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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솔로몬의 후예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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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208,381

작성
19.05.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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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행진

-Hello, world-




DUMMY

오후 1시 30분 경, 레이몬드빌 남쪽 입구.


샬롯과 라이너는 고속도로 위를 걷고 있었다. 길가에 세워진 식당이 멀리서 보였다.


"다 와가네." 라이너가 말했다.


"라이너 씨, 홍두건단의 아지트에 가면 케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요?"


"케빈의 흔적?"


"싸쥬 오빠가 리포드 사람들에게 말했잖아요. 제가 케빈의 진실에 대해 알아내줄 거라고요. 저 역시 케빈에 대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내고 싶어요. 그가 홍두건단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리포드 사람들도 싸쥬 오빠의 말을 좀 믿어주지 않을까요?"


"아아, 그거 말이지. 근데 난 그거에 의구심을 느끼는 게, 분명 케빈 정도의 거물이라면 일 처리에 있어서 좀 불법적인 수단도 가지고 있을 거야. 엄청난 인맥을 갖고 있을 테니까 말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정의로운 영웅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두 가지 밖에 없지. 그가 합법적인 수단만 사용하는 정말로 정의로운 사람이거나, 아니면 불법적인 수단을 썼다는 사실이 밖으로 결코 새어나가지 않도록 치밀하게 계획들을 짜왔거나."


"한 마디로, 어느 경우에든 홍두건단의 아지트에 케빈의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거군요."


"그렇지. 그러니까 케빈을 잡기 위한 여정은 길게 보는 게 좋아. 이번 한 번으로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말라고."


"네에······."


샬롯은 뭔가 힘이 빠졌다. 정말로 그런 걸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레이몬드빌에 입성했다. 들어오는 길에 빨간 두건을 머리에 두른 조무래기 두 사람이 시비를 걸긴 했지만, 비 사이키터는 때리지 말라는 현자 싸쥬의 조언에 따라 간단하게 겁만 주고 여유롭게 들어왔다. 정말로 간단했다. 그냥 코 앞에다 주먹만 휘둘러도 주저앉아 지려 버리는 약골들이었으니까.


"연락을 받은 다른 단원들이 쫒아오지 않을까요?" 샬롯이 걱정스레 물었다.


"상관없어. 언젠가는 다 만나서 싸우게 될 놈들인데. 오히려 밖으로 끌어내서 조금씩 잡으면서 가는 게 낫지. 아지트에 어떤 사이키터들이 얼마나 몰려있을지는 나도 모르니까."


마을 입구 부근에 게시판과 마을 지도가 걸려있었다. 두 사람은 지도로 마을의 구조를 확인했다.


레이몬드빌은 리포드와 비슷하게 시골이었지만, 리포드 보다 2배 정도는 거대한 마을이었다. 샬롯은 지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곳곳에 식당, 박물관, 병원, 광장, 마을 회관 등의 위치가 찍혀있었다.


"빨, 빨, 빨간 두건이다아아아앍~!"


샬롯과 라이너는 갑작스레 들려온 괴성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머리가 벗겨진 한 노인이 샬롯을 보며 까무러치고 있었다.


"빠, 빨간 두, 두건······."


노인은 시선을 내려 라이너의 빨갛고 헐렁한 츄리닝 바지와, 거기에 매달려 늘어진 빨간 재킷을 보았다.


"아아아아악! 빨간 치마다아아아앗!"


"치마가 아니라 재킷이야, 할아범!"


라이너는 따지고 싶었지만 노인은 이미 비명을 지르며 지그재그로 도망쳐 버렸고, 인간 사이렌 소리를 들은 다른 주민들이 두 사람의 앞에 슬금슬금 나타났다. 그들이 저마다 쑥덕거리며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빨간 두건?"


"근데 모양이 좀 다른데?"


"진짜로 빨간 치마도 있잖아?"


"왜 남자가 치마를 입고 있지?"


듣다 못한 라이너가 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치마가 아니라 재킷 늘어뜨려 놓은 거라고~! 그리고 남자라고 치마 입지 말란 법 있냐?"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Return to 리포드' 그 자체였다.


"뭐래? 평소에 치마 입고 다니는 놈인가?"


"진짜 역겨운 놈이군."


"몸도 별로 안 좋은 게 웃통까지 벗고 있어."


"변탠가?"


"분명 단장의 부하일 거야."


"쉿, 그 별명은 좀 위험해. 케케묵은 쓰레기라고 불러."


'단장? 그를 알고 있나?'


특이한 단어에 반응이 온 샬롯. 그녀가 귀를 쫑긋거리며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더 자세한 이야기들이 들렸다.


"야, 오늘 저녁 뭐 먹지?"


"안드로 포세이돈 파스타?"


"그건 콩나물이 많아서 싫은데?"


"콩나물 무시하냐? 얼마나 맛있는데!"


"콩만 뜯어먹고 버림. 수고."


"뭐, 뭐라고?"


"아~ 그런 것 보다 여친 사귀고 싶다~."


"큰 소리로 말하지 마, 등신아!"


샬롯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별 대단한 얘기도 안 하잖아. 괜히 목 아프게 내밀고 있었네.'


"뭐 하냐?"


"와앗!"


또 한 번 들려온 낮선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샬롯. 그녀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서있던 건 파란색 작업복 내지 근무복 같은 것을 입은 갈색 머리칼의 젊은 여성이었다. 등에는 갈색 몽둥이 같은 것을 매고 있었다.


"레이몬드빌에서 못 보던 녀석들인데? 여기서 뭐 해? 옷은 또 왜 그렇게 눈에 띄게 입고?"


그녀는 긴 뒷머리를 양갈래로 묶어내려 얼핏 어려 보이기도 했지만, 신체 조건은 어른 그 자체였다. 또한 눈빛이 상당히 날카로운 것이 기도 드세어 보였다. 샬롯은 자신을 내려다 보는 그녀에게 주눅이 들 뻔 했지만, 샬롯 역시 눈에 힘을 빡 주고 당당히 대답했다.


"저희는 옆 마을 리포드에서 왔어요."


라이너가 문워크로 걸어와선 샬롯의 옆에 섰다. 그는 등으로 말했다.


"라이너. 라이너 맥브라이언. 얘는 샬롯 메어컨."


그리고 노란 머리칼을 찰랑이며 몸을 돌렸다.


"우리는 홍두건단을 해체시키기 위해 이 마을에 왔어. 이제부터 홍두건단의 단장과 만나러 갈 거야. 그리고 그녀석과 담판을 지을 거야."


"단장을 알고 있어?" 젊은 여성이 물었다.


"단장이 너희한테 무슨 짓을 저질렀지?"


라이너가 되물었지만 젊은 여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등에 매고 있던 갈색의 넓적한 몽둥이 같은 것을 주섬주섬 뽑아내더니, 그 끝을 라이너의 얼굴에 겨누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몽둥이 같은 게 아니라, 길다란 검은 총열 2줄이 수평으로 붙어있는 쌍열 산탄총이었다. 라이너는 깜짝 놀라 까무러첬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초면에 이런 대접은 좀 너무하지 않아?"


"닥치고 내 질문에 먼저 답해. 너희는 뭐 하는 녀석들이길래 단장과 만나겠다고 하는 거지?"


"우린 사이키터야. 초능력자라고."


라이너는 두 손을 들어올린 채로 대답했다. 젊은 여성은 총을 더욱 들이밀었다.


"사이키터? 너희 둘 다 사이랜서야?"


"미래의 사이랜서지. 그리고 레이몬드빌에게 있어서 미래의 영웅이고. 샬롯, 영웅이 아니라 구원자라고 하면 되나?"


라이너가 샬롯을 돌아보며 물었다. 산탄총의 총구가 라이너의 눈두덩이를 퍽 때렸다. 라이너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장난으로 대답하지 마. 난 심각하게 묻고 있는 거니까."


"나도 심각하게 대답한 거야. 이 이상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지?"


"미래의 사이랜서라는 말은 아직 사이랜서가 아니란 말이야?"


"그렇······긴 하지만 오늘 사이랜서가 아니라도 내일 사이랜서라면 그닥 차이는 없지 않을까?"


젊은 여성의 얼굴이 점점 붉으락푸르락 거리기 시작했다. 샬롯은 이 이상 라이너가 까불락거리다간 저 총구가 불을 뿜을 것만 같아 뭔가 말을 꺼내려 했다. 그 때였다.


"워!"


라이너가 놀래키듯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그의 머리 위로 불기둥이 순간적으로 캠프 파이어처럼 솟구쳤다. 샬롯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반면 젊은 여성은 조금 움찔거리긴 했지만 그것 뿐이었다. 라이너의 머리칼은 맹렬히 불타올랐음에도 여전히 샛노랗고 찰랑찰랑 했다. 그는 젊은 여성을 거만하게 내려다 보며 어떻냐고 물었다. 젊은 여성은 여전히 그를 경계하며 대답했다.


"일단 사이키터인 것은 맞나보네. 하지만 네가 우리에게 우호적인지는 증명되지 않았어."


"우호적인 걸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레이몬드빌의 주제가라도 부르면 되나?"


그때, 마을 안쪽에서 사내의 외침이 들려왔다.


"어이, 너희들! 거기 몰려서 뭘 하고 있지? 야외에서 10명 이상 모이는 짓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샬롯에게 있어선 썩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녀와 라이너를 막던 사람들의 무리가 반으로 갈라지고, 그 뒤에서 새로운 무리가 나타났다. 홍두건단의 조무래기들과 그들을 이끄는 간부 알덴테였다. 그는 샬롯과 라이너를 보자 썩은 미소를 지었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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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break of day 21.04.01 93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3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4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3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38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0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4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2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3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4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1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90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5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49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7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8 0 8쪽
32 Big Arms 19.05.10 54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2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9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3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7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49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1 0 7쪽
» 행진 19.05.10 66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1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4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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