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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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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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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208,381

작성
19.05.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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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로빈 후드의 우울 5

-Hello, world-




DUMMY

라이너가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우리, 이렇게 모여있는 거 꽤 어울리지 않아?"


"시끄러워, 그녀석 잘 감시하고 있어."


카리나는 두 사람에게 로빈슨을 계속 감시할 것을 지시하고, 자신은 부엌으로 가서 사람들을 꺼내오기로 했다. 그녀는 부엌 문을 쾅 열어젖히고 그 안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모두들, 너희가 귀엽다고 놀리던 그 소녀가 로빈슨의 뚝배기를 깨뜨렸어. 이제 안심하고 나와도 돼."


그 말에 부엌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스물스물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로빈슨에게 당당히 칼을 겨누고 있는 샬롯을 발견했다.


"로빈슨이 홍두건단 간부였을 줄은······."


"와~ 멋지다!"


"홍두건단 간부를 때려잡다니 꽤 하잖아!"


"믿고 있었다고, 젠장!"


사람들의 환호 소리를 들으니 샬롯은 괜히 뿌듯해졌다. 또 한 번 큰 일을 해냈다는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한편 샬롯 일행을 해치운다는 임무에 실패한 로빈슨은 죽을 상이었다. 그는 한껏 얻어맞고 나니 좀 정상인처럼 말을 했다.


"으으윽······ 너희가 내 컬렉션을 훔쳐가게 놔두진 않는다."


"네가 저항을 하는 게 더 빠를까, 네 머리로 캠프 파이어를 벌이는 게 더 빠를까?"


라이너가 비아냥거리는데, 로빈슨은 바닥에 침을 질질 흘리며 중얼거렸다.


"030 스타터 팩 제어판······ 가동. 슬리드 상태 변경. 전 기종······


긴급 자폭."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리나가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모두 밖으로 도망······!"


그 순간, 터져올랐다. 모든 방향에서, 모든 색깔의 폭죽들이. 가게 벽의 모든 면에 있던 슬리드들이 일제히 터지며 모든 유리창들을 깨뜨리고 사방의 벽돌 벽을 허물었다. 건물의 꼭지점에 세워져있던 벽돌 기둥들이 지붕을 지탱했지만, 그것도 수 초 안에 한계가 찾아와서 금새 가게 중앙에서부터 폭삭 내려앉기 시작했다.


"젠장, 죽는다아아아아!"


"걸음아 날 살려라아아!"


"전 다리 관절 풀 스로틀! 긴급 탈출! 우오오오오!"


그 수 초 동안의 유예 시간 안에 가게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밖으로 도망쳐 나갔다.


"하아아아앗!"


샬롯은 카리나의 허리를 한 팔에 감고서, 떨어져 내리는 잔해 속을 무지막지한 속도로 돌파하여 밖으로 탈출했다. 그녀가 빠져나오자 마자 가게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눈 앞이 아득해질 정도의 먼지 폭풍이 날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팔을 들거나 몸을 틀어 먼지를 피했다.


샬롯은 카리나를 땅에다 내려주었다. 카리나는 샬롯에게 들려서 나온 게 꽤 당황스러운 듯했다. 샬롯은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뜬 그녀를 보며 물었다.


"제가 아니라 라이너 씨가 데리고 나올줄 아셨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로빈슨이 자기 컬렉션을 다 터뜨린 게 놀라워서."


"그러고 보니, 슬리드에 자폭 장치 같은 건 왜 달려있는 거에요? 그것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다칠 뻔했잖아요."


샬롯은 가볍게 짜증을 내며 투정부리듯 중얼거렸다.


"사이킷과 슬리드는 선악을 가리지 않아. 원래 주인이 쓰던 것을 누구에게라도 뺏길 바에는 터트려서 없애 버리는 게 낫다, 설계자는 그렇게 판단한 거지."


"하아~ 그 설계자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싶네요."


"뭐, 여기에 없는 놈은 찾지 말고, 내 얼굴이나 실컷 보라구."


어느샌가 가게에서 탈출한 라이너가 다가왔다. 샬롯은 희미하게 웃으며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고, 라이너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너털 웃음을 털어냈다.


"솔직히, 내가 죽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


"물론이죠. 저는 카리나 씨를 안은 상태에서 탈출했는데요. 라이너 씨라면 당연히 탈출할 거라 믿고 있었죠."


"그래, 왠지 반응이 약하더라."


"그럼, 헐리우드 액션을 담아서 한 번 더 외쳐 드릴까요?"


라이너가 검지로 코를 스윽 훔쳤다.


"······그것도 좋지. 기왕이면 내 품에 안기면서······."


"그만, 거기까지."


라이너의 옆구리를 찰싹 때리는 카리나.


"사이키터는 1층 짜리 건물에 묻히는 것 정도로는 안 죽어. 분명 로빈슨도 살아는 있겠지. 하지만 그는 샬롯 네게 크게 얻어맞아서 거의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어. 저 잔해를 들어내고 나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야."


샬롯이 카리나를 올려다보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럼 저, 잘한 건가요?"


"······."


카리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샬롯은 초조해졌다. 그녀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이렇게 노력했는데, 설마······.


"······충분히 잘했지. 사람들 얼굴을 좀 봐봐."


샬롯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모두 샬롯을 대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샬롯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박수는 옆으로 옆으로 전염되어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널 믿고 있었어."


"카리나 씨가요?"


화들짝 놀라는 샬롯.


"네가 로빈슨을 곧바로 해치워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나는 창문을 통해 녀석에게 샷건을 쏠 수 있었어. 네가 없었다면 난 곧바로 미니건에 반격당해 저 잔해처럼 되었겠지. 지금의 난 사이랜서도 사이키터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리고 또한, 카리나 역시 그녀를 믿었다고 인정했다. 샬롯은 그 말이 가장 듣고 싶었다. 듣는 순간 심장이 벌렁거리고 입꼬리가 승천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되는 그 말을 말이다. 실력자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그 발언을 말이다.


"아까까지 우릴 못 믿어서 그렇게나 징징거리던 모습이 꿈만 같은걸?"


라이너의 비아냥이 그녀의 고막을 찔렀다. 그녀는 거슬린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지만 특별히 화를 내진 않았다.


"난 사람을 잘 믿진 않지만 믿음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야. 그 이유는 믿음이란 일을 헤쳐나가기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해치는 양날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야."


"사장님······."


카운터에서 알바를 보던 소녀, 제인이 잔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카리나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저 아이는 사장을 믿다가 도리어 배신을 당한 셈이지. 사장을 믿고 따랐는데 알고보니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던 간부였던 셈이니까."


"그럼 사람을 무작정 믿으면 안 된다는 건가요?"


"믿되, 서로 배신은 하면 안 되지. 신뢰란 건 서로 약속을 어기지 않는 것을 전제로 생겨나니까. 상대가 배신하지 않을 만한 사람이란 것을 확신한 다음에야 믿는 게 좋지."


카리나가 펼치는 신뢰론은 샬롯에게 꽤 인상깊게 남았다. 그녀라고 사람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을 가려서 믿는 것이었으니까.


"너는 진심으로 나와 라이너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카리나가 샬롯에게 물었다. 샬롯은 그녀가 또 자신을 고뇌에 빠뜨리려 한다 생각했지만,


"그건 이미 정해졌어요. 이 싸움으로 전 두 분을 확실하게 믿기로 했어요."


의문이 생길 여지 조차 주지 않고 카리나의 질문을 받아쳐내는 샬롯이었다. 그 말에 카리나는 웃으면서 샬롯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결정이네. 홍두건단을 몰아낼 때까지 함께 잘해보자고."


"좋아요!"


샬롯이 그녀의 손을 힘차게 맞잡았다.


잠시 후 오후 2시경,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제 갈길을 떠났는데, 샬롯, 라이너, 카리나 세 명은 주린 배를 붙잡고 아직 잔해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젠장······ 배고프다."


라이너가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샬롯 역시 짜증이 오를대로 올랐는지 투털거리듯이 말했다.


"저도요, 이제 앞으로도 밥도 안심하고 못 먹고, 이런 식으로 간부들과 싸워야 하는 걸까요?"


"그렇겠지. 알덴테처럼 그냥 대놓고 덤비거나, 로빈슨처럼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덤비거나, 둘 중 하나겠지."


샬롯의 짜증 섞인 물음에 카리나 역시 짜증 섞인 대답을 던졌다. 라이너가 한의 정서를 살려 걸쭉한 창을 뽑아냈다.


"아이고~ 내 배때지 살려! 다른 식당을 찾아야 하나~ 아니면 편의점에서 사먹어야 하나~!"


"설마 편의점에까지 간부가 있진 않겠죠?"


"옛날도 아니고 요즘 편의점은 자동인데 그런 게 왜 있어. 카리나 씨는 어떻게 생각해?"


"그냥 편의점에서 사먹자. 우린 오늘 하루종일 싸워야 해. 간단하게 배만 채우고 자리를 뜨자고."


카리나가 샬롯이 두르고 있는 천가지를 벗겨 그 안의 속살을 확인했다. 미니건에 맞은 자리가 퉁퉁 부어올라 피멍이 생겨 있었다. 샬롯은 갑작스레 속살이 드러나 놀라면서도 자신의 상처를 보고 더 놀라워 했다. 카리나가 걱정스레 물었다.


"아직 허리가 많이 아플 텐데, 그러고 보니 네가 손에 끼고 있던 윌파워 앰프도 함께 터졌지 않았어?"


"네, 그랬죠."


샬롯이 화상을 입어 퉁퉁 불어오른 자신의 두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이 모양 이 꼴이죠."


"편의점에서 먹을 것만 사고 곧바로 병원에 가봐야겠는걸."


병원이란 말을 듣고 샬롯이 기지개를 키며 짜증을 냈다.


"아앙~! 홍두건단의 단장······ 그만 없었더라도 이런 고생은 안 했을 텐데!"


"그, 말이지."


"네, 그 말이에요. 라이너 씨는 단장과 잘 아는 사이라면서요? 도대체 단장은 어떤 사람이죠?"


"아, 그거 말이지. 근데 그 전에 궁금한 게 있는데, 샬롯 넌 왜 단장을 '그'라고 불러?"


"네?"


"단장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그가 아니라 그녀지."


"아······."


샬롯은 예상치 못했던 사실을 듣고 혼란에 빠졌다. 이런 무지막지한 간부들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필시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사내일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었다.


"내가 아까 너한테 어머니 얘기했었지? 이 늑대털 재킷을 짜준 분 말이야."


"네, 기억하고 있죠. 라이너 씨께 소중한 분이시잖아요. 라이너 씨는 어머니께서 잘못된 길로 드시는 걸 막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저랑 함께······."


샬롯은 점점 목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말하면서 떠올리고 있는 '그 이미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그래, 홍두건단의 단장은 바로 내 어머니야. 정말 제대로 잘못된 길에 들어섰지."


"······."


어디에서부터 불어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이제 막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세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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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break of day 21.04.01 92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2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3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3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38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0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3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1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3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4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0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89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5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48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7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8 0 8쪽
32 Big Arms 19.05.10 54 0 14쪽
»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2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8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3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7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49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1 0 7쪽
24 행진 19.05.10 65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1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4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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