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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407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1.24 19:00
조회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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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첫 복귀 (2)

DUMMY

알 수 없는 쪽지의 내용은 나를 좀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불 속에서 나온 나는 종이를 쥔 손으로 휴지를 뜯었다.

그리고 코를 푸는 척 한 후에, 휴지와 종이를 함께 변기 안으로 버린 뒤에 물을 내렸다.


타이밍이 문제다.

내가 오늘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은 직후에 이런 종이가?

시험일 수도 있고, 경고일 수도 있다.

김지은한테 이 종이에 대한 것을 말해야 하나.


불을 끄고 다시 누웠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말······ 해야겠지?


그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길이다.

그래. 그리고 내가 게임 안에서 특별한 테두리를 볼 수 있었다고 말을 하자.

어제 왜 말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고민과 고민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이제 다시 게임 안으로 들어갈 날이 열렸다.

그리고 나는 전날의 고민에 대해 아직도 결론짓지 못했다.

그냥 말하면 되겠지만, 어쩐지 내가 알아들었다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때 잠깐 보였던 그녀의 진지한,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그 표정이 잊혀 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어제에 이어 다시 만난 김지은.


“이번에도 일단 처음과 같은 시간 정도로 접속한 다음, 나와 주세요.”


나는 대답보다 먼저 그녀의 기색을 살폈다.

딱히 뭔가를 기다린다는 표정은 아니다.


“네. 아, 그런데······. 어제.”

“어제? 무슨 문제라도?”

“저 같은 분을 또 한 분 만났는데.”

“그런데요.”

“여성 분이던데. 그 분 한 분인가요?”

“아······.”


나는 순간 스쳐가는 김지은의 미묘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걱정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마치, 매우 차갑고 사무적으로 나를 대하는 그녀의 표정과는 다르게, 분명히 약간의 걱정과 동정이 분명 그녀의 안경 뒤에 있었다.


내가 대답을 기다리자 다시 예의 그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온 김지은.


“네. 같은 일을 하고 계신 분입니다. 무슨 특별한 문제라도?”

“예? 아니 그게 좀······.”

“왜요?”


나는 일단 수프를 쏟았을 때까지의 말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를 약간 헐뜯는 말을 한다. 그러자 김지은의 차가운 눈빛이 더 차가워진다.


“쓸데없는 분쟁은 삼가주세요.”

“아니, 그쪽이 먼저······.”

“앞으로 조심해주세요.”


마치 그녀를 감싸는 것 같은 분위기.

뭐야. 그럼 시험 같은 게 아니라······. 정말 그녀가 나에게 일종의 경고를 한 건가?


일단 나는 투덜대는 척 하며 알겠다고 했다.


“오늘 하실 일은 알고 계시죠? 마을 주변, 그리고 동굴의 탐사. 별 탈 없이 끝내셨으면 아래로 계속 내려가시면 됩니다. 마침 어제 저희 지도도 업데이트 되었거든요.”

“업데이트요?”

“네. 다른 곳에서 온 정보.”


김지은은 지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내가 한 참을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곳에 있는 지점. 그곳을 손으로 짚었다.


“마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규모도 제법 큰 규모죠.”


형성?

말이 이상하다. 게임 안에서 시스템이, 패치가 도시를 만들면 만드는 거지 무슨 형성이라는 말까지 쓰나?


“업데이트 이후에 새로 생긴 도시인가보군요.”

“아니요. 이곳. 기억 안나시나요?”

“여기는 가본 적이 없는데요. 저야 원래······. 여기. 이곳에서 서쪽으로 꺾으면 꽤 큰 규모의 마을이 있었으니까.”

“아, 그렇겠죠. 그러면 이곳은······.”

“산 고개 하나를 넘어가는 거네요.”


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원래 몬스터들의 소굴이었습니다.”

“예?”

“정확히 말하자면 언데드 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곳이죠.”

“그럼 그곳이 뭐 패치로 바뀐 건가요?”

“아니요. 혹시 하데스 주간 아시나요?”

“알죠. 하지만 하데스 주간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NPC는 죽으면 사라진다고 들었는데. 아니었어요? 다른 NPC가 재생성 되더라도.”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예외?”

“고레벨 컨텐츠 구역. 그러니까 특정 던전이나 탑 말입니다.”

“네.”

“그들은 기존과 같이 부활합니다. 얼마 기간이 지나면.”

“아······.”

“하지만 하데스 주간에는 그렇지 않죠. 하데스 주간에 그곳을 공략하면, 그곳은 완전히 정화되는 겁니다.

“정화요?”

“플레이어들이 하데스 주간에 이곳을 공략했고, 이곳은 빈 성채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성채를 공략했던 자들이 이곳을 지배하고 있다. 이 정도로 설명이 될까요?”

“아, 그럼 그냥 빈 곳을 주둔지 비슷하게 쓰고 있다는 거네요.”

“아니요. 그곳에는 다른 곳에서 이동한 NPC들도 있고, 찾아온 NPC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이루어 마을을 만든 것이죠.”


빌리징 시스템.

물론 이전에도 하우징 시스템이나 소규모 빌리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해진 구역 안에서 허가를 받고, 그러니까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것이었다.

강력한 클랜은 미리 비워놓은 땅을 구매해 성채를 짓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공략할 던전이었던 곳을 점령해 마을을 만든다?

거기다 탑을 소유한다고?


나는 처음 이곳에서 만난 남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하데스 주간에 탑을 공략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것을 얻게 된다는 것.

그게 이런 시스템이었나?

탑, 거대 던전이었던 성채. 그것들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빌리징 시스템이군요.”

“네. 아마도.”


아마도?

아니, 대체 너희들은 제대로, 확실히 아는 게 뭐냐.

어쨌든.


“그럼 저는 이쪽으로 갈 필요는 없는 거네요.”

“뭐, 굳이 가실 필요는 없죠. 이미 그곳에서 관찰을 시작한 플레이어가 있으니까.”

“그럼 서쪽으로 갈까요?”

“아니요. 만약 별 탈이 없다면, 여기로.”


지도의 빈 곳을 짚는 김지은.

그곳은 내 캐릭터가 있는 곳과 새로 생겼다는 그 마을 사이의 백지 공간이었다.


“여기로? 일단 지도를 밝혀라?”

“뭐, 그렇죠. 도중에 새로 생긴 마을이 궁금하시다면, 한 번 들러보셔도 되고. 다만, 저희 허가가 있기 전까지는 들어가지 마시고요.”

“혹시라도 안에서 플레이어와 만나면 안 되니까?”

“지금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게임에 접속하기 전의 과정을 마치고 다시 게임으로 들어가는 나.

커다란 기계에서 나를 나른하게 만들어주는 가스를 들이마신다.


토끼굴 앞에 들어와서 내 캐릭터의 상태를 본다. 지금 하고 싶은 것? 당장 돌아가서 내가 만든 음식을 맛보고 싶다.


- 준비되셨나요?


김지은의 물음에 나는 대답을 하며 동시에 토끼굴 안으로 들어갔다.

쑤욱 하고 빨려 들어가는 그 느낌.


그리고 기계의 차가운 금속 냄새가, 가스의 약간 시큼한 냄새가 아니라 오래된 나무와, 돌의 냄새가 난다.

사람들이 혹시나 쉽게 볼 수 없는 무너진 집 안에서 로그아웃을 했던 것이다.


무너진 집터에서 조심조심 나온 나는 날이 밝은 낮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인벤토리에 있는, 예전에 만들어두었던 음식 하나를 꺼냈다.

호박 파이.


한입 크게 베어 먹는다.

부드럽고 폭신한 촉감.

그리고 은은하게 달달한 호박과 당의 맛.


와. 씨발. 좆나 맛있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엿 같은 샐러드 급식 따위와 비교할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자리를 조금 옮겨, 옛 분수대였을 터에 남은 돌무더기 위에 걸터앉아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호박파이를 다 먹고, 문득 안에 들어있는 싸구려 포도주도 보인다.

병 아이콘을 인벤토리에서 꺼내자 내 손에 바로 쥐어지는 와인 병.


“코르크······. 아니, 잠깐. 코르크 따개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자 코르크 위에 약한 빛이 맴돌더니 뚜껑이 알아서 스르륵 돌아가며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 자동으로 따지는 구만.”


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뜬 코르크 마개를 손으로 쥔 다음 냄새를 맡았다.

특유의 알콜향.

한 모금 병나발을 해본다.


젠장.

싸구려는 싸구려네.

상큼한 포도향은 커녕 텁텁한 포도 과즙 맛 아주 약간에 그냥 알콜 맛과 향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은 요리재료니까······. 어?”


젠장. 한번 개봉한 술은 다시 인벤토리로 복구가 안 되는 것이었다.


“에이 씨. 이걸 그냥 버려?”


너무도 맛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술을 땅에 버리려 할 때. 나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봐! 그 술!”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NPC? 플레이어?


몸을 천천히 돌렸다.

테두리. 테두리를 확인해야 한다.


노란색. 중립이다. 적대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 테두리가 NPC나 몹에만 적용되는 건지, 아니면 플레이어에게도 모두 적용되는 건지 당장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뭐, 지금 당장 어떤 행동을 내가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길잡이는 되니까 결코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그 생각을 하니 김지은이 내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던 것도 납득이 조금 갔다.

NPC와 플레이어들을 겉보기로는 구분할 수 없다는 말.

어쩌면 이게 시스템적으로 갖춰진 것이고, 그저 당연한 것이기에 딱히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만약 그렇다면, 나는 딱히 다 말하지 않은 것은 없고. 그러면 그 쪽지는 정말로 시험 따위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건데.


“어이. 이 보라고.”


다시 나를 재촉하는 NPC인지 플레이어인지 모를 사람.

행색을 보아하니 좀 구리다.

거의 거지꼴이다.


“저요?”

“그래 너. 여기에 너 말고 또 누가 있나?”

“왜요?”

“너 방금 그 술 버리려고 했지?”

“어······. 뭐. 네.”

“버릴 거면 나 줘.”

“예?”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주저앉는다.

뭐야, 이 거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그런데 내가 별 반응이 없자, 오히려 기뻐하며 다시 일어서는 남자.


“혹시 음식 남은 것 좀 있나?”

“음식이요?”

“있으면 좀 주면 안될까?”


뭐, 그래도 상관은 없다.

술은 버리려 했고, 음식도 분명히 남은 것이 꽤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병을 잡은 손을 쭉 내밀었다. 그러면서 그의 몸에 보이는 희미한 노란 테두리를 살피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터벅터벅 걸어와서 술병을 가져가는 남자. 와,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진짜 며칠 정도가 아니라 몇 달은 안 씻은 사람처럼.

내가 살짝 코를 찡그리자 그가 웃는다.


“냄새도 내 무기라고. 이 악취 나는 나를 누가 잡아먹겠어?”

“어디 늑대 같은 것들이나 괴물들이 냄새에 도망간답니까······.”


그렇게 말하다가 나는 퍼뜩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구걸’의 스킬 중 하나.

토글형 스킬인 시궁쥐의 악취.


뭐 이런 병신 같은 스킬이 있나 싶겠지만, 야외에 있을 때 정말로 효과가 있는 일종의 개그성 기술이다.

몇몇 야생동물에게도 공격을 받지 않고, 심지어 좀비나 구울 류의 언데드는 동족의 냄새라고 공격하지 않는 어이없는 기술인 것이다.


“시궁쥐의 악취?”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너털웃음을 짓는다.


“하하하하. 알고 있구만. 알고 있는 너도 나와 같은 놈인가 보네.”


나는 긴장했다.

뜻하지 않게 이렇게 다른 플레이어, 이 남자가 그 갇힌 사람인지 아니면 AI인지 아니면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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