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394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1.15 07:00
조회
315
추천
6
글자
12쪽

오리엔테이션 (1)

DUMMY

교육실이라 불린 공간에는 두 사람의 연구원(?)과 나만 있다.

그 사람들은 약간은 어이없다는 듯 나와 컴퓨터 화면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았다.

사실, 나도 어이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접속을 종료한 캐릭터가 하필 그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어······. 일단 이소식씨 캐릭터와 접속 기록은 남아있는 자료로 저희가 확인을 했고요. 그러니까 그······, 접속할 수 있는 캐릭터가······, 이것 참.”


한탄이라면 내가 하고 싶다.

하필 그 캐릭터일 줄이야.

왜 하필.


“그것으로는 안 되나요?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하죠?”


해고되는 게 아닐까. 가불까지 받았는데.

그걸 설마 다 토해내라는 건가.

불안한 마음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일단 할 수는 있는 모양이다.


“아니, 뭐, 그런 문제는 없고요. 하실 수 있습니다. 하실 수 있는데······. 이 캐릭터가······, 이름이 굴라(Gula)?”

“네.”

“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예? 아, 그게 그······, 아마 그거 라틴어일걸요?”

“라틴어?”

“네. 식탐이라고······.”


처음에는 캐릭터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Gula라는 이름을 듣자 내가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알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SM온라인에서의 캐릭터명은 기본적으로 라틴 알파벳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뭐 어울리는 이름이 없나 해서 찾은 게 바로 굴라다.

식탐.

그리고 내 이름이 소식이니까, 반대로 대식가의 대식으로.

그런 웃기지도 않은 시시한 이유로 지은 이름이다. 물론 그 이름은 이 캐릭터의 주요 스킬과도 관련이 있다.


그 말을 듣자 두 연구원이 피식 웃는다.


“뭐, 어울리네요.”

“하하. 네. 그······렇죠.”

“그런데 정말 이렇게만 스킬을 올리셨던 겁니까?”

“네? 아, 뭐. 보통 주캐하고 생산직캐를 따로 키우잖아요.”

“아, 네. 뭐, 그건 저희도 아는데. 그래도 보통은 다른 걸 올리지 않나요? 아니, 이 스킬을 올린다고 해도 보통은 최소 필요치까지만 올리는데······.”

“그때 사실은 반쯤은 재미로 올린 거였는데요.”

“음.”

“그······, 저도 이제 좀 기억이 나기 시작하는데, 게임에서 4대 잉여 스킬이라고······.”

“알죠. 구걸, 요리, 해몽, 캠핑. 뭐, 그나마 해몽과 요리가 나은 편이긴 했지만. 아니, 해몽은 운 좋으면 이벤트 퀘스트에 따라 돈을 꽤 많이 벌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요리에 스킬포인트 50을 다 투자하셨네. 왜요? 그때는······.”

“아, 뭐 계속 요리를 만들다보니까, 숙련도는 잘 쌓이고. 그리고 아시겠지만 본캐는 궁수였거든요. 그 캐릭터 스킬은 궁술하고 잠행, 그리고 통찰을 찍었거든요. 통찰 스킬에 함정설치 스킬이 있는데, 고급함정에 꼭 필요한 물건을 요리 스킬로 만들 수가 있어서요.”

“아, 고급미끼?”

“어? 아시네요.”

“네. 사실 저희도 게임을 했던 사람들이라서.”

“아······.”

“거기다 지금 그······, 레벨이 58이시거든요.”

“58이요? 거기까지 키웠었나······. 혹시 다른 캐릭터 레벨은 얼만가요?”

“궁수요? 79네요. 나머지는 전부 30에서 20 사이에 있고.”

“아, 많이 올렸었구나.”

“그렇네요. 어차피 써먹지 못하는 캐릭터지만.”


그 한마디가 다시 가슴을 찌른다.


“거기다······, 요리에 만숙 50을 다 쓰신 다음에······. 캠핑? 아니, 뭐 전투관련 스킬은 안올리시고?”

“요리재료 수급이야 궁수가 하니까······.”

“아, 뭐, 그렇긴 한데. 캠핑은 왜요?”

“어······. 저기 혹시 그 당시 스킬 툴팁을 볼 수 없나요? 저도 왜 올렸는지 생각이 잘······.”


속으로는 작정하고 그냥 재미로 잉여캐릭을 만들었나 싶지만, 당시 기억을 되짚으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레벨 당 주어지는 1스킬 포인트.

그리고 각 스킬의 최대치는 50이다. 그러니까 100레벨에 도달하면 두 가지 스킬에서 그랜드 마스터 등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많고 많은(적어도 내가 했을 때는 30개의 스킬들이 존재했었다.) 스킬들 중에서 잉여스킬 4대장 중 하나라는 요리를 다 올린 이유는 방금 말했듯이 고급 미끼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요리의 거장이 되면 내가 만든 음식은 썩지 않았다.


물론 그것들은 모두 스킬포인트 40을 찍으면 다 개방되는 것들이다. 나머지 10은 같은 재료로 요리나 미끼를 제작했을 때의 개수를 늘려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50을 찍으면 보상으로 그랜드 셰프라는 호칭을 주는 거고.


당시 보통 그나마 요리를 찍는 사람들도 20을 넘기지는 않았다. 20만 넘어도 당시 게임 상에 있던 일반적인 레시피의 요리는 모두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보통 생산직 부캐릭을 키우던 사람들은 요리를 20도 아니고 그저 먹을 만한 요리를 제작할 수 있는 10까지만 올려놓고 다른 스킬들도 병행해서 올렸다.

그나마 가끔 요리를 20까지 올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연금술사였는데 그것은 요리 스킬로 만들 수 있는 재료 중 하나가 연금술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당시 게임의 스킬 툴팁을 가지고 왔다.

캠핑.

바깥에서 불을 붙이고 천막을 치고 레벨에 따라서 간단한 울타리도 친다.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거나 알리는 그런 울타리 마법.

쉽게 말해 바깥에서 야영을 할 경우에 필요한 스킬이다.


그러나 정말로 잉여스러운 것은, 캐릭터마다 귀환석이 있고 또한 마법사는 공간이동 포탈도 열 수 있다.

필드에서 활동을 다했다면 귀환석을 사용하거나 포탈을 통해 도시나 마을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사실 바깥에서의 야영을 위한 스킬은 정말로 잉여 중의 잉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읽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생각해도 굳이 이걸 8포인트나 올린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다가 최종 단계 레벨이라 할 수 있는 40포인트 스킬에 눈이 갔다.


포켓 디멘션.

천막 안에 다른 넓은 공간을 소환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40부터 10을 더 찍으면 그냥 그 공간의 유지 시간이 길어진다.


“아.”

“왜 그러시죠?”

“이 스킬이 궁금해서 찍었던 것 같은데요. 바깥에서 음식 재료를 수급하면서, 마을처럼 안에서 쉴 수도 있고. 한마디로 집을 소환하는 거잖아요.”


내가 손가락으로 집은 스킬을 보자 연구원들이 갸우뚱한다.


“게임 안에서 집을 사거나 직접 지을 수도 있잖아요? 귀환석을 설정할 수도 있고. 공학 기술을 올린 유저에게서 벌레구멍 장치를 구매할 수도 있고.”

“뭐, 좋은 집터는 워낙 비쌌으니까······.”


망할 부동산.

어째 게임이나 현실이나 같은 건지.

하여간 약간이라도 도시에서 가까운 집터는 그 가격이 매우 비쌌다.

더구나 거대 길드 소속원들이 길드 지부니, 연구소니, 성이니 하는 것들을 마구 짓는 바람에 나 같은 솔플 위주의 양민 캐릭터는 그저 중심지 바깥으로 밀려나서 짓는 방법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당시의 나는, 그럴 바에 그냥 소소하게나마 원하는 장소에 작은 텐트를 치면, 그 내부로 새로운 공간의 집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스킬에 매력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생산용 부캐라서······.”


내 변명 아닌 변명을 듣고 그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실제로 유저 중에서는 별의 별 이유로 똥스킬을 찍거나 스킬 간의 시너지를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스킬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으니까.


예를 들어 당시 100을 찍는 다면, 정석은 스킬 포인트 50을 모두 투자한, 메인 스킬이라 할 수 있는 그랜드마스터 스킬 1개와 40이나 30포인트를 찍은 보조 스킬, 그리고 남은 포인트를 찍는 세 번째 스킬로 구성하고 각각의 시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이제는 써먹지도 못할 내 궁수 캐릭터의 경우, 당연하게도 궁술 스킬에 50포인트를 모두 투자했고, 그 다음은 잠행과 통찰력에 포인트를 투자하는 중이었다.


잠행이야 쉽게 말해 은신이동, 소음제거, 긴급 탈출의 좋은 유틸기가 있고 통찰력의 경우는 함정설치라는 유용한 기술과 약점 파악을 통한 치명타 상승이라는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유저들도 자신의 메인 캐릭터는 그런 식으로 스킬을 찍었지만, 분명 재미로 만들어본 캐릭터에는 잉여스킬 중 하나인 구걸을 찍는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


말 그대로 도시의 구석에 앉아 스킬을 시전하면 NPC가 가끔 돈을 주는 엄청난(!) 스킬이자 아무 시너지도 없는 잉여 중의 잉여 스킬임에도 그걸 컨셉으로 찍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뭐, 어쨌든 적응 교육 후에, 이······, 굴라 캐릭터로 게임 속으로 들어가게 되실 겁니다.”

“정말로······, 그 게임 속에요?”

“네.”

“혹시 뭐 다시 서비스를 하기 전에 미리 테스트를 하는 비공개 테스터 같은 건가요?”


그 물음에 슬쩍 웃는 조금 늙어 보이는 연구원.


“비슷한 겁니다.”

“그럼 그냥 들어가면 되지 않나요?”

“음······. 그게······, 전에 하시던 것과는 약간 다른 부분도 있을 겁니다.”

“네. 그러니까 테스트를 하시는 거겠죠.”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테스트가 아닙니다.”

“그러면요?”

“관찰이죠.”

“예?”

“말씀드린 그대로. 관찰입니다.”

“아니, 뭘요?”

“게임을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게임을 관찰하라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그래서입니다. 굳이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도 되는 이유가. 그저······, 게임 속에서 관찰을 하고, 나오셔서 그걸 보고만 해주시면 되는 겁니다.”

“아니, 그러니까 뭘 관찰하라는 건가요?”

“게임 속을요.”

“예?”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요.”

“아니, 거기서 무슨 정보가 있다고. 어차피 다 아시는 것들 아닌가요?”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네. 아닙니다. 저희도 먼저 게임에 접속해서 플레이하고, 또 그곳에서 알아낸 것들을 토대로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거기서 무슨 정보를 얻어낸다는 말인가.


“저는 아직도 잘 이해를 하지 못하겠는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예전에 궁수 캐릭터를 하셨을 때, 50포인트 스킬을 모두 투자하면 얻는 것은 무엇이었죠?”

“마크스맨(Marksman)이라는 칭호하고······, 뭐가 더 있었나?”

“없었죠. 그때는. 그저 40포인트를 찍으면 얻게 되는 백발백중이라는 스킬의 데미지가 점점 올라가는 식이었죠.”

“아, 그래요.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

“궁극기가 생겼죠.”

“궁극기? 50포인트를 찍으면요?”

“네. 그리고 그 궁극기 자체에도 레벨이 생겼습니다.”

“아, 그럼 제가 게임을 접은 후에 패치가 된 거겠군요.”


연구원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니오. 그때까지는 같았습니다.”

“그때?”

“그 사건 말입니다.”

“그럼······.”

“그 이후에······, 업데이트가 된 겁니다. 물론 바깥의 그 누구도 그걸 한 건 아니고.”

“그럼 그걸 누가 했다는 겁니까?”

“게임 안에서. 저희는 모르는 어떤 스케쥴이라고 할까요. 그것에 따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평판의 힘 (2) 24.02.02 146 5 13쪽
24 평판의 힘 (1) +1 24.02.01 157 4 12쪽
23 선입견 24.01.31 159 5 14쪽
22 쿠키와 솜사탕 +1 24.01.30 169 6 13쪽
21 정화(2) 24.01.29 165 7 13쪽
20 정화(1) 24.01.28 167 7 12쪽
19 졸지에 첫 하드모드 (2) 24.01.27 171 5 14쪽
18 졸지에 첫 하드모드 (1) 24.01.26 179 6 13쪽
17 거지 한스(2) +1 24.01.26 193 8 12쪽
16 거지 한스(1) 24.01.25 210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13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06 7 13쪽
13 이상한 티파티 (2) 24.01.23 226 7 10쪽
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8 8 12쪽
11 첫번째 요리 24.01.21 254 7 12쪽
10 1%의 기적 24.01.20 242 7 13쪽
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4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59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3 7 12쪽
6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3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2 6 11쪽
»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5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27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3 5 16쪽
1 프롤로그 24.01.14 506 6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