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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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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152
추천수 :
1
글자수 :
208,381

작성
19.05.09 21:51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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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2

-Hello, world-




DUMMY

멀찍이서부터 과일 가게 아저씨의 거친 외침이 들려왔다. 샬롯이 과일 가게 쪽을 돌아보려 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의 옆을 손쌀같이 지나쳐갔다. 그 사람은 젊은 청년이었고, 헐렁한 바지 주머니에 바나나들을 우겨넣고 미친듯이 거리를 달려나갔다.


"내 바나나! 내 돈! 누가 내 재산 좀 되찾아 와!"


아저씨는 그 자리에서 고래고래 피맺힌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시장 바닥에서 도둑을 쫒기 위해 움직이려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방관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샬롯은 사람들의 그런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듯 미간을 찡그리며 인상을 썼다. 등 뒤에선 아저씨의 목소리가 밀어대고, 앞에선 도둑이 달려나가고 있었다. 샬롯은 과일들이 들은 장바구니를 어깨에 매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붙잡고 반대편 손으로 과일들을 누른 뒤, 도둑을 쫒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표정에는 결의가 차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도둑을 잡을 생각이었다.


예전엔 몰라도, 이 시기 리포드에는 경찰이라는 게 없었다. 대신 주민들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선발되어 치안 활동을 하는 자경단이 있었지만, 그들은 거의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뒷돈을 받아먹는 게 특기라 사소한 도둑질은 눈감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살인 같은 큰 사건이 일어날 경우에만 움직이곤 했다. 그러니 이 경우에는 샬롯이 직접 도둑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도둑이 시장을 빠져나오고, 뒤이어 샬롯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한적한 민가를 질주하며 마을의 남쪽으로 나아갔다. 두 사람이라고 부르기엔 뭣 할 정도로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상대는 성인 남성이지만 샬롯은 아직 여자애에 지나지 않았다. 샬롯은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임을 알았는지, 장바구니 안의 물건을 포기하고 하나씩 사내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힘껏 던진 과일들은 겨우겨우 사내에게 닿는 수준이었고, 곧 과일도 그에게 닿지 않게 되겠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사내를 겨누고 던졌다.


마음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가운 샬롯, 그녀의 갖은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그녀가 던진 사과를 도둑이 밟아 넘어진 것이었다. 샬롯은 곧장 달려들어 괴성을 내지르며 장바구니를 도둑의 머리에 내리쳤다. 도둑의 비명 소리와 함께 과일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에잇! 에잇!"


샬롯은 쓰러진 도둑 위에 올라타서는 그를 제압하기 위해 장바구니를 계속 머리에다 내리쳤다. 이미 과일들은 모두 밖으로 흩뿌려져 비어버린 장바구니였지만, 도둑은 맞을 때마다 신음을 흘렸다.


그러던 와중, 도둑이 샬롯을 힘으로 밀치며 벌떡 일어섰다. 샬롯은 바닥에 주저앉고, 도둑은 성난 얼굴로 입에서 김을 뿜어댔다. 그는 입고 있던 청재킷 안쪽에 손을 집어넣어 더듬더니, 무언가를 꺼내 샬롯에게 보였다. 접고 필 수 있는 호신용 나이프였다. 물론 나이프를 본 샬롯은 적잖이 놀랐다.


도둑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이프를 샬롯에게 들이밀며,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샬롯은 그의 말 같은 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자신을 향해 번뜩이는 칼날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두근거려 진정할 수가 없었다.


도둑은 샬롯이 겁에 질린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자기 갈 길을 서둘러 떠났다. 샬롯은 호흡을 거칠게 뿜으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쫒아야 한다. 하지만 무서워서 움직일 수 없다. 그래도 쫒아야 한다. 악인을 잡아야 한다는 그녀의 정의감은 공포를 극복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일어선 다음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도둑을 쫒기 시작했다. 도둑은 나이프를 보고도 자신을 쫒아오려는 샬롯을 보고는 겁에 질린 듯 소리쳤다.


"쫒아오지 말라고 했잖아! 찔리고 싶어?"


그는 다시 품 속에 손을 집어넣어 나이프를 꺼내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움직인 나머지 나이프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줘!"


샬롯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맹렬하게 달려들어 그의 옆구리에 날아차기를 날렸다. 도둑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고, 샬롯은 아까처럼 그의 위에 눌러앉아 그를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도둑은 쉽사리 눌리지 않고 다시 일어서 그녀에게서 허겁지겁 도망쳤다. 샬롯은 포기하지 않고 그를 쫒았다.


"멈추란 말이야, 이 도둑······ 꺄악!"


도둑을 쫒는 샬롯의 앞을 두 개의 검은 바위가 막아섰다. 샬롯은 바위에 부딪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그녀는 쓰러진 상태에서 위를 올려다 보았다.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명의 건장한 사내가 리포드 남쪽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


"이 앞은 마을 밖입니다. 샬롯 아가씨께선 이 이상 지나가실 수 없습니다."


"당신의 오라버니이신 케빈 메어컨 님의 명령입니다. 마을로 돌아가십시오."


그들은 로봇처럼 싸늘한 표정과 목소리로 샬롯을 대했다. 샬롯은 도둑 쪽을 보았는데, 도둑은 순간 상황을 이해못하는 듯한 알딸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샬롯을 향해서 혀를 내밀고 비난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샬롯은 당장 그를 잡아 혼내주고 싶었지만 정장 사내들이 그녀를 막아 더 이상 도둑을 쫒을 수도 없었다. 도둑은 샬롯을 내버려두고 혼자 유유히 마을 밖으로 떠나려 했다.


"그 이상은 못 지나간다."


누군가가 도둑의 팔을 낚아채서 꺾어버렸다. 도둑은 비명을 지르며 팔이 뒤로 꺾인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싸쥬였다. 싸쥬가 와이셔츠 차림으로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었다. 어떻게 쥐도 새도 모르게 샬롯을 추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나이프로 사람을 위협하면 안 되지."


"저, 저녀석이 먼저 날 장바구니로 때렸어! 모서리로 아프게 말이야!"


도둑이 성을 내며 소리쳤다. 싸쥬는 점잖은 목소리로 그를 타일렀다.


"네가 먼저 물건을 훔쳤잖나."


"그렇지. 하지만 그건 이 마을에선 누구나 하는 짓이야.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네 말대로다. 이 마을엔 도시로부터 단절되고 박해되고 도태된 사람들이 가득하지. 세상은 발전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각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말이야.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아예 다시 일어서지도 못하게 된 것은 아니지 않나."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너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저 빨간 두건 쓴 여자애에 대해선 잘 알지."


싸쥬는 정장 사내들에게 가로막힌 채 이쪽을 보고 있는 샬롯을 가리켰다.


"그녀는 원래 도시에서 살던 아이다. 저 아이 말고도 도시에서 이곳으로 쫒겨온 사람은 많을 테지만, 저 아이와 그 가족은 이곳으로 쫒겨난 후, 두 번 다시 도시로 나오는 것을 금지당했다. 같은 가족인 그녀의 오라버니 때문에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싸쥬의 눈동자는 보라빛으로 깊게, 조용하게 빛나고 있었다.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해보자.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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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반연재 승급했습니다. 21.03.16 49 0 -
49 break of day 21.04.01 96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4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7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5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44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4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7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5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5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6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4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92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7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50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8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70 0 8쪽
32 Big Arms 19.05.10 57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7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51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5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9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4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52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3 0 7쪽
24 행진 19.05.10 67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4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61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5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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