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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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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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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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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오리엔테이션 (3)

DUMMY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방에 돌아온 나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위험한 일?

아니, 이것은 그 이상의 일이었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사람들.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무슨 사후세계 탐방도 아니고.

어이가 없었다.


간신히 두근거리는 심장과 마음을 누른 뒤에, 다시 한 번 오늘 받은 매뉴얼을 살폈다.


BS 시스템.

brainwave synchronization. 뇌파 동기화.


나는 곧 방 안의 컴퓨터를 켜서 그것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뇌파 동기화 시스템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전기적 신호의 변환을 통한 장치 이용. 그리고 양방향 교감 장치.


전기적 신호 변환을 통해 장치, 그러니까 컴퓨터나 의수 따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나도 들은 적이 있다.

문제는 다음 것이다.

양방향 교감 장치. 즉 인간의 뇌파가 일방적으로 어떤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계장치로부터 영향을 받게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 처음 이게 나왔을 때도 참 논란이 많았지. 위험하지 않냐, 뇌에 직접적인 손상이 가는 것이 아니냐 등등.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은 이미 불면증이나 뇌에서 유발된 경련, 심지어 자폐 스펙트럼 같은 몇몇 정신과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그 끔찍한 사건과는 상관없이 제법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SM 사태 때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많은 의사들과 과학자들의 견해는 적어도 외부 침임, 즉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침입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이나 이미 바이러스 코드가 심어진 오염된 컴퓨터 통제장치가 아니라면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적어도 내가 검색한 뉴스 기사들에서는, SM사태는 그저 어떤 해커의 끔찍한 소행일 뿐이라고만 할 뿐, 정확히 그가 어떤 방법을 써서 환자들을 죽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연구 중이라는 기사들만 있었다.


연구 중? 그럼 내가 일하고 있는 이곳도 사실은 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곳일까?


매뉴얼에 있는 뇌파 동기화 장치에 대해 읽었다.

병원에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 SM-BSSD라는, 오직 이 SM 온라인의 플레이에 쓰였던 그 물건.


뇌파는 대뇌 피질 신경세포가 서로 신호를 전달하며 생겨나는 전기적 파동이다.

이것은 뇌파를 통해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종하고 컴퓨터 등에 의사전달을 하는 기술을 토대로, 일방적 명령이 아니라 양방향 교감 기술을 구현하여 그 어떤 가상현실 체험 기술보다 우월하고 진보된 장치······. 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내 입에서는 그걸 보자 뭔 소리야, 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라고 할 수밖에.


어차피 내가 그것들에 관련된 논문을 찾아 읽는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게임의 정보다.

스케쥴에 따라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었다는, 조금은 변했을 그 세계에 대한 정보.

그래서 나는 침대로 와서 몸을 기대로 매뉴얼을 다시 펼쳐 들었다.



“음······, 스킬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고······.”


30가지 스킬.

그대로다.

다만 대충 훑어보니 과연 각 스킬의 그랜드마스터 클래스에는 분명 궁극기라 불릴 만한 것들이 생겼다.


예를 들어, 검술.

50포인트를 모두 투자하면 ‘검의 폭풍’이라는 궁극기를 얻는다.

쿨타임은 게임 상의 시간으로 24시간. 그러니까 하루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말이다.

검을 바닥에 꽂으면 검과 시전자를 중심으로 맹렬한 회오리가 발생하고, 그 회오리는 다시 여러 개의 작은 토네이도로 나뉘어 사방을 휩쓴다.

대규모 광역 학살 기술 같다.


그리고 원소 마법들. 4원소에 따라 불, 물, 바람, 대지로 나뉘어 있는 마법들.

불의 마법의 궁극기는 불의 창. 거대한 불의 창을 소환해서 냅다 꽂아버린단다.

물의 마법의 궁극기는 침수로, 순간적으로 큰 웅덩이를 소환하는 기술. 이건 좀 쓸모없어 보였다. 적어도 그저 텍스트로 읽어서는.

바람의 마법은 거대 토네이도. 검의 폭풍과는 다르게 정말로 거대한 토네이도를 잠깐 동안 소환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궁술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궁술은 빛의 화살이라고 잠시 동안 아예 화살 없이 폭발성 데미지를 가진 빛의 화살을 마구 쏘아대는 기술이다. 더구나 맞은 대상 주위로 광역 실명효과까지 걸린다.


이 궁극기들을 읽다보니 다시 한 번 비참해진다.

요리에 이런 강력한 것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뭐한다고 그걸 마지막으로 접속 종료를 해가지고······.


연금술의 궁극기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약물 중독이라니. 이름 참 살벌하다.

그런데 그 효과 또한 더 살벌하다.

무려 포션 사용에 제한이 없다니.


예를 들어 강력한 버프 효과를 가진 약물은 당연하게도 독성 수치가 있다. 그렇기에 좋다고 마구 다 마실 수는 없다.

그런데 연금술 그랜드 마스터는 이틀에 딱 한 시간이지만, 거의 무제한으로 버프를 주는 포션을 음용할 수 있다.

쿨타임이 길지만, 어쩌면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최강자 자리에 올라도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다.


“음? 포만감 수치?”


그래도 양심이 있는 건지 원래는 없었던 포션에도 포만감 수치가 붙어 적어도 포만감 이상의 포션을 음용하지는 못하게 해놓았다.

그때 스치는 생각.

음식은 원래 포만감 수치가 붙은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음식에 버프 효과가 생겼다고 해도, 약물보다 훨씬 포만감 수치가 높다면 역시나 연금술의 하위의 하위의 하위의 하위 호환일 뿐이다.


그렇게 다른 기술들의 궁극기를 쭉 살펴보니, 역시 매뉴얼에도 없는, 그러니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궁극기를 가진 스킬은 모두 여섯이었다.


내 메인 스킬이 될 요리. 그리고 캠핑과 더불어 나머지 4대 잉여 기술들인 구걸, 해몽.

그리고 벌목과 낚시였다.

도저히 어떤 궁극기가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뭐, 벌목이면 잘라낸 나무들을 복원시킨다던가, 낚시라면 크라켄을 한 방에 잡을 수 있다던가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구걸과 해몽은?

심지어 구걸은 20포인트 이후의 기술 변화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요리.

과연 각종 요리에 제법 도움이 될 만한 버프 효과가 붙은 것은 마음에 들었다.

기본적인 힘이나 민첩성 따위를 올려주는 버프를 비롯해 20레벨 이상의 레시피는 행복한 포만감이라는 별도의 버프를 통해 요리가 아닌 다른 아이템이나 마법을 통해 얻은 일시적 버프를 약간이나마 증폭해주는 효과까지 있었다.


“뭐, 영 쓸모없는 것은 아니네.”


약간은 안심하며 캠핑 항목을 살폈다.

맙소사. 10포인트 이후의 변화에 아무런 단서가 없다.

그 말은, 만약 내가 앞으로 SM온라인에 다시 들어가 레벨업을 했을 경우, 캠핑 스킬 10 이상 찍은 사람을 찾아 알아내거나 내가 직접 스킬을 계속 찍어야만 확인할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인센티브 같은 걸 받을 수 있으려나······.”


그렇게 스킬 항목을 훑어본 후에 다음에는 게임 내의 직접적인 변동사항에 대해 읽었다.

크게 변한 것은 서버 운영, 즉 게임 속 세상의 대원칙이었다.


과거 SM온라인은 서버 두 개를 나눠 운영했었다.

둘 다 전 세계 공통 서버지만 다른 점은 하나는 일반 서버로 상당히 많은 편의 기능이 존재했다.

친구 등록, 메시지 보내기, 위치 찾기 등등 같은 것들.

나머지는 RP 서버라는 것으로 그런 편의 기능이 하나도 없는, 별도의 귓속말 같은 채팅 기능은 물론 서버 전체 채팅 기능도 없는 그런 것이었다.


즉, 유저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보통의 온라인 게임과 다를 바 없던 일반 서버와는 다르게 RP서버는 정말로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플레이를 해야 했다.


먼 거리에 떨어진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기본적인 기능은 존재하지 않으며, 만약 대화를 하고 싶다면 대도시에 있는 마법 거울을 이용하거나 마법 공학으로 만든 개인 환영 장치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었다.

즉, 거울은 공중전화 기능을 하는 것이고 개인 환영 장치는 바로 휴대폰 기능을 하는 것이었다.


서버 전체에 알릴 수 있는 전체 채팅 기능 따위는 당연히 없으며, 파티를 모집할 때도 마을 앞의 게시판에 공고를 내거나 정말로 모험 중에 만나서 파티를 구성해야만 했다.


더구나 게임 중에는 BS시스템 장비를 제외한 일체의 다른 장비, 헤드셋이나 마이크를 전혀 사용할 수 없기에 외부 보이스 챗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다시 접속할 SM의 세계는 바로 그 RP서버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당시 그 재앙이 일어났을 때는, 분명 두 서버를 가리지 않고 그때 접속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변을 당했지만, 이후 서버가 RP서버로 통합되고, 또한 기존의 집이나 성 같은 구조물이 모두 초기화되면서 그 세계 안에서는 놀랍게도 3년 동안 안에 남은 유저끼리의 대전쟁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 전쟁은 일단 끝이 났지만, 아직도 세력끼리 분쟁이 있다는 말.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이런 사실들을 관찰해서 보고하면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다른 정보들도 뒤적였지만, 이외에 딱히 특별한 것은 볼 수 없었다.


관찰. 관찰이라.

내가 걱정하는 그 위험한 상황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의외로 이 일은 정말 별 거 없는, 그런 쉬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게임 안에서 캐릭터가 죽는다고 해도, 부활의 터에서 영혼 상태로 시체가 있는 곳까지 가면 그만이니까.

매뉴얼에도 그렇게 나와 있고.


물론 그 김지은이라는 여자가 말했던, 이후의 다른 임무는 또 다른 무슨 비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3개월의 계약기간만 채우면 된다.

비밀유지야 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테고.


그런데 마지막 장에 특히나 강조한 경고문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 일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끼리, 절대 게임 내의 캐릭터 명과 스킬 분배, 직업 명,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 속 장소 등을 공유하지 말 것.

왜?

어차피 같은 일을 하는데, 게임 내에서 만나 같이 도와가며 일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요리와 캠핑이라는 잉여스러운 스킬만 올린 내 캐릭터도 마치 내가 본캐인 궁수로 요리재료 따위를 조달한 것 같은 도움을 다른 이에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고대로라면, 나는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아, 씨발······.

진짜 망한 것 같다.

그런데.



“아악! 씨발!”


아잇, 씨발 깜짝이야.

바깥에서 누가 욕을 하며 순간 소리를 질렀다.

아마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겠지.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화를 내며 들어가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거칠게 문이 닫히는 소리 뒤로 더 이상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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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첫 복귀 (1) 24.01.24 20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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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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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5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60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4 7 12쪽
»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5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3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8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30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5 5 16쪽
1 프롤로그 24.01.14 510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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