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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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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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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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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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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평판의 힘 (2)

DUMMY

어제 남은 재료들로 나는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일단 마을 사람들의 것부터.

그래도 여전히 남은 재료들은 이제 저 망할 도적떼 놈들의 것이다.


나는 가능한 레시피들을 찾아 요리를 만들었다.

특히 체력회복 기능과 포만감 수치가 높은 음식들.

포만감이 높을수록 사실 평판 획득 수치도 높기 때문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도 왜 도적놈에게 아까운 식재료를 낭비 하냐고 웅성거렸고, 한스는 근원적으로 다른 질문을 했다.

적대 상태의 NPC가 음식을 먹을 수 있냐는 것.

그런데 나는 이미 해봤다. 이 세상이 다시 돌아오자마자.


“용을······, 먹였다고?”

“그래. 용.”

“진짜로? 용고기로?”

“그렇다니까.”

“우와. 용고기! 용고기 맛이 어때?”


용고기라는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슬그머니 모여들었다.


“최고급 소고기만큼. 생각보다 누린내도 안 나고, 탄력 있는 육질에, 육즙도 좋지. 물론 껍질, 그러니까 가죽은 너무 튼튼해서 먹기 어렵겠지만, 어쩌면 그 가죽 안에 있어서 육질이 더 부드러웠던 것인지도 모르겠어.”

“그래?”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묻는다.


“뼈를 달인 수프는요?”

“담백한 맛. 적당한 향신료를 섞으면 더 좋지. 음? 아, 다 됐군. 돼지고기 스튜.”


마침 정신을 슬슬 차리고 있는 녀석들이 내가 용고기를 먹어봤다는 소리를 듣고 모두 기겁한 얼굴로 쳐다본다.

거기다 내 활도 일부러 밖에 꺼내서 착용했기 때문에 더욱 겁을 먹은 것이다.


“야, 한 녀석당 한 그릇 씩이다. 먹어라.”


놈들은 눈치를 본다. 이미 한스에게 말해 한 쪽 팔은 스푼을 잡을 수 있게 했음에도 쉽게 나서지 못한다.

그리고 심한 상처를 입었던 두 녀석은 아직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약초사를 불러 그들에게 한입 떠먹여 주라고 부탁했다.

약초사는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 부탁이라 어쩔 수 없이 들어주는 듯 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스튜를 겨우 약초사의 도움으로 먹은 녀석 하나의 눈에 점차 활력이 돌아온다.

그리고 상처마저 치유되는 것을 보고 다친 본인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사람들까지 놀란다.


“와. 50레벨 요리사의 요리 효과는 끝내주는 구나. 그래서 그렇게 힘이 났던 건가? 그 호박 파이?”

“그럴지도.”

“그런데 괜히 버프 얻어서 덤벼드는 것 아니야?”


나는 대답 대신 방금 음식을 먹은 녀석을 살폈다.

주황색이 점점 옅어진다.

스푼으로 음식을 먹을수록.


“어이. 이제 좀 나았으면 네 손으로 먹지. 약초사 아가씨 번거롭게 만들지 말고.”


그렇게 말하자 녀석은 조심스럽게 스푼을 받아들고 먹더니, 이내 순식간에 그릇을 비워버렸다.

그리고 녀석은 완벽하게 노란색으로 변했다.


“좋아. 깔끔하네.”

“뭐가 깔끔해?”

“어제 먹던 술 있지?”

“아, 그거. 있지.”

“좀 가져다 줘.”

“뭐? 그걸 저 녀석들에게 준다고?”

“괜찮아, 괜찮아. 내일이나 다음날 남쪽으로 가기 전에 충분하게 만들어놓고 갈 거야.”

“음······.”


그 사이에 다른 녀석들도 동료가 다 먹고 회복된 것을 보고 허겁지겁 음식을 다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에게 블루베리 과실주를 가져다주었다.

또 망설이는 녀석들.


“독 없다, 이것들아. 독을 넣었으면 음식에 넣었겠지. 뭐 하러 술까지 낭비하겠냐.”


그 말을 듣고 이제야 좀 안심하며 한 잔씩 들이키는 도적놈들.

아니, 이제는 녀석들은 곧 이 마을의 새 주민이 될 녀석들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술을 한잔씩 걸치자 녀석들의 표정이 좀 풀어진다. 나는 녀석들 앞에 앉아 물었다.


“자, 어디 말을 해봐. 왜 도적질을 하러 다니는지. 그리고 네 녀석들은 누구인지.”


나는 궁금했다. 시스템은 녀석들에게 어떤 설정을, 그리고 성격을 부여했을까?

미리 되어있던 것일까. 아니면 내 질문에 반응하는 것일까.


과연 녀석들은 줄줄 자신들의 사연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패잔병이라고 한다.

세력 전쟁에 고용된.


“세력전쟁?”

“아, 예. 그······, 에이온 길드하고, 해방단하고의 전투죠.”

“에이온? 잠깐. 그 에이온? 그게 아직도 있어?”


나는 그 질문을 하며 한스를 쳐다보았다.


“아, 넌 여기 온 게 오랜만이라고 했지. 그래. 아직도 있어. 녀석들.”

“그것들. 그······. 그게 일어나기 이전에도 꽤나 큰 길드였잖아. 유명한. 그리고 평도 좀 안 좋은······.”

“어. 그랬지. 그리고 거기서 갈라져 나온 게 해방단. 쉽게 말해 거대 길드 사이의 내전이지.”

“흠.”

“그리고 이 녀석들은?”

“중립 지대에 있는 도시에서 고용할 수 있는······.”


그리고 한스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생성되는 놈들 말이야.”


다시 크게 말하는 한스.


“용병들이지. 어딜 가나 도시에는 용병 모집소가 있으니까.”

“흠······.”

“그럼 너희는 어느 쪽이었는데?”

“저희는 해방단에 고용되었었죠.”

“그런데 해방단이 졌고?”

“예.”

“완전히 진 건가?”

“그건 아닙니다. 작은 성채 하나를 뺏겼지요.”

“그래······. 그리고 그 동안 너희들은 뭐 하러 집에 가지 않고 도적떼가 돼서 돌아다녔냐?”

“아, 아닙니다! 지금까지 도적떼로 살아온 것이 아닙니다. 전투가 끝난 것은 겨우 두달도 안 되었는 걸요.”

“그럼 너희들 집은?”

“뭐, 집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전부다 그저 작은 마을······, 그곳이 싫어 뛰쳐나온 놈들인데요. 저, 저희는 그저 멀리서 갑자기 큰 나무가 보이기에 온 것입니다.”

“그런 놈들이 무기를 치켜세우고 달려 오냐?”

“아니, 그, 그것은 그때 저희가 순간······.”


잘도 둘러댄다. 당연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짓말이 아니기도 하다.

저들은 용병 고용 당시에 새로 생성된 NPC들이겠지만, 어쨌든 나름의 배경을 가지게 되었다.

저들은 이제 그렇게 정해졌고, 그렇게 믿으며 이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럼 너희는 갈 데가 없다 이 말이지?”

“예. 뭐, 그런 셈이죠.”

“좋네. 이제 갈 곳이 생겨서.”

“예?”

“이 마을을 지키면 되겠네. 일도 좀 하고.”

“일이요?”

“여기를 다시······, 재건해야 하니까. 그 동안 일도 하고, 경비도 서고.”

“저, 저희가요?”


그러자 마을사람들은 불안하게 나를 쳐다보고, 한스도 살짝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하지만 나는 확신이 섰다.

음식. 술. 그리고 대화. 덕분에 녀석들의 테두리 색은 이미 노란색 단계를 지나 연한 초록색가지 왔기 때문이다.


“나야 뭐······, 너희들에게 딱히 악감정은 없어.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달라. 너희들이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은 2년 만에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다.”

“예? 다시 살아나다니요?”

“드라우그의 저주로부터.”

“드, 드라우그?”

“그래. 나와, 여기······, 이 거지같이 생긴 남자가 같이 잡았지. 드라우그 주술사를 말이야. 그리고······. 이 나무 아래 다시 마을이 생겨난 거다. 사실 너희들이 여기로 들어왔어도 오늘은 이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거야. 오히려 너희들이 죽었겠지. 이제 이 사람들은 저 신수에게 보호받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보호······.”

“너희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나? 이 마을의 일원이 되면, 어쩌면 너희도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지.”


내 말을 듣고 녀석들은 서로를 쳐다본다. 그러나 이미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하, 하겠습니다. 저희도 이 마을을 돕겠습니다. 심지어 저기 다르크는 솜씨 좋은 목수이기도 했습니다. 저희들도 각기 나름 특기가 있고요.”


얼씨구. 인제 NPC직업 특성까지 생겨나는 건가. 어쨌든 나쁜 일은 아니다.


나는 한스를 보며 말했다.


“자, 나쁘지 않잖아?”

“아니. 이게 가능해? 적대적 선공······, 을 회유하는 게?”

“되잖아. 이렇게. 다만 마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뭐. 그것도 곧 될 거 같아. 알잖아. 지금의 숫자로는 부족해. 마을을 유지하기가.”

“하긴······.”

“더 많은 사람이 모여야 하고, 이 마을의 일원이 되야 해. 기존의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새로 생겨난 저 공간을 집으로 하고, 녀석들은 바깥에 아직 멀쩡한 건물을 거주지로 쓰면 되겠지.”

“음. 맞아.”


이미 적어도 녀석들의 나에 대한 우호도는 이미 초록색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음식. 그것도 최고급 음식이 가지고 있는 평판 상승과, 히든 퀘스트 보상으로 얻어낸 추가 보상 상승치.

그리고 원래 딱히 세력이 없는 일반 적대적 NPC는 평판 단계 상승의 한도가 높지 않을 거라는 내 예상이 맞았던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들은 나와 한스를 먼저 공격했지 마을 사람들에게 공격을 한 적은 없다.

이들도 포획을 했을 뿐, 직접 공격을 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서로 극단적으로 적대적인 관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이다.


다소 얼렁뚱땅하게 도적놈들, 아니, 패잔병들을 회유해 마을 주민으로 만들었지만 이게 바로 이 세상이다.

어차피 바깥의 기준대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금방 깨우쳤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몬스터를 손짓 한 번으로 음식으로 만드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순식간에 건장한 여덟 명의 마을 주민이 생겼군.”

“음. 작업도 좀 더 빨라지겠어.”

“하지만 성벽을 좀 더 튼튼하게 지으려면, 빨리 기술자를 데려오는 게 좋겠지.”

“그래.”

“뜻하지 않게 여덟 명이 생겼으니 나는 바로 가봐야겠어. 삭쑴으로. 최대한 빨리. 혹시 아는 건축가 스킬을 가진 사람 있어?”

“음······. 어. 있어. 내 부탁을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레벨이 얼마야?”

“녀석은 건축 50이야. 능력은 확실해.”

“건축 50?”


건축 50레벨의 궁극기 역시 나는 적응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했다.


“혹시 건축 50 궁극기 알아?”

“본 적 없어?”

“어. 부동산하고는 딱히 가깝지가 않은 신세여서.”

“음. 뭐, 간단해. 공성이지.”

“공성?”

“공성 무기를 소환하는 거야. 3회였던가? 아니면 3 번의 전투에서였던가. 그런 조건이었을 거야.”

“아. 그럼 딱히 건축에는 상관이 없구나. 아니. 잠깐. 그건 기계공학 쪽에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하하. 기계공학 쪽 궁극기도 비슷하지. 다만 소환할 수 있는 장비가 달라.”

“다르다고?”

“그래. 건축 쪽은 그 공성탑 있지? 사람들이 올라가서 성벽으로 바로 내릴 수 있는 거. 그게 건축의 궁극기고, 기계공학 쪽은 뭐 당연히 투석기지. 그리고 건축의 궁극기 2단계. 성벽 보수. 그러니까 첫 단계는 공격적 특성이고, 두 번째는 수비적 특성이란 말이야. 그러니 재료만 있다면 성벽은 금방 녀석의 디자인대로 지을 수 있어.”

“2단계? 너도 혹시 2단계 이상이야?”

“아니. 나는 아직 1단계야. 하지만 어제 싸움 덕분에, 2단계에 아주 가까워 졌어.”


그 말을 듣고 나는 2단계로 가는 조건은 대동소이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궁극기 사용을 통해 적을 처치하는 것.

그럼 건축가의 궁극기는 전쟁이 아주 자주, 빈번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말 아닌가?


“건축가 궁극기 진화 조건이 뭐야? 1단계에서 2단계로.”

“간단해. 내가 듣기로는.”

“뭔데?”

“그냥 전투에 소환한 공성차 세 번 투입.”

“뭐야. 진짜 쉽네.”

“다만 그걸 소환하는데 공짜가 아니니까.”

“공짜가 아니라고.”

“어. 미리 재료를 따로 생긴 인벤토리에 넣는 것 같더라고. 건축가 전용의 인벤토리에.”

“흠.”

“그러는 너는 조건이 뭔데?”

“나는 그냥 평범해. 나도 엘리트급 몬스터를 스킬로 잡는 거지.”

“아, 그래. 그래서 어제는 좀 올랐어?”

“겨우 한 녀석을 잡았을 뿐인데 뭐.”

“뭐? 한 녀석? 어제 우리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넌 두 녀석과 싸웠잖아?”

“그 중 하나는 실패했고.”

“그럼······, 그 하데스의 화신?”


하데스의 화신이라는 말에 다시 나에게 집중되는 이목.

어쩐지 약간 쑥스러워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어쨌든, 남은 재료로 너희들이 당분간 먹을 음식을 만든 다음에 바로 떠나야겠어. 그래서. 삭쑴에 있는 그 건축가 이름이 뭐야?”

“삭쑴에서 캐슬맨이라는 놈을 찾으면 될 거야.”

“캐슬맨. 이름 한 번 참 직관적이네.”

“너도 그렇잖아. 굴라.”

“음? 알고 있었냐?”

“그래. 한참을 생각해서 말이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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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평판의 힘 (1) +1 24.02.01 157 4 12쪽
23 선입견 24.01.31 159 5 14쪽
22 쿠키와 솜사탕 +1 24.01.30 169 6 13쪽
21 정화(2) 24.01.29 165 7 13쪽
20 정화(1) 24.01.28 167 7 12쪽
19 졸지에 첫 하드모드 (2) 24.01.27 171 5 14쪽
18 졸지에 첫 하드모드 (1) 24.01.26 179 6 13쪽
17 거지 한스(2) +1 24.01.26 193 8 12쪽
16 거지 한스(1) 24.01.25 210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13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06 7 13쪽
13 이상한 티파티 (2) 24.01.23 226 7 10쪽
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8 8 12쪽
11 첫번째 요리 24.01.21 255 7 12쪽
10 1%의 기적 24.01.20 242 7 13쪽
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4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59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3 7 12쪽
6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3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2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6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27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3 5 16쪽
1 프롤로그 24.01.14 506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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