.”


우석이 마음을 다잡고 농막을 나서는 순간.


구형 카니발 한 대가 과수원에 들이닥쳤다.


“우석이 형!”


***


“죄송해요. 형.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


“어허! 팔 내려가지? 팔 귀에 딱 붙여!”


조한준은 사무실 벽을 보고 팔을 들고 벌을 서는 중이었다.


조한준에게 호통을 친 거구의 남자는 우석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운 탓입니다. 따끔하게 혼을 내주겠습니다.”


‘...진짜 따끔하게 혼을 내면 쟤 죽을 것 같은데요.’


우석은 속으로 생각하며 맞은 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우석은 만약 골목길에서 남자를 만난다면 대낮이어도 무조건 뒤로 돌아갔을 것이다.


우석의 덩치도 큰 편인데 눈앞에 앉은 남자는 바위 같았다.


살아 숨쉬는 바위.


조두한.


조준한의 아버지이자 우석에게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조준한을 벌 세운 장본인이다.


“아니이··· 아버지랑 수아 누나랑 병 때문에 고생하는 거 아는데 어떻게 나만 편하게 있어요. 하루라도 빨리 데리고 오고 싶은데 새벽에 잠깐 자는 형을 깨울 수도 없고.”


“이놈이 그래도! 쪽지에 한 줄만 더 써놨어도 설 대표님께서 오해하실 일이 없었을 것 아니냐! ”


조두한이 소리치자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어휴. 고막 괜찮은가 모르겠네.’


우석은 큰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조두한의 옆에 앉은 여자는 평온 해 보였다.


우석과 눈이 마주치자 여자, 조수아는 조두한의 뒤로 몸을 숨겼다.


아니 숨으려고 했다.


조수아는 살이 너무 쪄서 도저히 조두한 뒤에 숨겨지지 않았다.


4인용 소파에 두 명만 앉아있는데도 소파가 비좁았다.


우석은 과거의 자신보다 더 뚱뚱한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그게 여자라니.


언뜻 봐도 거진 400kg 가까이 나갈 것 같았다.


조두한은 귀한 분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귀한 분 앞에서 제가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옆에 딸아이는 귀도 어둡고 낯을 많이 가려서···. 죄송합니다. ”



“괜찮습니다. 아버님.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우석은 간단한 인사 후에 설가네 농장에서 분리된 과수원을 어떻게 회사로 키울 작정인지.


그 과정에서 조준한은 회사의 정보력과 미래의 먹거리가 될 스마트 팜 쪽을 담당하게 될 것을 이야기했다.


터무니없이 들리겠지만 장차 세계 최고의 농업회사로 키우겠다 포부와 함께.


조두한은 우석을 보며 생각했다.


‘알 수가 없다. 외견은 어려 보이는데 어쩐지 최소 십 오년 이상은 더 사회 경험이 있는 거 같아.’


조두한은 우석의 첫인상을 관찰하고 있었다.


일단 다이어트 농사법이라는 말 자체가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아들이 일주일 만에 저렇게 날씬해져서 돌아온 데다.


스카우트 조건으로 1억을 쥐여줬다니 믿어야겠지만.


조두한은 신중했다.


신중했기에 지옥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우두머리의 유능함은 나이와 상관이 없음을 익히 알고 있었다.


아프리카 군벌들의 텐트부터 홍콩의 뒷골목에 이르기까지.


늙은 뱀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의뢰인들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풍기는 분위기는 진짜다. 그러나 이 남자가 정말 우리를 그 지긋지긋한 병에서 구해줄 수 있을까?’


자식 둘 모두에게 물려준 유전병은 돈을 먹는 괴물이었다.


특전사 출신 조두한이 프랑스 외인부대에 들어가야 했을 정도로.


외국인들로만 구성되어 소말리아, 유고 같은 위험한 지역에 파견되는 특수부대.


조두한은 격전지 파병을 자청하며 받은 돈을 모조리 한국으로 보냈다.


조두한은 거의 모든 돈을 한국으로 보냈기 때문에 자식들과 같은 병에 걸렸지만 약을 먹지 않았다.


대신, 차오르는 지방을 매일 어마어마한 훈련량으로 태워버렸다.


덕분에 조두한은 부대에서 '더블M' 으로 불렸다.


Monster Muscle.


조두한이 외인부대에서 유명해지자 민간군사 기업에 스카우트 되었고.


더 험한 곳으로 파견되었다.


동티모르 반군이나 아프리카의 군벌들과 협상을 하기도 했다.


수천 명을 거느린 무장집단 두목들과 협상하면서 두한은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렀다.


암시장, 다크웹 같은 뒷세계에 대한 정보력도 함께.


홍콩에서 의뢰인의 배신으로 무릎이 박살 나지만 않았더라면.


조두한은 아들을 이 어두운 세계에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대원을 구하며 박살 난 무릎은 조두한을 강제 전역하게 만들었다.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집에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3명으로 늘었다.


귀국하고 두 달쯤 지났을까.


깜깜한 새벽.


절망 속에서 조두한은 소주 열댓 병과 번개탄을 꺼냈다.


잠에서 깬 조준한이 해킹을 하겠다며 일거리를 알아봐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조두한과 아이들은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


“생각이 많아 보이십니다.”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조두한은 얼굴을 굳히며 대답했다.


“잠시··· 옛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준한 이가 어떻게 저렇게 책임감 있게 자랐는지 궁금했는데. 아버님을 많이 닮아서였군요.”


“저는 못난 아비 입니다. 저는··· 자식들에게 낯을 들 면목이 없습니다.”


우석은 조준한에게 미리 이야길 들었기에 조두한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자식들이 고통받고 있는 병을 자신이 물려준 것임을 알고 나서부터.


한시도 편히 잔 적이 없는 사람.


“아버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준한 이가 저렇게 잘 큰 건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겠지요.”


우석은 조두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준한 이가 저와 함께하기로 한 이상. 가족분들이 살 때문에 고통받을 일은 없게 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가치 있는 일을 하시면서 돈을 벌게 해드리겠습니다.”


우석은 조두한과 조준한을 모두 영입할 생각이었다.


“아버님도 저와 함께해 주십시오.”


조준한에게 이야기 들었던 것보다 직접 마주하니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조두한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풍기는 포스라고 할까.


분위기며 눈빛이며 사람을 압도한다.


두툼한 지방 밑에 숨겨진 짐승 같은 근육.


얼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상처와 바위 같은 눈빛.


우석이 짜 놓은 1조를 향한 로드맵은 모두 합법적인 범주였다.


그러나 우석이 장차 만들 회사를 향해 쏟아질 방해 공작은 합법의 범주를 넘어설 것이다.


우석은 그 불법적인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해결사로써 조두한이 꼭 필요했다.


“한 가지...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시겠습니까?”


낮은 음성으로 조두한이 말했다.


“저에게 어떤 일을 맡기실지 짐작이 됩니다. 무슨 일이라도 기꺼이 처리하겠습니다. 다만.”


조두한이 바위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고 저의 쓰임이 다하는 날. 아이들은 끝까지 책임져 주십시오. ”


조수아가 아버지의 팔을 꽉 움켜잡았다.


귓구멍까지 들어찬 살 때문에 귀가 어두웠지만, 심상찮은 기색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수아는 겁에 질린 눈으로 우석을 바라보았다.


우석은 그런 수아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귀가 어두운 수아가 입 모양을 보고 알 수 있도록.


“물론입니다. 가족처럼 돌보겠습니다.”


우석은 곧장 조두한과 조수아에게 과수원을 안내했다.


따라온 조준한이 잔뜩 아는 체를 하며 대신 설명했다.


덕분에 우석은 편하게 두 사람의 지방을 생명력으로 바꿀 수 있었다.


조두한은 무릎 부상으로 지팡이를 짚어야 했고, 조수아는 걷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1시간쯤 지나자 둘 다 땀범벅이었다.


걷는 내내 긴가민가하던 조두한은 줄어든 몸무게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빨리 살이 빠진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


그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허리띠가 너덧 칸이나 줄어들었다.


정말 농사법 때문이라고 믿을 수 밖에.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놀랄 일이 더 많으실 겁니다. 그러니 얼른 건강해지세요. 앞으로 세울 회사를 위해서라도.”


감탄한 조두한의 옆에서 조수아도 50kg쯤 줄어든 자기 몸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석이 조수아에게 입모양으로 괜찮냐고 물었지만.


조수아는 답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모양이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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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황금배추(4) 22.02.20 67 6 13쪽
12 12화. 황금배추(3) 22.02.19 62 5 11쪽
11 11화. 황금배추(2) 22.02.19 59 4 12쪽
10 10화. 황금배추(1) 22.02.19 65 5 12쪽
9 9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5) 22.02.18 65 3 12쪽
» 8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4) 22.02.18 68 4 11쪽
7 7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3) 22.02.17 63 3 11쪽
6 6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2) 22.02.17 73 4 13쪽
5 5화. 계약? 개 같은 약속의 줄임말(1) +1 22.02.16 76 2 14쪽
4 4화.뉴스에서 봐요(2) 22.02.16 84 3 12쪽
3 3화. 뉴스에서 봐요 (1) 22.02.15 88 4 13쪽
2 2화. 꽃이 피다(2) 22.02.15 104 5 15쪽
1 1화. 꽃이 피다(1) +1 22.02.14 13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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