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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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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추천수 :
1
글자수 :
208,381

작성
21.03.1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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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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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SORRY, I'M STRONG.

-Hello, world-




DUMMY

폭발의 여파로 인해 병원은 더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졌다. 다른 의사들도 상황을 보기 위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해 이윽고 모든 의사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었다.


한 의사가 말했다.


"원장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방금 그 폭발은 그 누구의 조작도 개입되지 않은 순수 기기의 문제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메뉴얼 대로 환자들을 관리하라고도 지시하셨습니다."


의사들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 어리숙한 모습에 카리나가 버럭 외쳤다.


"원장 놈이 한 말을 믿어?"


의사들은 어깨를 움찔거릴 뿐 섣불리 대답하지 못 했다. 이어서 말하는 카리나.


"그놈의 메뉴얼 대로 환자들을 관리하지 않고 이곳에 모여있다는 건 더 이상 원장을 믿지 않는다는 얘기겠지. 그래도 그건 환자의 안전과는 별개이니 당신들은 자기 위치로 돌아가서 환자들을 관리 하도록 해."

"카리나 씨는 어찌 하실 생각입니까?"


의사 한 명이 물었다.


"원장이 너희들에게 통신을 보냈다는 건 행동에 여유가 생겼다는 말일 거야. 그러니 지금부터 라이너를 도와 원장을 치러 간다."

"원장님을 죽이실 생각입니까?"

"저항이 너무 세다면."


땅만 쳐다 보며 가녀린 몸을 파들파들 떠는 샬롯. 카리나는 그녀의 곁으로 가서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토미라고 했지? 그 남자애를 곁에서 봐주도록 해. 같이 마음 추스리고."


그리고 그녀 혼자 등 돌려 지하로 내려가려던 그때,


"잠깐."


샬롯의 말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제가 가겠어요."


샬롯을 돌아보는 카리나.


"그런 어중간한 정신 상태로 간부를 상대하겠다는 거야?"


샬롯이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카리나는 냉철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샬롯은 땅에 시선을 박은 채로 작고 빠르게 읊조렸다.


"그러는 카리나 씨는 어중간한 것도 아닌 그냥 일반인의 몸 아닌가요. 사이키터인 제가 가겠어요."


샬롯은 카리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토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 뒤에 사람들을 제치고 자리를 뜨려 했다.


"네가 가면."


그런 샬롯의 어깨를 붙잡아 멈추는 카리나.


"나도 간다. 서로가 서로를 보충해주는 거야. 알겠지?"


그녀는 그제서야 샬롯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미소에 안심이 된 것인지 샬롯 역시 조금은 풀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라이너는 아직 지하에 있었고, 철창으로 가로막힌 링 위에서 괴생물체와 대치하고 있었다. 아까 하벨카가 소개했던 머리 3개 달린 한 가족 괴인이었다.


"으아아아앗!"


라이너는 우선 불 없이 덤벼들었다. 하지만 이 괴물은 손이 6개였던데다 사이킷이라도 끼고 있는지 근력도 강대했다. 라이너는 손 발 머리 신체의 모든 구성 물체들을 가동하여 괴물을 향해 쏘아댔지만, 모든 공격은 막혀 무위로 돌아갔다. 모든 종류의 발악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자신 보다 몸 하나는 더 높이 쌓아져 있는 괴물을 보며 혀를 차는 라이너.


"사이키터인 내 근력으로도 어찌 할 수 없다니, 이 녀석도 사이키터인 거냐?"


그에 하벨카가 대답했다.


"유감이지만 사이키터는 아니고, 내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초능력자다."

"오리지날 초능력자?"

"아깐 홍두건단을 좌지우지하는 보육원을 위해서 실험을 하고 있다 했지만, 실은 홍두건단만을 위해서 만드는 거다. 단장은 이곳에서 개발해낸 실험체를 이용해 보육원에 반기를 들 생각을 하고 있지."


그의 말에 실소를 흘리는 라이너.


"적한테 그런 정보를 막 흘려도 되나? 너도 은근히 우리한테 붙고 싶은 거 아니야?"

"나는 살아남기 위해 줄을 타는 중이다. 서로에게 조금씩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다가······ 어느 한 쪽으로 형세가 기울 때 재빨리 그쪽으로 넘어갈 생각이지."

"하핫! 그럼 줄타기의 달인께서 보시기에, 우리들에겐 희망이 있나?"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하는 하벨카.


"어느 정도는. 너희들이 가능성을 보여줄 때마다 좋은 정보를 건네주도록 하지."

"갑질이냐?"

"단장에 대한 정보는 네게 절실한 정보 아닌가? 홍두건단을 무너뜨리려는 혁명군의 일원으로서, 홍두건단의 단장인 '베타니아 페르난도 메디나'의 아들로서."


라이너는 입을 꾹 다물더니 멋쩍게 웃었다.


"너는 나에 대해서 아는구나. 다른 간부들은 모르던데."

"나는 홍두건단의 부속품이 아니라 요한게르트 하벨카라는 한 명의 인간이다. 어떤 비상 상황이 생기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부지런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

"그렇구만. 그래서, 내가 이 괴물을 잡으면 모든 정보를 제공해주는 건가?"

"그런 말은 한 적 없는데."

"그래야 할 거야. 왜냐하면 지금부터 이놈을 정말 예술적으로 정리해줄 테니까. 점수를 좀 많이 줘야 할 거야."


라이너는 두 손에서 불을 뿜으며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괴물을 올려다 보았다.


"자, 제2라운드 시작해볼까!"


그리고 그는 괴물을 향해 날아올랐다.


10분 후,


"크아악!"


바닥으로 나가 떨어지며 철창에 등을 부딪치는 라이너. 그는 머리 대신 바위가 달린 것처럼 힘겹게 고개를 들어 괴물을 올려다 보았다. 괴물은 몸 곳곳에 그을린 자국이 있을 뿐 크게 다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세다. 내가 상대해 본 놈들 중 단연 최고야."


철창 밖에선 하벨카가 히죽거리고 있었다.


"예숭적으로 정리해 준다며? 몸이 생각대로 잘 안 움직이나 봐? 응?"

"시끄러워! 내 예술은······ 늦게 피고 늦게 지는 꽃이다!"


라이너는 온몸이 라이터가 된 것처럼 불꽃을 사방으로 뿜었다.


"자아, 제3라운드 시작해볼까."


라이너가 또 한 번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을 향해 뛰어들려던 그때였다.


"동작 그마아아안!"


여인의 고함이 지하 동굴 곳곳을 튕겨다니며 울려 퍼졌다. 보이지 않는 소리의 직선들이 동굴 안을 어지러이 수놓고, 그 가장 깊은 곳에서 부터 두 여인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두 손 가득 사냥총을 들고 있는 카리나와, 수라장을 거치고 온 듯 생기가 없는 눈과 굳게 다문 입을 하고 있는 샬롯이었다.


"제가 처리할게요."


샬롯은 나지막이 읊조리더니 철창을 향해 빠르게 달려나갔다. 그리고 칼을 뽑아 단숨에 철창을 토막낸 뒤 구멍 안으로 들어가 괴물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녀는 괴물의 몸을 타고 올라가며 몸 곳곳의 급소들을 칼로 쳤다. 고기를 치는 살벌한 퍽퍽 소리와 함께 돼지 멱따는 소리가 몇 차례 들리고 난 후, 괴물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었다.


쓰러진 괴물을 가만히 내려다 보는 샬롯에게 멋쩍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라이너. 샬롯은 대답대신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한편 그 모습을 찍 소리도 안 내고 가만히 바라보던 하벨카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그렇군. 잘 알았다."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철창이 위 아래로 빨려 들어가며 자취르 감추었고, 하벨카는 곧바로 샬롯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한 번 소개하지. 요한게르트 하벨카. 홍두건단의 배반자이자, 당신들의 새 주치의다."


뻔뻔스럽게 웃는 하벨카를 본 샬롯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북극 보다 싸늘한 눈길로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터트렸죠?

"뭐를?"

"폭탄!"


샬롯의 고함에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하벨카.


"······그래서 대답은?"


샬롯의 하얀 손이 하벨카의 뺨을 후려쳤다.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없는 하벨카와 이를 악 물고 말을 이어나가는 샬롯.


"당신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어요."


하벨카의 멱살을 잡고 절규하듯 외치는 샬롯.


"그렇게 죽은 사람들은?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당신을 따르던 의사들은? 여기서 당신에게 실험을 당하던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되는 거야!


"······."


"당신 같은 사람에게 치료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아요. 당장 제 눈 앞에서 사라지세요."


"그렇게 하지."


하벨카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알았다. 내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도록 하지. 소란이 끝날 때까지 마을 구석에서 잠적하고 있겠어. 또한 내 병원 의사들에게 너희들의 치료를 맡으라 지시를 내리겠······."


"죽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해!"


샬롯의 발악에 하벨카는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이어갈 수가 없었다.


"알겠다."


그래서 그는 샬롯의 뒤를 따라 얌전히 지상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라이너는 혀를 쯔쯔 차며,


"그러게 줄타기도 적당히 했어야지."


하고 비아냥거리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죄송합니다."


유가족을 향해 허리 숙여 사과하는 하벨카. 그의 말투에는 유감이 듬뿍 담겨 있었고, 그 모습을 샬롯 일행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샬롯 일행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치가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그들로 인해 이런 소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달갑게 생각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 분들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걸 눈앞에서 보았습니다."


그때 의사 한 명이 나서 샬롯 일행을 변호해 주었다.


"그들은 착한 사람들입니다. 홍두건단의 압력에 의해 정체된 이 마을에 혁명의 바람을 불게 해줄 분들입니다."


그러자 다른 의사도 나섰다.


"그들을 믿고 이제서야 말을 꺼냅니다. 이전에 돌아가셨고, 이번에 돌아가신 분들께 맹세코 더 이상 홍두건단이 만든 거짓 평화에 놀아나지 않겠습니다!"


그 후로도 의사들이 너도 나도 샬롯 일행을 변호해 주었고, 그들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씩 동하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아직 울분을 풀지 못 하는 모양새였지만, 대의를 위해서 잠시 울음을 참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오후 5시, 황금빛 커튼이 하늘을 덮을 즈음.


광장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고, 라이너와 카리나, 샬롯이 단상 위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외치는 라이너.


"하면 되잖아! 우리가 하루만에 홍두건단 대부분을 마을에서 몰아냈어! 이제 남은 건 마을회관에서 농성 중인 두목 패거리 뿐이야!"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카리나가 이어서 말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홍두건단의 두목 놈은 바로 이 광장에서 너희들을 모아놓고, 자신들이 마을을 통치함을 알리는 연설을 펼쳤어! 게다가 그놈들은 마을회관에 있던 촌장까지 끌어내어 우리들의 눈 앞에서 본보기로 쥐어팼다!


그 영향으로 촌장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우리는 그걸 지켜만 보다 지금 이 상황까지 왔다. 그런 역사는 오늘로 끝내야 해. 우리의 조상들은 텍사스 허허벌판을 0에서부터 기똥차게 개척해낸 사람들이야. 우리들도 텍사스 사람의 힘을 저놈들에게 보여주자고!"


카리나가 사냥총을 하늘로 번쩍 치켜들고, 그와 동시에 마을 사람들의 환호성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하늘은 이미 빨갛게 불타고 있었고, 지상의 인간들 역시 열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종교적으로 박해받거나 돈이 없는 사람들이 흘러들어온 것일 뿐인데······."


맨 앞에서 지켜보던 제인이 두 주먹을 가슴에 댄 채 중얼거렸지만 듣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즐거운 와중에, 한 검은 벤츠가 광장으로 들어왔다. 주민들의 시선이 벤츠에 쏠리고, 그곳에서 검은 망토를 두른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나왔다. 소녀는 은발을 갖고 있었으며 양갈래 머리였다. 다만 머리칼이 머리 좌우로 나뉜 것이 아니라 머리 왼쪽에 모여서 아래 위로 튀어나온 기괴한 모양새였다. 또한 제멋대로 펄럭이는 망토 안에는 몸에 쫙 달라붙는 매끈한 라텍스 재질의 검은 재킷과 바지가 있었다. 그녀는 자칭 아이돌 바로 에밀리 로비였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은 기타 케이스 밑동을 땅에다 쿵 내리쳤다. 그러자 케이스가 만개하는 꽃처럼 좌우로 쪼개지며 보라색 기타가 위로 튀어나왔다. 에밀리는 그것을 집어들어 고사리 같은 두 손에 가득 쥐고서 외쳤다.


"바빌론 보육원의 아이돌, 에밀리 로비가 왔어요! 꺄핫!"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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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break of day 21.04.01 93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3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4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3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38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0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4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2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4 0 11쪽
» SORRY, I'M STRONG. 21.03.10 55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1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90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5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49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7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8 0 8쪽
32 Big Arms 19.05.10 54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2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9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3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7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49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1 0 7쪽
24 행진 19.05.10 66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1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4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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