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382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1.26 07:00
조회
192
추천
8
글자
12쪽

거지 한스(2)

DUMMY

“예?”

“너 거기에 뭐가 있는 줄 알아?”

“예전에 거기······.”

“예전이고 뭐고, 지금은 다르다고.”

“아.”

“드라우그들이 있는 곳이야.”

“드라우그?”


드라우그(draugr).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

그 전승에서의 모습이나 형태, 능력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안에서의 모습은 약간 특별한 능력이 있는 언데드다.

기본적으로는 움직이는 시체의 형상이지만 무덤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른다는 전승을 따라 몸의 특정 부위가 연기로 변했다가 다른 형태, 단순한 꼬챙이 같은 것에서부터 길게 휘어지는 사슬이나 채찍 같은 모양으로 변하는 녀석들이다.

그리고 북구 유럽 계통의 언데드이기에 기본적으로 냉기 속성 공격을 하는 놈들이다.


냉기 속성의 공격. 적어도 그것은 이 용의 망토가 막아줄 것이기에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의 망토, 인페르날 스킨은 단순히 화염 속에서 보호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망토에 달린 불길 스킬을 발동시키면 일정 위력의 냉기 공격 자체를 무효화 시키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놈들의 물리 공격이었다.

그걸 막을 수단이 없었다.

오로지 믿을 것은 인페르날 스킨의 불길이 놈들 자체를 태워버릴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거지, 한스가 뜬금없이 같이 가자고 한다.

아, 그래. 시궁쥐의 악취.

그게 드라우그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겠지.


“당신은 어쩌면 이미 그곳에 다녀왔을 수 있겠네요.”

“뭐?”

“악취. 그 스킬은 언데드의 후각을 교란시켜 당신을 공격하지 않게 할 테니까. 거기다가 위험할 때는 은신까지.”

“오. 꽤 예리한데.”

“예리는 무슨. 바보 아니면 다 생각하겠구만. 그래서 거기 안에서 뭐 내가 당하는 걸 구경이라도 해보시겠다? 아니면, 내가 죽으면 떨어지는 금화라도 챙겨보실 생각인가?”

“그 고생을 내가 왜 해. 어차피 도시로 가서 구걸 발동하면 돈은 쉽게 얻는데.”


하긴.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죽은 후에 바로 신전, 혹은 성소에서 부활하게 되니 시체를 루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 진짜 심심해서 이러는 건가.

만약 그 안에 그가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른 전투 스킬을 가진 놈을 구슬려서 데려오면 될 일이다.


“일단 하나만 확실히 합시다. 거기. 들어가 본 적 있죠?”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한스.


“그래서. 그 안에 뭐가 있어요?”

“드라우그들이지 뭐가 있어.”

“그런 거 말고. 당신이 가지고 싶은 거.”

“뭐?”

“드라우그들 소굴이라는 것을 이미 아는데, 더구나 나도 전투 스킬이 제대로 있는 놈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굳이 같이 가보자고 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야, 너. 꽤나 차가운 놈이구만. 뭘 그렇게 계산해?”

“여기 있다 보면······.”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고. 나 같은 놈도 있고. 나 보다 더 한 놈도 있어. 그래. 우리는 졸지에 여기에 갇혀버렸지. 죽을 때까지. 아니, 사실 언제 죽을 지도 몰라. 여기서 우리가 죽을 방법은 없지. 바깥에서······. 바깥은 분명 우리를 알고 있겠지? 망할 놈들. 하지만 어쨌든 저 바깥에서 여기를······, 서버를 내리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계속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그게 언제까지일 것 같아?”

“그거야······, 모르죠.”

“그러니까. 그런데 하나하나 계산해가며 행동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어차피 씨발 죽어도 죽지 않는 세상인데. 그냥 하는 거지. 이렇게 시간을 때우는 거야.”

“흠······.”


과연 그럴 듯 한 말이다.

하지만 왜 계속 나는 이 거지 녀석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을까.


예를 들어. 그 안에 어떤 퍼즐이 있고, 그걸 풀지 못하면 반드시 죽는, 그러니까 스킬 포인트를 잃어버린 채로 부활해야 하는 어떤 페널티가 있다면?

그래서 시험 삼아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래서 뭐, 라는 생각도 들었다.

죽는 것이 진짜 죽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이 안에서 무슨 랭킹 경쟁을 하는 것 마냥, 혹은 반드시 강함의 수준을 유지해야할 이유는 없다.

물론 요리 궁극기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것도 반쯤은 장난으로 만든 것 같은 확률과 쿨타임, 그리고 효과다.

또한 요리가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스킬 포인트를 올리는 것이 매우 힘든 것 까지는 아니고.


오히려 이 거지의 악취와 은신 능력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최대한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하자.

딱 이런 생각이었다.


“뭐, 좋습니다. 같이 갑시다. 하지만 난 드라우그를 본격적으로 상대할 전투 스킬은 없어요. 어차피 그쪽은 살 수 있으니까. 난 그쪽 상관 안하고 위험하면 바로 도망칠 겁니다. 나갈 거라고요.”

“그러던가.”


그렇게 뜻하지 않은 거지와의 첫 던전 탐색이 시작되었다.



폐허가 된 마을 뒤를 돌아 숲을 조금 지나니 돌로 대충 쌓은 탑들이 보였고, 그것을 지나 좀 더 가니 다시 돌로 대충 만들어 놓은 표지석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당도한 동굴.

사실은 동굴이 아니라 일종의 지하 무덤의 입구 형식이었다.

다만 입구의 장식들은 완전히 무너져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기에 마치 동굴처럼 보일 뿐이었다.


지하로부터 위로 들리는 을씨년스러운 바람소리가 마치 괴물의 흐느낌처럼 들렸다.


“아, 참 혹시 그래도 모르니까.”

“왜요.”

“서로 조심하자고. 다치는 일 없이.”


걱정해주는 건가.

어차피 여긴 pvp구역이 아니다. 그렇기에 적어도 플레이어간의 공격 스킬은 맞지는 않을 텐데.


그런 입구의 계단으로 들어서자마자 허공에 있는, 내 눈에만 보일 반짝이는 한 점. 그것은 상태창을 열라는 표시다.


상태창을 열고 확인하니 새 퀘스트 알림이 떴다.

또 히든 퀘스트인가?


하지만 히든 퀘스트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허공에 손짓을 하는 걸 보고 한스가 말했다.


“퀘스트 떴지?”

“예.”


그 말은 한스는 이미 이 퀘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말. 혹은 이미 해봤을 퀘스트. 당연한 것이다. 그는 이미 이곳을 왔으니까.


------------

퀘스트 – 토벌


◆드라우그의 수장인 증오와 원한의 주술사를 처치하시오.


◆주술사의 방 안에 있는 유골함을 수색하시오.


------------


유골함······.

어쩐지 이것을 수색하면 새로운 퀘스트가 또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퀘스트 가지고 있어요. 아니면 이미 완료했어요?”


내 물음에 한스는 자신도 그냥 가지고만 있다고 말했다.


“그럼 보스는 봤고? 주술사.”

“아니. 거긴 커다란 돌문으로 막혀있어.”

“그럼 어떻게 들어가요?”

“드라우그놈들 중 하나가 열쇠를 떨어뜨릴 거야.”

“여기 이미 클리어한 사람한테 들었어요?”

“그래. 놈이 나타나기 전에.”

“놈?”

“원래는 증오와 원한의 주술사가 아니었어.”

“그것도 패치 때 바뀐 건가?”

“아까 내 말 못 들었어?”

“무슨 말이요.”

“삭쑴.”

“언데드 성채.”

“거기에 뭐가 있었다고 했지?”

“성소?”

“그래. 그거야. 성소를 파괴했지. 그리고······.”

“잠깐. 설마······. 저, 유골함. 그게 언데드를 조종할 수 있는 거다. 이런 말인가요?”

“뭐. 나는 그렇게 예상하고 있지.”

“그런데 놈이 나타났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원래는 증오와 원한의 주술사가 아니었다고?”

“그래. 그저 단순한 이름이었지. 드라우그 고대 주술사.”

“그런데?”

“이곳이 한 번 쓸려나간 뒤로 그렇게 바뀐 거야. 그리고 말이야. 방금 우리가 있던 마을.”

“네.”

“이놈들이 공격한 거야.”

“마을 습격 이벤트?”

“이벤트 따위가 아니야. 이벤트가 일어난다고 해도, 마을에 플레이어들이 있으면 어디 마을 자체가 쓸려나가겠어?”

“그러면요?”

“하데스 주간에······. 놈들이 마을을 덮친 거지. 덕분에 그걸 막던 녀석들도 전부······.”

“아······. 그런데 바뀌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내부에 있는 커다란 석비의 문구가 바뀌었으니까. 고대 주술사가 분노할 것이다 어쩌고 저쩌고에서······. 증오와 원한만이 남아 너희를 기다린다. 이렇게 말이야.”

“흠······.”


뭔가 찝찝하다.

자세하게 설명을 하는 것 같으면서 아주 중요한 것을 계속 숨기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뭐, 진짜 죽음도 아니고. 또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나가버리면 되니까.


“안에 드라우그의 숫자는 대충 얼마정도 되는데요?”

“열린 석관이 약 서른 개니까. 그 정도 숫자겠지.”

“서른 마리?”

“그래.”

“넓이는?”

“보통. 막 엄청나게 웅장하거나 그러지는 않아. 보통의 지하굴 던전 타입 정도야.”

“다시 말하는데, 난 진짜 전투 스킬 없어요. 그러니 약간이라도 이상하면 그냥 나갑니다.”

“대체 네 스킬이 뭐야.”

“요리. 그리고 캠핑.”


캠핑이라는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러니까 구걸 찍은 사람이 그렇게 보지 말라고.”

“뭐, 음식도 얻어먹었고, 술도 얻어먹었으니까 그 보답으로 어느 정도 안내는 해 줄게.”

“구걸. 잠행. 그리고 없어요?”

“그걸로 충분해. 언데드잖아.”

“하긴.”


계단을 내려가니 육중하고 차가운 돌문이 보인다.

서리가 잔뜩 끼어있는 것이 벌써부터 이곳은 냉기 속성 공격의 지옥이라고 안내하는 것 같다.

약간의 추위마저 느껴지는데 헐벗은 거지 양반은 능숙하게 가지고 있던 부싯돌로 옆에 있던 횃불들에 불을 붙인다.


“그쪽은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나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정 안내해줄 거면 뭐 몰래 돌아가는 길 같은 거 없어요?”

“그런 건 없고.”


주위에 있는 넝마를 들더니 갑자기 자기 몸을 마구 문지르기 시작한다. 이미 그의 시궁쥐의 악취 스킬은 발동 상태라 지하 무덤 안의 눅눅한 냄새와 꼭 포르말린 냄새 같은 불쾌한 냄새보다 그의 체취가 더 내 코를 찔러대기 시작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그 냄새를 묻힌 넝마를 내게 건넨다.

확 다가오는 냄새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걸 몸에 둘러.”

“예?”

“냄새나는 넝마. 뭐, 이상해?”

“아니, 이 냄새를······. 아. 이것도 그럼 효과가 있는 건가요?”

“있지.”


반신반의하면서 일단 냄새 한번 끝내주는 넝마를 망토위에다가 둘렀다.


“걱정 마. 내가 스킬을 끄면 냄새도 사라져. 그리고 잘 따라와.”


횃불을 든 그가 먼저 앞에 나서고 내가 뒤를 따랐다.

아마포에 쌓인 시신들.

그리고 군데군데 보이는 깨진 석관.


어둑어둑한 곳에서도 집중해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마침 석관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


연기는 땅으로 내려와 어떤 형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앞에 있는 한스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한스가 나를 뒤돌아보자 나는 손가락으로 그 연기를 가리켰다.


“오. 잘도 알아봤네.”

“냄새 이거. 나한테는 효과 없는 거 아닙니까?”

“내가 지나가도 저렇게 일어나. 뭔가 지나가면 깨어나는데, 막상 냄새를 맡으면 그냥 아무 짓도 안 하는 거지.”

“흠.”


연기는 드디어 실체를 갖췄다.

푸른빛과 칙칙한 암녹색빛이 뒤섞인 썩은 피부를 가진 언데드.

드라우그였다.


퀭한 눈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점차 피어오르고 놈은 마치 우리를 알아본다는 듯 우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반쯤 떨어져나간 흉측한 코를 벌름거리면서 냄새를 맡더니, 과연 한스의 말대로 그저 멍청한 표정으로 입만 벌리고 그 자리에 섰다.

그것을 보고 한스가 말했다.


“자, 건드리지만 않으면 돼. 조심해서 가자고. 조금만 더 가면 유령 달팽이 버섯도 있어. 그거 꽤나 귀한 재료잖아. 나는 못 캐지만. 너는 캘 수 있겠지. 그리고 쓸모도 있을 거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평판의 힘 (2) 24.02.02 145 5 13쪽
24 평판의 힘 (1) +1 24.02.01 156 4 12쪽
23 선입견 24.01.31 159 5 14쪽
22 쿠키와 솜사탕 +1 24.01.30 169 6 13쪽
21 정화(2) 24.01.29 165 7 13쪽
20 정화(1) 24.01.28 167 7 12쪽
19 졸지에 첫 하드모드 (2) 24.01.27 171 5 14쪽
18 졸지에 첫 하드모드 (1) 24.01.26 179 6 13쪽
» 거지 한스(2) +1 24.01.26 193 8 12쪽
16 거지 한스(1) 24.01.25 210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13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06 7 13쪽
13 이상한 티파티 (2) 24.01.23 226 7 10쪽
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8 8 12쪽
11 첫번째 요리 24.01.21 254 7 12쪽
10 1%의 기적 24.01.20 242 7 13쪽
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4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58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3 7 12쪽
6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3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1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4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26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2 5 16쪽
1 프롤로그 24.01.14 505 6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