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044
추천수 :
1
글자수 :
208,381

작성
19.05.10 18:24
조회
46
추천
0
글자
12쪽

로빈 후드의 우울 2

-Hello, world-




DUMMY

"왠 미친놈이지?"


라이너가 몸을 빼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주방에서 일하는지 하얀 앞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그 앞치마의 끝부분을 잡고 주욱 당기니 하얀 천 종이가 주욱 뜯겨나갔다. 그리고 피처럼 새빨간 앞치마가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놀라는 샬롯 일행을 향해,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로빈 후드의 후손인 로빈슨 후드. 그놈 보다 활은 못 쏘지만 요리는 내가 더 잘하지. 그리고! 샬롯 메어컨 네가 홍두건단의 간부를 3번 연속 잡았다고 들었다. 네 기록은 3명이 끝일 거야. 왜냐하면 4번 타자인 내가 널 저세상으로 홈런시킬 태니까아아악! 하하! 헤헤! 히히! 호호! 후후!"


그는 라이너 보다 정신없게 말하는 사내였다. 그의 말을 듣자하니 샬롯은 머리가 어질거렸다.


"제가 간부를 3명 잡았다고요?"


샬롯이 라이너를 돌아보았다.


"알덴테 씨를 한 번 쓰러뜨리긴 했지만 결정타를 낸 건 라이너 씨고, 라이너 씨도 간부가 아니고, 그리고 3명째는 아예 있지도 않은데요?"


"몰라, 숫자 세는 법도 모르는 미친놈이겠지."


"몰라! 너 방금 모른다고 했지! 그럼 너도 미친놈이네! 미친놈! 그리고 나는 '레'까지만 쳤으니까 아직 '미'친놈은 아니야. 호호!"


"미친놈 맞네."


로빈슨이 주먹으로 카운터를 내리쳤다.


"가자! 그랜드 스타디움!"


그러자 그의 등 뒤에 있던 진열대의 술들이 모두 뒤로 뒤집어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형형색색의 새로운 물건들이 올라와 진열대를 차지했다.


형형색색이란 것은 말 그대로였다. 평범한 거울이나 흰 찻잔 같은 것들부터, 마빡이 빨갛게 빛나는 남자의 흉상도 있었고,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잎들이 무지개 빛을 뿜어내는 화분도 있었고, 디스코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남자가 그려진 그림 액자도 있었다. 물론 남자는 그림 안에서 살아있는 듯 움직이며 춤을 추고 있었다. 더욱 기묘한 점은, 카운터의 진열대 뿐만 아니라 가게의 모든 면의 벽이 뒤집히며 그런 물건들의 진열대가 나타났다는 사실이었다. 샬롯 일행이 등지고 있는 출입구 쪽의 벽에도 말이다. 카운터 안쪽에 있는 진열대를 제외하고 모든 진열대는 한 줄이었다.


"미니건이다~!"


로빈슨이 카운터 아래에서 하얀 총신을 가진 미니건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총구를 샬롯 일행 쪽으로 돌리더니, 파란 불꽃을 튀기며 마구잡이로 난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악! 미친!"


"꺄아아아아아아악!"


가게 안은 순식간에 먼지와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 차버렸다.


"호오오오오오오우!"


로빈슨은 한 손으로 미니건을 잡고 쏘면서 다른 한 손은 카우보이처럼 공중에 빙빙 돌렸다. 가게 내에 있던 사람들은 쭈그려 앉아서 벽 쪽으로 붙었는데, 로빈슨은 다른 사람들은 일절 신경쓰지 않고 입구 쪽에만 미친 듯이 총을 갈겨댔다. 압도적인 속력의 폭력의 속사는 10초 뒤에 끝났다. 평소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초당 수십 발을 발사하는 미니건의 입장에선 지나치게 길었다.


로빈슨은 등 뒤의 진열대에서 돋보기 하나를 꺼내 눈에다 대고는, 자기가 열심히도 갈겨댄 자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음음, 원자 하나도 안 남고 완전히 소멸됐군. 마음에 들어!"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해 했다. 그는 미니건을 친구 어깨처럼 두드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비록 자신을 비롯한 현장의 모든것들이 뭉게구름 같은 먼지에 뒤덮혀 알아볼 수도 없게 되었건만, 그의 웃음만은 끗발이 있었다.


"하아······."


한편,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가게 입구 밖에서 쏟아졌다. 가게 모퉁이 부분에 라이너, 카리나와 함께 몸을 숨기고 있던 샬롯이 내뱉은 한숨이었다.


"로빈슨이 미니건을 꺼낸 순간, 솔로몬이 제게 지시를 내렸어요. 두 분을 데리고 탈출하라고요."


"솔로몬의 지시가 없었다면 우린 진작에 벌집이 되었겠군. 사이키터라도 저런 무수한 총알에 맞으면 곱게는 못 죽으니까."


라이너가 입술을 씹으며 말했다. 카리나는 어느새 쌍열 산탄총을 빼들고, 총열을 꺾어 그 안의 총알들을 다른 것들로 갈아 끼우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야. 저녀석이 쓰고 있는 건 슬리드(SLID) 무기야. 정신력만 있다면 탄약을 무제한으로 갈길 수 있다고. 탄약의 위력 자체는 일반탄 수준이긴 하지만."


"슬리드 무기라고요?"


샬롯은 아까 라이너와 대판 싸우고 난 후에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슬리드(SLID)라고, 사이키터의 초능력에 동조하여 마찬가지의 성질을 갖게 되거나, 원래의 기능이 더욱 강화되는 도구들이 있어.'


'슬리드요?'


'정신 연동 장치(Spirit LInk Devise)의 줄임말이야.'


분명 라이너가 그런 식으로 말을 했었다. 슬리드란 사이키터 전용 도구라는 듯이 말이다. 아니나다를까 라이너가 샬롯에게 거들먹거려왔다.


"샬롯 아까 내가 가르쳐줬지? 슬리드란 건 정신 연동 장치의 줄임말이야."


"라이너 씨가 말씀하시기 전에 방금 제가 먼저 떠올렸어요."


"그래? 네가 혹시 까먹었을까 해서 친절하게 알려줬지, 하하."


"너 슬리드에 대해서 잘 알아?"


카리나가 갑작스레 물었다.


"응? 내가 좀 알지."


"그럼 네가 저 안에 들어가서 슬리드들을 조합해서 도구 좀 만들어와."


"엥?"


표정이 아스팔트처럼 굳는 라이너.


"잘 안다며. 그러니까 네가 가. 벽에 널린 것들 봤잖아. 그것들 전부 슬리드야. 레시피는 알려줄게. 001 윌파워 앰프, 002 스피릿 슈터, 012 스피릿 배리어······."


"자 자 잠깐, 당신이 그런 것들을 어떻게 아는 건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것들을 합치면 뭐가 나올지 너도 잘 알잖아? 지금 상황에 그게 필요하다는 것도."


"아니, 안다고 해야 할지, 나는 '좀' 안다고 했지 '다' 안다고 하진 않았는데······ 사실 조금 헷갈리긴 해. 정말로 네 말에 따라도 돼? 신뢰가 안 가는데."


"흐으으으······!"


눈과 입을 꾸욱 닫고 분노 어린 한숨을 흘리는 카리나.


"아까 나 보고 자기 좀 믿어달라고 애원하던 놈이 누구였지? 이것만 좀 잘 해내면 믿어볼까 했더니만, 이것도 못 해내서 단장을, 홍두건단을 몰아내겠다고 큰 소릴 친 거야? 어?"


카리나의 호통에 라이너가 어깨를 움츠렸다. 샬롯이 안절부절 못하며 두 사람을 말리려 했다.


"두 분 모두 진정하세요. 괜찮으시다면 그 일 제가 해도 될까요?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만 가르쳐 주세요."


샬롯은 뚝심 있는 올곧은 눈으로 카리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저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진심이야?"


카리나 역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라이너는 이를 악물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젠장, 네가 그러면 내가 쓰레기가 되잖아."


샬롯이 고개를 휙 돌려 라이너를 보았다.


"라이너 씨가 왜 쓰레기에요? 이 일에 더 적합한 건 저일 것 같으니까 제가 가겠다는 거죠. 사람 성질 돋구는 건 왠지 라이너 씨가 더 잘 하실 것 같은데요?"


"너 왠지 말 속에 가시가 있다."


"가시가 있다뇨? 전 그냥 라이너 씨를 배려해서 그렇게 말씀드린 건데······."


"하아."


이런 얘기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카리나가 그리 중얼거리며 가슴에 달린 주머니에 손을 넣고 뒤적였다. 곧 이어 그녀가 꺼낸 것은 청백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별모양의 뱃지였다. 카리나가 그것을 두 사람의 눈 앞에 들이밀며 보여주었다.


"이건 은퇴한 사이랜서가 자격증과 사이킷을 반납하고 받는 뱃지야. 여기 '사이랜서의 역사에 새겨질 별자리 카리나 R. B. 밀러'라고 새겨진 거 보여?"


검지로 뱃지의 옆을 톡톡 건드리는 카리나. 그녀가 말한 문장이 뱃지 중앙을 원모양으로 두르듯이 새겨져 있었다. 샬롯은 눈을 반짝이며 뱃지를 뚫어져라 보았다.


"이건······ 며칠 전에 티비에서 본 적 있어요. 70살 먹은 최고령 사이랜서의 은퇴식 방송이었는데, 그때 나왔었어요. 카리나 씨, 사이랜서셨어요?"


"그래, 지금은 은퇴했지만."


"으음, 내가 보기에도 이건 진짜로군. 그래서 슬리드에 대해서 그렇게 해박한 거였나.“


일 하기 싫어서 갖은 변명을 대던 라이너도 이 뱃지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듯했다.


"아니, 그 보다 엄청 어려보이는데 이미 은퇴한 사이랜서라고? 사이랜서가 되자마자 은퇴했나?"


"내가 정말로 어렸으면 여기서 보안관을 하고 있겠어? 너 보단 오래 살았으니까 신경쓰지 마."


"아니, 엄청 신경쓰이는데······."


카리나는 라이너를 무시하며 뱃지를 다시 가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무튼 이제 내 말을 믿겠지? 식당 안이 조용한 걸로 봐서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먼지가 걷히기 전에 들어가야 돼. 빨리 정해. 누가 갈 거야?"


카리나의 물음에 샬롯과 라이너가 서로를 돌아보았다. 라이너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사실, 샬롯 널 보내느니 내가 가는 게 마음이 편하긴 한데······."


샬롯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라이너 씨, 괜한 배려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어요. 저도 한 사람의 사이키터이자 사이랜서 지망생이니까요. 오히려 방금 그 발언은 절 무시하는 걸로 들릴 수도 있었어요. 카리나 씨, 당신이 저희에게 신뢰를 주셨으니, 저도 제 능력을 가르쳐 드릴게요. 저는 판단을 초고속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판단을 초고속으로 하는 능력?"


카리나는 금시초문이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이너가 아··· 하고 시동을 걸며 끼어들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거야. 나도 처음 듣는 능력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홍두건단의 용병으로서 그녀와 싸웠을 때 분명히 확인했어. 홍두건단의 조사에 따르자면 그녀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민간인이었고, 격투술 같은 것도 전혀 배운 적이 없었어. 하지만 그녀는 날 쓰러뜨리고 홍두건단을 리포드에서 몰아냈지. 그리고 내 잘못을 일깨워주고는 나를 데리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런 게 가능하다고? 몇 시간 만에?"


카리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샬롯을 게슴츠레 바라보았다. 사실 몇 시간도 아니고 몇십 분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무튼 의심이 많은 그녀로서는 믿기 힘든 모양이었다.


"어쩔거야? 시간이 없다고 한 건 당신이잖아."


"······좋아. 그럼 라이너, 네가 멀리서 로빈슨의 주의를 끌고, 샬롯 네가 식당으로 진입해."


카리나가 손짓으로 슬리드들의 생김새를 표현했다.


"001 윌파워 앰프는 서로 선으로 연결된 한 쌍의 글러브, 002 스피릿 슈터는 총신이 네모낳고 커다란 권총, 012 스피릿 배리어는 하얀 바탕에 파란 선이 그어진 버저 버튼처럼 생겼어. 모든 슬리드에는 각각의 식별 번호가 새겨져 있으니까 가능하면 그것도 확인하도록 해."


"이해했어요. 그 정도만 알면 솔로몬이 알아서 찾아줄 거에요."


"솔로몬?"


"제 머릿속에 있는 친구에요. 그녀가 제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최선의 방도를 알려줘요."


"맙소사······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동네 어디 모자란 애인 줄 알겠군."


"카리나, 그냥 믿어. 나도 그걸 믿고서 홍두건단을 때려치고 여기까지 온 거니까."


"젠장. 이런 확실하지도 않은 것에 기대게 되다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 카리나는 샬롯을 믿기로 했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솔로몬의 후예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일반연재 승급했습니다. 21.03.16 47 0 -
49 break of day 21.04.01 92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2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3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3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38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0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3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1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3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4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0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89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5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48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7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8 0 8쪽
32 Big Arms 19.05.10 54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1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8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3 0 7쪽
»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7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49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1 0 7쪽
24 행진 19.05.10 65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1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46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