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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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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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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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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첫 복귀 (1)

DUMMY

“히든 퀘스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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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지금까지 몰랐다는 말투.

하긴. 나도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으니까.


“다른 사람은 없었나요?”

“어, 그게······.”


있었으면서 왜 되물은 거냐.

하지만 이후의 설명을 듣고는 나는 어느 정도 납득했다.


히든 퀘스트라는 것이 명목상으로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어느 정도 힌트가 미리 주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NPC와의 대화에서 확실한 단서, 그러니까 NPC가 퀘스트를 줄 것처럼 말하면서 그 부탁을 수락했음에도 퀘스트 수락 창이 뜨지 않았을 때.

그게 바로 히든 퀘스트의 진입의 전형적인 첫 단계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그저 용 두 마리가 싸우는 와중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얼떨결에 퀘스트를 달성했으니.


“그리고 그 궁극기. 이건······. 일단 당분간 적응 시스템에 적용시키지는 못하겠네요.”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지은은 의외라는 듯 내게 물었다.


“이유가 안 궁금해요?”


아무리 내가 지금 돈에 급해 이 일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바보는 아니다.


“만약에 말이죠. 내가 최초로 요리 궁극기를 얻은 캐릭터를 쓰고 있는 거라면······. 그리고 그걸 바로 훈련 프로그램에 넣으면 다른 사람이 궁극기를 살펴볼테고 요리 궁극기를 가진 내가 그······, 뭐라고 말해야 하지. 사람을 흉내 내는 AI? 아니면 진짜 갇혀버린 사람?”

“일단 미귀환자라고 통칭하죠.”

“흠. 뭐, 어쨌든. 그 미귀환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거 아닙니까?”

“음······.”

“서로 간의 캐릭터 정보는 비밀로 하는 것이 규칙이라면서요.”

“네. 그건 그렇죠.”


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 비밀로 한다고 해도, 이들은 다 알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 비밀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지켜진다는 보장이 있나?


“저기······.”

“네?”


나는 내가 가진 의문을 솔직하게 물었다.

김지은은 예상 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분명 저희는 알고 있죠.”

“그러니까요. 그 비밀 유지라는 게 솔직히 말해서 크게 막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물론 여러분 같은 플레이어와 저희 중 하나가 내통을 한다면? 분명 그런 위험은 있겠죠.”

“그러니까요.”

“그래서 캐릭터의 정보는 담당 몇 명만 먼저 알게 됩니다.”

“담당?”

“처음 면접, 그리고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던 연구진과, 저, 그리고 저 위의 상관. 지금 알고 있는 사람은······. 단 다섯이군요.”

“그럼······.”

“만약 차후에 정보가 빠져나갔다, 뭐 이런 일이 적발되면 저희부터 엄중한 조치를 받게 되겠죠.”

“엄중한 조치?”


그러나 그 엄중한 조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 비밀이 빠져나갔을 때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는 예상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마을에 도달은 하셨나요?”

“아니요. 이미 지도도 거의 백지상태고. 그래서 그냥 일단 기억에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죠.”

“그래서요?”


잠깐 나는 대답을 멈췄다.

정말로 이들은 게임 속에서 일어난 일을 아예 알지 못하는 것인가.

나, 그러니까 나 같은 플레이어들의 증언이 아니라면.


알면서도 나를 시험해보기 위해?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숨기고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사실, 딱히 뭘 숨길 것이 있지도 않았으니까.


어차피 저들은 내가 요리 50 스킬레벨을 통해 궁극기를 얻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그 내용을 말했고, 나중에 그게 어떤 식으로든 퍼져나갈 것이다.

다른 이의 증언 같은 것으로.

그리고 실제로 나는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만난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내려가면서 만난 야생동물 형의 몬스터들 뿐.

심지어 선공형 몹도 아니었는지라 전투 따위도 없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것이 분명 예전에는 마을, 그것도 제법 규모가 있었을 마을이었을 폐허였던 것이다.


김지은은 예전 버전의 지도를 가지고 왔다.


“그러니까 여기는······.”


나는 그 마을의 이름을 보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아, 타르민 마을.”

“가본 적 있나요?”

“아니요. 그저 지나쳤던 것 같은데. 여기가 그러니까······. 들어가는 데 조건이 있었을 걸요?”


다시 뭔가를 검색하는 김지은.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요. 먼저 입장 퀘스트가 필요했군요.”

“그렇죠. 당연히 뭘 잡아오라, 뭐 이런 거여서 나는 못 들어갔을 테고.”

“동굴 정화.”

“동굴에 몬스터를 잡아오라는 거죠?”

“그렇겠죠?”

“이제는 필요가 없네. 그 동굴은 남아 있으려나.”

“확인해주시면 되겠네요.”

“저기······, 전투 스킬은 여전히 없거든요?”

“어차피 여기에서 쉬시다 가면 그곳 시간으로는 재사용 시간이 돌아왔을 텐데요.”

“아니, 대상 하나를 상대로 하는 건데.”

“용을 잡았을 때 장비들을 얻지 않았나요?”

“얻었죠. 쓸 수가 없어서 그렇지. 감정사의 아이템이 필요하다고요.”

“아. 그래도 뭐 확인이라도 해 주세요.”

“아니 죽으면 스킬 포인트가 감소되는데······.”

“스킬 포인트일 뿐이잖아요. 그리고 이건 부탁이 아니라 업무 지시입니다.”


업무지시. 그렇다. 나는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상관이 까라면 까야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은은 앞에 놓여있던 컴퓨터를 들고 이제 방을 나가려 했다. 그때 내가 물었다.


“아, 혹시······.”

“네?”

“정말로 NPC와 그······ 미귀환자? 그러니까 플레이어들이요. 겉으로는 구분할 방법이 없나요? 아, 뭐 물론 장비 수준을 보고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뭐, 다른 시스템 적으로······.”

“없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어요.”

“네? 음······.”


뭔가 말하려다가 나는 잠깐 참았다. 나는 아직 그녀에게 내가 상대의 우호도를 예전처럼 어느 정도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사실 시스템 적인 기능인 줄 알았다.

즉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 동안 얻은 특수 스킬 같은 것.

그런데 그녀는 그런 것을 모르는 눈치다.

정말 모를까?


“뭐 다른 특별한 것이 있나요?”

“아니, 그게······. 아직 뭐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좀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해야 되나 싶고.”

“적응 훈련 기간에 타인을 만났을 때 해야 될 멘트들은 다 정해드리지 않았나요?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식사하시죠. 10시간이나 게임 안에 있으셨으니. 피곤하시면 좀 쉬셔도 되고요. 내일 다시 업무 시작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김지은이 방을 나갔다.

이어 간호사 복장의 여자가 들어오고 내 맥박 따위를 체크하더니 다 됐다며 나가란다.

그때 들리는 꼬르륵.


순간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게임 안에서 나는 맛을 느꼈고, 심지어 배부름까지 느꼈었기 때문이다.

진짜 세상에서는 10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었는데.


그때 문득 간호사의 몸에 살짝 주황색의 테두리가 보였다.

게임 안에만 있어서 헛것을 봤나.

왜냐하면 그 테두리는 신기루처럼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나가고 나는 눈을 비비고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괜히 옛날에 게임 접속 시간 제한을 한 게 아니었어······.”





배가 고프니 먹어야 하니까 일단 식당으로 갔다.

온통 흰 배경에 사람 하나 잘 만나기 힘든 을씨년스러운 이 복도는 마치 내가 정신병원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그렇게 식당으로 진입하는데 처음 보는 여자가 보인다.

나와 같은 트레이닝 복.

그렇다면 저 여자도 나와 같은 플레이어다.


그 여자도 내 인기척을 알아차리고 나를 잠깐 보더니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아니, 그렇게 대놓고 싫어할 표정을 지을 것까지야.


일단 나는 슬쩍 고개를 숙여 가벼운 인사를 하고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배식대로 향했다.

역시나 음식은 영양 만점의 망할 샐러드와 건강빵, 그리고 수프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이 망할 급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다.

불현 듯 게임 안에서 먹었던 그 용고기 구이의 맛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최고급 쇠고기 같은 풍부한 육즙.

잘 그을린 훈연의 향.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뜨거움과 안에서 감도는 전혀 느끼하지 않은 부드러운 기름맛.


아, 고기 구워먹고 싶다.

차라리 게임 안으로 들어가서 내 레시피로 요리를 먹는 게 낫겠다.


그런 망상을 할 때, 배식대를 통해 나온 급식은 망상 속의 나를 다시 현실로 잡아끌었다.


급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아 급식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게 진짜 내가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음식인데.


맛은 별로였지만, 배가 고프니 그것도 금방 비워진다.

음식을 다 먹고 급식판을 반환하고 가려는데 마침 그 여자도 내 앞에서 급식판을 반환하고 있었다.


절로 맡아지는 그녀의 향기.

나도 모르게 나는 내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퀴퀴하구나.


여자가 몸을 돌리자 나는 황급히 팔을 내렸다.

가까이서 보니 심지어 예쁘다.

아니, 저런 여자가 무슨 돈이 급해서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여자는 급식판을 다 반환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


“뭘 봐요?”

“예? 아니, 저도 그 급식판을 반환을 하려고······.”


여자는 수프를 다 먹지 않고 남겨둔 상태.

그녀는 나를 쳐다보더니 비키라고 한다.

네가 옆으로 돌아가면 되잖아.

그런데 여자는 무대포로 내게 돌진. 그리고 접촉사고가 일어나버렸다.

물론 두 사람이 포개진다는 그런 드라마속 이야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식판에 남아있던 수프 대부분이 그녀의 옷 쪽으로 튀었을 뿐이다.


“앗 뜨거!”


그렇게 오버할 정도로 뜨거운가?

그러나 여자는 어느새 자켓을 벗었다.

그리고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본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도 어이가 없어 그녀를 쳐다보는데 그녀는 불쑥 자켓을 내게 내민다.


“뭔데요?”

“아, 그쪽 때문에 수프를 쏟았잖아!”


맙소사. 보통 미친 또라이가 아니구나.

나는 진짜 어이가 없어 뭘 해야 할지, 뭐라 대꾸해야 할지 가만히 있는 와중에 그녀가 냅다 내 급식판을 뺏어버린다.

그리고 비어있는 손에 자켓을 구겨 넣었다.


“아니 지금 뭐하자는······.”


뭐지? 자켓만 들어온 것이 아니다.

분명 여자는 자켓으로 자신의 손을 숨겼다. 그리고 그 손은 내게 구겨진 종이 같은 것을 넘겼다.


여자의 표정을 살폈다.

순간의 간절함이 보인다. 왜?

하지만 나는 일단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뭐하자는 건데요!”


목소리를 높이며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수프 쏟았으니까! 그쪽 때문에! 아, 빨리 화장실에 가서 닦아 와요!”

“미쳤나, 이 여자가.”






나는 그 종이를 움켜쥔 후에 그녀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자켓을 그녀에게 넘겼다.

그리고 재빨리 작은 종이를 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야 이 정신 나간 여자야. 식판 대신 개념을 짬통에 넣었어? 어! 아, 진짜 재수 없을 라니까.”


그러면서 더 상대하기 싫다는 듯 재빨리 몸을 돌렸다.

여자는 씩씩대며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그 소리가 정말로 미쳐서, 화가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의문의 그 여자를 뒤로 하고 괜히 내 자켓을 살피며 일단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종이를 펼쳐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저 수프가 약간 튄 곳을 닦는 시늉만 했다.

어쩌면 화장실 안에도 감시카메라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제일 안전한 건 이불 속이다.


그 생각을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미친 여자라고 투덜투덜 대면서 이불 안으로 바로 들어왔다.


“아, 왜 이렇게 눈이 부셔. 불끄기도 귀찮네.”


그렇게 누구 들으라고 말을 하며 일단 이불을 머리끝까지 확 덮었다.

조심스럽게 종이를 주머니에서 꺼낸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빛이 통하게 이불을 살짝 연 다음 종이에 써진 글을 읽었다.


바깥이었다면 여자의 전화번호 따위를 기대했겠지.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 모든 것을 다 말하지 마세요.


종이에 써진 것은 이게 다다.

좀 어이가 없었다.

겨우 이거?

겨우 이걸 말하려고 그 같잖은 연극까지 했던가?


나는 오히려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오늘 김지은에게 내가 게임 안에서 상대의 우호도 따위를 가늠할 수 있는 테두리를 볼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에 갑자기 이런 종이가?

설마 이거 날 시험하는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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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복귀 (1) 24.01.24 208 7 13쪽
13 이상한 티파티 (2) 24.01.23 228 7 10쪽
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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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의 기적 24.01.20 243 7 13쪽
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5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60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4 7 12쪽
6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5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3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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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5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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