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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442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1.23 07:00
조회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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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이상한 티파티 (2)

DUMMY

그 와중에 어둑어둑해진 하늘. 그리고 나는 좀 더 심해진 추위를 느꼈다.

장작거리를 가져와 더 넣은 다음, 불 키우기 스킬을 발동한다.


덕분에 캠핑 스킬 경험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망할.


상태창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게임 속 시간으로 이미 6시간이 지났다.

곧 밤이 될 것이다.

바깥에서라면 기껏 한 시간 반이 지난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정말 6시간을 보낸 것처럼 느껴졌던 것다.


“허공에서 무슨 손짓을 하는 거냐?”


어미 용이 물었다.

아, 그들에게는 내 앞의 상태창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전에 녀석도 그런 짓을 하던데. 데우스의 피조물이라는 놈들은 다 그렇더군.”

“그럼 나한테 준 가죽가방. 원래 주인을 공격해서 뺏은 거냐?”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여기서 죽어도 다시 살아날 텐데. 기껏해야 하데스의 저주밖에 더 받겠느냐? 하긴, 너희 겁쟁이들은 하데스의 날에는 감히 덤비지도 못하지.”


하데스의 저주라는 말을 듣고 나는 게임 상 달력을 확인했다.

하데스 주간. 그러니까 하드코어 모드 돌입 기간은 게임 상 시간으로 아직 네 달이 남았다.

그 말은 바깥의 원래 시간이라면 약 한달 뒤.

아직은 여유가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왕 연 김에 지도도 확인했다.

지도는 기본 지도.

지도에도 두 가지가 있는데, 이렇게 내가 직접 지역을 탐사하며 만들어지는 기본 UI지도와, 지도제작자가 만드는 고급 양피지 마법 지도가 있다.

고급 양피지 마법 지도는 별도의 아이템 취급으로, 무려 일정 기간 동안 내가 그곳에 직접 가지 않아도 지역의 변화를 그대로 적용해 보여준다는 엄청난 아이템이라고 했다.

물론 그것도 업데이트 이후에, 그러니까 내가게임을 접은 시기 이후에 생긴 아이템이라고 했다.

원래 지도 제작자들의 스킬은 숨겨진 보물의 위치나 히든 던전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었는데.

그 효용성이 훨씬 좋아진 셈이다.


기본 UI를 통한 지도는 역시나, 땅의 경계선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가려져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래서는 내가 산을 내려가도 어디를 어떻게 찾아갈지 조금은 막막한 셈이다.

그저 걸어 걸어 걷다보면 발견하게 되겠지.


그 사이 벌써 날이 완전히 저물었고 환한 달까지 떴다. 춥기도 더럽게 춥고.

용 저것들이야 저런 얇은 드레스를 입어도 NPC니까 안 춥겠지.

정말로 이 감촉까지 느끼게 만든 시스템과 기계가 원망스러워진다.


결국 불을 더 크게 밝히며 최대한 몸을 녹이는 수밖에 없다.


“춥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용이 다시 물었다.


“왜 아수스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을 걸치지 않지? 그것이라면 충분히 네 몸을 보호해줄텐데.”

“그거야 감정이 안 됐으니까.”

“감정? 아, 일종의 결계를 말하는 거겠군.”


뭐, 결계라면 결계지. 곧바로 쓰지 못하게 하는.


“이리 다오. 그것을.”

“어?”

“아수스의 가죽을 달라는 말이다.”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인페르날 스킨이라 이름 붙은 가죽 망토의 아이콘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에게 건네주겠다는 생각을 하자 그것은 곧 실체화되어 눈앞에, 그리고 내 손 위에 놓여졌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고 그저 몇 번 손짓을 하는 것이 다였다. 그러나 그 순간, 환한 은빛이 순간 번쩍였다.

감정이 완료되었다는 뜻이다.


다시 그것을 건네주는 용.

과연, 되돌려 받은 인페르날 스킨의 감정이 완료되었다.


----------

인페르날 스킨 – 화염 날개

망토

귀속됨.

마법 강화 불가.

등급 : 유물

방어도 : + 400

내구도 : 없음

냉기저항 : + 80

화염저항 : + 100

특수효과 : 시전자 주위로 마법의 불길을 퍼뜨립니다. 불길은 10초 동안 타오르며 상대의 체력과 마력을 초당 2씩 감소시킵니다. 재사용 시간 1시간.

----------


대박 옵션이다.

방어도 400은 중간 등급의 가죽 갑옷 풀 세트를 입었을 때의 방어력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냉기, 화염 저항까지 달려있고 특수효과 스킬까지.

귀속 속성은 조금 아쉬웠다.

이 망토의 주인은 오로지 나라는 말이고, 누가 이것을 뺏는다고 해도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아무 효과도 없는 가죽 망토일 뿐이다.

그리고 마법 강화 불가라는 것은 결국 마법부여사의 버프도 적용받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희미하게 일렁이는 불길 같은 것이 보이는 망토를 걸치자 정말로, 놀랍게도 방금까지 나를 괴롭히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칼과 활은 결계를 풀지 않을 거다. 나는 네 녀석을 아직 믿지 못하니까.”


그 말은 아쉬웠지만, 어쨌든 이렇게 하나라도 풀어준 것은 솔직히 고마웠다. 그래서 감사인사를 하니 오히려 그쪽이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음······. 뭐. 그런데 너는 뭘 하고 다니는 거지?”

“나? 그······. 잘 모르겠는데?”

“몰라?”

“아마 그냥 돌아다니지 않을까?”

“돌아다녀? 뭘 위해?”

“요리재료 찾으러?”


반쯤은 농담이고 반쯤은 진담. 그런데 이 용은 그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였나보다.


“요리재료? 그래서 우리 같은 용을 잡으러 다닐 거냐?”

“뭐? 굳이 그런 생각은 안했는데.”

“흠.”


어지간히 경계하는 모양이구만. 사실 나도 용이 1%의 확률을 뚫고 잡힐 줄 몰랐다고.

어쨌든 추위가 느껴지지 않으니 움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하루를 잘 수도 있고, 산을 내려갈 수도 있고.

더구나 화염 저항이 달린 망토를 얻었으니 저 불길 속을 망토를 뒤집어쓰고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물끄러미 새끼 용이 쳐다본다.

텐트를 도로 사라지게 만든 후에, 장작불도 껐다.


어미 용이 물었다.


“갈 생각이냐?”

“이 망토라면, 그쪽이 꼭 저 불을 끄지 않아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 테지. 아수스가 내뿜은 불길이었으니, 오히려 불길을 흡수하며 길을 만들 것이다.”

“괜찮네. 다만 어디까지 불길이 번졌을지는······.”

“어차피 놈은 널 가두기 위해서 벽만을 쳤을 뿐. 그 벽을 넘으면 여전히 눈으로 가득한 내 영역이다.”

“어, 그래?”

“그래.”

“생각보다 더 간단했네.”

“어디로 갈 생각이냐?”

“일단······. 그냥 남쪽으로.”

“너 혹시······.”

“걱정마라. 동료같은 건 적어도 지금은 없으니까. 굳이 여기 다시 떼거리를 몰고 올 일도 없다는 거다.”


그러자 다시 푸른 기운으로 뒤덮이는 두 용. 그들은 원래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시 한 번 더럽게 크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두 용은 가만히 나를 지켜보기만 했다.


나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아직도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의 장막을 건너기 위해 앞에 섰다.

눈을 질끈 감고, 얼굴까지 다 망토 안에 파묻은 채로 훌쩍 앞으로 몸을 날렸다.

정말로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위의 불길을 흡수하듯, 희미하게 일렁이던 불길 문양이 환한 빛을 내며 내 몸을 감쌌다.

그리고 다시 희미해지는 불길의 힘.

나는 무사히 불의 장막을 건넜다.


그리고 내가 통과한 곳의 불의 장막은 사라지고 그곳을 통해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용이 보였다.

내 얼굴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마침내 어미 용의 몸에도, 희미한 흰색 테두리가 어렴풋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 순간 다시 들리는 알림 종소리.


---------

직업 히든 퀘스트

<이상한 티파티>

달성 완료.


보상

플레이어의 요리를 통한 NPC나 세력의 평판 호감도 상승량이 10% 증가합니다.

앞으로 요리를 통해 얻는 평판은 적대적 평판으로 변할 수 없습니다.

----------


직업 히든 퀘스트?

이런 것도 있었나? 이건 적응 교육 때도 듣지 못했었는데?


그러나 곧 평판 호감도 상승량이라는 말에 쾌재를 불렀다.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로, 지겨운 평판 작업은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상승량이 10% 증가한다는 것은 꽤 유용한 패시브다.

더구나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적대적 평판.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한 세력과 다른 세력이 다투고 있고, 그래서 한 세력의 평판을 올리면 다른 세력의 평판은 자동적으로 깎이는 시스템.

그런데 내 요리 공급을 통한 평판은 적대세력에게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게 정말로 엄청난 효과다.

퀘스트를 통해 올리는 평판 작업이라면, 무조건 한 쪽의 평판은 떨어지게 되어있지만, 음식으로 올리는 것이라면?

물론 한쪽의 평판을 최대로 올리는 시간은 더 많이 들겠지만, 다른 쪽의 평판을 떨어뜨리지 않기에 양쪽의 평판을 동시에 최대로 올리는 짓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여태까지 내가 알기로 이게 가능했던 스킬은 최대로 올릴 시에 음유시인 호칭을 달게 되는 화평(Peacemaking)의 40레벨 특성밖에는 없었다.


여전히 직접적인 전투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는 요리기술이겠지만, 어쨌든 단 한 번의 기회라도 있는, 그것도 성공만 한다면 즉사기인 궁극기와 더불어 추가로 얻은 이 특성은 요리 스킬에 대한 내 생각을 조금은 바꾸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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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거지 한스(2) +1 24.01.26 194 8 12쪽
16 거지 한스(1) 24.01.25 211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15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07 7 13쪽
» 이상한 티파티 (2) 24.01.23 228 7 10쪽
12 이상한 티파티 (1) 24.01.22 268 8 12쪽
11 첫번째 요리 24.01.21 256 7 12쪽
10 1%의 기적 24.01.20 243 7 13쪽
9 패스트 푸드 +2 24.01.19 245 6 12쪽
8 적응 교육 (2) +1 24.01.18 260 7 12쪽
7 적응 교육 (1) 24.01.17 264 7 12쪽
6 오리엔테이션 (3) 24.01.16 274 7 11쪽
5 오리엔테이션 (2) 24.01.16 293 6 11쪽
4 오리엔테이션 (1) 24.01.15 318 6 12쪽
3 위험한 아르바이트 (2) 24.01.15 330 6 9쪽
2 위험한 아르바이트 (1) 24.01.14 435 5 16쪽
1 프롤로그 24.01.14 510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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