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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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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396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1.21 07:00
조회
254
추천
7
글자
12쪽

첫번째 요리

DUMMY

부웅, 소리를 내며 아래로 힘차게 떨어지는 도끼의 머리는 새끼용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 앞의 커다란 안심 구이 덩어리를 향해 도끼를 내려찍었던 것이다.

마치 나무를 베듯, 몇 번의 도끼질로 몇 덩이의 고기조각들을 분리시켰다.


그 고기 조각들을 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새끼 용 앞으로 다가갔다.

용고기 안심구이에는 분명 체력회복 효과가 있다.

플레이어인 내 요리를 그저 몬스터인 이 용들이 먹을 수 있냐고?

그건 분명 가능하다.


이미 그건 옛날 버전에서도 구현되어 있던 기능이니까.

말하자면 중립 동물에게는 음식을 줄 수 있었다.

다만 적대 몬스터에게는 그게 음식이 아니라 미끼라는 것이 달랐고, 그렇기에 효과나 버프까지 적용될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일단 음식을 좀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분리된 고기구이 조각들을 천천히 새끼용 앞에 내밀었다.

힘겹게 혀를 내밀어 고기를 핥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벌리는 새끼용.

나도 손이 물리지 않게, 살짝 아래턱 쪽으로 고기를 던지듯 넣었다.


고기가 들어가자 조심스럽게 씹어보는 녀석.

촵, 촵, 소리를 내며 먹기 시작했다.

어느새 다 먹었는지 나를 보며 다시 입을 벌린다. 그리고 나는 고기 조각을 또 넣었고.


잘 받아먹는 꼴이 꼭 강아지 같다.

그렇게 어느새 내가 자른 고기를 다 먹은 녀석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본다.

더 먹고 싶구나.


그래서 나는 다시 도끼로 고기를 잘라냈다.

또 고기를 녀석에게 건네주고, 녀석은 먹고. 그러는 사이에 어미 용은 울음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맨 처음의 그 위협하는 소리는 분명 아니었다.


코끼리 크기 정도 되는 고깃덩이 중에서 거의 3분의 1을 먹어치운 녀석.

한눈에 봐도 녀석의 눈에 생기가 조금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움직임도 조금 빨라졌다.

혹시 나를 먹으려고 공격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녀석은 고개를 슬쩍 들더니 어미를 보고 울음소리를 낸다.

어미는 푸흑, 하는 콧김과 함께 새끼를 잠깐 보았다가 다시 머리를 땅에 떨궜다.


다 들기에는 아직도 크고 무거운 고깃덩어리.

심지어 이건 이유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아이템 아이콘으로 변환시켜 인벤토리로 넣을 수도 없었다.

결국 내가 직접 날라야 한다.

누구에게?

어미 용 앞에.


나는 두르고 있던 가죽 망토를 벗었다.

그것을 앞에 펼쳐놓고, 다시 고깃덩이를 향해 힘차게 도끼질을 했다.

그렇게 몇 덩이를 자른 후에 망토 위에 놓고, 그걸 보자기마냥 싼 후에 조심스럽게 어미 앞으로 다가갔다.


내 기척을 느낀 어미 용이 게슴츠레 눈을 뜨며 다시 한 번 그르릉, 소리를 낸다.

그러나 더 이상의 위협은 없다. 어차피 힘이 들고, 움직이지도 못할 테니까.


앞에 망토를 펼친다. 그 위에 있는 고기 냄새를 맡은 어미 용이 킁킁거렸다.

나는 한발 짝 물러났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고깃덩이 한 점을 입에 넣는 어미 용.

그리고 한 점, 또 한 점. 순식간에 고기를 다 먹었다.

나는 어미 용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세를 낮춘 후 망토를 잡고 고깃덩이 쪽으로 몇 번의 눈짓을 보냈다.


과연 어미 용은 내 의도를 알아차린 듯 위협하는 소리를 내지 않고 그저 킁, 하는 콧김 한 번만 내쉬었다.


나는 그렇게 이번에는 어미 용을 위해 고기를 자르고 나르기를 반복했다.

과연 이 음식의 효과가 용에게도 적용되는 듯, 녀석 역시 점차 기력을 회복하는 것이 보였다.


“아, 진짜. 일반 서버 버전이었으면 녀석들이 지금 적대상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가 있는데······.”


나는 약간 아쉬운 마음에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일반 서버의 경우는 상태창을 겨고 상대를 주시하면 상대의 몸에 일종의 테두리가 잠깐 생긴다.

붉은색 테두리는 적. 노란색 테두리는 중립. 흰색 테두리는 사냥 불가 NPC.

그러나 RP서버 버전을 기초로 한 이 세계에서는 그런 것을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지금 내가 관찰하는 대로, 내 생각과 느낌대로 판단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나의 판단은, 녀석들이 나를 그렇게 적대하거나 공격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고기는 이미 다 먹어치운 녀석들.


“부족한가?”


인벤토리를 열어 수집했던 용 날고기 숫자를 확인한다.

바닥에 떨어졌던 그 날고기들의 크기도 수집하기 전에는 거의 내 몸통만한 크기였다.


“음······, 이걸······.”


처음에는 새로 얻은 레시피인 용고기 안심구이를 한번 시도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요구 재료가 아니다.

용 안심고기라는 별도의 재료가 필요하다.

지금 내가 가진 고기는 그냥 용 날고기.

마땅한 레시피가 없다.


에이. 설마······.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자연스럽게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나무들. 그리고 그 주변에 떨어진 굵은 나뭇가지들.


일단 인페르노 드래곤의 열기 때문에 눈이 증발한 곳의 마른 땅 위에 나뭇가지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타지 않은 나뭇가지 하나를 가지고 불길 앞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불길 끝에 닿게 했다.

불붙은 나무를 바로 장작을 모은 곳으로 옮겨 불을 붙인다.

불은 잘 붙는다.

기다릴 필요도 없이 활활.

그게 캠핑 스킬의 큰 모닥불 만들기 스킬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내 팔뚝 정도로 굵은 나뭇가지 몇 개를 가져와서 먼저 네 개를 불가 양쪽에 X자로 교차시켜 세우고 고정시켰다.

이어 남은 굵은 나뭇가지 끝을 요리용 칼을 이용해 뾰족하게 깎았다.

내가 하면서도 조금 놀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원래 이 게임에서의 플레이어가 하는 요리라는 건 그저 재료만 모아놓고 레시피 활성화 후에 손을 비비면 탄생하는, 일종의 마법 스킬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진짜 요리(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어쨌든)를 하고 있었다.


간단하지만, 절대 맛이 없을 수 없는 요리.


용 날고기 몇 개를 눈 위에 놓고 소금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뿌린다.

그리고 후추도 있으니 후추도 미리 약간.


다음 그 고기들을 하나씩 끝을 뾰족하게 깎은 꽂이에 끼워 넣는다.

그리고 그걸 불 위에 올리는 거다.

그렇게 용고기 꼬치구이를 만들게 된 나.


용고기에 서려있는 풍부한 지방이 불에 타는 고기의 겉면에서 지글거리는 소리를 낸다.

기름이 아래로 뚝뚝 떨어질 때마다 확, 하고 타오르는 불길.


약간의 비릿한 지방과 코끝을 불쾌하게 만드는 용의 피 냄새는 질 좋은 나무장작의 불길과 연기에 묻히고, 곧 식욕을 자극하는 풍미의 훈연향이 산마루 분지로 퍼져나갔다.


한 면이 고기 주인 놈의 피부 같았던 검은 흔적을 내며 잘 탄 것을 확인한 나는 꽂이를 굴려 불에 닿는 면을 바꿨다.


그리고 그 위로 다시 한 번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뿌린다.

여전히 뚝뚝 떨어지는 기름과 반대로 위로 수증기처럼 퍼져나가는 훈연향은 이제 곧 음식이 완성될 것임을 알렸다.


“와, 진짜. 배고픔까지 느끼나······.”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다. 웃기게도, 어느새 내 근처로 다가온 새끼 용도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으로 고기를 보면서 살짝살짝 혀를 내밀어 입을 다시고 있었다.


칼을 꺼내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베어 입에 넣었다.


뜨겁지만, 깊게 퍼지는 육즙과 훈제향, 그리고 풍부하고 탄력 있는 고기의 질감!

적절하게 간이 된 고기와 그 위에서 은은하게 풍겨져 나오는 후추의 맛!


“와, 씨발. 쩌는데 이거······.”


나도 모르게 겨우 그 한 점을 먹고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나는 얼른 작은 나뭇가지 몇 개를 모아 주위의 눈으로 겉면을 씻은 다음, 임시로 고기를 놓아둘 곳을 만들었다.


다시 망토를 아래에 펼쳐놓고, 다 구워진 꼬치구이를 그 위에 놓았다.

뜨겁기에 조심해서 꽂이에서 다시 하나씩 고기를 빼고, 내가 먹을 것은 방금 내가 만든 임시 선반 위에 놓았다.

그리고 세 덩이 정도를 새끼 용 앞에 두었다.

나머지 덩이는 어미의 것.

망토로 싼 고기를 어미 앞에 가져다 놓자, 어미 역시 고기의 냄새를 킁킁 맡더니 눈이 슬그머니 크게 떠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 앉아, 내가 만든 꼬치구이 고기를 먹었다.

내 것을 다 먹고 난 뒤, 나는 한 번 더 남은 재료를 사용해 꼬치구이를 만들고 그것을 용들과 나눠 먹었다.


배가 부르다. 얼른 상태창을 확인해보니 포만감 수치가 100에 가까워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들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마치 더 없냐고 묻는 것처럼 나를 쳐다본다.


“야, 너희들은 그렇게 먹고도 배가 아직 안 부르냐? 포만감 최대 한계가 다른가보네. 아, 그래. 좋다, 좋아. 더 만들어 줄게.”


남은 고기도 다 꺼내 늘어놓고, 꽂이에 꽂았다.

그런데 한 쪽에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무슨 온천도 아닌 것이 부글거리는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건······. 아!”


그 끓는 물웅덩이의 정체는 바로 스노우 드래곤이 뿜어냈던 스노우 브레스를 인페르노 드래곤이 어렵지 않게 털어버렸을 때, 놈의 몸에서 떨어진 끓는 물이었다.

그리고 마침 그곳에 오목하게 파인 바위가 있어 그곳에 웅덩이처럼 고인 것이었다.


아직도 부글대며 끓고 있는 물. 연기까지 피시식 피어오르는 것이 뭔가를 끓여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잠깐.”


나는 얼른 레시피를 확인했다.

용뼈 사골탕.


필요 재료 : 끓는 물, 허브, 후추, 소금, 용의 뼈.


재료가 다 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얼른 내가 수집했던 용뼈 일부를 꺼내 물 안에 넣었다.

그리고 허브, 후추, 소금도 같이 그냥 넣었다.

이건 내가 간을 볼 필요도 없다.

레시피가 존재하는 음식이니까.


그냥 레시피 재료 투입을 확인했으면, 음식 제작 스킬 활성화를 누른다.

그리고 재료들을 보면서 손을 점점 비비면······.


단순히 끓는 물이었던 그것은 어느새 훌륭한 사골국으로 변했다.

그것도 천연 바위로 된 뚝배기 안에 담긴 채로.


작은 숟가락을 꺼내 딱 한 번만 맛을 본다. 설마 한 숟가락 먹는다고 포만감이 수치를 넘어 디버프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와.

끝내준다.

잘 끓인 설렁탕 맛이 나네?


나는 새끼용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짓했다.

녀석은 내 뜻을 알고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국물에서 퍼지는 향을 맡은 것인지 이번에도 코를 킁킁거린다.


그렇게 새끼용이 다가오자 나는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녀석이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뜨거운 물에 혀를 댄다.

처음에는 너무 뜨거워서 움찔하면서 나를 휙 바라보는 바람에 갑자기 화가 나서 나를 공격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다시 시도했다.

영리하게도 옆에 있는 눈에 혀를 집어넣은 다음, 날름거리며 사골국을 마셨다.

그리고 뜨거우면 다시 눈에 혀를 집어넣고 먹기를 반복했다.


어느 정도 먹자 녀석이 갑자기 내 반대편으로 브레스를 훅, 한 번 뿜었다.

스노우 브레스.

설마, 마시는 동안 마력 회복 효과가 적용된 건가?


그것을 보던 어미도 커다란 몸을 천천히 움직여 나와 새끼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남은 국을 다 마시기 시작했다.

무려 바위 표면에 남은 국물도 혀를 이용해 깨끗하게 핥아먹었다.


다 먹고 만족감을 보이는 어미 용.

어미 용 역시 가볍게 나의 반대편으로 브레스를 훅, 한 번 뿜어낸다.


그걸 보고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공격하려 했으면 나를 보고 바로 브레스를 뿜었을 테니까.

아니면 뭐······, 나 정도는 브레스 필요 없이 디저트로 한입꺼리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다시 슬그머니 녀석들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어미 용은 나를 한 번 슬쩍 내려 보고는 원래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다만 새끼용은 내 옆에서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며 쳐다본다.

그러다가 갑자기 입을 쩍 벌리는 녀석.


어이, 어이. 정말 날 먹고 싶은 거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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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정화(2) 24.01.29 165 7 13쪽
20 정화(1) 24.01.28 167 7 12쪽
19 졸지에 첫 하드모드 (2) 24.01.27 171 5 14쪽
18 졸지에 첫 하드모드 (1) 24.01.26 179 6 13쪽
17 거지 한스(2) +1 24.01.26 193 8 12쪽
16 거지 한스(1) 24.01.25 210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13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06 7 13쪽
13 이상한 티파티 (2) 24.01.23 226 7 10쪽
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8 8 12쪽
» 첫번째 요리 24.01.21 25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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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4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59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3 7 12쪽
6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3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2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6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27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3 5 16쪽
1 프롤로그 24.01.14 506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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