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406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2.01 07:00
조회
157
추천
4
글자
12쪽

평판의 힘 (1)

DUMMY

실컷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우리는 눈 앞에 벌어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을 중심에서 우뚝 솟아났던 나무는 그 밤사이에 더 거대해졌고, 심지어 엄청 나게 굴고, 그리고 많이 빠져나온 나무의 아래 부분에 마치 그곳에 들어가 살라는 것처럼 사람이 살 수 있는 집과 같은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와 한스는 서로를 보며 똑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시스템.”


그리고 나무는 이제 저 멀리에서도 한눈에 보일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나는 한스에게 말했다.


“야, 이거 너무 눈에 띄겠는데.”

“그렇네.”

“집을 다시 지을 게 아니라, 무너진 집터에서 자재들을 조달해서 벽이라도 먼저 지어야겠어. 이 마을을 지키려면.”

“음······. 마을의 경계가······.”

“잘 생각해봐. 어제 그 스크롤의 문구. 영생을 가져다줄 묘목.”

“묘목이면 저 나무겠지?”

“그래. 그리고 경계라면 당연히 나무가 뻗은 범위까지겠지.”

“그 범위가 딱, 옛 마을 둘레 정도 되겠네. 생각보다 보수는 쉽겠어. 아직 부분 부분마다 벽이 남아있으니까. 뭐 이참에 좀 더 튼튼하게, 작은 성벽 정도로 짓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 사람······, 들을 데리고?”

“하하. 아직도 어색한가봐.”

“당연하지.”

“어차피 유저들은 이 경계 안으로 들어오면 마을 사람들을 해코지하지는 못하니까. 문제는 적대적 선공 상태의 몹이나 NPC겠지”

“산적이나 도적단?”

“그래. 분명히 생성 되서 이곳을 올 거야.”

“그렇게 또 퀘스트가 만들어지는 건가.”

“아마도.”

“저들 중 하나가 그 퀘스트를 부여하겠지.”

“그렇겠지. 자기도 그건 모르겠지만. 건축 스킬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건축이라. 큰 도시에서 찾아보지 그래.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있다면서. 아니면······, 삭쑴. 거기는 없어?”

“있겠지. 아니, 있어. 하지만······, 내가 가기가 싫다. 그곳은.”

“그럼 내가 가지.”

“네가?”

“뭐, 어차피 계획은 남쪽으로 여행하는 거였으니까. 잠깐 갔다가 데려오면 되겠지. 보수는 당연히 네가 지불해야 되고.”

“음. 그것도 좋기는 한데······.”

“얼마나 걸릴까?”

“한······, 이틀?”

“곧바로 가지는 않고 중간 중간 쉬었다 갈 테니 좀 더 걸리겠네.”

“하하. 나 같은 녀석을 만나 또 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까?”


사실 그 사이에 한 번 로그 아웃을 하면 이곳 시간으로 거의 2, 3일은 지나기에 한 말이었지만 한스는 그렇게 이해하는 듯 했다.


“그 다음에는?”

“그 다음?”

“그러니까 삭쑴에서 이곳으로 온 다음에. 마을이 어느 정도 재건되면······.”

“아마 그 전에 나는 떠나지 않을까. 건축가를 데리고 온 다음에.”

“그래······.”


말끝을 흐리는 한스를 보니 내 기분이 엿 같다.

왜냐하면.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거지 남자였으니까. 그것도 좀 나이가 있어 보이는.

그런데 원래 세상에서 여자였다는 것을 안 후로 말투나 동작 따위가 어쩐지 전부 좀 여성스럽게 보인다.

저 몰골. 저 얼굴을 하고.

젠장할 선입견.


시간을 계산한 나는 적어도 여기서 하루 정도는 더 머무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은 바깥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이들에게 그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것이다.


다만 이제 살아난 NPC들이 살 수 있는 집을 순식간에 얻은 것은 좋지만, 사방이 너무 트여 있어 방어에도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오늘 안에 최소한 기초적인 망루나, 방벽 정도는 세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최소한의 방어는 하는 걸 보고 남쪽으로 가야겠군. 아니면 서쪽으로 가던가. 어디가 더 가까워?”

“삭쑴이 더 가깝지. 아무래도.”

“근데······, 방어물을 짓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하나?”

“하하. 그건 저들도 할 수 있을 거야. 스킬을 가진 건축가 플레이처럼 순식간에 짓지는 못하겠지만.”

“좋아. 그럼 너와 나는 오늘 마을 경계를 지키는 것으로 하고, 저들에게는 최소한의 벽 정도는 만들게 하자고.”

“그래.”


무너진 집터에서 벽돌과 나무 따위를 나르며 집 가까운 곳에 벽을 짓고 망루를 짓는 사람들을 땅으로 툭 튀어나온 나무뿌리 위에 앉아 지켜보았다.

저들은 우리처럼 뭔가를 당장 만들지 못했다.

진짜 사람들처럼, 재료를 직접 옮기고 쌓고 조립해야 했다.


그런 그들을 자세히 살피니 모두 초록색 테두리다.

사실 이제는 따로 상태창을 열 필요조차 없다. 그저 내가 보고자 하면 보였으니까.

어쨌든 그들은 모두 내게 아주 우호적이다.

어제의 그 요리가 평판을 올리는데 큰 역할도 했겠지.


그런데 다른 이에게도 그 테두리가 보여 나를 조금 심란하게 만들었다.

한스에게도 초록색 테두리가 보였던 것이다.


과거 파티를 맺거나 친구 등록이 된 관계가 아니라면 모든 유저는 보통 노란색 테두리로 표시되었다.

그 실제 관계에 상관없이.

하지만 한스는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했다.


저 한스는, 사실 플레이어인 척 하는 NPC가 아닐까?

뭐, 그것도 대도시를 가서 많은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될 일이다.


“젠장. 그때는 너무 당황해가지고.”


나는 하데스의 화신과 그 뒤에 나타난 남자를 지금처럼 살펴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래도 약간의 실마리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그래. 나무를 봤겠지.

그런데. 정말 사람들인가?


멀리 있지만 그들도 자세히 살폈다.

어렴풋이 보인다. 붉은 테두리가.


“어이! 한스!”


내 부름에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던 한스가 달려왔다.


“왜?”

“저기.”


나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자들을 가리켰다.


“음? 뭐야. 사람들이 여길 보고 오는 거군.”

“그냥 사람들이 아니야.”

“뭐?”

“도적떼지.”

“아니, 그걸 이 먼 거리에서 어떻게 알아?”


딱히 설명할 수가 없었기에 그냥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뭐가 당연해. 그냥 지나가는 NPC일수도 있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놈들은 점점 속도를 내더니 달려오기 시작했다. 무기를 치켜들고.


“다시 말해봐. 뭐? 지나가는 NPC?”

“음······.”


나는 미리 만들어둔 더럽게 맛없는 포자맛 음료를 마신 뒤에 인벤토리에서 활을 꺼내 들었다.

아수스의 활을 본 한스의 눈이 커졌다.


“그건 또 뭐야?”

“어제 감정 완료한 것.”

“등급은?”

“유물.”


그리고 화살 없이 활을 당기는 나를 보고 한스는 화살, 까지만 말했다가 말을 멈췄다.

불의 화살이 생겨난 것을 봤기 때문이다.


“야, 그런데 너 궁술 스킬 있어?”

“아니. 하지만 잠깐 동안은 생길 거야.”

“뭐?”


마법부여로 얻은 스킬, <궁신 강림>을 발동시켰다.

추가로 얻는 스킬은 없지만, 30레벨 포인트를 투자한 만큼의 데미지 증폭이 있으니 충분할 것이다.

더구나 이 활은 광역이니까.


활시위를 놓자 불의 화살은 녀석들을 향해 날아갔다. 워낙 멀리에 있어서인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의 명중률 보정은 그리 높지 않기에 땅에 떨어진 화살은 연기를 내며 힘없이 사라졌다.


약간 실망하는 듯한 한스. 달려오는 녀석들도 더 기세등등하게 달려온다.

하지만 상관없다.

가까이 와서 한 방만 맞으면 그만이다.


침착하게, 천천히, 확실하게 활시위를 당긴다.

그리고 다시 날아가는 불의 화살은 마침내 한 놈을 향해 날아갔다.

놈은 화살을 보고 방패를 들었다.

그런데 그게 조잡한 방패로 막아지겠냐.


방패에 맞은 화살은 폭음을 내며 그 자리에서 폭발했고, 녀석의 조잡한 나무 방패는 박살이 났다.

그리고 주위로도 번진 폭발 데미지. 맞은 놈을 중심으로 서너 놈이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좋아.”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를 보고 놀라는 한스.

그것은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미 한 번 발동이 걸려버린 놈들이 당장 도망칠 리는 없다.

한스도 놈들이 더 접근하면 싸움에 나서려고 준비 중이었다.


다른 한 발은 빗나갔고 네 녀석이 벌써 매우 가까이 왔다. 그리고 방패를 들고 있던 녀석의 주위에 있던 놈들도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한스! 준비해!”


그렇게 말한 나는 제일 앞에 있는 녀석에게 활을 쐈다.

이번에도 방패를 들어 방어하는 녀석이었지만 역시나 방패는 박살이 났고, 또한 주위의 놈들도 휘청거림과 함께 짧은 실명까지 걸렸다.

그런 무방비 대상을 한스가 매우 능숙한 움직임으로 한 놈씩 턱을 후려쳤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건 또 궁극기가 아니란다.

위급 탈출이라는, 데미지는 매우 낮지만 상대를 잠깐 동안 기절시킬 수 있는 스턴기이자 긴급 탈출기라는 것이다.


그렇게 네 놈을 순식간에 정리한 한스가 살짝 뒤로 물러나고, 나는 다가오는 세 놈을 향해 다시 활을 쏴서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물론 앞이 보이지 않는 녀석들은 한스의 공격에 모두 기절상태로 쓰러졌다.

그런 녀석들을 한스가 능숙하게 주머니를 뒤지고 다녔다.


“야, 넌 거지냐, 아니면 소매치기냐? 소매치기 스킬도 있는 거 아니야?”


난 반 농담으로 그렇게 물었고 한스는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소매치기가 아니라 동전줍기라고.”


그때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지하신전에서 나올 때 입고 있었던 드라우그의 갑옷과 무기들을 들고 우르르 몰려왔다.


“다 끝났어.”


한스가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 중 몇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굵은 밧줄을 가지고 와서 그들을 굴비 엮듯 하나씩 묶은 뒤에 그걸 또 줄줄이 연결시키기 시작했다.

NPC가 저런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조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한스가 원래 여자였다는 걸 듣고는, 사실 여자이기에 좀 더 감정적이고 동정적인 게 아니었을까 하는 선입견에 잡힌 생각을 했지만, 저런 모습을 보니 또 헷갈릴 만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느 정도 수긍하며 같이 살아갈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녀석들을 살펴보니 이제는 붉은색이 아니라 주황색으로 변했다.

적대적이지만,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하여간 그 상황을 반영한 것이려나.


사람들은 그들을 끌고 가서 벽을 만들기 위해 미리 옮겨 쌓아놓은 돌무더기 앞에 던져놓았다.

그 중 내 화살을 직격으로 맞은, 뭐 방패로 막기는 했지만, 어쨌든 폭발 데미지를 바로 맞은 두 놈은 상당히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혹시 붕대 같은 것 있냐?”


한스에게 물으니 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들 좀 치료해야겠다.”

“뭐? 왜?”

“야. 넌 NPC들 보고 같이 산 사람들이라며 구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아무리 도적놈들이지만 그냥 죽어가는 걸 놔두고 있자는 거냐?”

“아니, 그건······.”

“아, 사실 나도 저것들이 죽으나 사나 딱히 상관은 없는데. 좀······, 생각이 있어서 그래.”

“생각?”

“어. 마침 어제 다 쓰지 못한 음식 재료도 있고.”


한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갸웃거리면서도 한 여자를 불러 붕대를 주며 치료를 부탁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붕대로 내가 지정한 두 놈을 제법 능숙하게 치료했다.


“혹시 치료사?”

“약초사지. 뭐, 치료사기도 하고.”

“아, 그렇군.”

“그런데 이제 뭘 할 건데?”

“평판 작업 좀 하려고.”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저것들이 깨어나면 뭐······, 그때 알게 될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평판의 힘 (2) 24.02.02 147 5 13쪽
» 평판의 힘 (1) +1 24.02.01 158 4 12쪽
23 선입견 24.01.31 159 5 14쪽
22 쿠키와 솜사탕 +1 24.01.30 169 6 13쪽
21 정화(2) 24.01.29 165 7 13쪽
20 정화(1) 24.01.28 167 7 12쪽
19 졸지에 첫 하드모드 (2) 24.01.27 171 5 14쪽
18 졸지에 첫 하드모드 (1) 24.01.26 179 6 13쪽
17 거지 한스(2) +1 24.01.26 193 8 12쪽
16 거지 한스(1) 24.01.25 210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13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06 7 13쪽
13 이상한 티파티 (2) 24.01.23 226 7 10쪽
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8 8 12쪽
11 첫번째 요리 24.01.21 255 7 12쪽
10 1%의 기적 24.01.20 242 7 13쪽
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4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59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4 7 12쪽
6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4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3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7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28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4 5 16쪽
1 프롤로그 24.01.14 508 6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