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383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1.18 07:00
조회
258
추천
7
글자
12쪽

적응 교육 (2)

DUMMY

식사를 마치고 약간의 휴식시간 후에, 마침내 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튜토리얼 기계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곳에는 김지은이 이미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fccc5f12ea3a41939c8b6f4935e1af6c (1).png

“컨디션은 어때요?”

“예? 아, 뭐. 그럭 저럭.”

“흠. 일단 건강 체크를 할 겁니다.”

“건강요?”

“네. 오늘은 튜토리얼 기계를 통해 곧바로 적응 훈련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뭐, 다른 건 없어요. 피검사, X레이, 초음파 검사, 그리고 뇌파 검사. 그리고 여기서 먼저 뇌파 검사를 할 거고.”

“뇌파 검사?”


계속 되묻자 김지은이 살짝 짜증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냥 저희 일정에 따라오시면 됩니다.”

“아, 네. 네.”


김지은은 커다란 관처럼 생긴 기계 옆의 조작기를 열심히 조정한 후에 다시 옆의 붉은 레버를 당겼다.

그러자 뚜껑이 천천히 열린다.

그리고 나를 데려온 직원이 어느새 머리에 쓰는 헬멧 같은 것을 들고 왔다.


“일단 그걸 쓰세요. 머리에.”


김지은의 지시에 나는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헬멧을 쓰자 이제는 뚜껑이 열린 관, 아니 기계 안으로 들어가란다.

그래서 들어갔다.


“누우세요.”


그 말에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누웠다.

자리에 눕자 헬멧을 건넨 직원이 손으로 내 헬멧을 만졌다. 그러자 눈을 가리는 덮개가 내려왔다.

그리고 이어 깜빡이는 작은 푸른 불빛. 나는 저절로 눈을 감았다.


“어, 이거 불빛이 깜빡이는데······.”


내 물음에 김지은은 눈 감으면 됩니다, 라고 무미건조한 답을 했다.

이미 감고 있다고. 그런데도 불빛이 깜빡이는 게 계속 느껴진다.

그 와중에 푸식,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어, 어 하는 소리를 내자 역시나 딱딱한 말투의 김지은이 말했다.


“커버 닫습니다. 괜찮아요.”

“네?”

“그리고 안에서 약간의 가스가 나올 겁니다.”

“가, 가스?”

“별 것 아닙니다. 반 수면 상태로 만드는 겁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호흡하시면 됩니다.”


뭐라 항변을 하기도 전에 이미 관 뚜껑이 닫혔다는 것이 느껴진다.

쉬이이이이익.

내부에서 다시 한 번 들리는, 기분 나쁜 소리.

약간 따뜻한 연기가 내 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지만, 계속 숨을 참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이 그 가스를 마셔야 했다.

그렇게 감은 눈을 파고드는 파란 불빛과 가스의 공격을 받으며 나는 꼼짝없이 이 안에 갇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나른함이 느껴졌다.


생각하는 것을 그만둘 만큼.

어느새 눈을 괴롭히던 파란 불빛도 사라지고, 그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산 송장마냥 숨만 쉬는 내가 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보이는 것 같은 빠르게 점멸하는 빨간 불빛이 점점 내 눈 앞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빨간 불빛이 다가올수록 내 나른함도 점점 사라지고 정신이 또렷해졌다.


마침내 그 빨간 불빛도 사라지고 내 귀에 관뚜껑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어쩐지 오한 같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오는 것 같았지만, 단 한 순간만 그런 오싹함을 느꼈을 뿐, 이내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커버가 들려진다.

그리고 들려오는 김지은의 목소리.


“이제 일어나셔도 됩니다.”


그런데 약간 다르다. 분명히 처음 내게 지시하던 목소리와는 어딘가 달랐다.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과연, 심각해 보이는 표정.

뭔가 문제가 있나?

아, 망할. 잘리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데, 그녀도 내 눈길을 느꼈는지 황급히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유심히 보고 있던 모니터에는 복잡한 수치들과 파도를 치는 그래프 따위가 어지럽게 있어 내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저기······, 무슨 문제가 있나요?”

“네? 아니, 아니요. 문제없습니다.”


문제가 없는데 왜 저러지?

그러나 그녀는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했다.


“문제는 없어요. 좋습니다.”


좋은 표정이 아닌데? 그러나 그렇다고 하니 딱히 할 말은 없다.

잘리지 않으면 다행이니까. 그리고 그것 말고는 지금 당장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없으니까.


“일어나실 수 있겠나요?”

“네? 어······.”


살짝 팔에 힘을 줘본다. 첫 번째에는 그 기분 좋은 나른함이 남아있었는지 어딘가 어색했는데, 두 번째는 무리 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팔에 힘이 들어가서 기계로부터 내 힘으로 나올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저희 직원을 따라가서 나머지 검사를 받으시고······. 그러면 오늘 일정은 끝입니다. 그 검사에서 문제가 없으면, 내일부터 바로 적응 훈련을······.”


적응 훈련이라는 말을 하다가 말끝을 흐린다. 그러나 곧 말을 마무리 지었다.


“훈련을 받게 될 겁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헬멧을 벗어 직원을 건네주는 와중에, 다시 한 번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어쩐지 120이라는 약간 큰 글자가 눈에 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그게 좀 중요한 숫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뭘 물어보기도 전에, 직원이 나를 양 몰이 하듯 나를 다른 검사실로 몰아가는 바람에 묻지 못했다.





****




다음날 다시 돌아온 그 방. 관 같은 기계가 있는 방.

이번에는 다른 직원 없이 나와 김지은 뿐이었다.

그리고 이곳으로 와서 헬멧을 받았다는 건, 적어도 내가 이 일을 하지 못할 결격사유가 될만한 문제가 내 몸에 없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 헬멧을 쓰고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기계의 커버가 닫히기 전에 궁금한 것들을 묻고 싶었는데, 김지은은 안에서 설명을 해주겠다고 했다.


어떻게?


그건 곧 알 수 있었다.

어제처럼 눈을 괴롭히는 푸른 불빛을 보며 가스를 마시고, 나른함에 빠져드는데 어제와는 다른 것이 나타났다.

푸른 불빛은 이내 점차 훨씬 더 눈부시게(이미 눈을 감고 있는 중인데도!) 발광하다가 마침내 하얗게 변하고, 뒤이어 나는 질식할 것만 같은 온통 하얀 공간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만 마치 그 공간 안에 내 눈알만 떠있는 것처럼, 나는 내 손과 발, 팔과 다리를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때 김지은의 목소리가 들린다.


- 제 목소리 들리세요?


이건 뭐야. 어이가 없어서 미처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한 번 더 묻는 목소리.


- 제 목소리 들리세요? 들리시면 대답해보세요.


대답? 대답을 하라고?

그래. 해보지 뭐.


“어. 네. 들립니다.”


- 네. 그럼······.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 익숙한 무엇이 보인다.

SM온라인의 로고.

그것이 허공에 둥둥 떠서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이건 어디까지나 실제 게임에 대해 적응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입니다. 뭐······, 일단 과거에 해보셨으니까 잘 하시겠지만 처음은 좀 어색하시겠죠. 그리고 원래는······, 바뀐 스킬에 대한 사용이나 가벼운 전투 훈련 등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소식씨는 스킬이 그러니까.


“일단 뭐 그거라도 해보면 안 될까요?”


- 네. 일단 샘플 캐릭터를 쓰실 수 있으니까요. 어떤 것으로 준비해드릴까요?


“익숙하게 궁수 그랜드마스터 스킬을 찍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데요. 어, 그러니까 제 주 캐릭터는 궁수 50에 잠행과 통찰에 스킬을 투자하던 중이었거든요.”


- 네. 알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빙글빙글 도는 게임 로고. 그리고 그것은 곧 빛나는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퍼지며 사라지고, 이제 내 앞에는 한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

아, 그랬지, 참. 게임을 접속할 때. 캐릭터를 고를 때.

물론 이런 단순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캐릭터에 가깝게 다가가면 희미한 실루엣이 점차 뚜렷해진다.

그리고 마치 캐릭터의 머리에 들어가듯, 그곳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응시하면 된다.


그렇게 나는 궁수의 몸을 얻었다.


- 잠깐만요.


김지은이 그렇게 말한 뒤에 눈앞에 상자가 갑자기 나타난다.


- 상자를 여세요.


그녀의 지시에 따라 상자를 열자 아이템이 그려진 네모난 반투명 패널들이 내 앞에 쫙 나열되었다.

그래, 그랬지. 여기서 내가 선택을 하면 아이템을 가지고 착용할 수 있다.

활, 가죽 갑옷, 후드, 그리고 장화와 단검을 순서대로 선택했다.


- 상태창이나 인벤토리를 여는 방식은 과거와 같아요.


과거와 같다. 그건 결국 내 생각으로 상태창과 인벤토리를 여는 것이다.

그러면 허공에 두루마리 문양의 테두리를 가진 그것들이 나타나고 나는 허공에 손가락으로 찍어 항목이나 아이템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내가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김지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매우 능숙하다며 곧바로 월드를 로드하겠다고 말했다.


- 완료되었으니까 눈앞에 생긴 검은 구멍으로 들어가세요.


음? 과연 그녀의 말대로 어느새 동굴 입구와도 같은 시커먼 구멍이 생겼다.

그래. 마치 토끼굴 같은······.


그곳으로 성큼 성큼 걸어 안으로 들어가자 굴 안은 무수히 초록색 빛의 파편들이 요동치는 곳이었다.

마치 앞으로 계속 가라는 듯 빛들도 굴의 반대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빛들과 함께 빛이 보이는 끝에 도달하자, 눈보다 먼저 후각이 반응한다.

풀 냄새. 나무 냄새.

놀랍다. 오타쿠 말이 진짜였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정말로 냄새가 맡아진다.


그리고 드디어 눈앞에 펼쳐진, 그 세계.


아, 돌아왔구나.

6년 만에.

물론 진짜는 아니지만.















▶▶▶▶▶



“김박사, 어때? 지금 상태가.”


김지은은 튜토리얼 훈련실에 들어온 늙은 남자를 보지 않고, 계속 모니터에 집중하며 대답 대신 다른 모니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녀가 보고 있는 모니터는 마치 위에서 누군가를 보는 것 같은, 이글 아이 구도의 영상이었고 그곳에는 소식이 조종하고 있는 샘플 캐릭터가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모니터는, 소식이 어제 보았던 그것이었다.

복잡한 숫자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그래프는 안정적인 파형을 그리고 있었다.

또한 소식이 궁금해 했던 그 숫자.

어제 120이라고 나왔던 그것은 120부터 130까지 오르락 내리락 변하고 있었다.


남자는 허리를 굽히고 안경을 고쳐 쓰며 그 숫자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이미 놀람이 가득했다.


“말이 돼? 120, 130이?”


그러자 김지은이 대답했다.


“저도 이유는 모르겠어요. 이런 건 처음이라. 100퍼센트를 넘는 동기화 수치가······. 훈련 프로그램에서는 지금까지 가장 높은 수치는 60퍼센트 대였습니다. 물론 진짜 토끼굴로 들어갔을 때는 대부분 80을 넘기지만, 100을 넘긴다는 건······.”

“음······. 진짜 안에서는 150도······, 어쩌면 200도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겠군. 그 말은······.”

“숨겨진 것들을 더 잘 찾을 수 있다는 말이겠죠. 아니면······, 그쪽에서 먼저 반응하거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4 당케
    작성일
    24.01.24 14:00
    No. 1

    ai 삽화 보면서 눈가를 찡그렸네요
    삽화 자체야 이쁘지만 내가 생각하던 글과 많이 괴리감이 생겨서.... 개인적으로 삽화는 소설속 세계지도 같은거 빼면 득보다 실이 많은듯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니
    암튼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평판의 힘 (2) 24.02.02 145 5 13쪽
24 평판의 힘 (1) +1 24.02.01 156 4 12쪽
23 선입견 24.01.31 159 5 14쪽
22 쿠키와 솜사탕 +1 24.01.30 169 6 13쪽
21 정화(2) 24.01.29 165 7 13쪽
20 정화(1) 24.01.28 167 7 12쪽
19 졸지에 첫 하드모드 (2) 24.01.27 171 5 14쪽
18 졸지에 첫 하드모드 (1) 24.01.26 179 6 13쪽
17 거지 한스(2) +1 24.01.26 193 8 12쪽
16 거지 한스(1) 24.01.25 210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13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06 7 13쪽
13 이상한 티파티 (2) 24.01.23 226 7 10쪽
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8 8 12쪽
11 첫번째 요리 24.01.21 254 7 12쪽
10 1%의 기적 24.01.20 242 7 13쪽
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4 6 12쪽
» 적응 교육 (2) +1 24.01.18 259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3 7 12쪽
6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3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1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4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26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2 5 16쪽
1 프롤로그 24.01.14 505 6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