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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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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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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498

작성
24.0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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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맥도날드 경의 탄생

DUMMY

마차는 역시 빠르다.

보통의 게임에서는 탈 것과 승마술 정도는 딱히 직업들에게 차이를 두지 않고 모두 공평하게 익히게 만들지만 여기는 다르다.

기마라는 스킬 트리가 따로 있으니까.


당연히 그게 있어야 기본적으로 말을 탈 수 있다. 그리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당연하게도 기마 상태에서의 싸움기술과 심지어 점점 상위 레벨이 될수록 말 이상의 무엇도 탈 수가 있다.

그 이상의 무엇을 바로 조련 스킬을 가진 유저들이 길들여서 따로 판매를 할 수가 있다.


이렇듯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스킬들은 단독으로 뭘 하지 못한다. 상호 의존적이라는 말이다.

또, 유저들은 기마술은 요리나 구걸 따위의 잉여기술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5 이상을 찍는 유저들이 거의 없었다.

당연하게도 기마술은 기본적으로 말이나 탈것이 없으면 그냥 그 기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상위 레벨에서의 파밍 수단은 역시 던전과 탑 공략이다.

탑과 던전? 그 좁은 통로와 함정들이 많은 곳에서 말을 타고 싸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필드에서는 좋은 기술일지 모르나, 실제 상위 컨텐츠 공략을 생각한다면 역시 잉여.


또한 기병이라는, 그야말로 간지폭풍의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 안에서 기병을 쉽게 낙마시킬 수 있는 방법은 너무 많다.

캐릭터 본인이 마법 저항을 두르고 있으면 뭐하나.

말이 저항이 없는데.

그러니 바람 마법 전문 마법사의 싹쓸이 바람 한 방이면 말은 그냥 뒤집어지는 거다.

그래서 필드 쟁에서도 무쓸모.


장거리 여행?

마법사의 포탈, 혹은 필경사들이 파는 포탈 스크롤이면 마을과 마을 사이를 쉽게 갈 수 있다.

하루 한 번 쓸 수 있는 귀환석도 있고.


하지만 마차는 다르다.

마부를 고용할 수도 있고, 특수한 도구를 사용하면 마차를 몰 수 있다.

그 도구는 기계공이 만들 수 있는 것.


그래서 그것에 대해 물었더니 답은 금방 나왔다.

캐슬맨은 건축과 기계공학을 모두 올린 순수한 기술자였던 것이다.

기계공은 또 석궁을 제조하고 쓸 수 있고, 그것을 통해 함정, 그러니까 부비트랩도 만들 수가 있다.

본격적인 전투 기술 만큼은 아니지만, 궁극기가 없어도 기본적으로 전투가 조금은 가능한 클래스 스킬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넌 뭔데?”

“나? 요리사.”

“뭐? 요리? 하하. 너도 재수 없게 메인 캐릭터가 아닐 때 여기에 잡혔구나.”

“그쪽은?”

“난 이거 하나밖에 없었어.”

“처음부터 건축하고 기계공학?”

“그래. 난 전투 같은 거에는 관심 없었고. 그냥 적당한 집이나 지어서 느긋하게 즐겨볼 생각이었지. 하지만.”

“망할 부동산.”

“하하. 맞았어. 망할 집값. 차라리 개인 공간을 따로 줬으면 될 것을, 필드 구역에다가 지으라고 해 놓으니 힘센 녀석들만 차지하게 되는 거잖아.”

“그렇지.”

“그래서 어쩔 수 없었지. 뭐, 내 기술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기도 했고.”

“거대 길드에 들어갔다는 말인가?”

“그래.”

“뭐, 모든 것을 누려보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겠지.”

“넌 어땠는데?”

“둘 다 길드 따위는 없었는데.”

“오. 외로운 늑대라 이거야?”

“바깥에서도 사람 관계에 치이는 게 짜증나는데, 여기서 까지 그걸 겪을 필요는 없잖아.”

“지금은 엮였네. 거지 녀석하고.”

“아. 그러고 보니.”

“그럼 요리하고 궁술을 찍은 건가? 아, 궁술은 아니라고 했지. 그럼 뭘 찍은 거야.”


나는 살짝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캠핑.”


역시나.

앉은 자리에서 아예 마차에서 떨어질 것처럼 들썩이며 웃기 시작하는 캐슬맨.


“아니. 그걸 왜?”

“그러니까.”

“그거 궁극기는 뭔데.”

“몰라. 너 캠핑 50찍은 놈 본 적 있냐?”

“있겠냐. 10찍은 놈도 못 봤다.”

“그래도 구걸 궁극기를 보니 약간 기대가 되기는······. 아니, 젠장할. 이건 도저히 답이 안 오네.”

“하하. 그래. 구걸도 잉여 중의 잉여였지. 하지만······.”

“그 구걸이 있어서 한스 녀석이 재기할 수 있었던 거 같은데. 하데스의 저주를 받고도.”

“그렇지. 하데스의 저주는 일단 하나라도 50을 찍으면 사라지는 것 같더라고.”

“흠. 그래?”

“몰랐어?”

“저주 받은 놈은 봤어도······, 그걸 극복한 인간을 본 건 처음이니까.”

“사실은 나도 그랬어. 한스를 보고 놀랐지.”

“오래 안 사이였나?”

“실제 친구였으니까.”

“뭐?”

“바깥에서도 친구였다고.”

“아······. 그럼 독일인?”

“어. 너는?”

“한국인.”

“오, 뉴클리어 가이.”

“미친 새끼가. 남쪽 북쪽 구분 못하냐.”

“하하. 농담이야, 농담.”

“농담으로 그럼 네 인중에다가 네모난 검댕이를 칠해볼까?”

“응? 그게 무슨······. 야, 이 미친놈이.”

“우리 윗동네 뚱보는 아직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 겠지? 뭐, 우리가 멀쩡히 여기 있으니까.”


하마터면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할 뻔했다.

눈치 빠른 캐슬맨 녀석이 또 이상함을 눈치 챈 것은 아닐까.

다행이도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겠지.”

“어쨌든 너희 콧수염은 이미 저질렀다는 말이지.”

“너 정말!”

“아, 됐고. 이 속도면 언제쯤 도착하려나. 꽤 빠른 마차인데. 기계공쪽 스킬도 꽤나 높나보지?”

“당연하지 인마. 거기도 조금만 더 있으면 50인데.”

“그럼 두 개만 찍은 거?”

“그래. 한스도 그렇잖아.”

“뭐? 아니, 한스는 구걸, 지휘, 잠행 아니었어? 난 분명히 녀석이 은신했다가 나타나는 것을 봤는데.”

“하하. 녀석이 입고 있는 그 지저분한 조끼. 그게 은신 스킬 하나를 주는 거라서.”

“아······.”

“한스도 지휘 쪽은 50을 찍지 못했을 거다. 아직은.”

“지휘 50이라······. 굉장하겠는데.”

“뭐가?”

“마을 NPC한테도 전부 버프를 부여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을 하자 다시 진지한 얼굴로 묻는 캐슬맨.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 그······ 2년 전에 죽은 마을 NPC 들이 살아났다고?”

“가서 보면 알 것 아니야.”

“흠.”


나는 문득 실제 친구사이기도 했던 이들이 어째서 떨어져 지냈는지 조금 궁금했다. 하지만 굳이 물으려 하지는 않았다.

녀석들에게는 녀석들만의 사정이 있을 테고. 또 이 안이라고 평생 친하게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캐슬맨 녀석이 일을 순순히 맡아주면, 그 안에서 일을 하는 동안 어쩌면 그 사정을 들을 수도 있고.


“어쨌든 오늘 밤을 새서 달리면 새벽에 도착하겠지만, 말도 기력이 있으니까 좀 쉬는 게 좋겠지.”

“그럼 정오 쯤에 도착할 수 있겠군.”

“그래.”


캐슬맨의 말대로 마차는 한참을 달리다가 들판에서 나무들이 조금 있는 곳으로 마차를 몰고 간 뒤에 거기서 멈췄다.


그리고 나는 역시나 주의의 작은 나뭇가지 몇 개를 베어 모닥불을 만들고, 텐트도 캐슬맨의 것까지 차려주었다.

정말로 텐트를 소환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크게 웃어버리는 캐슬맨.

나는 앞으로 이런 녀석들을 만날 때마다 매번 저런 웃음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살짝 짜증이 났다.


‘그래. 앞으로 캠핑은 말하지 말자. 통찰 가진 놈 아니면 모를 거 아니야.’


그리고 일단 낮에 장에서 샀던 몇 가지 요리 재료를 꺼내 간단한 요리를 만들었다.

그저 따뜻한 옥수수 죽과 미리 사놓은 밀빵 사이에 고기, 그리고 그저 그런 품질의 치즈를 넣어 만든 간단한 햄치즈 브레드였다.


“이거라도 먹어라.”

“오. 진짜 요리사네.”


내가 건네 준 빵을 한 움큼 베어 먹더니 눈이 커지는 캐슬맨.


“야, 이게······, 이렇게 맛있었어?”

“맛있냐? 이게?”


그 말을 듣고 나도 한 입 베어 물었다.

맙소사.

진짜 맛있다.

이게 왜?


이건 그저 포만감 수치를 채우는, 특별한 버프도 없는 매우 기초 레시피 요리다.

그러거나 말거나 맛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캐슬맨은 벌써 하나를 다 먹었다.

입에서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야, 그냥 상인한테 사 먹는 건 이렇게 맛있지 않은데. 아니, 돈 있으면 다른 걸 먹지 햄치즈브레드를 먹지는 않지. 맛없으니까.”

“언제부터 맛을 따졌다고.”

“음?”

“예전에는 그냥 음식 아이템이었잖아. 맛이라는 게 없고.”

“음. 하긴. 그랬지. 맛이라는 게 생긴 게······, 아, 언제였지? 꽤 오래 전인데.”


바깥의 시간과 이곳의 시간은 다르니까.

캐슬맨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제법 오래 전이기는 하다.


“그때 제일 처음 먹은 요리 기억나?”

“어?”

“맛이라는 걸 느끼게 만든 패치 이후.”

“음. 기억나지. 잊을 수 없지.”

“뭐였는데?”

“구운 좀비 고기.”

“뭐? 야, 그건 진짜 급할 때나······. 더구나 독이 있잖아?”

“뭐, 연금술사도 그때 같이 있었으니까. 해독제는 있었지.”

“아······.”

“그때는 문제는 허기였으니까. 한참 좀비 떼들과 싸우고 있었거든. 그런데 너무 오래 싸워서 허기 상태가 된 거야. 결국 할 수 없이 거기서 그냥 구웠던 거야.”

“요리사 없이?”

“가능은 하더라고. 가능은. 그냥 단순하게 고기를 불에 굽는다. 이 행위는 말이야.”

“음.”

“뭐 버프는 커녕 독디버프가 걸렸지만, 해독제는 있었으니까. 중요한 건, 그게 첫 음식이었는데 진짜 토할 뻔했다는 거지. 토할 위장이 없는데. 하하하.”

“아, 그렇지. 위장도, 장도 없지.”

“그러니까. 좆나 웃기잖아. 똥도 안 누고, 오줌도 안 누는데. 배부름과 맛은 있어. 그런데 웃긴 건 NPC놈들은 똥 누는 척, 오줌 누는 척 한다는 거지. 하하하하.”

“어······, 그랬나?”

“몰랐어?”


씨발. 왜 그런 걸 적응 교육 때 안 가르쳐 준 거야.


“아니 뭐. 애초에 마을에 자주 머무르지도 않고. 그냥 밖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마을로 가더라도 딱히 NPC들에게 신경은 안 썼으니까.”

“흠. 뭐, 그렇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왜 신경 쓴 거야? 거지 녀석이 불쌍해서?”

“말 했잖아. 그냥 좀······, 어쩐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이해. 이해라······. 넌 그럼 모든 일을 일단 네가 이해가 되어야, 너를 설득시킬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음? 그게 그렇게 되나? 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뭐야. 이상한 놈. 아, 어쨌든 햄치즈 브레드 더 있냐?”

“아, 잠깐만.”


아직 남은 재료가 많다. 그 중에서 햄치즈 브레드는 또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다시 만들어 캐슬맨에게 건넸다.

캐슬맨은 그것을 맛있게 먹고 따뜻한 옥수수 죽까지 먹었다.

자신의 배를 두드리더니 허공에서 손짓을 한다.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하는 것이다.


“와. 겨우 햄치즈 브레드 두 개에 옥수수 죽인데 포만감 수치가 거의 최대로 올랐네. 50레벨 요리사의 음식은 싸구려 빵도 다르군.”

“칭찬 고맙네.”

“그럼 뭐 요리사의 궁극기는 뭐야? 만찬 같은 건가? 한방에 짠! 이런 거?”

“하하. 나도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

“아니야?”

“이름만 알려 주지. 네가 생각해봐.”

“이름이 뭔데?”

“패스트 푸드.”

“뭐? 설마 무슨 햄버거를 대량으로 찍어내기라도 하냐? 맥도날드처럼? 하하하하! 아예 네 이름을 맥도날드 경이라 부르게 하는 건 어때?”

“음?”


내가 그 말을 듣고 멈칫하자 녀석도 혹시 너무 놀린 게 아닌가 싶어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녀석이 놀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 굴라라는 이름도 대충 지었으니까.

어차피 이 세상에서는 내가 알려주는 게 내 이름이다.

뭣하면 굴라는 미들 네임이라고 치면 되겠지.


“그 이름 좋은데?”

“뭐?”

“맥도날드.”

“진짜? 야, 그럼 지금까지 네가 쓰던 이름은 뭔데?”

“굴라.”

“그건 또 뭐야.”

“넌 한스보다는 좀 무식하군. 한스는 뜻을 알아차렸었는데.”

“뭐야!”

“아니, 뭐 어쨌든 고맙다. 왜 그 이름을 쓸 생각을 못했지.”

“그럼 정말로?”

“그래. 오늘부터 나는 맥도날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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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졸지에 첫 하드모드 (1) 24.01.26 180 6 13쪽
17 거지 한스(2) +1 24.01.26 199 8 12쪽
16 거지 한스(1) 24.01.25 212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17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10 7 13쪽
13 이상한 티파티 (2) 24.01.23 230 7 10쪽
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70 8 12쪽
11 첫번째 요리 24.01.21 258 7 12쪽
10 1%의 기적 24.01.20 246 7 13쪽
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7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62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6 7 12쪽
6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8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6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20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32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7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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