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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370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1.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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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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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적응 교육 (1)

DUMMY

아침 식사시간이다.

씻고 방에서 나오자 한 젊은 남자도 막 자기 방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

혹시 어제 욕을 하며 소리쳤던 그 사람일까.


그도 나를 발견하고 빤히 쳐다본다.

우리는 서로를 보고 약간 어색하게 고개를 숙여 첫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그렇게 같이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무뚝뚝하게 생긴 얼굴에 좀 뚱뚱한 몸매.

그리고 굵은 뿔테 안경에 정돈되지 않은 수염과 부스스한 머리.

그러니까 흔히 우리가 방구석 오타쿠······, 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아니. 내가 누굴 평가할 처지인가. 나나 이 사람이나 비슷한 인생일 텐데.

그런데 그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이번에 처음 오신?”

“아, 네. 처음입니다.”

“아, 그래요.”

“그······쪽은 이미 게임 안에 들어가서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같이 탔다.


어색함도 좀 싫고 어제의 그 일이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혹시······,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네?”

“어제 밖에서 소리치는 걸 들었는데. 그쪽 아니었어요?”

“아······, 어제. 예. 좀 있었죠.”

“무슨 일이요?”

“아이, 뭐.”


말하기 싫어하는 눈치.

살짝 짜증을 낸다.


나는 그의 스킬이나 직업도 묻고 싶었지만, 어제 매뉴얼에 아주 강조를 해놓은 그 문구 때문에 물을 수 없었다.

절대 서로의 캐릭터 명과 스킬, 스킬 분배 정도를 공유하지 말라는 경고.

적발될 시 바로 계약 해지라는 경고의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냥 그런건 연구원한테 묻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리는 같이 나오며 식당가로 걸어가는 중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제의 그 외침이 조금 미안했는지 의외로 그가 어제의 그 일을 내게 말하려 했다.


“제가 요즘 탑을 도전하고 있거든요.”

“탑?”

“위로 10층, 지하로 10층. 합해서 20층 짜리 탑 던전.”

“어······, 그건······. 아, 맞다. 마물의 탑. 각지에 흩어져 있는 탑들. 아마 만렙 캐릭터용 컨텐츠였죠? 당시에도 도전하는 팀은 몇 없었던 거 같은데.”

“네. 아무래도 궁극기가 생긴 뒤로는 진행하기가 전보다 수월해졌으니까. 당연히 아이템 수준도 다 올라갔고. 생산직들의 궁극기 덕분에요.”



남자의 말에 그 ‘쓸모 있는’ 생산직들의 궁극기를 떠올렸다.

대장기술, 활제작, 재봉 같은 것들.

모두 3일의 쿨타임을 가진 매우 긴 궁극기지만 어떤 재료를 이용해도 최고 등급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기술들이었다. 마법부여는 또 어떤가. 그 궁극기는 한시적이지만 무기가 가진 능력을 두 배나 올려주는 강력한 버프를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내가 그만두었을 때보다 당연히 장비의 질이 올랐을 테니, 고레벨을 위한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컨텐츠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혹시······, 그럼 같이 도전하는 사람들은 그······.”

“그때 죽은 사람들이냐고요?”

“네.”

“그렇죠. 그때 죽은 사람들.”

“혹시 우리 정체는 알아요? 그 사람들?”

“모르죠. 몰라야하고.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어떻게 정체를 숨기는 지 궁금했지만, 그는 어차피 적응교육 시간에 대강의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100이에요?”

“네? 레벨요?”

“네.”

“아니요. 한참 낮죠.”


내 대답을 듣자 그는 나를 빤히 보더니 살짝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럼 어차피 그쪽은 탑에 도전하는 건 관계가 없을 것 같은데.”


그 말을 하는 녀석의 얼굴에 일종의 우월감이 감돈다.

그러는 사이 아직 아무도 없는 식당에 들어선 우리 둘.

딱히 메뉴를 고를 것이 없었다.

그저 약간 이른 시간에 도착한지라 썰렁한 식당에서 둘이 어색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는 처음으로 내가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했다.


“그거 알아요? 이제는 말이야. 안에서도 맛이 느껴진다는 거.”

“예? 무슨 맛이요?”

“게임 안에서요. 물약이나 음식. 그 맛이 느껴지거든요.”

“그게······, 정말인가요?”

“그렇다니까. 그 전에는, 그러니까 그쪽이나 나나 게임을 접기 전까지 했을 때는······, 그것도 신기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감촉이 느껴졌었잖아요. 뭐, 그렇게 느껴진다 착각을 했겠지. 망할 기계 때문에.”

“그런데요?”

“토끼굴······. 아, 토끼굴 알아요? 그 원래 이름이······.”

“들었습니다.”

“그래요. 하여간 그 토끼굴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게임의 업데이트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냄새와 맛까지 느껴진다니까. 진짜로.”


나는 그러는 사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여전히 이 식당에는 우리 둘 밖에 없다.


“저기······, 다른 사람들은 없나요?”

“있죠.”

“그런데?”

“시차가 다르니까.”

“예?”

“게임 상의 시차가 다르잖아요.”

“어······, 그렇죠.”

“그러니까 토끼굴에서 나오는 시간도 다 다르지. 시차나 혹은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 거니까.”

“음······. 혹시 몇 명이나 여기 있는지 아세요?”

“음······, 지금까지 셋? 아, 이제 그쪽이 새로 왔으니까 넷이네.”

“네 명이요?”

“남자 둘에 여자 하나. 아, 아. 이제는 남자 셋에 여자 하나. 적어도 여긴 그래요.”


뭔가를 더 물어보려 하는데, 식당 안에서 딩동,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배식대에 음식이 준비되었다는 신호였다.


남자는 육중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재빨리 그곳으로 가서 능숙하게 몇 가지 버튼을 눌렀다. 나는 그저 그의 뒤를 따라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배울 뿐이었다.


아침 식사는 빵과 따뜻한 스프, 그리고 몇 가지 과일과 디저트로 프로틴 바.

남자는 투덜대면서 그걸 먹기 시작했고, 나도 그의 앞에 앉아 같이 이곳에서의 첫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얼마나 이 일을 했는지 물었다.

그는 식사에 집중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다섯 달.”

“그런데 어차피 그 안의 다른 캐릭터들도 이미 다 100레벨이 된 것 아니에요? 지금까지의 시간이······.”

“그렇지는 않아요.”

“왜요?”


살짝 위로 눈을 치켜뜨며 날 귀찮다는 듯 쳐다본다. 그러면서 한숨을 푹 쉰다.


“아오. 씨발. 그 병신만 아니었어도······.”

“예?”

“아, 그쪽보고 한 말이 아니라······. 일단 탑에 도전하다가 실패하면, 깎여요.”

“레벨이?”


고개를 끄덕이는 오타쿠.

그것도 심지어 가장 투자 포인트가 높은 스킬 포인트가 5에서 10 사이, 랜덤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아, 그래서······.”

“뭐, 얻는 건 많으니까.”

“그렇겠죠.”

“그리고······, 그 나중에 교육 받으실 때 알게 될 건데. 게임 해보셨으니까, 하데스 알죠? 하데스. 스토리상······.”

“저승의 신이죠.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예, 뭐. 그렇죠. 어쨌든 그거 기념일이랍시고 만들어놓은 날이 있어요.”

“기념일?”

“쉽게 말해 하드코어 모드.”


하드코어 모드라는 말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 그 하드코어 모드에서 죽으면 나도 죽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오타쿠 녀석은 내 얼굴을 보고 내 생각을 알아차린 듯, 피식 웃으며 다시 말했다.


“죽는 건 죽는 건데, 여기서 죽는 건 아니고. 대신 부활 페널티가 무지막지해요.”

“어떤 거죠?”

“소유하고 있던 모든 스킬은 1포인트만 남기고 다 사라진다. 뭐, 예를 들어 스킬을 세 가지로 분배해서 찍은 사람은 111, 두 가지만 찍은 사람은 2와 1. 이렇게 남는 거죠.”

“아······, 그래서 아직 그 안의 캐릭터들이 전부 만렙이 아니구나.”

“거기다 더 끔찍한 건······.”

“더 끔찍한 거라니요?”

“성장을 못해요.”

“예?”

“그냥 그대로 있는 거야. 딱 그 레벨로. 그냥 뭐, 존재만 하는 거죠. 게임 안에서.”

“그럼 생존은······.”

“나도 처음에는 그게 이상했거든. 어차피 허기 수치가 높아져서 뒤져도 차이가 없으니까 그 캐릭터들은 그냥 그렇게 죽었다가 살았다가······, 존나 의미 없는 짓만 반복하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런데요?”

“그들도 어쨌든 일을 하더라고요. 음식은 먹어야 하니까.”

“아니, 왜요?”

“끌려가요. 어딘 가로. 나도 거기까지는 아직 알지 못하고. 아직 그걸 아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죽어서 직접 경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저 뭐······, 탐문하는 거죠. 그 세상 안에서.”


게임 속에서 끌려가봤자 거기가 거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말하는 녀석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뭐 어쨌든 그래서 하데스 기념 주간, 어 그러니까······, 게임 속 시간으로 1주일 정도. 그 기간에는 어지간하면 모두 마을 안이나 은신처, 자신의 집 안에 짱박혀 있어요. pvp구역으로 가는 미친놈도 없고. 다만 그 기간 안에 어떤 던전이나 탑 공략을 성공했다? 그럼 보상이 쩌는 거지.”

“한 사람은 있어요?”

“여기 돈 때문에 왔죠?”


갑자기 내 신상을 묻는 녀석. 하지만 녀석도 마찬가지 이유로 들어왔다는 듯, 그러니까 내 사정을 잘 안다는 듯 단정 지은 후에 말을 이어갔다.


“도박 빚? 아니면 뭐 그냥 개인 사정?”

“그건······.”


무례한 질문이기에 나도 조금 화가 났다. 그러나 녀석은 남은 프로틴 바를 우적우적 씹으며 대꾸했다.


“도박하면 뭐가 되요?”

“예?”

“패가망신. 좆되는 거잖아요. 그걸 한 사람들 몇을 보면, 안에서도 감히 그걸 시도하는 사람이 없지. 그만큼 하데스의 저주라는 페널티는 비참하니까.”

“음······.”


더 묻고 싶지만, 그는 음식을 벌써 다 먹어치우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저, 저기······.”

“더 이상 묻지 마세요. 어차피 지역도 다르고, 만날 일도 없어요.”

“네? 아, 그건······.”

“이거 보여요?”


그는 뜬금없이 우리가 목에 걸고 있는 신분증 카드를 톡톡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게 왜······.”

“이거 일종의 도청장치라고요.”

“예?”

“아니, 뭐. 대놓고 하니 도청이라기보다는 감시 장치겠네. 내부에서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거지. 그러니까 많이 묻지 마요. 대화도 줄이고. 오늘은 그냥 처음 오신 분 같으니까 나름대로 대답은 해드렸는데. 말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게요.”

“실수요?”

“몰라요? 게임 안에서의 자세한 캐릭터 정보를 공유하면 안 되는 거.”

“아, 압니다.”

“그리고 한쪽이 그거 들었다가 선빵치면 어쩌려고.”

“선빵?”

“만약 우리가 정보를 공유했는데 당신이 날 먼저 찌르잖아요? 그럼 난 이 일에서 잘리는 거고, 내 인센티브까지 그쪽이 가져간다고요. 그쪽이요 감봉 정도에 경고 한 번으로 일단 넘어갈 테고.”

“아······.”

“그러니까 서로 조심하자고요.”

“아, 네. 네.”


그는 빵기름이 묻은 손을 대충 헐렁한 트레이닝 복에 슥슥 닦으며 내게서 멀어졌다.

나는 덩그러니 혼자 남아 음식을 먹으면서 그나마 그가 말해줬던 것들을 생각했다.


하데스의 날. 그러니까 하드코어 모드.

그리고 그때 죽음을 맞이해서 성장이 멈춰버린 캐릭터.

분명 그런 건 내가 게임을 했을 때는 없는 것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드코어 모드에서 죽는다고 진짜 내가 죽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에이 씨. 몰라. 일단 튜토리얼을 하면서 더 자세하게 물어보면 되겠지.”


나는 마침내 앞에 있는 빵을 들어 우걱 베어 먹었다. 그저 그런 맛.


그러자 갑자기 궁금했다.

내가 게임 속에서 만든 음식들은, 어떤 맛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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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졸지에 첫 하드모드 (1) 24.01.26 178 6 13쪽
17 거지 한스(2) +1 24.01.26 191 8 12쪽
16 거지 한스(1) 24.01.25 209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13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06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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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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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4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58 7 12쪽
» 적응 교육 (1) 24.01.17 26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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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1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4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26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2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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